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날 후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건지 알 수 없었다. 서연은 멍청한 얼굴로 컴퓨터만 타닥타닥 두들기고 있었다.
그런 서연의 곁에서 백 대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 주임. 이 프로님이랑 아는 사이였으면 미리 말 좀 해주지 그랬어.”
“네? 아, 아 그게…….”
지난번 무단 펑크 사건 후로 사무실에서는 이원을 흉보는 목소리가 제법 많았었다. 당연히 담당자인 백 대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백 대리는 자신이 과거에 했던 발언들을 후회하는 건지 민망하다는 낯으로 웃어 보였다.
“미안해, 말조심 좀 하는 건데…….”
“아니에요, 저도 공과 사는 명확하게 구분하는 편이어서…… 아마 원이도 몰랐을 거예요. 제가 여기서 근무하는 거 말이에요.”
그제야 백 대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혹 내부의 안 좋았던 분위기가 이원에게 흘러 들어갈까 걱정한 듯했다.
‘걱정 마세요, 대리님. 저는 그 미친 변태 놈보다 대리님이 더 좋답니다.’
서연이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백 대리에게 따뜻한 커피를 한 잔 건넸다. 그래, 과거라면 당연히 회사 선임 백 대리보다 오랜 친구인 이원을 선택했겠지.
하지만 지금 서연에게 원은 저를 희롱한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처음부터 SNS에서 나인 걸 알아보고 접근한 거란 소리잖아.’
미친 변태 새끼. 그렇게 사람 가지고 놀면 재밌어? 세계 랭킹 1위라면서 그렇게 한심한 짓이나 하면서 시간 때워도 되는 거야? 확 그냥 나도 고추 사진 퍼트려 버릴까 보다!
“정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한동안 연락도 잘 안 했던 사이라…….”
오히려 걱정해야 할 건 제 쪽이었다. 괜히 백 대리가 내부에 소문이라도 잘못 퍼트려서, 이원과 무척 가까운 사이라고 과장된 이야기가 흘러 들어간다면…….
‘정말 최악이네.’
그것을 빌미로 윗선에서 다시 한번 이원 인터뷰 일정을 잡아 오라고 압박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저번처럼 펑크라도 나는 일이 생기면, 그땐 또 제게 좋지 않은 시선이 쏟아질 게 분명했다.
“대리님. 혹시라도 이번 일, 내부에는…….”
“걱정 마, 절대 말 안 할게.”
“감사합니다. 꼭 좀 부탁드려요. 저도 어디 가서 내세울 만큼 가까운 사이는 절대 아니어서…….”
백 대리의 호탕한 웃음에 그제야 서연 또한 안도할 수 있었다. 이 망할 이원 놈은 도대체가, 제 인생 곳곳 어디든 간섭을 안 하는 곳이 없었다.
* * *
이원 : 어디냐?
이원 : 퇴근 ㅇㅈ?
이원 : 얘기 좀 하자 ㅡㅡ ㅅㅂ 언제까지 씹을 건데
무거운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서연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힐긋 확인하여 발신인을 본 서연은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다시금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었다.
‘개새끼.’
얘기할 게 뭐 있어.
사실 원 또한 메시지 상대가 저라는 걸 모르는 상태였다면 얘기가 달랐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애당초 알면서 제게 메시지를 한 게 틀림없었다.
‘그게 미친놈이지 대체 뭐야.’
개변태 새끼. 더러운 놈. 그래도 난 정말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런 저열한 짓을 할 수가 있어?
서연이 도저히 죽지 않는 분노를 삭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렇게 도착한 제 원룸 앞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익숙한 실루엣. 이원이었다.
그를 확인한 서연은 공격적으로 말이 뱉어졌다.
“너 뭐야. 네가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
“너희 어머니가 알려주셨는데.”
태평하게 어깨를 들썩여 보인 원이 은근슬쩍 서연을 향해 다가왔다. 서연은 경계심을 잔뜩 세우고 매섭게 그를 쏘아봤다.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꺼져.”
“아, 또 왜 그러는데.”
“왜 그러냐고?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해?”
서연은 저를 붙잡는 원의 손을 뿌리치며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너는 나한테 그딴 짓 해놓고 내 얼굴 볼 생각이 들어?”
“그딴 짓은 나 혼자 했냐? 씨발, 너도 좋다고 보지 비비고 쑤시고 할 거 다 했잖아.”
“나는 너인 거 몰랐으니까 그랬지! 너는 다 알았다는 거 아니야!”
서연은 그의 장난감이 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불쾌했다. 그런 저와 달리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원 때문에, 서연의 표정은 점점 더 엉망으로 일그러져갔다.
