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삼국지의 유비가 되어있었다-16화 (16/36)

〈 16화 〉 연주 방어전 (2)

* * *

“운장 기병 2천을 대리고 저들의 좌익을 돌파하라!”

대장군을 이리 수족처럼 부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유비는 이를 행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는 이 나라에 승상이었고 옛 부터 그와 의형제를 맺었으니 이는 문제가 될 수는 없었다.

“익덕! 너는 나머지 2천을 이끌고 우익을 돌파하여라!”

“예!”

관우와 장비는 유비에 명을 받고 재빨리 기병 4천을 추려 양 갈래로 나뉘어 각각 동탁의 좌와 우를 향해 돌격했다.

“저들이 이쪽을 향해 돌격한다! 창을 들어 막아라!”

서량군의 장군들이 뒤늦게 확인하여 막아 보려 하였지만, 방금 첫 돌격으로 이미 기병은 최전방에서 대부분 전사했고 창병들의 대다수도 최전선에 남아 있으니 후방에 보병과 궁병들은 무방비하게 남겨져있었다. 이를 인지한 유비가 좌익과 우익의 돌파를 명한 것 이었다.

“모두 쓸어라 저기에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에 사냥감이니!”

장비가 무서운 포효와 함께 돌진하자 몇몇 병사들은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십인장들로 보이는 자들이 뒷걸음 치는 자들의 복을 베며 병사들을 다그쳤다.

“뒤로 물러 나는 자들은 이리 될 것이다! 앞으로 나서 저들을 섬멸하라!”

뒷걸음을 치다 목이 달아난 자들은 억울 할 수 있으나 십인장이나 그들을 통솔하는 장수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게 이렇게 한 두 명씩 두려움에 떨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면 진영이 붕괴되어 괴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저들을 보아라 우리를 보고 두려움에 떨어 서로를 죽이고 있지 않느냐?”

관우는 이틈을 놓치지 않고 적병들을 동요시켰다.

“어느 장수가 자신의 병사들을 벤단 말이냐?”

관우의 노골적인 언행들이 계속되자 서량군 안에서도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사기가 떨어진 군대가 전투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게 양쪽 날게는 붕괴되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유비는 관우와 장비에게 군사들을 추가로 증원하자 순식간에 동탁의 중군은 유비군의 의해 포위 되었다. 그것을 본 후군이 뒤늦게 증원을 하려 달려왔지만 이미 포위된 중군을 구하기에는 역 부족이었다. 거기에다가 동탁에게 전령 하나가 반 죽어가는 꼴로 동탁 앞에 엎드렸다.

“기, 기주목이 낙걍을 향해 진군하고 있습니다! 주군 이대로 가다가는 낙양이 기주목 손에 떨어질 것입니다!”

전령이 말을 끝마치자 동탁의 얼굴은 썩어 들어갔다. 지금 낙양을 잃는 다면 그들은 앞 뒤 로 포위되는 형국을 맞이 하게 되는 것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를 지켜본 이유는 동탁에게 간언하였다.

“주군! 지금 군사를 돌려 낙양을 지키지 못하면 황제를 지킨다는 대의를 잃을 것입니다. 지금 선택 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물러나 낙양을 지킬지 아니면 여기서 사생결단하여 천자를 손안에 넣을지…….”

“이유군사 진정하시오! 아직 서량과 장안에는 30만 대군이 대기하고 있소 그들을 움직이면 되지 않겠소?”

이에 이유는 한심 하다는 듯한 표정을 일순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숨기고 말했다.

“기주목을 끌어 드린 그들이 장안과 서량을 견제하지 아니 했겠습니까? 그들은 필히 촉한을 끌어드렸을 것입니다.”

그 말에 동탁은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유에게 물었다.

“하지만 한과 촉한의 관계가 분명 좋지 못할 것인데 어찌 그들이 촉한을 끌어드렸으리라고 확신하는 가?”

동탁도 바보는 아니었다. 단편적으로 보면 동탁이 하는 말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이유가 보기에는 동탁은 매우 어리석은 자였다. 외교는 동탁의 생각처럼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면 아무리 철천지 원수라 하여도 손을 잡는다. 그것이 외교라는 것이다. 이를 유비는 잘 이용한 것 이었고 이유는 설마 그렇게 까지 하겠냐는 생각으로 인해 방심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비 그자는 실로 무서운 자군요…….”

