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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유비가 되어있었다-28화 (28/36)

〈 28화 〉 위화감

* * *

“으윽 여기는?”

내가 겨우 몸을 겨누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요 몇 일간 전투를 치르며 지낸 천막이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의원이 있었다.

“승상!”

그가 나를 보자 눈을 크게 뜨고는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불렀다.

“승상께서 일어나셨다!”

그리고는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혹 편찮으신 곳은 있으십니까?”

그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 없소. 그나저나 무슨 일이 있었던 겐가?”

의원이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다했다.

“그것이 오랜 전투로 정신이 많이 피로해져 몸에도 무리가 와 잠시 혼절 하셨습니다.”

내가 혼절했다니, 믿을 수 없는 답이었지만, 나보다 나의 상황을 잘 알 의원의 말이었으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그것보다 우선 알아야 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내가 쓰러진 지 얼마나 지났는지 혹시 알 수 있나?”

“이틀 조금 넘게 쓰러지셨습니다.”

의원의 살짝 걱정스러움이 썩인 답이었다.

“당장 조운을 불러라!”

나의 불호령에 의원을 서둘러 나가 병사들에게 나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나의 명령이 떨어진 지 한 다경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조운이 나의 막사로 뛰어 들어왔다.

“승상 부르셨습니까?”

오자마자 나에게 달려와 무릎을 꿇는 자룡이었다. 역시 자룡이라고 해야 하나?

“전황은 어찌 되나?”

나의 물음에 조운은 보고를 시작했다.

“주군이 쓰러지기 전 상황 그대로 유지 하였습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군. 수고했다 자룡.”

자룡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천막 밖으로 향했다.

“슬슬 움직여야 한다!”

병사들에게 외쳤다. 그리고선 주위에 장수들을 불러모아 작전을 시작할 때라는 것을 암시했다. 그 뒤 천막으로 돌아와 생가게 잠겼다.

‘그나저나 그 때 그건 뭐였지? 나는 애초에 옥좌를 노리고 있었자…’

“으윽!”

머리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크윽!”

눈이 감긴다. 또냐?

“어라?”

눈을 떠보니 천막 안이었다.

“잠시 잠들었나? 나도 참 뭐 하는 짓인지….”

무언가 위화감이 나를 덮쳤다.

‘무언가 위화감이….. 나 잠들기 전에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깊게 생각을 해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작전을 실행하러 천막을 나섰다.

‘뭐 내가 잊어 버릴 만큼 중요 것은 아니겠지.’

“전부 대형을 갖추어라 퇴각한다!”

성벽을 감싸고 있던 거대한 군단이 하룻밤 만에 한곳에 모여 천천히 퇴각하기 시작했다.

“장군 저기 적군이 퇴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앳돼 보이는 병사 하나가 상사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 보고를 들은 장수의 얼굴은 밝아 지며 당장 추격하기를 명했다.

“당장 추격해라 이것은 필히 원정간 아군이 돌아 왔다는 신호다. 앞뒤로 그 들을 공략하면 얼마 안가 저들도 무너질 테지. 빨리 성문을 열고 추격하라!”

성문이 재빠르게 열리고 대군이 성문을 통과해 내 달렸다.

“저기 적군이 보인다!!!! 돌격!!!!”

얼마 안가 추격하던 적군을 발견했다.

“뭔가 이상한데? 어째서 뒤돌아 있는거지?”

군대를 지휘하던 자는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감지했지만 이미 상황은 엎질러진 물이었다. 두 대군은 결국 충돌했고 한번에 충돌에 몇 백 명이 죽어 나갔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서 퇴각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돌격!!!!”

결국 포기하고 돌격을 선택한 지휘관은 앞장서 적군을 베기 시작했다. 그렇게 베기를 한참 기습이나 매복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더욱 신이나 소리쳤다.

“뭐냐? 그냥 배수의 진을 친 것이로구나! 그럼 두려울 것이 없다!”

더욱 힘을 쏟아 적군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적군이 퇴각을 해 이쪽을 향한다고? 흥 제 무덤을 파는군.”

다른 사내 한 명이 끼어 들었다.

“흥 유비 그 놈도 결국 돗자리 장수 아니겠소?”