“내가 우스웠냐? 하긴 그러니까 그딴 짓을 장난이랍시고 할 수 있었겠지.”
자조적으로 말하는 서연을 보며 이원이 미묘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장난 아니었는데.”
“그럼 진심으로 나랑 폰섹이라도 하고 싶었냐?”
“어.”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단호한 대답에 오히려 말문이 막힌 건 서연이었다. 당황한 서연이 무어라 대답을 못 하고 입술만 달싹였다.
“미친 거 아니야?”
“안 미쳤는데.”
나랑 폰섹을 하고 싶었다고?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소린데? 상식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친구랑 폰섹 같은 걸 하고 싶어 하나? 서연은 대학 시절 스쳐 지나갔던 남자 동기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그와 폰섹을 하는 상상을 이어 나가다 역겨워서 곧장 그만두었다.
‘이거 진짜 미친 새끼였네.’
너무 골프만 쳐서 대가리가 어떻게 됐나? 아니면 설마 여태 골프공을 친 게 아니라 자기 대가리를 치고 산 거였어? 서연이 그렇게 생각하며 자조적으로 한숨을 뱉었다.
“너 발정 났어?”
“너한테는 항상 나 있었어.”
이것도 질 나쁜 장난의 연장선은 아닌지, 서연이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그를 훑었다. 하지만 워낙 덤덤한 낯의 그였기에 속을 읽을 수가 없었다.
한차례 화를 쏟아내고 나자 조금은 진정된 서연이 가만히 서서 심호흡했다. 그러자 원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해, 너한테 장난치거나 희롱하려는 뜻은 절대 없었어.”
여태 능구렁이처럼 굴던 태도와 달리, 제법 진중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서연은 한층 화를 누그러트리고 되물었다.
“그럼 뭔데?”
원이 작게 한숨을 토했다. 그러고는 말을 고르듯 짧게 뜸을 들였다. 그의 눈이 아무것도 없는 아스팔트 바닥을 바쁘게 훑어대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원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처음엔 정말 우연히 어쩌다가 SNS에서 보게 된 건데…… 아니, 딱 봐도 니가 사는 원룸에 네 손이잖아.”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봐? 그리고 알아봤으면 모른 척 그냥 지나가든가, 대체 왜 그런 거냐고!”
“신경이 쓰이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가.”
“아, 그러니까 네가 뭔데 신경을 쓰고 말고야!! 네 알 바 아니잖아, 내가 그런 SNS를 하든 말든!!”
서연이 씩씩대며 말을 뱉었다. 눈앞의 원을 바라보는 눈초리 또한 매서웠다. 조금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한번 분노로 불타올랐다. 잔뜩 소리쳤음에도 서연은 속이 시원하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내가 죄라도 지었어? 아니면 누구처럼 여기저기 민폐 끼치면서 사고라도 치고 다녔어? 대체 네가 무슨 상관이야!”
“그게 아니라 그냥 기분이 좆같잖아! 너가 그런 수갑 같은 거 다른 새끼랑 쓴다고 생각하니까!!”
서연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니, 원의 목소리 또한 덩달아 커져 갔다. 뭘 잘했다고 저를 따라 언성을 높이는 건지. 그런 원이 괘씸해서, 서연은 더더욱 흥분하여 대답했다.
“아니, 네가 왜 좆같냐고!! 수갑이 죄야? 어?”
“씨발, 그냥 옛날부터 이랬어!! 옛날부터 네가 다른 새끼들이랑 말하는 것만 봐도 기분 좆같았다고!! 그런데 다른 남자랑 떡치는 것도 모자라서 씨발, 수갑은 얼마나 더 좆같겠냐!!!”
“허, 참내. 야, 누가 들으면 네가 나 좋아하는 줄 오해라도 하겠다?”
“너 바보냐? 그걸 이제 알았어? 내가 씨발, 그럼 할 일 없어서 골프장 다니느라 바쁜 와중에도 네 주변 껄떡거리면서 돌아다녔겠냐? 너 내가 중고등학교 때 얼마나 바빴는지 알아? 학교도 못 나갈 정도로 바빴는데, 맨날 너랑 시시덕대고 다녔잖아. 그게 괜히 그런 줄 알아?”
그러다 뱉어진 원의 말에 서연이 잠시 멈칫했다.
‘…방금 뭐라고?’
쟤가 지금 뭐라고 말한 거야? 내가 뭘 들은 거지?
여태 꽥꽥대며 소리를 지르던 서연은 얼빠진 얼굴로 슬그머니 원을 올려다봤다. 원은 격한 감정이 아직 남아 있는 얼굴로 가쁘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원은 공격적으로 되물었다.
