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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 미친놈-30화 (30/39)

〈 30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29

* * *

상체가 순식간에 뒤로 젖혀졌다.

무게감으로 허벅지살이 눌렸다.

매트리스는 깊게 파였다.

"······너무 취했어요."

"······몰라······ 졸려······."

"······얼른 자세요."

턱에 붙은 누나의 손을 살며시 뗐다.

나는 슬쩍 옆으로 빠져나왔다.

부드러운 허벅지와 마찰해 간지러웠다.

누나는 베개에 머리를 풀썩 떨어뜨렸다.

"······누나?"

"······."

······존나 제멋대로네.

······심장이 빠르게 쿵쿵 뛰었다.

"어우, 냄새······."

쓰라린 알콜 향이 방안에 퍼졌다.

유리에 비춰진 내 뺨은 붉게 물들었다.

······간접음주인가···?

나는 거실로 내려갔다.

"푸하······."

냉장고에서 생수통을 꺼내 마셨다.

벌컥 들이킨 물이 더운 몸을 달래줬다.

"하아······ 냄새 어쩐담······."

나는 음료수 한 캔을 꺼냈다.

갈아버린 배.

캔 뚜껑을 따고 내 방으로 올라갔다.

"으으······."

"······깼어?"

누나는 침대 위에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깬 모양이다.

"아니, 얼마나 마셨길래 이난리야······."

"맥주인데······ 두 병인데······."

······두 병이면 존나 마신 거지.

'갈아버린 배가 숙취해소에······.'

······

······나를 위해서야.

나는 캔을 슬쩍 들어 올렸다.

"······마셔."

"······응?"

"숙취해소에 좋대."

"오······ 감사!"

누나는 내 손에 들린 캔을 확 집었다.

입구를 입술에 대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좀 나아···?"

"웅···우웅······."

"······."

······누나는 머금은 채 옹알 거렸다.

누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무릎을 들썩거리며 앞으로 다가왔다.

다가왔······

다가······

"······으읍···!?"

"우우웅······."

······

······뭐지···?

······입술이 부드러웠다······

······턱선에 음료가 주르륵 흘렀다······

꼴딱꼴딱 소리가 서로에게 들렸다.

서로의 입술은 맞닿아 체온을 공유했다.

"우우웁···!"

"으켁···!"

나는 손을 앞으로 뻗어 밀쳤다.

팔등으로 입술을 스윽 닦았다.

누나는 흘린 음료수를 손으로 받쳤다.

"······뭐 해요···?"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취했으니까. 이해해 줘야지.

"······좋은 건 나눠먹어야지!"

"······."

감정이 가득 차오른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그래서, 좀 나아요?"

"······졸려."

"······얼른 자요."

"오······ 재워주는 거야? 감사!"

누나는 펄적 뛰어 이불을 덮었다.

나는 화장실로 걸어갔다.

────────────────

아······ 시원하다.

······

······공허하다.

허전하다.

······마음이 심란하다.

······입술에 닿았던 촉감.

입 안에 들어왔던 이물감.

······했다······

난생처음 겪어 보는 촉감에.

순식간에 일어난 그 상황에.

나는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바로 떨어질 수 있었어도.

서로 음료수를 목에 넘긴소리는 아직도 생생하다.

"하암······."

······피곤해.

······자야겠다.

······어떻게 자지···?

취해서 키스까지 해대는 여자 옆에서 수면.

······좆되는 거 아냐?

······좆되긴 뭘 좆돼. 까짓거 하지 뭐.

나는 계단에 발을 천천히 하나씩 올렸다.

"우음······."

······곤히 잠들었다.

······피곤해 죽겠다.

나는 이불을 힘껏 끌어당겨 바닥에 놓았다.

차갑지만 따뜻한, 여러 느낌이 교차했다.

나는 이 느낌에 몸을 맡겨 눈을 감았다······

······

"으으······."

······잘잤다.

······위에서 누나가 떨어지는 라노벨식 전개는 없었다.

유리창엔 안개로 흐릿해진 햇빛이 비췄다.

창틀에 새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다.

······보기만 해도 춥네.

"으음······ 나 잤어···?"

"······네. 술 깼죠? 가세요."

"으으······ 알았어······."

누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외투를 입었다.

······어제 한 짓은 잊은 듯 감긴 눈으로 비틀거렸다.

"빠."

"······."

누나는 현관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발끝이 떨어질 때마다 뽀득뽀득 거렸다.

"······좀만 더 자야지······."

나는 누나가 누운 침대에 누웠다.

알콜,땀,음료수 등 여러 냄새가 교차했다.

······어제 입을 맞출 때의 냄새도 느껴졌다.

······더러워.

나는 바닥에 누웠다.

────────────────

위잉··· 위잉···

"······뭐야······."

