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촉으로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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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을 통과하기는 매우 쉬웠다. 애초에 형주에서 주인 노릇을 하던 유표는 황실의 군이 도착하자 지레 겁을 먹고 무엇이든 고개를 끄덕였기에 우리의 군은 상용을 넘어 영안을 향할 수 있었다. 영안으로 향하는 길은 본격적으로 이곳은 익주의 땅이라는 것을 각인 시키듯 험한 치형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오래 걷지 못하고 쉬기를 반복했어야 했다.
“생각보다 지형이 험하군.”
아무도 안 들리게 혼잣말을 뱉었으나 조조가 내 말을 들었는지 대꾸 해왔다.
“이미 예상하신 것이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이러는 사이에 다른 주에서 군을 일으키면 어쩌시려고 이런 대군을 움직이셨습니까?”
조조는 다분히 나를 질책하는 어조로 나에게 답해왔다. 나는 이에 음흉한 웃음 지으며 답했다.
“그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형주에 유표는 이미 우리가 오자마자 겁을 먹어 감히 무어라 하지 못하지 않았나, 그리고 본초는 공손백규의 견제로 인해 함부로 군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야. 그래서 지금 출전 한 거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촉을 치기 힘들어져. 지금의 촉은 장안의 동탁에게로 대군을 보내 두었기 때문에 방어가 잘 되어 있지 안을 것이야.”
유비에 설명이 끝나자 옆에 있던 량과 의 그리고 그 말을 직접적으로 들은 조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것까지 생각해가며 군을 움직이신 것입니까?”
솔직히 말하면 이것도 미래의 지식이다. 나중에 원소가 하북을 차지하고 남하 하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에 다른 곳을 치기 까다로워 지기 그전에 촉을 쳐 군사력과 인재 그리고 땅을 확대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미 동탁이라는 구심점이 없어 진지 오래이다. 그러므로 동탁군은 더 이상 유비에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맹덕 자네라면 이 모든 것을 알고도 반대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건 좀 의외군.”
유비는 진심으로 놀라 조조에게 그리 말했던 것이었으나, 조조에게는 이가 조롱처럼 비추어 졌는지 갑자기 화를 내더니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 다시 진군할 준비를 하였다.
‘하하하 귀여운 구석이 있어 놀리는 맛이 있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이 옥좌를 향한 야욕을 조조에게 어떻게 들어낼지에 대한 고민으로 다시 머리를 굴렸다. 그런 잡생각을 하다 보니 이미 영안에 도착해 이었다.
“이곳이 영안인가?”
내가 말하자 주위에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런 눈빛에 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옆에 있던 조조를 바라보며 물었다.
“부인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하였소?”
당황해 조조를 부인이라 부른 것도 눈치 못 챈 채 그리 물어 오자 조조는 어이 없다는 듯이 나 에게 반문했다.
“’영안’이 어디입니까”
조조의 물음에 머리가 하얘졌다. 영안은 나중에 이 몸의 주인인 유비가 계명한 어복의 이름이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오, 그래 우린 이 어복에 도착했으니 일단 저기 산에 둘러싸인 성을 어찌 공략 할지나 생각해보도록 하지. 모든 참모와 장수들을 소집하시오.”
유비가 말을 돌리며 병사 하나에게 소집령을 전달하였다. 조조는 그런 유비의 모습이 영 수상했지만 일단 성의 공략이 최우선이라 생각하여 더 이상의 꼬투리는 잡지 않았다.
“그래서 이 파동군을 어찌 공략 할지에 대해 논의 해보도록 하지.”
어복 현은 파동군에 속해 있는 군현 중 하나였다. 그러니 당연히 계책은 파동군 전체를 공략하는 데에 초점을 두는 것이 맞았다.
“일단 파동군은 익주에서도 그나마 산지가 험하지 않은 지역이니 다른 곳 보다는 공략이 쉬울 것입니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입니다. 평지에 익숙해 져있는 아군으로서는 여전히 지형이 험한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가후의 발언이었다. 확실히 영안은 익주로의 통로 중 하나로 그나마 지형이 평평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성을 둘러 싼 산과 숲으로 인해 포위 하는 것도 많이 힘들 것입니다. 고로 정공법으로는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입니다.”
모두 가후의 말에 동의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가군사의 말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진궁의 발언이었다. 확실히 가후의 말에는 현대인인 나에게도 아무런 지적을 못할 정도로 정확하게 지형과 현 상황 분석 하고 있었다.
“그럼 어찌 해야겠소?”
나와 조조가 거의 동시에 물었다.
“답은 하나입니다. 적을 성 밖으로 불러야지요. 다행히도 이곳은 산과 숲이 많으니 그들을 밖으로 끌고 나오면 성을 점령하기란 그 무엇 보다 쉽습니다.”
모순된 말을 내 뱉는 가후에게서 나는 의문이 들었다.
“방금 자네가 자네 입으로 숲과 산이 많아 아군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하지 않았나?”