“뭐, 씨발 꼽냐? 이젠 내가 너 좋아하는 것도 아니꼬워?”
“아니… 뭐라는 거야. 그리고 말을 그따위로 처하면서 좋아한다는 소리 하는 새끼가 대체 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는데?”
그 말에 원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미간을 좁혔다가 풀었다가, 입술을 씹었다가 놨다가. 한참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는 두 손을 들어 마른세수를 하며 작아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씨발… 쪽팔려서 말이 예쁘게 안 나가.”
아무렇지 않은 척 사납게 대꾸한 서연이었지만, 당황한 건 서연도 마찬가지였다. 서연은 쿵쾅이는 심장을 애써 숨기며 머릿속으로 빠르게 원이 한 말을 다시금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잠시만, 나를 좋아한다고?’
누가. 이원이? 말도 안 돼. 쟤가 왜?
서연은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그에게 물었다.
“야, 야! 그리고 너…… 좋아한다면서 나한테 연락도 딱히 안 했잖아. 그게 좋아하는 거 맞아?”
“연락을 안 하긴 뭘 안 해. 맨날 선톡 해도 누가 자꾸 처씹어먹으니까 포기한 거지.”
아, 그렇네. 생각해보니 취업하고부터 내가 많이 씹었구나. 서연은 과거 자신의 행동에 짧게 탄식했다.
“아니, 아무튼! 조, 좋아하는데 왜 음침하게 모르는 척 메시지나 보내냐고!! 폰섹 유도하면서!!”
“아. 몰라 씨발, 미안해!! 그냥 너랑 떡치고 싶었어!!”
“미친놈아! 목소리 안 줄여?”
조용히 하라는 말에 원은 곧장 서연의 귓가에 속삭였다.
“너랑 떡치고 싶어서 그랬어. 됐냐?”
그 말을 들은 순간. 서연은 직감했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이런 식으로 원을 마주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일 때문에 마주치게 될 거라는 최악의 상상은 했어도, 폰섹 상대가 이원이라니.
‘게다가 날 좋아한다니!’
“그, 그런다고 내가 어? 좋다고 받아줄 거 같냐? 변태 새끼…….”
“알아, 씨발. 아니까 뒤에서 음침하게 너한테 메시지나 보내고 너 셀카 보면서 딸이나 치고 씨발, 그런 거 아니야!!”
“뭐, 뭐? 내 셀카 보면서 뭘 해?”
“딸쳤다고! 어디 딸만 쳤냐? 너랑 떡치는 생각도 수백 번 했다, 왜 어쩔래?”
“미친…….”
“좆같아, 씨발…… 지금도 발기했어. 너랑 섹스하고 싶어.”
“…너 정말 미쳤어? 진짜 개변태 새끼….”
“이왕이면 건강하다고 해줄래?”
“친구 셀카 보면서 딸치는 게 건강한 거냐?”
“적어도 좆은 건강하다는 거지.”
할 말을 잃은 서연은 입만 벙긋거렸다. 그러고는 머리 아프다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바닥으로 떨궜다.
한데, 바닥이 눈에 보이기 전에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게 있었으니.
원의 불룩한 앞섶. 우뚝 솟아오른 다리 사이.
분명했다. 사진으로 본 적 있는 게 틀림없는 그…… 그, 그 큼직한 고추!
놀란 서연은 괜히 오버스럽게 헛기침을 했다. 그런 그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은 용기 내어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 덕분에 발기한 고추가 서연과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야, 차서연. 나 너 좋아해.”
알았으니까 원아. 우리…… 고추는 좀 치우고 말할까?
서연은 차마 뱉지 못한 말을 입 안에서 굴렸다. 원이 무어라 더 주절대며 학창 시절 둘만의 추억을 나불대고 있었지만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서연의 눈에는 오직 원의 고추만이 보였다.
“내 말 듣고 있어?”
서연이 제 말에 귀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린 원은 다시 한번 서연을 불렀다.
“차서연.”
“…….”
“아, 씨발. 사람이 고백하는데. 좀 들어보라고!”
“드, 들었어! 들었다고. 나도 알아. 네가 방금 말했잖아. 나 좋아한다고.”
그렇게 얼버무리는 와중에도 서연의 눈은 원의 튼실한 두 다리 사이에 꽂혀 있었다. 아까부터 움찔대는 그곳이 온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오, 씹, 듣긴 뭘 들어, 아까부터 내 좆만 쳐다보고 있으면서!!”
“아니… 고추를 귀로 보냐? 눈으로 보지? 보면서도 듣기는 다 들었거든?”
“얼씨구, 그래? 다 들으셨어?”
“어, 다 들었어.”
“그럼 이제 내 좆 좀 만져줘.”
“……뭐?”
