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여포야 내꺼하자
* * *
나는 내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여인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런대.
“나는 여포 봉선이다!”
이 여자가 여포라고? 조조와 동급 정도의 미인에다가 가슴 크기는 확실하게 더 크잖아?
“여포라고?”
속으로 생각한 것과는 정 반대로 나오는 목소리는 차분하고 위엄이 있었다. 아마도 유비에 몸을 물려받은 영향일 것이다.
“처음 듣는 이름이군. 어쩌다 여기 있는 거지?”
지금 상황에서 반동탁연합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니 여포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니 모른 척 말을 뱉는다.
“내 옛 주인을 베고 동탁의 아래로 들어갔다.”
동탁군을 토벌하러 온 우리들에게 이리도 당당하다니 과연 여포군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조조가 옆으로 와 병사들에게 명한다.
“처형장으로 끌고가.”
무미건조한 어투에서 여포를 확실히 죽인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인다. 하지만 여포가 누구인가 ‘인중여포마중적토’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국지 내에서 최강의 무력을 가진 최강의 무장이다. 물론 배신을 잘한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지만 삼국지 소설에서 여포를 꽤나 좋아하던 나로서는 무조건 손에 넣고 싶은 무장 중 한 명이다. 그러기에 조조의 말리며 명령을 다시 조정했다.
“잠깐! 그녀는 극진히 모셔라. 그리고 상처를 치료 시켜주고 새로운 옷을 건네거라 그리고 상황이 종료된 이후 내 방으로 대려 오거라.”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조조도 여포도 당황해 이상한 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 나왔다.
“하아?!”
“에?!”
이내 조조는 나를 노려보며 설명을 촉구하는 눈을 했다. 누가 봐도 질투하는 느낌이다.
‘젠장 내 아내지만 귀엽다고.’
일단 군을 물리고 조조를 설득하자고 생각을 마친 나는 주위에 군을 물리고 여포도 함께 대려 가게 하였다.
“여포를 거둔다니 그건 무슨 의미인 겁니까?”
조조가 따지듯 물어왔다.
“하지만 말이야, 그녀는 단신으로 무기도 없이 우리 병사 백 명을 죽였어. 틀림 없이 나의 2 동생과 필적할 정도의 실력자야. 거기에다가 너도 나도 모를 정도로 알려져 있지도 않은 장수야. 받아 들인다 하여도 딱히 문제 될게 없잖아?”
나는 천천히 설명한다. 조조도 이해를 하였지만 여전히 불만인 듯 볼을 살짝 부풀린 채 나에게 따져왔다.
“하지만 말이죠 그녀도 일단 말단이지만 동탁의 수하였어요 거기에다가 옛 주인을 배신했다는 사람을 어떻게 믿을 생각이죠?”
조조에 마음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난 여포를 필요로 하고 있음으로 설득을 이어간다.
“그럼 너는 투항해온 자들을 모조리 죽일 건 아니잖아? 그리고 아무도 모르면 우리가 조용히 넘어가면 되는 일이야.”
그럼에도 불만인지 조조가 말을 이으려 하자, 유비가 갑작스럽게 조조를 안았다. 그리곤 다정한 목소리로 조조에게 속삭인다.
‘어째서 인지 이런 건 부끄러워 한단 말이지….’
“하지ㅁ.. 엣?”
“뭐가 문제야? 지금 내 여자는 조조인데?”
그렇다 ‘지금’ 인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안겨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멈춘 조조로서는 그것이 귀에 들어 일은 없었다.
“흐… 흐갸”
‘왠지 이상한 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깔끔히 무시하도록 하지’
한편 밑에서 모든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이들은 속으로 다시 생각했다.
‘아 나도 결혼 마렵다…..’
잠시 후 여포가 내방으로 들어와 있었다.
‘확실히 아까 봤을 때도 충분히 예뻤지만 이렇게 깨끗한 상태를 보니 비교를 할 수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던 중 여포가 희한한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유비를 바라보니 유비는 의아함에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라도?”
그 짧은 물음에 여포는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유비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나를 살려둔 거지? 내가 여기서 너의 목을 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보았나?”
여전히 거만한 말투로 답해오는 여포였다. 아름다운 얼굴에 그러하지 못한 말투에 심각한 부조화를 느끼던 유비는 정신을 다 잡고 답했다.
