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25
* * *
"어······ 여기서 만나네요···?"
"야옹."
······고양이는 반가운 듯 손을 들었다.
"오······고양이도 키웠어?"
"어······ 네."
"야옹."
"귀엽다···! 만져봐도 돼?"
"어······ 네. 마음대로······."
······누나는 고양이를 안고 코를 톡톡 두드렸다.
고양이는 간지러운 듯 머리를 데롱거렸다.
"와하핫! 귀여워! 준아, 너도 만져볼래?"
"아뇨······ 이미 전에 봐서······."
······얘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젠 아주 진절머리난다.
······얘도 사실 가슴볼려고 이러는 거 아냐?
"······근데, 언니랑 오빠는 여기서 뭐 해요?"
"······헬스."
"······에?"
······누나는 보조개를 띄우며 말했다.
"너, 준이 몸 봤어?"
"어······ 뭐요?"
······잠만, 분위기가 쌔한 데···?
"이거말야···!"
"으와앗···!"
······내 옷깃이 쭈볏해지며 올라갔다.
······또 내 복부가 뚜렷이 드러났다.
······니가 뭔 채륜이야?
"와아······."
"냐앙!"
"왓···!"
······고양이는 내 무릎위로 올라왔다.
물근육이 좋은 지, 이미 덮힌 내 복부에 기대었다.
"오······ 고양이도 좋은가 봐?"
"사람 많은 데선 좀···!"
소윤이는 우리 앞자리에 슬쩍 앉았다.
"이미 몸 완성인 데······ 헬스라뇨?"
"······이거, 맞아서 생긴 거다."
"······에? 언니한테 바디블록 먹고요?"
"······응. 복부에 자극이 가해져서······."
소윤이는 안쓰럽다는 듯 인상을 지었다.
"······그래서, 이번엔 진짜근육 만드는 거에요?"
"뭐······ 그런거지."
"······근데, 왜 둘이서요? 왜 햄버거?"
······소윤이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호기심인지, 의심인지 모를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도 살 빼려고······ 근데 배고파서······."
"······인정."
······소윤이는 이해된 듯 차분히 앉았다.
소윤이는 혀를 짧게 차 고양이를 불러왔다.
"그래서, 계속 또 운동 할 거에요?"
"어······ 해야지."
"으음······."
소윤이의 손가락이 턱선을 타고 내려갔다.
"······재밌겠다. 나도 갈래요!"
"······뭐?"
소윤이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 등록 하려면 돈 필요한 데······."
"돈 있어! 단기로 하면 되지?"
······소윤이의 입술이 기꺼이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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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운동은 힘든데······."
······그럼 왜왔어?
"봐바···! 이제 10키로는 거뜬···!"
"야옹."
"끄앙······."
누나의 등 위에 고양이가 올라탔다.
동시에 누나는 덤벨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장난치지말고 이리 와."
"야옹."
"······."
나는 다시 철봉으로 다가갔다.
끈으로 어느 정도 감 잡았고······이젠 잘되지 않을까?
나는 끈을 발로 착 당겼다.
"으으···!"
"야옹."
······이두근에 힘을 주는데, 고양이가 철봉 위에 올라왔다.
"······거,거기 올라가면 안 돼···!"
"으으··· 응?"
······고양이가 내 머리 위에 올라왔다.
8kg쯤 되보이는 물체가, 내 머리 위에 올라왔다. 턱을 올리기 더 힘들어졌다······
······내가 여기에서 포기할 까 쓰냐···!
"으왓···!"
"야옹."
"헐······."
······됐다···!
······이 놈을 올리고도 성공했다···! 그린벨트 덕도 있겠다만······
"오······ 지린다."
"아오, 이걸 진짜···!"
"야옹······."
나는 고양이들 잡아서 소윤이에게 건넸다.
"오······ 오빠, 운동도 잘하네요?"
"하하··· 그렇지?"
이두근에 힘이 안 들어와······
나는 한동안 턱걸이도 못하고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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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나 오늘 운동 열심히 한 듯."
"10키로짜리로 끙끙댔는데 무슨······."
"폰 안쓴것만 해도 성공이지!"
"으음······."
"야옹."
채력이 다 빠져서, 그만두고 나왔다.
밖은 이미 어둡게 그늘이 져 있다.