“고추 좀 만져달라고.”
“뭐라는 거야.”
“왜? 다 들었다며? 내가 고추 만져달라고 한 건 못 들었냐?”
원이 아주 당당하게 그녀의 앞에 제 앞섶을 들이밀며 말했다. 꼬라지가 우스울 법도 한데, 어처구니없게도 허우대가 훤칠해서 그런지 그 모습마저 화보집의 한 장면 같았다.
“웃기지 마. 네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데?”
“씨발, 안 낚이네.”
“낚이겠냐?”
“……어, 너 멍청해서 낚일 줄.”
그 말에 순간 욱한 서연이 짜증스럽다는 듯 소리쳤다.
“너는 진짜 고백을 하는 거야, 사람 놀리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이 나와?”
“장난 아니라고! 나 아까부터 진지해!!”
“그럼 진지하게 좀 말해, 깐족대지 말고!”
“진지하게 어떻게? 어떻게 하면 되는데?”
원이 스스로의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트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기자들 앞에서나 보이던 정돈된 목소리 톤으로 입을 열었다.
“서연아, 나랑 섹스해줄래? 네가 내 고추를 만져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떡도 치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오늘 네 보지에 내 고추 좀 넣어도 될까?”
진중한 목소리 톤으로 속삭이는 어처구니없는 음담패설에 서연이 경악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자 원이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마치 수녀님들이나 지을 법한 자애로운 낯으로 말을 이었다.
“자꾸 그렇게 쳐다보면 뒤치기도 하고 싶어져. 우선 우리 추우니까 들어가서 얘기할까? 내 고추도 춥대.”
어이없는 상황에 서연은 헛웃음만 흘렸다. 하지만 더 어이없는 건, 저딴 소리를 듣고 현관문을 열고 있는 자신이었다.
* * *
“서연아, 혹시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현관에서 신발을 벗던 원이 여전히 낮게 깔린 목소리로 서연에게 말을 붙였다. 느끼함을 견디지 못한 그녀가 그만하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 그 목소리로 말하지 마. 개오글거려.”
“그래? 그럼 편하게 말할게. 혹시 너 지금 보지 젖었냐?”
“이거 진짜 미친 새끼 아니야?”
“미친 새끼 아니고요. 진지한 새끼라고 해주실래요?”
“미친 새끼 맞거든?”
“그래, 우선 그렇다고 치자. 지금 중요한 건 내가 미친 새끼냐, 진지한 새끼냐 이게 아니야.”
“그럼?”
“네 보지가 젖었냐, 안 젖었냐지.”
“아이씨, 진짜…….”
아까부터 보지 보지 섹스 섹스. 이 새끼는 뇌에 이것밖에 안 들었나!
하지만 서연이 짜증 섞인 말을 뱉기도 전에, 원의 손이 더 빨랐다. 그는 잠시 틈을 놓치지 않고 곧장 서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지체 없이 치마 속으로 손을 들이밀었다.
“꺄악!”
서연이 단말마 같은 비명을 지르며 놀라 버둥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굳은살이 박인 원의 손끝은 도톰한 음순 사이를 팬티 위로 두어 번 왔다 갔다 하며 움직였다.
“어, 어딜 맘대로 만져!”
“쉬이, 괜찮아. 나도 내 자지 맘대로 만지게 해줄게.”
“그딴 거 필요 없거든?”
“왜, 아까는 뚫어져라 쳐다봤으면서.”
그렇게 말하며 원이 짓궂게 제 앞섶을 서연의 허벅지에 비비기 시작했다. 낯설고 단단한 촉감에 서연은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굳혔다.
“수갑 어딨어?”
“알려줄 거 같냐?”
“응,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묶인 채 박히는 거.”
“뭐래.”
“소원대로 해줄게. 나도 너 묶어놓고 씹질 존나 하고 싶었거든. 옛날부터 이랬어.”
그는 지금 농담이 아니라는 듯 거칠어진 숨을 토하며 제 바지 버클을 풀고 있었다.
“미, 미친…… 벗지 마. 바지 벗지 마!”
“빨리 벗으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확실히 벗지 말라는 말과 달리 서연의 눈은 원의 다리 사이에 꽂혀 있었다. 마치 어서 벗으라는 듯, 네 고추가 보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
“네, 네 고추 같은 거 보기 싫거든? 절대 볼 생각 없거든? 절대 안 궁금하고 만지기도 싫고 또…….”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서연의 목소리는 흥분감에 떨리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은근히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거짓말이잖아. 사실은 내 좆 보고 싶으면서. 어디 보고만 싶어? 목구멍까지 쑤셔박힐 정도로 존나 빨다가 보지 벌리고 울어댈 거면서.”
