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완벽한 북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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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 정벌은 원소의 몰락과 함께 쉽게 끝나버렸다.
북평은 여전히 원소의 아들이 버티고 있었기에 완벽히 끝내지는 못하였다.
“원담이 아직 북평에 존재하니 아직은 물러 설수 없소이다.
우리는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어 하북을 정벌하러 온 자들.
그러니 명을 완수 할 때 까지는 돌아갈 수 없소.”
유비의 선언에 중신들은 모두 일제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 말에 동의 하였다.
“그럼 이견은 없다고 받아드리고 계속해서 북벌을 진행하는 것으로 하겠소.”
유비는 서신을 적어 도읍의 황제에게 전황을 보고하였다.
이를 본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유비의 청을 들어 주었고,
유비는 원담을 제외 한 모든 원가를 살려줄 것을 약조하였다.
“폐하께서 명하시어 이들을 살려두라 명하였음에 너희들을 벌하지는 않겠다.
허나 아직 북평에서 항전을 펼치고 있는 원담에게는 자비를 베풀지 아니 할 것이다.”
유비의 선언에 살아남은 원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 알아 들은 것으로 내 알아 듣겠다. 모두 썩 꺼지거라.”
호통치는 유비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 원가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모두 물러난 것을 확인한 유비는 뒤돌아 어린 제자에게 명하였다.
“군을 재정비하여라.”
하북에서 세력을 겨우 유지하던 원담 또한 호족들의 동요는 막을 수 없었다.
이미 북평의 호족들은 원가의 대한 믿음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아직 북평 한정으로는 원담의 세력이
아직 강세를 보이는 중 이였기에
딱히 그 불만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은 없었다.
그저 유비군이 그를 친히 토벌하러 오는 것을 기다릴 뿐이었다.
“이미 대세가 기울었소. 백성들은 유비를 칭송하며,
하늘은 유비만을 비추고 있으니 우리 또한 유비군에 붙어
대세를 함께함이 어떠한가?”
다른 호족들은 이 발언에 대해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유비는 인덕이 있고 인자한 자라고 하니
투항한 우리를 해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오.
유비가 군을 이끌고 북평에서 3일 남짓한 거리까지
와있다고 하니 야밤에 성문을 열어 그에게 이 북평과 원담을 넘기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호족들은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고개만을 끄덕일 뿐이었다.
그 누구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을 끄덕이며 무언의 찬성만을 할 뿐.
“그럼 이견은 없는 것으로 받아드리겠소.”
“북평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가?”
유비의 물음에 법정이 다가와서 답했다.
“앞으로 3일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앞으로 3일이면 하북을 완전히 평정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호족들은 이미 원담을 배신할 생각이더군.”
유비가 품속에서 서신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그것은 무엇이옵니까 승상?”
법정의 물음에 유비는 말없이 그에게 서신을 건넸다.
서신을 건네 받은 법정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펼쳐 보았다.
법정은 서신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고는 피어 오르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과연 생각보다 일이 더욱 쉽게 풀리는 군요.”
법정의 말에 유비도 함께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 말이 참으로 옳소 효직.”
예정대로 유비군은 3일후 북평에 도착하였다.
“원담아 이미 아비도 잃고 그 아비가 물려준 땅을 태반을
잃고도 아직 항전하기를 원하느냐?
나였으면 고개를 감히 들지 못하고
창피하여 감히 항전할 생각도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너의 그 각오를 인정하니 이제 그만 성문을 열고 백기를 들고 나오라.
나오거든 너의 가솔들의 목숨만큼은 보장해 주도록 하지.”
유비군의 싸구려 도발.
하지만 원담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 끝까지 분노한 그는 소리쳤다.
“네 이놈!!!
감히 나와 아버지를 모욕하다니
내 너를 죽어서도 용서치 않으리!!!”
소리치며 성문을 열고 나오는 원담.
“유비 네 이놈 목을 길게 빼놓거라!!!!”
