〈 25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24
* * *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복부에 느껴졌다.
······따뜻한 체온이 내 온몸에 전도됐다.
"······?"
"오······ 또 만져보니 지린다······."
"······에?"
······채륜이의 손가락이 더듬거리며 움직였다.
갈 곳 잃은 내 손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으아악! 씨발아!! 떨어져 좀···!"
"와······ 뭔 운동을 하길래 이렇게···?"
"어······ 저기···?"
씨발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남들 다 쳐다 보는데······
"좀 떨어···!"
"이거 봐! 얘 식스펙 지린다니까?"
"오······."
······누나가 손을 슬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옆에서 날 껴안았다······
"으아악!! 넌 또 왜!!"
"오···! 몸 지린다! 만지는 맛이 있어."
"알았으니까 쪽팔리게 지랄좀 하지 마···!"
나는 둘에게 매달려 끄응대며 걸어갔다.
······느껴지는 시선들이 내 발을 빠르게 만들었다.
"으헉······쪽팔리지도 않아?"
"복근은 못 참지."
"링피트 하다 생겼나?"
"하아······."
······이것들이 오늘따라 더 지랄이네.
"아니, 제 몸이 왜요?"
"뭔 운동을 하길래 그렇게······."
"······이년한테 쳐맞아서 생겼다구요."
"······그게 가능해?"
······처음 이 때로 돌아온 후.
그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채륜이한테 쳐맞았다.
복부나 어깨나 머리나······
······덕분에 내 복근이 상당히 생겨버렸다.
"그거 개쩐다!."
"······그럼, 더쳐맞자!"
"······뭐?"
퍽!
"아야···! 작작 좀 때려···!"
"턱걸이도 해서 어깨도 넓히자!"
······조금이라도 불만스런 태도를 보이면, 이렇게 바디블록이 꽃힌다.
"으으······ 숨이 안 쉬어져······."
"뭐야··· 물근육이야? 얼마나 패댔길래······."
누나는 내 뺨을 톡톡 두드렸다.
완전히 저문 밤.오락실에서 두들긴 몸이 꽃처럼 시들었다.
"우음··· 몸 진짜 좋은 데··· 물근육이라···."
"······이딴건 저도 원치 않았는데요?"
"······그럼, 제대로 운동하자!"
"지랄 마."
······운동?
나 같은 놈한테 운동은 무슨······ 몸도 초딩인 데······
······
······운동?
······한 번 해 볼까···? 나이도 어리니까······
"······한 번 해 볼까? 해 보고 싶은 데."
"해 봐! 복근도 생겼는데!"
"어깨도 넓혀봐!"
"······니들 눈호강하려고 시키는 거 아냐?"
나는 깜깜한 꺼림직함에 몸을 움츠렸다.
"으음······ 이왕 할 거면, 내일 같이 가자!"
"······내일?"
"이왕이면 빨리 해야지!"
"오늘 신나게 두들겨서 힘든데···."
"그러니까 내일! 누나도 같이간다!"
"아니, 누나는 왜요?"
"나도······ 살이 좀······."
······누나는 볼을 물들이고 시선을 회피했다.
"하아······ 가 봐요 그럼···."
"잘 갔다 와~"
"······너도 같이 가."
"아,아하하··· 저는 집이 여기라 이만···!"
······채륜이는 재빨리 트인 길로 뛰어갔다.
밞힌 나뭇잎이 부스럭거리며 흔들렸다.
"저,저 개싸가지를···!"
"흐음······ 내일 여기서 보자!"
······누나도 내 곁을 떠났다.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내 머리칼이 은색으로 빛났다.
마치 내 피곤한 몸을 격려 해 주듯, 그림자는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하아······얼른 가서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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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잉··· 위잉···
"으으······."
베개에 눌려 저린 팔을 들고, 폰을 집었다.
"뭐요······."
"가능?"
"잠 깨고 씻고 가능······."
"가능!"
뚝─
"······."
······귀찮은 데.
"안뇽~"
"······."
누나는 내 머리를 꼭 감쌌다.
······골짜기의 체온이 내 뺨에 닿았다.
······이젠 익숙하다.
"······헬스장은 알아요?"
"응! 제일 가까운 데. 10분거리!"
"등록도 해야 될텐데······ 돈 가지고 올까요?"
"단기등록이면 싸! 내가 내줄게!"
······피방도 그렇고, 여러모로 혜택을 받는다.
헬스장······
······헬스 데이트야 뭐야 이거?
나는 팔을 잡힌 채 끌려갔다.
"······."
······이게 헬스장이야?
······난 헬스장 다녀본 적 없다.
운동 할 생각도 없었고, 채력도 저질이다.
얼마나 저질이냐면, 채력측정 왕복달리기 17번 뛰고 토했다. 헬스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등록 끝났대! 으음··· 뭐부터 하지?"
우리는 빼곡히 쌓인 운동기구들을 둘러봤다.
"아니··· 대체 이런걸 왜···─."
"오! 이거하자!"
누나는 덤벨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거 들었다놨다 하게요?"
"으음··· 하루종일하면 빠지지 않을까?"
"······."
······티비에서 이런 걸 본 적 있다.
헬린이들은 유산소 운동을 해라.
······더 좋은 건 트레이너 구하라지만······
"······그런 거 말고 유산소 운동부터 하죠."
"······그게 뭐야?"
"어······ 걷기라든가······ 숨 쉬면서 하는 거?"
"뭐야 그게······ 다 숨 쉬잖아."