그러다 불현듯, 언젠가 엄마가 말했던 원의 칭찬이 떠올랐다.
-어휴, 원이 걔는 애가 어쩜 어릴 때부터 참 착하고 순하고 그러더니. 커서는 이렇게 큰 인물도 되고 말이야…….
엄마는 몰랐을 것이다. 착하고 순하다고 한 이원 저 빌어먹을 놈이 엄마 딸에게 보지가 어쩌고 좆이 어쩌고 하게 될 거라는 걸 말이다.
그렇게 서연이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손목에는 무언가가 철그렁 채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부들부들 익숙한 촉감. 그녀가 뒤늦게 확인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수, 수갑?’
그랬다. 서연의 손에는 그녀가 얼마 전 포스팅했던 사진 속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망할.’
예전에 사진 찍는다고 꺼내둔 뒤, 치우는 걸 깜빡했다. 집 청소 좀 자주자주 할걸. 서연이 자신의 게으름을 탓했지만 이미 수갑은 채워진 후였다. 털이 수북한 덕에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당연했다. 제 수갑의 첫 사용자가 이원일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었으니까.
“야, 이, 이원…… 우, 우선 우리 말로 대화할까?”
“뭐래, 발정 난 눈으로 내 고추 본 게 누군데.”
“아, 아니거…….”
“내가 널 일이 년 봤냐? 내 좆 먹고 싶은 건 마찬가지면서 아닌 척하지 마.”
원은 눈 하나 꿈쩍 않고 서연의 말을 잘라먹었다. 분했지만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 입술만 잘근잘근 씹었다.
“하긴, 앵앵대면서 튕기는 게 더 꼴리긴 해.”
“……진짜 변태 새끼.”
“응, 수갑 좋아하는 너도.”
“존나 변태 싸이코 새끼.”
“응, 그렇게 말하면서 실은 박히고 싶은 너도!”
얄미운 대답에 서연이 짜증 난다는 듯 그를 쏘아봤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원의 표정이 괘씸하기만 했다.
“나 지금 기분 좋아.”
서연이 왜라고 묻지 않았음에도 원은 홀로 자문자답했다.
“왜냐면 드디어 너랑 떡칠 수 있으니까.”
“미친놈.”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고. SNS에서 만난 별 개새끼들도 다 쑤셔봤을 보진데, 나라고 못 쑤실 건 없잖아? 오히려 내가 제일 나았으면 나았지. 안 그래?”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서연은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SNS에서 만난 별 개새끼들도 다 쑤셔봤을 보지?’
이거 설마 지금 내 얘기 하는 거야?
모태솔로인 서연은 잠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 내가 왜 SNS에서 별 잡놈들이랑 다 떡쳐 봤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성인용품 계정을 운영한다고 해서 섹스도 많이 해봤을 거라는 건 편견이고 고정관념이라고! 이 무식한 놈아!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치밀었지만 뱉어낼 수는 없었다. 큼직한 손이 무식하게 제 팬티 속을 파고들었으니까.
“야, 야! 잠시…… 흣.”
잠시만, 이라고 뱉어지려던 말은 너무나 쉽게 끊어졌다. 은밀한 속살 위를 더듬던 손이 축축한 점막을 짓누른 순간, 서연의 몸은 힘이 쭉 빠져나가 버렸다.
“아……!”
간질간질한 감각에 서연은 휘청이며 원의 품에 몸을 기댈 수밖에 없었다. 손을 결박당한 탓에 벽을 짚지도, 중심을 잡을 수도 없었던 탓이었다.
끈적한 숨을 한 번 내뱉은 원은 몸을 가까이 바싹 붙였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침대로 서연을 유도해냈다.
“씨발, 차서연 보지 젖은 거 봐.”
“안 닥…… 읏, 안 닥쳐?”
“닥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여야지. 안 그래? 서연아, 그냥 닥치고 신음이나 뱉어.”
그가 장난스럽게 말하며 볼록 솟아오른 클리토리스를 사정없이 비벼댔다. 순간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는 듯한 쾌감을 느끼며, 서연이 침대 위로 무너졌다.
“하읏, 흐…….”
그렇게 쓰러진 서연 위로 원이 기다렸다는 듯 올라탔다. 그리고 달칵대는 소리가 몇 번 나더니, 큼직한 살덩이가 서연의 눈앞에 나타났다.
“입 벌려, 차서연.”
원은 울퉁불퉁한 제 좆기둥을 쥐고 질 나쁘게 킬킬대고 있었다.
“빨아야지. 응? 네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내 좆이잖아.”
“누가…… 읏, 보고 싶었다고…….”
“닥치고 좆이나 빨라니까? 말귀 못 알아들어?”
