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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유비가 되어있었다-29화 (29/36)

〈 29화 〉 너는.......

* * *

피가 튀는 전장이 눈에 보인다. 얼마 전까지 만 해도 버틸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린 그 전장. 하지만 지금은 놀랍게도 아무런 반응이 몸에서 오지 않는다. 방금 과는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는 데 어떻게 몸에서 오는 반응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단 말인가.

‘뭐가 다른 거지?’

가면 갈수록 의문점이 늘어만 갔다. 무엇이 달라서 내 몸의 반응이 이렇게 극과 극인지.

유비가 고민을 하는 도중에 전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적군의 대장은 꽤나 훌륭하게 혼란을 잠재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만 보고 있을 가후가 아니었다. 가후는 뒤고 있던 부채를 들고선 군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으로 인해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관우의 군대가 덮친 방향에서 조운이 이끄는 군대가 합세 하여 힘의 균형이 관우의 군대로 쏠리기 시작했다.

여태 잘 버텨 왔던 힘의 균형이 한 쪽으로 쏠리기 시작하자 적의 군대는 다시 한번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하필 관우와 조운이 밀어붙이는 쪽에는 적의 지휘관이 있었다.

“이 무슨?!”

당황한 적의 지휘관이 외친다.

“적군이 군을 옮겨 우리군의 진영을 부서트리려는 것이다! 빨리 이 곳으로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하라!”

역시 전장에서 꽤나 구른 이 다운 발 빠른 대처였다. 하지만 관우와 조운이 가진 파괴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들이 한번 크게 휘두른 창은 한번에 5 6명에 인원을 베었다. 그리고 그 파괴력을 앞세워 지휘관이 있는 곳 까지 진영을 뚫는데 성공하였다.

“이러다가는 우리 모두가 죽는다! 최선을 다해 막아라!”

목이 터져라 외쳐대며 버텼지만 그는 이미 승패가 가린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포기 할 수 없다고 다짐하며 자신이 앞장서서 말을 몰고 나섰다.

“네 목 이 몸이 가져가도록 하지!”

이 상황을 타파할 유일 방법이었다. 그는 말을 몰아 관우에게로 돌진하였다. 하지만 그것에 당해줄 리 없는 관우였다. 그는 가볍게 언월도를 들어 그의 일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차고 있던 검을 빠르게 뽑아 들소선 가슴을 향해 찔러 넣었다. 일격이 막힘과 동시에 그의 팔은 반동으로 인해 하늘에 떠있었으니 자신의 목숨을 노려오는 검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아 이렇게 끝이 나는 구나…….’

짧은 주마등이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그의 눈 앞은 어둠에 휩싸였다.

털썩

땅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사자와 같은 포효와 함께 관우는 승전보를 띄웠다.

“적장의 목을 베었다!!!!! 지금 즉시 항복하지 않는 자는 모조리 베어 버릴 것이다!!!!”

안 그래도 땅에 떨어져있던 사기가 지휘관의 죽음으로 인해 더 상실되었다. 결국 마지막 기둥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들은 무장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들어라!!!!!!!!!!!! 아군이 승리하였다!!!!!”

그렇게 유비가 최종적으로 승리를 선언하였고, 기나긴 전쟁의 막이 내렸다.

얼마 안가 군을 수습한 유비는 서둘러 촉의 수도인 성도로 다시 향하였고, 패전하여 목이 베인 신하들의 목을 본 유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항복을 선언하였다.

“반역자 유언을 포박하라!”

유비의 명이 떨어지자 항복을 선언한 유언은 어느새 무릎이 꿇려 속박 당한 채 유비의 앞으로 끌려 나왔다.

“오랜만입니다?”

유비가 가볍게 인사를 건냈다.

“오랜만이군.”

유언은 씁쓸하게 웃어 보이며 답했다. 마지막과는 다른 상하 관계. 지금의 관계에서 그는 명백히 하에 있었다. 한낱 죄인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랜만이군’ 이라는 그의 발언 자체가 꽤나 무례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유비는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하긴 황제라 참칭 할 정도면 아주 호강 하였겠지요.”

