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나뉘어지는 천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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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챙기고 난 후 복양으로 돌아온 유비군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분위기는 패배한 군대 못지 않을 정도로 엄숙했다. 그 누구 하나 승리했다고 자축하지 못했다. 상석에 앉은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 앞에 있는 무장들을 바라보았다.
“정녕 그 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는가?”
조조가 대리고간 천에 병사들 중 살아 나온 것은 150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부상을 입었으니 멀쩡하게 돌아온 자들은 겨우 20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니라……”
보고를 올리는 병사가 뜸을 들이며 입을 열지 않자 유비는 불길함을 느끼며 말을 이을 것을 재촉했다.
“그것이 조휴 장군께서…..”
병사의 입에서 뜻 밖에 이름이 나오자 유비는 낯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조휴 장군께서?”
유비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자신이 생각하는 소식이 아니길 바랬다.
“전사 하셨습니다.”
유비는 짧은 탄식과 함께 손을 관자놀이에 올리며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아.”
조조도 부상으로 병상에 있는데 장수 하나까지 잃었으니 승리는 하였지만 전혀 유비에게 오는 이득이 없었다.
“발해왕은 찾았나?”
유비는 심란한 마음을 뒤로한 체 발해왕의 소식을 물었다.
“발해왕께서는 지금 이곳으로 오고 계십니다.”
그 말에 유비는 조금은 안심했다. 황제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지금으로서는 발해왕이 유일했는데 그런 발해왕이 유비의 비호 아래에 있으면 유비는 명분과 대의를 모두 손에 쥘 수 있으니 유비에게는 굉장한 호재였다.
“이만 자리를 파하지.”
유비는 들을 것은 다 들었다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맹덕?”
유비는 조조가 있는 방으로 발 걸음을 옮겼다.
드르륵
조조가 대답이 없자 유비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깨어 있었으면 대답 좀 하지?”
유비는 조조가 깨어 있음에도 대답을 하지 않은 것에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했다.
“저 조ㅈ”
조휴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으려 하자 조조는 손으로 유비에 입을 가리며 말했다.
“나도 알고 있습니다. 이미 원양이 다녀 갔습니다. 결국 제 어리석은 결정이 문열을 죽음으로 내몰았군요.”
애써 참으려 했던 눈물이었지만 입 밖으로 말을 꺼내니 더 이상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유비는 입 밖으로 뱉으려던 말들을 다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를 뒤로 하고 나왔을 떼에는 원소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원 공, 앞으로 어쩌실 겁니까?”
“나도 모르겠소……. 그곳에서 몇 명의 장수를 잃었는지…..”
이번 전투로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것은 동탁이지만, 원소 또한 국의라는 장군을 잃었고, 그의 사람들 대부분이 낙양에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동탁이 그들을 가만히 둘까 싶소.”
원소는 동탁이 자신의 사람들을 해치는 것이 두려운지, 불안감에 휩싸인 눈으로 유비를 바라보며 탄식했다.
“아마 그들은 무사할 것입니다.”
원소는 유비를 쳐다보며 이유를 물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는 거요? 난 동탁에 앞길을 막아 섰고 그들은 그런 나의 심복인데.”
이러한 물음을 하는 원소가 미래를 알고 있는 유비에게는 한심해 보였다. 한번 한숨을 내뱉고는 유비는 침착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아무리 동탁이 무식한자라 하더라도 그는 일단 낙양을 점령할 정도의 지혜는 가지고 있는 자입니다. 그러한 동탁이 낙양에 있는 모두를 죽이진 않겠죠, 특히 인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원소의 가문도 명문이었지만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의 가문도 꽤나 명문 소리를 들을 만한 가문이다. 거기에다 원소 밑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명예로 작용하니 동탁으로서는 명분도 없이 그들을 죽일 수 없었다.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황제를 손아귀에 넣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황제도 손에 없고 낙양을 침범하였으니 그에게는 명분이 없다. 거기에다가 자신이 황제를 죽이기까지 했으니 그는 현재 모든 군웅(??)들로 부터 척을 지고 있으니 누구를 탓 할 수는 없으리라.
