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연주 방어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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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한에서 사자가 왔다고?”
황궁 중앙 상석에 앉아있는 남자가 거만하게 턱을 쓸며 내려다 보았다.
“예.”
대답을 듣곤 황제라 참칭한 자는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들이 무슨 연유로 나를 찾아 왔단 말인가? 분명 속이 뒤집힐 것인데....”
이내 그는 눈을 뜨고 명했다.
“그를 대려 오거라.”
그 한마디에 문이 열리며 40대 정도 되 보이는 한 남성이 걸어 들어와 그의 앞에서 읍하였다.
“황제를 알현 할 떼는 절을 올리는 것이 예의 아니더냐?”
남자가 거만하게 웃어 보이며 그를 응시 했다.
“내가 어찌 역적에게 고개를 숙인단 말인가?”
거만하던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역젹?! 그럼 넌 어찌 이곳까지 병사도 없이 역적을 보러 왔단 말이냐?”
그러자 눈앞에 있는 중년의 남성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당연한 것 아니더냐? 지금은 역적의 손을 빌려야 할 만큼 위급하니 그런 것이지.”
그 말을 들은 유언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게 부탁을 청하러 온 자가 자신을 모욕하고 있으니 의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부탁을 청하러 온 네놈이 어찌 나를 그리 모욕 했는가?”
가후는 미소를 여전히 머금은 채 답했다.
“그거야 나는 거래를 하러 왔으니 그것이 무슨 상관이던가?”
“거래?”
유언은 흥미로운 듯 가후를 쳐다보았다. 그런 호기심 어린 눈빛에 가후는 입을 열어 설명을 시작했다.
“네놈들의 나라는 지금 막 건국 되었다. 그리고 아직 민심을 가지지도 못했지. 민심도 재어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호족들이나 지방관리들도 관리가 안되겠지. 그들을 내칠 수도 없고 관리를 바꿀 수도 없으니 곤란하지 않은가?”
그 말에 유언은 반문했다.
“그 문제를 네놈들이 해결하겠다는 것이냐?”
가후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더 말해보거라.”
“그전에 먼저 확답을 주게.”
“무슨 확답?”
“서량을 치겠다고 말일세”
유언과 신하들이 놀라 가후의 말에 반박했다.
“겨우 그런 것으로 서량을 치란 말인가? 그 문제는 시간을 들이면 우리도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야!”
“하지만 동탁이 그것을 기다릴 것 같나?”
“그렇다 해도 서량의 군대만 해도 30만이란 말이외다! 이를 어찌 해결 할 생각이오?”
“그들은 대부분 수만 채우기 위해 급하게 모은 오합지졸들이오. 거기에다 그들의 최정예는 지금 동군을 향하고 있소.”
“그렇다 하여도 30만 대군을 격파하는 것은 불가능하오!”
“촉군의 실력이 그 정도 밖에 안 된다니! 이 나라는 민란으로 망하겠구려.”
“그렇다 하여도 막심한 피해를 입을 것이오. 우리가 굳이 손해지는 장사를 해야겠소?”
“그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나에게 계책이 있으니.”
“그 계책이란 것을 먼저 말해 보시오!”
가후의 계책 설명은 그 후 일각정도 이어졌다. 그리고 가후에 계책을 들은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이내 제안을 수락하였고 얼마안가 촉한에서 군사 5만을 이끌고 량주를 향해 진격하였다.
“신 후가 아뢰옵니다. 명을 완수하고 돌아 왔나이다.”
가후는 돌아오자마자 황제를 알현하여 유언에게서 출병을 약속 받은 것을 보고하였다.
“수고했소 대사마. 이런 중요한 일에 대사마를 보내야 하다니. 인재가 부족하구려.”
황제가 인재 부족에 대해 불만을 토해내자 유비가 옆에서 황제를 위로 하였다.
“걱정 마십시오 폐하 지금 학당을 지어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인재들을 육성하고 있으니 곧 있으면 좋은 인재들이 양성 될 것입니다.”
“그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구려. 승상 원소에게서도 출병을 약속 받아고 준비는 완벽하니 동탁을 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짐은 한가지가 걱정되는 구려.”