이유는 그리 말하며 잠시 뜸을 들이다 이내 눈을 뜨고는 동탁에게 간언했다.

“주군 이 유가 생각 하건대 낙양으로 돌아가 낙양의 방어를 굳건히 하는 것이 옳다고 사료됩니다.”

그 말에 동탁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군사 그게 무슨 말이오? 아직 유언이 움직인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지 않소? 근데 어찌 심증만을 가지고 군을 물린단 말이오?”

“주군 유언이 필히 움직일 것입니다. 땅을 넓힐 절호의 기회이고 건국의 정당성 마저 확보할 수 있으니 어찌 아니 움직이겠습니까? 부디 제 말을 새겨 듣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시길 이 유는 바랍니다.”

이유는 지금까지 동탁을 섬겨왔지만 딱히 그가 마음에 들어서 따르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다만 받아 주는 곳이 없어 그를 따르는 것일 뿐이다. 이제와서 동탁을 배신할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이 지금 그는 동탁과 함께 황제를 주살한 역적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상태이니 다른 주군을 찾아 임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유도 억울한 것이 그는 처음부터 황제를 시해하는 것에 대해 반대 하였지만 동탁이 강하게 밀어 붙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동참했을 뿐이었다.

“흠 이유 그대의 조언은 틀린 적이 없으니 이번은 이만 물러 나도록 하지.”

동탁도 지금 상황이 자신들에게 완벽하게 불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퇴각 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동탁에게 퇴각할 명분을 주는 전령이 이렇게 와주니 동탁의 입장에서는 꽤나 다행인 일이었다. 여기서 모든 군을 다 잃는 것 보다 낙양에서 방어전을 하는 것이 훨씬 나으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결국 동탁의 군대는 유비군의 군대와 충돌한지 3일 만에 낙양의 방어를 명분으로 하여 퇴각 하였다.

“동탁 쉽게 퇴각 할 수 있을 거라 생각 하지 마라. 기필코 이번 기회에 네 목을 베어 낼 것이니 말이다!”

유비는 두 주먹을 쥐며 한 팔을 올려 동탁의 진형을 향하게 하였다.

얼마 안가 동탁의 군대는 확실히 퇴각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퇴각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이를 본 장수들이 유비를 찾아와 뒤쫓아 추격할 것을 건의 해왔다. 하지만 동탁군의 이유가 있는 것을 아는 유비는 바로 뒤를 쫓는 것을 꺼려했다.

‘이유라면 분명 뒤를 대비해 두었을 것이란 말이야……..’

그런 유비의 마음을 읽었는지 가후는 유비의 생각을 장수들에게 제 의견인 것 같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동탁이 아무리 아둔하다 한들 후방을 완전히 비우고 퇴각 하겠습니까? 우리는 황실을 떠 받드는 입장으로서 동탁을 쫓을 수 밖에 없으니 필히 매복을 준비 해두었을 것입니다.”

가후가 말을 끝마치자 유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후의 말에 동조하였다.

“가 군사의 말이 맞네 필히 뒤를 준비해 두었을 것이야.”

“그럼 이대로 추격을 멈추어야 합니까? 그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군사들의 사기와 직결된 것이고 저희의 대의와도 연결된 문제입니다.”

그 말에 가후도 동조하며 유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치 이 참에 자신의 주군을 시험해야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유비를 응시하며 이에 대한 답을 촉구했다. 이에 유비는 눈을 감으며 침음을 흘렸다. 자신의 능력, 미래를 아는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흐음. 그엄 말이다.”

그렇게 고민이 끝난 듯 유비는 누에 이체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퇴각 하도록 하지.”

그 말에 장수들은 놀란 눈으로 유비를 쳐다보는 자가 있는 한 편, 실망한 듯한 눈빛으로 유비를 바라보고 있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 들의 모습과는 반대되게 유비의 입가에는 미소가 서려있었고, 그런 유비를 바라보는 가후에 눈빛에는 호기심이 다분히 서려있었다. 그리고 그 눈빛을 알아 챈 유비는 가후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을 본 가후는 유비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읽었다고 생각한 유비는 미소를 거두고 다시 눈을 사람들에게로 돌렸다. 차를 한모금 마시더니 떠들썩한 회의장을 조용히 시켰다.

"조용. 지금 이유를 설명 해 줄 것이니."

그 말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유비에게로 향했다. 호기심이 가득히 서린 눈빛으로 말이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