그 말에 가후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말은 상대가 방심하게도 만들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는 나와 다른 이들을 보고 가후는 차 한잔을 들이키고 다시 말을 이었다.
“저들은 필시 우리가 이 지형을 이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제서야 나는 모든 것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싶었다는 것을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조조와 그 외의 참모들의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가군사는 과연 대단하군.”
나의 칭찬에 가후는 잠시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다.
“과찬이십니다. 다만 누가 성안에 있는 자를 끌어 낼지인데…..”
말을 흐리며 가후는 정찰병과 전령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회의자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전령을 향했다.
“적장은 장임이란 자로 심성이 올곧고 침착하고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충성스러운 자로 역적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임인가? 정사나 연의나 그의 대한 언급은 정확히는 안 나왔지만 그 사람 잘 보기로 유명한 유비가 원했던 인물인 만큼 만만한 자는 아니겠군. 그리고 유장의 사람들 중 유비의 속내를 알아 맞춘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니 신중 해야겠어.’
미래 지식을 이용해 장임이 대충 누구인지 알고 있는 유비였으나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리 만무했다.
“흥 그런 이름도 없는 애송이를 상대로 이리 회의를 하고 있는 것도 웃기군. 승상 나에게 군사 오천만 주십시오, 내 필히 그를 3일 내로 승상 앞으로 대리고 오리라.”
조성이 자신감 충만한 말투로 앞으로 나왔다. 그의 자신감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그도 그럴게 여포 휘하 장군 중 가장 강하다던 팔건장 중 하나였으니 그럴 만했다. 하지만 유비에게는 전혀 믿음을 주지 못했다. 상대가 장임이라는 것도 있고 팔건장 중 하나라지만 연의나 정사에서나 쩌리 취급을 받는 그였기에 쉽게 믿음을 줄 수 없었다.
‘그래도 신궁 중 하나였었나?’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조성을 바라보던 유비는 곧 입을 열었다.
“방심은 패배의 원인 중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한의 운명을 쥐고 있는 첫 전투를 준비 하고 있는 것인데 어찌 그리 경솔한 발언을 입에 담는가? 조성은 발언을 앞으로 삼가도록 하라.”
그 말을 들은 조성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관우와 비교 해 볼만 해졌다. 살짝 세게 말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렇게 강하게 발언 하지 안으면 저러한 발언들이 계속 튀어 나오리라.
그렇게 유비가 모든 경솔한 발언을 원천 봉쇄하고 시작하자 모두의 시선은 다시 가후를 향했다. 자신에게로 향해 지는 시선을 확인한 가후는 마시던 차를 다시 내려 놓고서는 입을 열었다.
“전령의 말대로 그는 신중 자 이오니 웬만한 미끼로는 그가 성문을 열고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에 장수들은 눈길이 여포, 장비, 관우 그리고 몇몇 조조 휘하 장수에게로 향했다. 그 시선을 확인한 가후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들로는 부족합니다. 일단 장임은 자신의 능력을 알기에 저분들에 상대는 자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의 대장군 정도로 군을 물릴 수 있겠습니까? 물론 대장군을 읽는 것은 큰 타격이나 국력의 차이를 보아 그리 큰 의미를 부여 할 수 없습니다. 단 기간 내에 다시 군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타격이니 말입니다. 적합한 미끼는…..”
가후가 잠시 말을 흐렸다. 그리고 결심한 듯 눈을 뜨고 시선을 조심이 옮겼다. 그리고 그가 향한 시선의 끝에는 조조가 있었다.
“!!”
놀라면 목소리가 안 나온다는 것을 이것보고 하는 소리인가. 그의 시선이 조조에게 향하자 회의장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조 태부입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조조를 향했던 시선은 모두 나에게로 집중 되었다. 분명히 나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 굉장히 노기가 서린 목소리 하나가 회의장을 울렸다.
“감히 어찌 그런 말을 입에 담으시오? 이번 작전이 실패 한다면 그 책임을 어찌 지실 생각이오?”
한의 대장군이었다. 관우가 노성을 터뜨리자 뒤이어 거기장군 장비 표기장군 하후돈이 뒤이어 가후를 질책했다.
“대장군의 말이 옳습니다. 작전을 성공한다 쳐도 태부가 무사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혹 태부의 몸에 무슨 이상이라도 생기면 이를 어찌 책임 지실 생각입니까?”
그들이 더 이상 떠들게 나는 두지 않았다. 조용히 손을 들어 그들의 발언을 모두 막았다. 그리고선 나는 시선을 가후에게로 돌렸다.
“그 발언 책임 질 수 있나?”
나의 짧은 물음이었다.
“예.”
그리고 그에 대한 짧은 대답.
“그럼 미끼는 내가 하도록 하지.”
내 충격 발언에 모든 사람은 경악한 눈으로 나를 향했다 가후를 제외하고 말이다. 가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리 말하실 줄 알았습니다.”'
가후는 관자놀이에 손을 올리며 피곤하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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