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나는 누구지?
* * *
으드득
"흐윽!"
등에서 나선 안되는 소리가 들리지만 무시하자.
"으윽"
조조와의 뜨거운 밤을 보낸 다음날, 난 어째서인지 휴식을 가진 전 날보다 더욱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의장을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전날 회의를 끝내고 내용을 정리하고 있던 가후가 보였다. 일단 영안을 점령했다는 것부터 우리에게는 큰 이득이었고, 이는 곳 촉한에게는 큰 위험이었다. 영안에서 촉한의 수도인 성도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오히려 바로 옆에 붙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붙어있다.
“그럼 이대로 진격하여 성도를 포위하는 것이 맞겠는가?”
나에게 전해진 죽간을 읽으며 말했다.
“최선의 방법이지만 최고의 방법은 아닙니다.”
“그럼 최고의 방법은 무엇인가?”
가후가 의외로 최고의 방법은 아니라고 자백하자 나는 최고의 방법을 물었다.
“최고의 방법은 강주, 운남, 하변 모든 지역을 점령하고 그 뒤에 성도를 압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후방에 두고 온 적이 많으니 실질적으로 쓰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대로 성도로 진격하여 빠른 시일 내로 함락 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상책입니다.”
가후의 말은 정확했다. 실제로 원소나 손견, 원술등을 뒤에 두고 왔다. 지금은 원소도 공손찬과 싸우고 있고 원술은 유표와 기 싸움 중이기에 우리는 서정을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서정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후방에의 적들에 대한 부담감은 커진다. 그리고 유표나 원소는 둘째 치더라도, 원술은 본 역사에서도 황제를 참칭할 정도로 권력욕이 있는 자이니 위험하다. 굳이 도박을 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곧 있음 촉의 본대 또한 합류한다. 그리 되면 전쟁이 어쩔 수 없이 길어지게 된다.
“흠, 가군사의 말이 실로 옳소. 내 이 안건을 따르도록 하지.”
유비의 결정이 이루어 진지 얼마 안되어서 군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표는 성도였다.
‘어제 그일 때문에 바로 말 타기가 힘드네… 그래도 쉬어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후방을 정리 해야 되.’
몇 일간 쉬지 않고 등산과 하산을 반복한 결과 생각보다 빨리 성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 일단 빠르게 성을 포위해라. 그리고 그들의 식량 비축 창고의 위치도 알아 내도록!”
내가 재 빠르게 명령을 내리자 장수들이 서둘러 움직여 배치된 자리로 향했다.
“가군사.”
가후가 내 앞에 와 앉았다.
“내 촉에 심어둔 간첩으로부터 본대가 귀국한다는 정보가 들어왔네. 이는 심각한 문제야. 잘못하면 우리는 여기서 다 죽을 것이야. 그리고 이건 참고로 기밀일세.”
내가 오기 몇 일전 얻은 정보를 가후에게 이야기하고 그에게서 답변을 요구했다.
“이를 어찌하오? 그들이 복귀하면 우리는 앞뒤로 적을 마주하는 상황이 발생 할 것이오. 그리고 그리 되면 당연히 퇴로는 없겠지.”
“그건 꽤나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아군이 적의 본대보다 빠르게 성도를 함락을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문제 아닙니까?”
가후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내게 말했다. 그에 나는 실로 웃음이 나왔다. 그 이기에 내 보일 수 있는 자신감. 나는 그의 자신감을 믿기로 하였다.
“믿어만 주십시오 이전과 같은 실책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 그대는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소. 그 때도 내가 부족하여 그리 된 것이지. 그렇니 힘내주시오.”
가후는 읍을 하며 인사를 했다.
“감사하옵니다 주군. 그럼 이만.”
그 뒤 가후는 서둘러 참모진을 모았다.
“수하 된 자로서 주군을 실망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가후는 천천히 천막으로 다가갔다.
“그럼 앞으로 저 성을 함락할 방도를 구해 빠르게 주군에게 보고하도록 하지. 모두들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도록.”
가후의 말이 끝나자 그 자리에 모인 참모들은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가끔 그들이 심하게 싸우려 들면 가후가 그들을 적당히 중재시키며 토론을 이어갔다.
‘주군께서는 이 힘든 일을 그리 자연스럽고도 침착하게 해내시는 구나. 이 가모 아직 배울게 많아 보입니다.’
가후가 자신이 모시는 주군에 대한 평가를 내리며 감탄하고 있을 때 그의 눈앞에서는 참모진들이 여전히 의견을 대립하며 싸우고 있었다.