“무엇이 걱정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유비에 물음에 황제는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지금 동탁을 제거 한다 해도 량주는 역적놈에게 넘어 갈 것이고, 한의 수도인 낙양 또한 기주목이 차지 할 것인데 이를 어찌 이 한나라의 황제로서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오.”
그러자 유비와 가후는 거의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황제에게 답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폐하. 그들 중 누구 하나라도 그 땅들을 얻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정말이오? 그대들에게는 이미 계책이 있었구려!”
유비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모습을 감히 황제 앞에서 거만을 떠는 듯 보였으나 그 누구도 그러한 행동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신들이 감히 한의 땅을 그들에게 넘기는 계책을 내겠습니까?”
“하하하 이리도 뛰어난 이들이 내 옆에 있으니 이 나라를 재건하는 것도 꿈이 아닌 듯싶소.”
“과찬이옵니다, 폐하.”
그때 병사 하나가 들어와 보고를 올렸다.
“동탁이 지금 30리안으로 들어왔다고 전령이 왔습니다!”
“폐하 어서 명령을!”
황제는 이에 지체 없이 유비에게 명했다.
“승상은 들으시오 당장 군사 3만을 대리고 가 역적 동탁을 토벌하시오. 그리고 반드시 그 역적놈의 목을 나에게 가지고 오시오!”
황제의 명의 유비는 짧게 대답한 후 바로 동탁을 토벌할 준비를 했고 준비가 끝마치고 바로 출병을 하였는데 이는 불과 이틀만 에 벌어진 일이었다.
군대가 출발한지 5일 정도 후 한나라의 군대와 서량군은 연주의 제음군 정도현에서 맞닥뜨렸다.
불과 50보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거대한 2개 군단이 대치하고 있었다. 총 8만의 사람이 모여있으니 그 주위에는 쥐세끼 하나 보이지 아니했다. 들리는 것 조차 사람들의 숨소리 밖에 나지 않았다. 두 군대 다 잘 훈련된 듯 오와 열을 맞추어 나란히 서있었고, 누구하나 경솔하게 입을 열지 아니 했고, 장수들 또 한 서로를 죽일 듯 노려 볼 뿐이었다
“역적 동탁아! 천하가 너의 죄를 알고 분노하였다. 전대 황제를 시해할 때 내 너를 죽여 그 분의 한을 달래지 못한 것이 내 유일한 한이었다! 마침내 오늘에서야 하늘이 내게 네놈의 목을 베어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 내 기필코 네놈의 목을 베어가리라!”
“하! 네놈이 황제를 겁박하고 황실을 기만하는 것을 모르는 자가 아직 이 천하에 있단 말이냐? 내 오늘 네놈을 베고 폐하를 모셔오리라!”
동탁의 말을 끝으로 양 측 군단을 둘러싼 공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더 들을 필요도 없군 전군 돌격 준비!”
창을 내밀어 한쪽은 돌격을 한쪽은 방어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얼마 안가 동탁의 신호가 떨어지자 5만 대군은 유비의 3만의 군단을 향해 돌격하였다.
“선두의 전원 방패를 들어 충격을 대비하라! 그리고 창병은 그 뒤로 집결하여 창을 내밀어 들어오는 자들을 견제하라!”
겨우 20초 남짓의 시간이 지났을까 병장기들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넓게 펴진 평원을 매웠다. 그 한 순간의 몇 백의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이런 끔찍한 광경 이곳으로 오고 나서 몇 번이나 봐왔던 광경이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그런 광경. 요즘 들어 익숙해졌다 생각했지만 그것은 유비만의 착각이었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는 것과 그들을 직접 죽이는 자들 또한 그 누구도 익숙한 사람들은 없었다. 그저 자신이 살기 위해 그리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지금 이곳에 서있을 뿐이다.
‘그것은 나 또한 다르지 않아. 나도 나의 목적을 위해 이들을 희생 시킬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절대 이곳에서 무너질 수는 없지. 그 많은 목숨을 희생시키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반드시 그것을 찾아내겠다. 설령 내가 그것으로 인해 죽는다 하여도!’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자신이 죽음으로 내몬 자들을 위해,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자신 또한 지옥의 끝으로 내몰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이것이 지금 유비가 이 전장에 서있는 동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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