그 말에 진영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네 녀석 말이 맞다. 그 녀석이 운이 좋아 한의 승상이 된 것 이렸다.”

웃음소리를 가로질러 전령 하나가 들어왔다.

“적군입니다 이곳으로 전속력을 다해 달려 오고 있습니다!”

“흥 놈이 왔군 이곳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돌파 하려는 모양이지만 어림도 없지!”

사내는 검을 집어 들고 외쳤다.

“유비에 목을 가져오는 이에게는 금 500근을 내리겠노라!”

그의 외침에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장군 만세!!!!”

흐뭇하게 미소를 지은 그가 곧이어 돌격을 명했다.

“돌겨어어어억!!!!!”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이미 시체를 수 백구는 배었을까? 아직도 돌아오고 있다는 아군이 여기를 당도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한참을 시체를 베어나가던 그가 문뜩 생각이 들었다. 어느 샌가 동쪽에서는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

그는 해가 뜨며 보이는 적군의 옷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지금 자신의 군대가 입고 있는 옷과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머….”

머리가 얼어 지휘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베었던 것은 아군이라는 사실이 역겨웠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다. 애초에 아군 적군을 확인 하지 않고 공격을 감행한 것은 자신이었다. 과거의 자신의 어리석음을 그는 후회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전군 공격을 멈추어ㄹ…….”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가 말을 채 끝내기 전에 그들을 둘러 싸고 있던 산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시선을 산으로 향하자 긴 수염을 휘날리며 서있는 장수와 그 옆에는 사자의 갈기를 연상 시키는 수염을 한 장수가 서있었다. 그들을 본 순간 사내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관우… 장…비”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산 위에 있던 군대는 재빠르게 내려와 자신의 군대를 에워싸 덮쳤다.

“크윽 유비 네이놈!!!!!!!!!!!!!!”

서걱

신체 부위가 잘려나가는 짧은 소리와 함께 소리를 지르던 사내에 목은 땅으로 떨어졌다.

“그래 찾던 유비다.”

검에 묻은 피를 한 번 털어내며 유비는 외쳤다.

“모드 쓸어버려라!!!”

그의 한마디에 수만에 적군들이 쓸려 나갔다. 한 명에 예외도 두지 않았다.

“으윽?!”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유비는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또?”

유비는 다시금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어째서 옥좌를 탐하지? 어째서 저들은 죽어가고 있는가? 그렇지 내가 그들을 이렇게 내몰았다. 자신이 언재부터 사람을 죽이는 것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단 말인가?’

생각이 끝마치자 위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우읍”

결국에는 속을 게워내고선 혼미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는 전장에서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이런다고? 어째서? 이때까지는 아무런 문재가 없었는데? 무엇이 다른거지?”

혼잣말을 하다 문뜩 떠올랐다. 이때까지와 다른 유일한 무언가를.

“이게 그 위화감이었나?”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근대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군.”

애써 고개를 돌려 시체들을 마주하지 않았기에 다시 한번 속을 게워내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소리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크윽!”

결국 유비는 귀를 틀어막으며 전장을 뒤로하고 내 달렸다.

“승상?! 어딜 가십니까?”

가후가 놀라 소리쳤다. 자신을 붙잡는 가후가 잠시 원망스러웠지만 자신이 사지를 내몬 이들을 뒤로하고 도망치는 것도 비겁하게 느껴져 결국 다리는 말을 멈추어 세웠다.

“미안하오 군사, 전장에 뛰어 들고 싶은 마음을 풀기 위해 잠시 뛰어보았소.”

그리고선 가후에게 변명을 내뱉고 조심이 고개를 돌려 자신이 만든 지옥을 마주했다.

“흐읍”

순간 숨이 막혔다. 지옥 말 그대로 지옥 그 자체였다. 한번의 일격으로 죽을 수 있다면 그것은 운이 좋은 쪽이었다. 치명상을 입고도 죽지 못해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다른 동료나 적군에게 밟혀 죽어가는 그들.

“내가 감당 해야 된다. 내가 만든 지옥이다.”

그렇게 자신을 세뇌하며 그는 힘들게 전장으로 시선을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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