최악의 선택. 병사의 수도 유비군보다 부족하고 장수의 수
무엇보다 보급의 수준이, 이모든 것이 그들보다 부족한 원담군이었다.
근데 그런 원담군이 성문을 열고 유비군과 전면전을 버린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그저 압도적인 패배만이 원담을 반길 뿐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는 서둘러 퇴각을 명했다.
“전군 성으로 퇴각하라! 퇴각하라!”
대부분의 군사가 성안으로 퇴각한 것을 확인한 원담은
서둘러 성문을 걸어 잠궜다.
굳게 잠긴 성문을 뒤로하고 유비군은 뒤로 물러나
성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조금에 틈도 없이.
포위된 성안에서는 분노에 찬 원담의 절규만이 울려퍼졌다.
그 분노 속에서도 간신히 이성을 잡고 있었기에
성문을 열고 나가는 실책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어찌 나는 아버지가 일궈낸 업적 중 일부도 해내지 못하는가?
아버지가 일궈낸 아버지가 지켜낸 이 하북 또한 지키지 못했네.”
신세를 한탄을 해보아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자신은 여전히 성안에 숨어있고
여전히 상대는 성을 포위하고 있다.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여기서 끝나는 구나.”
자신의 최후를 직감한 원담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밖에서 지켜보는 두 사내가 있다.
“효직 오늘밤이 참으로 기대되지 아니한가?”
그는 숨길 수 없는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묻는다.
“실로 그러합니다 승상.”
똑 같은 미소가 답을 하는 이에게서도 피어 오른다.
두 남성은 닫혀있는 성문을 바라보았다.
고요함만이 감도는 밤.
끼익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요함이 깨진 밤.
정적을 무너트리는 함성소리.
은은한 달빛에 비쳐진 피로 물든 날붙이들.
터져 나오는 함성소리와 절규와 절망으로 물든 비명.
달빛에 비쳐 보랏빛을 띄우며 흩날리는 혈흔.
그리고 다시 한번의 정적.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 달은 구름 속으로 제 모습을 감추었다.
고요함을 다시 되찾은 밤.
그 무엇도 감출 수 있을 것 만 같은 짙은 어둠이 깔린다.
성안의 시체들은 그 짙은 어둠마저 감추지 못하였는지
성안을 가득 매워 역겨운 피비린내 만을 풍기고
이를 본 그들의 지도자는
조용히 자신의 목을 그을 뿐이었다.
마침내 감추어진 모든 것을 밝힐 태양이 떠오르고
따뜻한 빛은 이미 차게 식은 시체들을 덮어 주었다.
“효직 모든 것이 끝났구려. 단 하룻밤 만에 말이오.”
성안을 가득 매운 시체를 바라보며
유비는 복잡한 눈빛으로 말을 꺼냈다.
“예 승상. 모든 것이 끝났사옵니다.”
법정은 유비 옆에 붙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고생한 이들을 위해 연회나 열지.”
유비의 말에 법정은 답했다.
“바로 준비 하겠습니다.”
“어이 승상!”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내린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눈을 돌리니
그 곳에 보인 것은 천하무쌍이라 불리는 여포였다.
“우린 승리했어.”
여포가 말했다.
“그렇지 우리는 승리했다.”
유비가 답한다.
“근데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는 거야?”
여포가 걱정되는 목소리로 묻는다.
“나도 모르겠다. 그저 이렇게 별 하나가 이리 지니
그것이 조금 허무하다 느낄 뿐이다.”
유비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그나저나, 여포 참으로 훌륭했다. 열심히 해주었구나.”
유비의 진실된 칭찬에 여포는 얼굴을 붉혔다.
“그거야 다, 당연한 거지. 나는 승상, 당신의 사람이니까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야.”
유비는 여포에 답에 웃으며 말했다.
여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하하하. 네 말도 참으로 옳구나.
나의 사람인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
참으로 옳은 말이야.”
유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얼굴이 더욱 붉어진
그녀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