진심인 건지 원이 제 것으로 서연의 뺨을 제법 세게 툭툭 치기 시작했다. 뭉툭한 살덩이로 맞는 기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게 서연이 원하던 플레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속하게도 서연의 질구는 흥분으로 조여들고 있었다.
“입 벌려. 오빠가 자지 먹여준다잖아.”
“오빠는 무슨 얼어 죽을 오…… 으읍, 읍……!.”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원이 우악스럽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제 것을 밀어 넣었다. 커다란 손아귀는 서연의 머리칼을 쥐고 더욱 깊숙이까지 좆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으우…… 읍, 으읍!”
서연이 버둥거릴수록 입 안을 꽉 채운 성기는 더더욱 깊어졌다. 이대로라면 목구멍까지 쑤셔질 것만 같았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무식한 행위에 서연의 심장이 쿵쾅댔다. 물론 흥분으로 인한 두근거림이었다.
힐긋 본 원의 얼굴 또한 욕정으로 가득했다.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익숙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서연은 이상하게 더욱 심장이 두근대는 것만 같았다.
이성 간의 호감 따위가 아니었다. 항상 꿈꿔왔던 관계에 대한 로망일 뿐.
꾸역꾸역 밀고 들어온 좆을 서연은 혀끝으로 조심스럽게 핥아 올렸다. 꿉꿉한 냄새가 날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단단한 살덩이에서는 옅은 비누 향이 느껴졌다. 그래서 서연은 처음이었음에도 거부감 없이 좆을 입에 물 수 있었다.
“그래, 잘하네.”
“우으…….”
“네가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던 거잖아. 더 정성스럽게 빨아.”
그렇게 말하며 원의 손이 다정하게 서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손길과 달리 음모가 입술에 닿을 만큼 좆을 욱여넣는 행동은 전혀 다정하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경악할 만한 상황에서도, 서연은 그저 끈적하게 젖어가는 음부를 숨기기 위해 다리만 오므릴 뿐, 별다른 거부감을 내보이지 않았다.
원은 마치 서연이 흥분하는 포인트를 너무나 잘 아는 사람 같았다.
혀끝을 타고 우둘투둘한 성기의 표면이 느껴졌다. 두툼하기는 어찌나 두툼한지 턱이 뻐근할 정도였다. 뭉툭한 선단에서는 조금 비릿한 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연이 이빨을 감추고 더욱 세게 그의 것을 흡입했다. 부드러운 입술이 딱딱하게 굳은 좆을 세차게 빨아들였다.
“하, 씹…….”
원의 입에서는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흥분한 건지 그는 짧게 허리를 흔들기도 했다. 느른하게 숨을 토하며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모습이 꼭 명화의 한 장면 같았다.
입에 좆을 문 사실도 잠시 잊은 채, 서연이 멍청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러자 원이 미묘하게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쑤셔 넣었던 제 것을 뽑아냈다.
그는 서연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옷을 벗겨 내려가기 시작했다. 목 끝까지 잠겨 있던 블라우스 단추가 하나둘 풀어지고, 단정하게 입혀져 있던 스타킹은 너덜너덜하게 바닥으로 추락했다.
조금 까끌한 손이 은밀한 속살을 숨겨주던 속옷까지 벗겨낸 후에야 서연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음부는 오랜 친구 앞에 고스란히 드러난 후였다.
“보, 보지 마!”
“이미 사진으로 다 봤는데 뭘.”
“아, 그래도……!”
“자꾸 앵앵대면 아예 네 다리 사이에 머리 처박고 보는 수가 있어.”
제 다리 사이에 머리를 처박은 이원이라니. 상상만 해도 소름이 쭈뼛 돋았다. 서연은 조잘대던 입을 다물고 원망스럽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서연이 조용해지자 만족스러운 건지, 원이 킬킬대며 갈라진 음순 사이로 제 손가락을 문질거리기 시작했다.
“흣…….”
예민한 살점을 은근히 지나가는 감각에 서연이 몸을 살짝 뒤틀었다.
“서연아, 너 존나 예민하네. 꼴리게…….”
그렇게 말하며 원은 제 손끝에 조금 더 힘을 싣기 시작했다. 클리토리스를 슬금슬금 스치기만 했던 손이 이제는 아예 꾹꾹 짓누르며 비비기 시작했다.
“하으…… 읏, 으응!”
애액이 잔뜩 고여 있던 보지는 그의 손이 움직이기 무척 수월한 환경이었다. 질구부터 음핵까지 이어지는 작은 골짜기는 미끌거릴 만큼 애액으로 푹 젖어 있었다. 덕분에 원이 움직일 때마다 찔꺽이는 야한 소리를 자아냈다.