아니 나도 헬린이인 걸 어떡하라고.
"걷는 거면··· 항상 하니까 괜찮을 거야~ 덤벨들자!"
"······."
······덤벨 몇 킬로가 생각난다.
······여주 이쁜데.
"으갸아······."
"······뭐 해요?"
"으으······ 안 들려······."
······누나가 5kg짜리를 잡고 끙끙대고 있다.
누나의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어휴··· 잘해 봐라."
"끄응······."
······턱걸이 해 보고 싶다.
고딩땐 애들이 문 붙잡고 하던 데.
"······."
······저건가···?
나는 철봉처럼 보이는 기구가 보였다.
막대기엔 초록색의 끝이 달려 있었다.
······끈엔 조그맣게 글이 써있었다.
'힘드시면 발을 올리고 하세요.'
······괜찮겠지.
"읏쌰···!
······나는 철봉에 매달렸다.
"끄응··· 매달리는 것만으로 힘드네···!"
등을 말라고했는데······뭔 개소린 지.
나는 이두근에 힘을 빡 주고 목을 힘껏 뺏다.
"······오."
"으윽···!"
······될 줄 알았다.
······안 된다. 꽤 힘들다.
목을 위로 빼도, 그냥 팔 힘이 못 버텨준다.
"이걸 어떻게 하냐······."
"오···!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누난 하지 마."
누나는 이채가 서린 눈으로 철봉을 바라봤다.
······저런 거 하다간 다친다.
"······누난 좀 돼가?"
"두 손으로 겨우 들었다."
"살 빼는 게 목적이면, 걷는 거부터 해."
"으음··· 그래야할까······."
누나는 턱선에 손을 괴었다.
"······근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턱걸이라고, 잡고 몸 올 리는 거야."
"오······."
"쉬워 보이지? 팔로 몸무게 다 올 리는 거다."
"······안쉬워 보여."
이번에는 초록밴드 위에 발을 올렸다.
발에 감겨서 들어 올리는 느낌이 강했다.
이거면 진짜로 성공할 것 같다.
"읏쌰···!"
"오······."
나는 다시 승모근과 이두근에 힘을 빡 줬다.
얼마 전과 같은 근육통이 점점 올라왔다.
밴드가 내 발을 용수철처럼 밀어 올렸다.
"오···! 거의 다됐다!"
"으으···!"
거의··· 다 됐···!
······문턱에 턱이 거의 닿았지만, 완전히 넘기진 못했다.
······이것도 실패겠지?
······고딩이면 뭐 하나. 어차피 저질채력인 데.
"으음··· 도와줄까?"
"······에?"
······내 옆구리가 손에 감겨왔다.
동시에 내 배꼽까지 두 손에 가려졌다.
"자,잠깐 뭐 하는···."
"올려줄···게!"
"우와앗···!"
내 몸은 쭉 위로 올라갔다.
턱이 철봉위를 넘겼다.
도움닫기를 했지만······ 어쨌든, 턱걸이 성공이다.
"돼···됐···!"
"헤헤··· 성공했지?"
"으,으와앗···!"
······억지로 올라간 탓이었을까.
내 이두근은 곧바로 힘이 풀리며 손이 떼졌다.
또한 밴드에 의해 내 발이 위로 들렸다.
넘어진······
"으왁!"
쿵!
······나는 뒤로 넘어지지 않게 무게중심을 곧바로 돌렸다.
덕분에 뒤에 있던 누나는 깔렸···
······깔렸···?
"아야야··· 괜찮··· 읏!?"
"······."
······부드럽다.
······영화관 때처럼······
······나는 두 화산에 손을 갖다대었다.
······용암이 분출되는 것을 막으려 했나. 내 악력은 무의식중에 더욱 쎄졌다.
"······공공장소에선··· 음란행위인 데······."
"······으왓!"
나는 재빨리 손을 떼었다.
······마음 같아선 더 주무르고 싶었지만, 남들도 있어서 참았다.
"헤헤······그렇게만지고 싶었어?"
"도와달라고도 안 했는데······ 그러다간 다친다고."
"오······ 만져대고 걱정하는 거야?"
"······."
······마치 놀려대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하아······ 계속 할게요. 도와 주지 마세요."
"우음··· 너 생각하는 거 어려!"
"어리니까 그렇죠!"
나는 계속해서 팔을 당겼다.
딱히······ 이걸로 몸이 좋아진다는 생각은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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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저도 배고프네요. 이만 돌아갈 게요."
"가긴 어딜 가! 내가 사줄게!"
"아니, 이 이상은 부담되요."
"헤어지긴······ 싫은 데······."
"뭐라고요?"
"······아무 것도 아냐."
······그녀는 조그마하게, 정말 조그마하게.
귓가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얇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뭐 먹을건데요?"
"······햄버거?"
"아이고, 운동한 거 다 돌아가겠네."
"원래 그럴려고 살 빼는 거야!"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버거집으로 들어갔다.
······아니, 왜 헬스장 옆에 버거집이···?
······무시하자.
누나는 내 옆에서 쩝쩝대며 씹고 있다.
입가에 뭍은 소스가 퍼져 귀여웠다.
"고생하고 먹는 거 맛있어!"
"마음도 참 편하네요."
"원래 운동은 먹을려고 하는 거야~"
누나는 미소를 지으며 음식물을 씹었다.
"······어, 여기서 뭐 해요?"
"······응?"
······패티를 씹고 있던 우리에게, 고양이를 안은 소윤이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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