아침에 또 어떤년이······

"여보세요······."

"······깼어···?"

"······응."

······이채륜 목소리다.

전화도 안 걸던 애가 뭔······

"너 아침에 씨바···─"

"오늘 개학인 거 모르지?"

"응······ 몰······ 뭐?"

······개학?

······뭐가 어째?

나는 벽에 걸린 달력에 시선을 돌렸다.

······3월2일. 화요일.

"······씨발?"

"어차피 늦었어. 나와. 나도 방금 깼어."

"······."

나는 느긋하게 씻고 준비 했다.

"안녕~"

"······."

······고딩도 아니니까.

이리 늦어 봐야 상관없지.

"랭겜만 돌리다 끝났네······."

"······."

······나도 똑같지 뭐.

이젠 더 이상 볼 게 없다.

하루하루 웹소설 연재일만 기다렸다.

"하아······ 생일에 이게 뭔지랄······."

"······생일?"

그녀의 입에서 뜬금없는 단어가 나왔다.

생일···?

"하필이면 개학이 생일이라······ 어휴."

"······축하."

나는 차분히 차가운 한마디를 뱉었다.

······선물 줄 게 없는데······

"어······ 선물이라도···?"

"아냐······ 필요 없어······."

채륜이는 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밀려오는 찬 바람에 목덜미가 싸늘했다.

서로 느릿느릿 다리가 움직였다.

추운 날씨에서 서로의 입은 얼어붙었다.

"······선물 말인데······."

"······응?"

채륜이가 마침내 얼음을 깼다.

깨진 고드름이 내 몸에 박혔다.

"우리 집에서 놀자."

"······."

······얼마나 깊게 박혔을 까.

하얀 살결이 눈에 아른 거렸다.

힘이 풀린 종아리가 느껴졌다.

"······싫어."

"리,링피트 아냐···! 딴거야 딴거."

"······뭔데."

"헌몬."

"······."

······광고에서 본 적 있다.

이상한 목도리도마뱀 두들겨 패는 거.

"······생일인데?"

"그,그래서, 선물대신에······."

"······."

"어,엄마가 치킨도 사줄거야!"

"······."

······솔깃해졌다.

······진짜 항상 느끼는 건데.

어려져서 현지적응한 건가.

갈수록 내 생각이 어려진다······

"······그래 뭐."

────────────────

"올만. 늦을 거 같았어."

"······."

······오랜만에 보는 붉은 눈동자다.

기른 백발이 가발 밖으로 삐죽 튀어나왔다.

"······가발 잘써라."

"윽······."

개학식.

오늘은 빨리 끝난다.

개꿀.

피방만 아니면 된다.

이젠 그 미친년도 없으니까.

"오빠, 올만."

"응."

종이 울리고 소윤이가 깨알 같이 달려왔다.

방학동안······ 좀 자란···?

"생축."

"하아······."

소윤이는 실실 웃으며 바라봤다.

"피방?"

"아니. 현준이랑 헌몬할 거야."

"오빠만 고생이네······."

"뭐가어째?"

"암것도 아냐~"

소윤이는 내 등 뒤로 숨었다.

"······야, 너도 갈래?"

"귀찮아. 내일 봐."

정윤이는 조용이 교실 밖으로 떠났다.

가기 전,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으······배고파. 빨리 가자!"

채륜이는 우리 둘의 손을 잡았다.

────────────────

"나왔어."

"응~ 친구도 왔네?"

"안녕하세요."

"야옹."

소윤이는 고양이까지 데려왔다.

고양이는 우다다 소파위로 뛰어갔다.

"플스!"

채륜이는 모니터 아래에서 게임기를 꺼냈다.

잠시 후, 전원이 켜졌다.

"할 줄 알아?"

"······알 거 같냐?"

"쉬워. 존나 패면 돼!"

"······."

······진짜로 존나 패면 되네?

나는 아무 키나 눌러서 망치를 두들겼다.

둔탁한 타격감과 함께 괴물의 비명이 들렸다.

고양이는 감짝 놀라 펄쩍 뛰었다.

"먀앙!"

"오락실 격겜보단 쉽네."

"그치? 계속 패!"

끼에엑!

"······저거 어디가?"

"아. 도망치는 거."

"······도망까지 치냐?"

"계속 따라가서 패야지."

아까부터 힘쓴 엄지가 저려왔다······

아니, 언제까지 패야돼?

고양이는 계속 뛰어다니며 게임기를 만졌다.

"야옹!"

"야, 그거 만지지 마!"

"푸하핫···!"

고양이가 누르는 방향키로 캐릭터는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오 좀 떨어져···!"

"먀아!"

"와학···!"

"······?"

······고양이는 날렵하게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이채륜 옷소매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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