······근육 좀 붙었으려나?
"피곤해······내일 보자~"
"내일 봐요~"
"야옹."
소윤이는 고양이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시원한 듯 그르릉거렸다.
달빛에 그을린 아스팔트 아래. 고양이는 뜨거운 듯 깡총댔다.
"······아,참. 집에 반찬 남았는데 가져갈래요?"
"······에?"
······소윤이는 몸을 활짝 열었다.
"어······뭔 반찬···?"
"엄마가 남는다고, 오빠 만나면 가지고가달래요."
"으음······."
······시간이······
······6시.
······되려나?
"······반찬 뭔데?"
"갈비."
"갈 게."
······그녀의한 마디에 내 마음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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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요!"
"야옹."
"실례합니다······."
"······어머, 주말인 데 왔네?"
나는 신발을 벗고 마루를 맞이했다.
"반찬 받으러 온 거지?"
아줌마는 작은 반찬통을 쥐어줬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 게요."
나는 신발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 때, 손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발목에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심심한 데······ 조금만······ 조금만······ 놀아주면 안 돼···?"
"야옹······."
"······."
······소윤이야 떼 쓰는 건 알겠는데.
······너는 왜?
"······그러지 뭐."
"와아! 고마워!"
"야옹."
······잠만, 내가 뭐라 한 거야?
반찬통 갖고 나가야지 뭔.
······나는 분위기에 얼타서 이상한 답변을 하고말았다.
······에라 모르겠다. 미래의 나한테 맡기자.
나는 소윤이에게 이끌려 계단을 올랐다.
"자, 누워요!"
"야옹."
"······."
소윤이는 침대에 풀썩 누워 테이블을 끌었다.
놓여진 테이블 위에 고양이가 사뿐히 앉았다.
"근데······ 뭐 할려고?"
"잠깐만요······."
소윤이는 옆 책상에서 노트북을 꺼내 왔다.
전원을 꾹 누르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파란 화면이 켜졌다.
"어······ 게임?"
"······."
······소윤이는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홈페이지를 켰다.
······트위치···?
"어······ 방송해?"
"하는 건 아니고······ 봐요!"
"야옹."
"······에?"
······전에 인방본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논다는 게 진짜 나랑 같이 보는 거냐?
"1000원 감사요!"
······화면에는 이쁜 2d 캐릭터가 띄워졌다.
[고라니 먹으면서 보는 중.]
"······고라니요? 그걸 왜 먹어요······."
······고라니?
고라니라······
······어릴 때 이모가 진돗개로 잡은 거라고 준 적 있었다.
볶아서 먹었는데, 진짜 부드럽고 맛있었지.
[고양이 맛있음 ㄹㅇㅋㅋ]
"고양이!? 고양이를 왜 먹어요오······."
"헐······."
"야옹······."
······고양이는 소윤이한테 뛰어갔다.
······방금 말이 무서웠는지, 몸을 숙여 웅크렸다.
"우음······ 고양이 이렇게 이쁜데······."
"야옹."
"······."
······전혀 그렇지 않거든?
그렇게 민페만 줘서야······
나는 슬쩍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이 말이야······."
"······캬아앙···!"
"으와앗!?"
······이 장면은 한 순간이었다.
······내 팔에 무언가 박혔다.
······아주 날카로운 게 살을 파고들었다.
······장미가 휘날리듯 피가 주변을 물들였다.
"으와앗!? 너 뭐 해···!"
"미야."
"아야야······."
······따가운 곳은 빠르게 붉어졌다.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빠 괜찮···!"
쾅!
······
······놀란 소윤이는 빠르게 튀어 올랐다.
······하지만, 큰 오차가 있었다.
······그녀의 무릎 위엔 테이블이 있었다.
무릎이 테이블에 '쾅!' 박으며 다시 가라앉았다.
"앗···!아야야······."
"······."
······소윤이는 넘어지며 다시 베개에 누웠다.
······
······넘어짐과 동시에 나와 얼굴이 가까워졌다.
"으으··· 어?"
"······."
······그녀의 콧바람이 내 입가에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 향기는 어디서 나는 지. 꽃같은 향기가 내 코끝을 스쳤다······
"오와아······."
"어······."
······그녀의 볼은 붉게 상기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