쿨척대는 소리가 민망할 법도 한데, 원은 오히려 소리를 더 크게 내려는 듯 움직임에 속도를 가했다.
“아흣, 흐……!”
덕분에 쾌락이 깊어진 건 서연이었다. 서연은 제 다리가 벌벌 떨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음핵을 멋대로 짓이겨대는 손길에 그대로 몸을 맡겼다.
민망함에 자꾸만 움츠러들던 다리는 어느새 의지와 상관없이 활짝 벌어진 후였다.
덕분에 콱 맞물려 있던 음순 또한 서서히 멀어졌다. 살짝 벌어진 음부 사이로 선홍빛을 띠는 클리토리스가 반지르르하게 젖은 채 원의 시야에 담겼다.
“씨발, 차서연 야한 거 봐.”
음핵 아래로 이어진 구멍은 쉴 새 없이 오물대며 투명한 물을 흘려대고 있었다. 허전함에 몸부림치듯, 조그마한 질구가 쉴 새 없이 뻐끔거렸다.
전보다 더 상기된 낯을 한 원은 제 좆기둥을 쥐고 서연의 음부에 노골적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두툼한 살덩이가 비벼지며 오는 쾌락은 손가락으로 느끼던 것과 달랐다. 마치 삽입하기 직전의 상황처럼, 이 관계가 더더욱 애달프게 느껴졌다.
싫다며 밀어낼 땐 언제고, 어느새 서연은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질구에 귀두를 맞추기 위해 홀로 허리를 움찔대고 있었다.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원은 놀리듯, 벌름대는 구멍에 제 좆을 맞추고 비비적거렸다.
“으으응…… 간지러워…….”
“간지러운 게 아니라 박히고 싶은 거겠지.”
흥분감에 발그스름해진 구멍이 더욱 음란하게 애액을 흘렸다. 거무튀튀한 자지는 질구를 문질거리며 삽입할 듯 굴다가도, 금세 도톰하게 솟아난 음핵으로 경로를 틀고는 했다.
덕분에 점점 애달파지는 건 서연 쪽이었다.
“서연아.”
“으, 으응…….”
“이제 내 연락 안 씹을 거지?”
그렇게 말하며 원이 제 좆을 쥐고 서연의 보지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가 애액 범벅이 된 음부에 닿으며 미묘한 소리를 흘려댔다.
“흣, 아, 안 씹어…….”
“그래, 너도 어차피 내 좆 먹고 싶잖아. 그러니까 이제 연락 씹지 마. 다른 새끼들하고 연락하지도 마. 만나지도 마. 나 말고 다른 파트너 구하지도 마.”
무슨 개소리야. 애당초 난 이게 처음인데!
문란하게 오해받는 제 성생활이 억울했다. 그래서 서연은 사실 다 처음이라고 뒤늦게 해명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입을 열다 말고 멈칫했다.
‘아, 아니야.’
그냥 말하지 말자.
억울함에 털어놓으려던 건데, 문득 생각해보니 28살이 되도록 남자 경험 한 번 없는 자신이 도태된 존재처럼 느껴졌다. 원래도 원보다 못하다는 사실에 묘한 자격지심이 있던 서연이었기에 차마 그의 앞에서 이게 제 첫 경험이라는 사실까지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얘는 분명 여자 경험 있을 텐데…….’
나만 없다고 알려주면 괜히 억울하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며 서연은 털어놓으려던 것을 꾹 삼켰다. 그래, 제 눈에도 근사한 이원이 다른 사람 눈에 근사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는 아마 화려한 호텔 방에서 저와는 다른 첫 경험을 진즉 보냈을 것이었다.
그렇게 서연이 바쁘게 머리를 굴릴 무렵.
“무슨 생각 해.”
무언가 오해를 한 듯한 원은 잔뜩 심통 난 목소리로 서연에게 속삭였다.
“설마 나랑 떡치는데 다른 새끼 생각하는 거 아니지?”
생각할 다른 새끼도 없거든요! 라는 말이 당장에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서연은 꾹 참아내며 고개만 살짝 도리질했다.
“그러지 마라. 진짜 그럼 씨발, 네 보지 헐 때까지 박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경고하듯 원이 볼록 솟아난 클리토리스를 짓궂게 꼬집었다.
“아! 아흐……!”
찌릿한 감각에 서연이 숨을 헉 들이마시며 몸을 떨었다.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축축하게 젖은 구멍 사이로 큼직한 무언가가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난생처음으로 제 몸에 무언가가 들어오고 있다는 걸 느낀 서연은 긴장으로 몸이 굳어졌다. 눈은 놀란 토끼처럼 동그랗게 뜬 채 입술만 달싹이고 있었다.