“하아.”
크게 한숨을 한번 내 뱉고는 가후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나는 여기가 싸움터라는 말은 하지 않았을 터인데…..”
나는 여기서 논의를 하라 했지 토론을 빙자한 비난을 하고 있으라 한적은 없다라는 말을 우회해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듣고 있을 이유도 가후는 없었다.
“그 싸움을 지켜보는 것 또한 나의 취미는 아닐세.”
그리고 가후의 질책은 계속되었다.
“차라리 이럴 것이었다면, 주군께서 데려오신 두 아이에게 묻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소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오?”
그에 서로를 헐 뜯던 사람들은 다시 차분히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어질러진 책상을 정리했다.
“크흠, 그 못 볼 꼴을 보였습니다.”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해오자 가후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선 논의를 이어갔다.
“그럼 다시 재개 하도록 하지.”
가후의 말을 시발점으로 회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다만, 전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후우. 주군도 꽤나 귀찮은 일을 하시는 구나.’
그렇게 그들은 날이 샐 때까지 논의를 이어갔다. 그리고 밤을 샌지 3일째 되는 날 그들은 마침내 완벽한 계책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추가로 다크써클도 함께 말이다.
“주군 이것이 그 계책이옵니다.”
유비는 가후가 자신에게 건네는 죽간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호오! 과연 이런 방도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괜히 이름을 후대까지 알린 사람들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개 개인이 뛰어난데 그들이 힘을 모으니 역시나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그럼 이 작전을 모든 장수들에게 일러라! 작전의 집행은 앞으로 1주일 뒤다!”
모든 장수들에게 유비가 적어 내린 여러 가지의 명령들이 담긴 죽간을 가지곤 병사들은 뛰었다. 최대한 빨리 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전령들의 엄청난 노력으로 꽤나 늦은 시간이었지만 한 다경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모든 편지들이 전달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몸으로 살게 되면서 잠에서 깨는 것도 꽤 빨라졌단 말이지……. 뭐 빙의의 효과 같은 건가?’
다음날 유비는 일어나자 마자 회의를 소집 하였다.
“다들 내가 보내준 것은 읽었으리라 생각하네. 그러니 오늘은 딱히 회의 할게 없다. 다만 내가 이렇게 자네들을 부른 것은 당부할게 있어서네.”
모두가 나의 말에 긴장했다.
“뭐 그리 거창한 건 아닐세.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말일세 그 누구 하나라도 완벽히 이 작전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 군이 전멸할 것이니 유의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소. 왜냐하면 적의 본대가 지금 돌아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으니 말일세. 모두들 잘 알아들었나?”
나의 말에 몇몇 장수들의 얼굴은 사색에 잠겼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 주기를.”
짧은 연설 같은 것을 마치고 나는 말을 타고 내가 배정 받은 전장으로 향했다.
“이번 주 안에 함락 하지 못하면 우리 쪽의 패배다. 어떻게 해서든 이겨 보이겠다. 지켜 보아라 신. 나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니.”
그렇게 다짐 하고선 전장의 최전방으로 나아갔다.
4일 정도 지났다. 4일 동안 내가 죽인 사람들의 수는 만명을 살짝 넘는다. 그리고 오늘 다시 나는 그들의 목숨을 빼았고 있다.
'나는 어째서 여기있지?'
“전군 돌격!!! 죽을 각오로 적 벽을 공략하여라!!!”
나의 돌격 명령에 몇만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기 시작했다.
'어째서 저들은 내 명령 하나에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거지?'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돌격!!!”
그리고 나는 뒤에서 무책임한 말을 내 뱉으며 그들을 격려하고 있다.
'난 적응을 한것이 아니었던가? 이런 긴 전투는 처음이어서 그런 것인가?'
'과연 진짜 이게 나일까? 언제부터 였을까? 그렇지 나는 이곳에서 이겨서 돌아가 그 옥좌에 올라야 한다. 그러려고 나온 전장이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왜 옥좌를 탐했지? 모르겠다. 머리가 어지럽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몰라. 일단 이 전투에 집중하자.'
“나는 누구지?”
‘너는 누구지?’
순간 나는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우웩"
'어라 어째서 저들은 죽어있는 거지?'
자신이 죽여놓고 기억이 나지 않는 듯이 나의 눈에서는 의문만이 있을 뿐이다.
'이게 다 시체인거야? 내, 내가? 죽인 이들?'
그 뒤로 정신을 잃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