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28
* * *
······조졌다.
······누나는 속옷만 걸치고 있었다.
누나는 재빨리 팬티를 옷으로 홱 가렸다.
"네,넥타이 위로 건네라고!!"
"죄,죄송···!"
"빨리 나가···!"
누나는 넥타이를 홱 채갔다.
"흐,흐아······ 뒤에 사람······."
"으왓······."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옷걸이 뒤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내가 인식한순간, 이미 늦었다······
1초 만에, 이 모습이 시선에 띌 것이다······
······괜찮아. 촉법소년이야.
"보,보겠다···!"
쾅!
······응?
······갑자기 깜깜······
······문이 닫혔다.
······저기, 나 아직 안 나갔는데······
······이 좁은 탈의실 안에서, 누나랑 꽉 밀착해 버렸다.
"뭐,뭐 하는 거예요?"
"이거 들키면 좆 돼···!"
······누나는 내 등을 꽉 잡고 당겼다.
······누나의 볼이 약간 상기되었다.
······속옷······
"오,옷도 안입고 무슨···!"
"지,지금 입을 거니까···!"
······누나는 내 두 눈 위에 손을 올렸다.
시야가 손바닥에 가려 눈앞이 캄캄했다.
눈꺼풀에 부드러운 손가락이 닿아 간지러웠다.
"······다······ 됐어요···?"
"아,아직······."
······옷자락이 비벼지며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
"으으··· 뭐 이리 단추가···!"
"······."
······혈액이동이 점점 빨라졌다.
내 심장이 빠르게 쿵쿵 뛰었다.
구레나룻에선 땀이 주르륵 흘렀다.
"아,안잠겨······."
"······언제······끝나요···?"
"단추가 안 잠기는데······."
누나는 살짝 뜸을 들이고 말을 이어 갔다.
"······도와 줘······."
"······네?"
······눈에 살포시 얹힌 손이 떼어졌다.
빛을 보지 못 한 눈이 밝기를 강하게 받았다.
흐릿해진 시야는 점점 완화됐다.
······단추를······
······
"······."
"······얼른······."
······잠기지 않은 단추가 살결을 다 드러냈다.
속옷을 걸친 가슴이 내 두 눈에 단단히 상기됐다.
"이,이건 좀······."
"빠,빨리 끝내고 나가야 할 거 아냐···!"
"아,알았어요······."
······나는 천천히 손을 슬쩍 가져 갔다.
손끝자락에 닿은 살결이 땀에 젖어 미끄러웠다.
"뭐 이리······ 커다래···!"
"으으······."
가슴이 너무 커서, 단추가 맞닿질 않는다.
······이거, 매달아도 터지겠는데···?
"다,다 됐다······."
"······조여······."
······어지저찌 매달았는데.
······가슴 살집은 눌려 협곡을 만들었고.
헐렁한 골반쪽과 꽉 조인 가슴이 정말 이상했다.
"······더 큰 사이즈 갖고올까요···?"
"······응."
나는 문을 열어 슬쩍 빠져나왔다.
땀이 턱선을 타고 흘러 뚝 떨어졌다.
······추운데······ 엄청 더웠다······
혈액이 핑핑 돌아 뇌가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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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아름다우십니다."
"······지랄 마."
······나는 영혼없이 말을 내뱉었다.
누나는 큰 옷으로 갈아입었다.
꽉 매달린 단추에 단정하게 묶인 넥타이.
언뜻 보면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큰 오차가 있었다.
"이게 뭐야!!"
······옷이 너무 컸나.
사이즈는 골반을 알맞게 맞추지 못했다.
훌렁 내려앉은 옷자락이 치마를 거의 가렸다.
"가슴은 맞는데······ 아랫쪽은 줄여서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누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는 상가를 빠져나왔다.
"으으······ 쪽팔려······."
"뭘 그런 거 가지고요. 괜찮아요."
"그딴 위로 필요 없거든······ 아니 가슴이 커서 안 맞는다고······."
"······."
······그게 얼마나 좋은 건데.
"그래서, 교복은 어때요?"
"몰라······ 불편해."
"크기만 줄이면 예쁠 거 같은데."
"몰라······ 사복만 입을 거야······."
"으음······."
누나는 술 취한 듯 비틀거렸다.
입가는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 우울해 보였다.
······좀 불쌍하네······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확실한 방법.
돈을 넣고 고기를 넣는다.
······주머니 속 지갑이 펄럭였다.
"······누나, 배고프지 않아요?"
"미안······ 입맛없어······."
"난 배고픈데. 저기 갈래?"
"······응?"
나는 맞은편 소고기집을 가리켰다.
······그동안 많이 땡겼으니까.
"고기······ 나 돈 없는데······."
"제가 쏠게요. 어때요?"
"······니가? 돈은 어디서?"
"용돈이요."
요즘엔 엄마가 용돈을 잘 챙겨 준다.
"가요. 배고프니까 얼른···─"
"와아아! 고마워!!"
"으와앗···!"
누나는 뒤에서 내 목을 졸랐다.
전완근에 힘이 들어가 식도가 조였다.
"수,숨 막혀요······."
"얼른 가자!"
누나는 내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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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오······맛있겠다······"
누나의 울상인 얼굴은 생고기를 보자마자 풀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그럼! 그럼! 먹자!"
누나는 집게로 생고기를 집었다.
그릴에 떨어진 고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익혀졌다.
"으하핫, 이 소리 그리웠다······."
누나는 고기를 지그시 쳐다봤다.
"먹자!"
누나는 가위로 고기를 얇게 썰었다.
살짝 익혀진 고기가 붉은 살을 드러냈다.