“그렇군…… 그럼 난 하북으로 가야겠어! 유 현덕 공 신세를 졌소이다. 이 은혜 잊지 않겠소.”
원소는 무언가 결심한 듯 두 손을 강하게 말아 쥐고선 하북으로 떠났다.
동탁과의 전투가 끝난 지 1주일 정도 지나니 조조는 병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복양으로 마침내 차기 황제 유협이 왔으니 유비군은 명분과 대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발해왕 전하! 역적 동탁이 선제를 시해하였으니 천자의 자리가 비었는데 선제께서는 후계자를 가지지 아니 하였으니 전하께서 마땅히 황제에 자리를 잇는 것이 옳다고 사료됩니다.”
유협을 천자로 받들자는 유비의 제안이지만 조정의 대신들은 대부분이 낙양에 있는 상황에서 유비의 의견을 반대할 수 있는 자는 조조외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조조 또한 유비의 의견에 반대 할 생각은 없었기에 유협은 유비의 제안을 수락하고 이틀 뒤 유협은 급하게 천자에 자리에 올랐다. 유협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유비는 내시와 궁녀들을 급하게 모집했고, 국정을 돌보기 위해 사람들을 모집했다.
“이거 그대로 하면 되겠지?”
지금 국정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유비와 조조에 사람들 밖에 없으니 유비는 현재 모든 업무에 4분지 1을 담당하고 있었다. 나머지 조조와 가후 그리고 순심, 곽도, 신평이 책임지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공로를 치하하는 것도 유비가 담당해야 했다. 거기에다가 2 선제의 시호를 정하는 것도 유비가 담당해야 했다.
“유비를 승상(??)에 조조는 태부(太?) 대사도(大??)에 가후는 대사마(大?馬) 태보(太?) 관우는 대장군(大??)에 하후돈을 표기장군(????) 장비를 거기장군(????) 신평을 위위(??) 곽도를 정위(??) 순심을 광록훈(光??) 진궁을 대사공(大??)겸 대사농(大??) 조홍을 위장군(???) 하후연을 전장군(???) 조인을 후장군(???) 조순을 좌장군(???)에 임명한다.”
이렇게 조정에 대신들의 책봉이 끝나고 제후들에게 새 황제에 탄생을 알리고 그들에게 권위를 알리기 위해 유협은 유비를 향해 눈길을 주었고 유비는 황제에게서 임명장을 받고서는 읽기 시작했다.
“원소를 기주목(???) 순욱을 상서령(書?) 순유를 복야(??) 전풍을 기주별가종사사(???????)………”
그렇게 모든 책봉이 끝났다. 유비는 순욱과 순유의 관직을 조정관리로 임명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황제를 지켰다는 공이 있는 원소를 기주목을 주어 그의 사람들을 다시 원소에게 돌려 보낼 명분을 만들었다. 그리고 원소를 기주목으로 두면 현재 세력이 급 성장하고 있는 공손찬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폐하!”
조조가 책봉이 끝나자 입을 열었다.
“무, 무슨일이오?”
아직 황제의 자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님 두려움에 떠는 건지 황제 유협은 좀처럼 떠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두 선제의 시호를 정했사옵니다.”
조조는 선제의 시호가 정해 졌음을 알렸고 황제가 시호를 알리라 명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유협은 그것을 인지 하지 못하고 떨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유비가 유협을 향해 눈치를 주자 유협은 깨달았다는 듣이 입을 열었다.
“그렇소? 무엇이오?”
그 말을 시작으로 조조의 긴 설명이 끝난 후 우리가 아는 효령황제와 소황제로 결정이 되었다.
한편 익주에서는 자신의 뜻을 펼칠 준비를 하는 이가 있었다.
“난세가 도래 했고 황제마저 객사하는 시대이다. 슬슬 난세를 평정할 새로운 왕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한 남자가 옥좌와 비견할만한 자리에 앉아 거만한 태도로 사람들을 내려다 보았다. 바로 익주목인 유언 이었다.
“그리고 그 난세를 평정할 영웅이자 새로운 왕조의 황제가 바로 나 유군랑일 것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한은 두 개로 나뉘었다. 그리고 그러한 소식에 자신만은 세력을 구축하던 많은 군웅들은 자신의 야심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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