“허허, 참으로 그렇구나.”

둘은 마치 오랜만에 본 지인처럼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때까지 황제로서의 삶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허허, 참으로 힘들었지만 보람찬 일이 아니더냐? 나는 만족하였다.”

어느새 차까지 가져와 담소를 나누는 둘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길 말씀은 있으십니까?”

“주상께 전하게 강녕하시라고 말일세.”

“알겠습니다. 전해드리지요. 그럼 편히 가시길.”

덤덤하게 걸어가던 그가 잠시 걸음을 멈추어 뒤를 돌아 보았다.

“내 가족도 편하게 보내주시게.”

유비는 그의 말에 웃으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 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위해 유비는 예를 갖추어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하고 한나라의 황제를 참칭한 한 사내는 그 날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내다운 남자였다.”

짧게 감상을 남긴다. 유비에 기억으로 인해 과거 유언을 만난 기억이 있지만 그를 직접보고 판단 하는 것과 옛 기억을 가지고 그를 판단하는 건 천지 차이이다. 그게 자신의 기억이 아니라면 더더욱 말이다.

“예. 참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옆에 있던 가후가 대꾸했다.

“그럼 들어가지, 앞으로 해결해야 되는 일들은 아직 산더미처럼 남아있으니 말일세.”

유비는 유언과 그의 가족들의 처형식을 뒤로 한 채 유언이 지어 놓은 멋들어진 궁궐로 들어갔다.

“그럼 일단 익주는 다시 한나라에 귀속 되었다는 것을 공표하라!”

유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수들은 병사들을 불러 명을 전달하였다. 명을 전달 받은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명을 수행하러 나섰다.

“일단 여기에는 원양을 임시로 익주목으로 임명하고 2할의 군사를 두고 조정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그러는 편이 좋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가후와 조조가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양! 너의 임무를 잘 알고 있겠지? 너에게 익주를 맡길 테니 추가적으로 명령이 내려 올 때까지 익주를 맡기도록 하겠다.”

“예”

하후돈이 앞으로 나와 예를 올리고 급하게 방을 나섰다.

“그럼 나머지는 돌아갈 채비를 하도록!”

말을 끝마치고 유비는 잠시 막사로 향했다. 그에게는 아직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어째서 정신이 오락가락 하던 게 갑자기 완화가 된 거지?’

그는 앞서 전투에서의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되뇌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나는 한 순간 이 몸이 가지고 있던 평정심과 모든 추가적 능력치가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전장을 보고 토를 하였고 혼절하였다. 마치 내 안의 무언가가 빠져나간 것처럼 말이야. 어째서?’

고민을 계속하다 보니 점점 잠이 몰려왔다. 그리고 두통이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눈이 감긴다. 이내 시야가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다시 눈이 떠졌다. 언잰가 본적이 있는 풍경의 방 안이었다. 구름이 바닥에 깔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어냈다.

“여긴…..?”

신과 만난 장소. 하지만 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신은 어디 있지?’

궁금증을 뒤로 한 채 유비는 방안을 둘러 보았다.

“이방 몰랐는데 황궁보다 넓은 걸?”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가 향하던 방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한가? 이렇게 보는 것은 처음이군 그래.”

그리고 그는 곧이어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바라본 방향에는 한 사내의 실루엣이 보였다. 연기가 자욱하여 잘 보이지는 아니하였지만, 자신과 비슷한 체구를 지닌 이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유비가 의문이 들어 물었다. 그리고 그에게 돌아온 답은 그를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나를 모르는가?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다만 현진.”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름을 아는 것은 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물었다.

“신?”

하지만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 나는 신이 아닐세. 물론 그 신이라는 자를 알기는 한다만……”

실루엣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실루엣 이 벗겨지며 점점 사내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말일세…….”

그리고 마침내 들어난 그의 정체 유비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사내는 미소 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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