"와암··· 맛있어!"
누나는 고기를 오물오물 씹었다.
연한 입술에 기름이 뭍어 반짝였다.
나도 한 점 집어 입속에 넣었다
씹자마자 육즙이 입 속을 가득 매웠다.
살점에 이빨이 파고드는 식감이 매우 좋았다.
"으음······ 고민되네······."
"······뭐가요?"
누나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일어났다.
"뭐,뭐 하게요?"
"음료수 가져올게!"
"어······ 네······."
······지 돈 아니라고 막 쓰네.
누나는 곧 음료수 두 병을 들고왔다.
음료수 두 병······
······두 병···?
"자,잠깐, 뭘 가져온 거예요?"
"보면 몰라? 맥주."
"······."
······염병.
"아,아니 어떻게 가져온 거예요?"
"난 어른처럼 보이거든!"
"아······."
······확실히, 언뜻 보면 대학생이다.
배달도 아니고, 식당에선 아무도 의심 안 한다.
"그,그래도 맥주는 좀······."
"적셔!"
누나는 병따개로 뚜껑을 뽁 땄다.
유리잔에 맥주를 따라 나에게 건넸다.
"마셔!"
"······."
······나는 한 모금 마셨다.
톡 쏘는 탄산이 목젖을 때렸다.
달지 않고 쓰달까···? 맛없다.
······뭔가 아래가 화끈거렸다.
"······맛 없어."
"캬하···! 맛있어!"
"······."
누나는 한입에 다 마셨다.
맛있다는 듯 맥주를 더 따랐다.
"······이게 맛있어요?"
"응! 톡 쏘는 거 좋지 않아?"
"써서 잘 모르겠는데요······."
"계속 마시면 나아질거야.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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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기와 맥주를 계속 집어넣었다.
술 기운인지, 계속 아래가 화끈거렸다······
"으으······그 새끼 말이야······ 자기가 기분 좋게 해 준다면서······."
"······."
제대로 취해 버린 누나는 썰을 풀었다.
대부분 자기한테 대쉬하는 놈들 얘기였다.
"으하핫, 교장새끼도 쳐다봤다니깐······ 병신드으을······."
"······작작 마셔요."
누나의 볼은 엄청 빨갛게 달아 올랐다.
누나가 숨을 내쉴 때마다 뜨거운 입김이 날아왔다.
"내 젖보고 오는 거잖아······씨바알······ 으으······."
"남자들은 다 그래요."
누나는 고기를 씹으며 발음을 뭉겠다.
그릴위의 고기는 거의 안 남았다.
"아······ 배부르네요. 잘 먹었···."
"으음······."
······누나는 접시 위에 턱을 받치고 쓰러졌다······
"누,누나? 괜찮아?"
"으으······ 졸려······."
"알았어요 알았어. 이제 가요."
나는 재빨리 결제를 마쳤다.
누나의 어깨를 빌려 반대편 어깨로 부축했다.
박하사탕을 입에 넣고 자동문을 열었다.
식당 앞 거리는 이미 조명이 비추는 밤길이었다.
"누나, 놓고 온 거 없죠?"
"으응······ 아마······."
누나는 혀가 꼬여 발음이 안 됐다.
······내 코에 계속 꽃 같은 향기가 스쳤다.
분명 술 냄새가 나야 하는데, 이상하게 향긋했다.
······뒤통수가 따뜻하고 뜨거웠다.
"준아······."
"······왜요?"
"너언······ 히끅, 좋아하는······ 여자애······ 있어···?"
"······그건 왜요?"
누나는 딸꾹거리며 내게 물었다.
······좋아하는 여자······
······꼴리는 여자는 있긴 한데.
내가 이렇게 여자랑 노는 것도.
다 여자랑 친해지려고 그런 거지······
······어떻게든 동정 떼려고.
섹프나 만들면 그만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로 돌아왔을 때부터.
······하지만 틀렸다.
소꿉친구는 그자체로 행복,슬픔,걱정 모든 감정에 공감한다.
······공감이란 게 놀리는 거지만······
"······없어요."
"으음······ 너 정도면······ 히끅."
"······."
"으음······."
"······왜 말을 하다 말아요?"
누나의 머리가 힘없이 어깨로 떨어졌다.
"······자요···?"
"으음······ 음냐······."
"······."
······누나는 따뜻한 콧바람을 쐐어줬다.
달빛이 진 겨울밤이어도 따뜻했다.
하늘에선 함박눈이 쏟아져 담벼락을 덮었다.
"······누나, 집이 어디예요?"
"으음······."
"······저기요?"
······아니, 어딘지 안말하면 어쩌란 거야···?
눈앞에 안 보이는 길이 내 마음을 대변해 줬다.
눈은 점점 거세게 내려왔다.
"하아······ 안 되겠다······."
······일단, 내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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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어······."
"······걔,걘 누구야!?"
"얘가 자서······ 방에 눕힐게."
"아,알았다······."
엄마는 깜짝 놀라 차를 약간 흘렸다.
나는 내 방으로 누나를 업고 갔다.
"하아······ 하아······ 죽겠네······."
"음냐······."
내 뺨에 땀방울이 주륵 흘렀다.
땀방울은 굉장히 차갑게 굳었다.
······내 방은 순식간에 술 냄새로 가득 찼다.
"어우, 환기."
"으으음···!"
"으왁···!"
······나는 알 수 없는 힘에 철퍼덕 쓰러졌다.
침대 쿠션에 내 머리가 푹 박혔다.
"뭐,뭔······."
"준아······."
"······?"
······뜨거운 숨이 내 목덜미를 달궜다.
······누나는 내 허벅지 위로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