“네가 필요해서. 그리고 그럴 정도에 충성심 넌 없잖아? 설령 벤다 하더라도 네가 여기서 살아 나갈 일은 없어.”
유비의 말에 적지 않게 당황한 여포는 살짝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다시 물어왔다.
“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
유비는 안심했다. 여포가 딱히 거부감이나 적대감을 보이지 않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말 그대로다 난 너의 힘이 필요로 하다.”
여포의 얼굴에서는 약간의 실망감이 묻어났다. 유비는 이를 눈치 챘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애써 무시했다는 게 좀더 정확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내 옆에서 천하를 다시 하나로 모을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너는 그런 내 계획에 큰 힘을 보태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유비가 자신이 필요한 이유들을 늘어 놓자 여포에 눈에는 생기가 돌았고, 호기심을 내보였다.
“천하를 하나로….?”
“그래 천하통일! 단순한 천하통일이 아니라 뿌리가 썩어 들어간 나무를 뽑아 내고 새로운 묘목을 심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야.”
여포는 자신의 몸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끌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이남자의 계획에 몸이 동조를 했고, 이 남자 자체에 동조했다.
‘썩은 뿌리를 뽑고 새로운 묘목?!”
자신 앞에 남자가 내뱉는 말들은 그녀를 달아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거기에 너는 한 명의 영웅으로서 이름을 남기는 거지. 부와 명에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야. 물론 여기서 죽으면 역적으로 남는 이름 없는 병사로 그치겠지만 말이야.”
여포는 한동안 충격에 빠져 말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어떠한 충성도 맹세 하지 않았지만, 유비는 이만하면 되었다 생각했는지 여포를 돌려 보내며 추가를 말을 덫 붙였다.
“지금 당장 답을 안 주어도 되, 하지만 난 앞으로 너의 뒤를 봐줄 생각이야. 그리고 넌 우리 집에서 지낼 것이니 뭔가 필요한 에 있으면 편하게 말해.”
모든 일이 끝나고 유비는 성공적으로 여포에게 자신을 어필했고 하니 서둘러 낙양에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하 내정을 다질 틈이 없구만…..”
자신의 일이 덜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정립하고 싶었던 자신으로서는 지금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당신 너무 혼자 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서 하는 게 더 낳을 듯 싶은데….”
조조가 과로(?)하는 내가 걱정 됐는지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인재들이 너무 한정적이야. 몇몇 녀석들은 돈을 주고 천거 받는 놈들이 많으니….”
말을 정확히 끊지 않고 뜸을 드리는 유비의 말에 조조는 살짝 이지만 불안감이 돌았다.
“이 참에 새로운 인재 등용 방법을 정립해볼까 생각 중인데 네 생각은 어때?”
예상대로 유비에 입에서는 엄청난 말이 튀어 나왔다.
“새로운 인재 등용 방법이요….?”
조조는 어지러운 듯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곤 한숨을 쉬고는 유비를 응시 하며 말했다.
“후…. 그나저나 무슨 방법을 생각 해오신 것입니까?”
당연한 질문을 해온 조조에게 유비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과거!”
얼마 안가 유비가 제안한 과거 제도는 의제로 올라가 본격적으로 논의 되었다. 유비, 조조, 그리고 가후에 열띤 설득으로 손 쉽게 과거 제도는 통과 되었고 얼마 안가 실행 되었다. 그리고 실행 된지 짧은 시일 내에 엄청난 인재를 얻을 것은 유비도 꿈에도 몰랐다.
“여포 슬슬 포기하고 들어와.”
“ㄷ, 됐거든.”
여포가 합류한 우리 집에 평범한 일상. 달라진 게 있다면.
“유비 또 그 여자랑 붙어 있는 거냐?”
여포가 나에게 반말을 한다는 것이 부러웠는지 결국 조조도 나에게 반말을 뱉기 시작했다.
‘이 남편은 부인이 존댓말을 하던 과거 은근히 그립 구만요 훌쩍 훌쩍’
거리며 잡다한 생각에 잠겼다.
‘하 이런 평화로운 일상도 좋구먼.’
그렇게 평화로운 세상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유비였으나 그는 알지 못했다. 조정에서도 그의 적은 많았고 그의 얕은 평화는 그들의 인해 손 쉽게 박살 나리라는 것도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