“지, 지금…… 흣, 무슨…….”
벌어진 하얀 다리 사이로 시커먼 짐승이 꿈틀꿈틀 먹혀 들어가기 시작했다. 콱 다물려 있던 비좁은 구멍은 어느새 귀두를 모두 삼킨 채 잔뜩 벌어져 오물대고 있었다.
“보지 씨발, 벌름대는 거 봐. 아, 미친 존나 조여 진짜. 쌀 거 같아. 서연아…….”
고작 머리 좀 비집어 넣었다고 원은 이미 사정이라도 한 남자마냥 말을 쏟아냈다.
“아 썅, 진짜 네 보지 좁고 뜨겁고 끈적하고…….”
서연은 제 구멍에 처박힌 좆이 더더욱 깊숙이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15년 가까이 알고 지낸 소꿉친구의 좆은, 무척이나 단단하고 뜨거웠다. 어디 그뿐일까? 주름진 내벽을 빈틈없이 꽉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아니, 아마 원의 좆이 빈틈없이 다물려 있던 속살을 억지로 꿰뚫는 것이리라.
원래도 흥분에 젖어 있던 서연은 완전히 이성을 놓아버릴 것 같았다. 그가 밀고 들어올 때마다 불에 달궈진 방망이가 제 보지를 희롱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아…… 아으, 아…….”
그녀가 뱉을 수 있는 말은 이게 고작이었다. 제대로 된 신음도 아니었다. 처음엔 대물도 별거 아닌가 싶더니,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밀고 들어오는 감각에 서연은 완전히 꼬챙이에 꿰인 고기 꼴이 되어버렸다.
벌어진 허벅지 안쪽이 애처로울 만큼 벌벌 떨렸다. 하얀 속살 사이로 처박힌 검붉은 좆은 서연의 반응에 더더욱 발기한 건지 핏줄이 눈에 띌 만큼 도드라져 있었다.
느리게 서연의 속살을 느끼던 원은 일순 단번에 뿌리까지 제 것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서연의 몸이 한 차례 더 들썩였다.
“하윽! 아!”
좆을 문 구멍이 크게 수축했다가 다시 열렸다. 안쓰러울 만큼 벌어진 구멍 틈 사이로는 투명한 애액이 비집고 흘러나왔다.
원이 조금씩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질척한 마찰이 달아오른 질 내벽을 간지럽혔다.
“하으으, 읏, 으응……!”
달뜬 쾌락에 몸부림칠 때마다 봉긋한 젖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원은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조금 세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손 틈 사이로 말랑한 살들이 비집고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흉흉한 자지를 박아넣었다 뽑길 두어 번 반복한 원은 이내 바짝 솟아난 젖꼭지를 집요하게 긁어대기 시작했다.
“아흐…… 아, 워, 원아…… 아, 흣, 가, 간지…….”
“씹…… 왜 이렇게 야하게 불러. 사람 눈 돌아가게.”
배꼽 아래까지 푹, 푹, 꿰뚫리는 듯한 감각은 서연에게 낯설었다. 그가 좆을 빼내었다 쑤셔박을 때면, 숨조차 쉬기 버거울 만큼 헐떡여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유두까지 희롱당하니 쾌락에 절여진 몸은 완전히 제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러잖아도 이런 행위가 처음인 그녀였다. 타인이 이렇게 멋대로 제 몸의 통제권을 앗아가는 건 처음 겪는다는 뜻이었다.
“하으, 읏, 흐아…….”
굵직한 살덩이가 내벽을 긁으며 쑤석일 때마다, 안 그래도 좁던 속살은 더욱 경련하며 조여대길 반복했다. 덕분에 발정 난 짐승처럼 야만스럽게 허릿짓하던 원 또한 짙은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퍽, 퍽, 땀에 젖은 살 찧는 소리가 비좁은 원룸을 가득 채웠다. 그가 들짐승처럼 사납게 움직일 때마다, 가느다란 서연의 다리는 허공에서 힘없이 흔들렸다. 이런 와중에도 꿈틀대며 파도치는 복근은 어찌나 조각 같은지,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거 꿈은 아니겠지…….’
서연은 가슴이 뭉개질 정도로 바짝 몸을 붙여오는 원을 조금 밀어내고 싶었지만, 손이 결박당한 탓에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아으응…… 읏, 흐으…….”
원이 처박은 것을 뽑아낼 때마다 진득하게 젖은 속살이 좆기둥에 들러붙어 왔다. 그 선연한 감각에 원은 점점 더 난폭하게 움직였다.
“하, 씨발. 차서연 존나 맛있어. 보지는 왜 이렇게 잘 젖고 왜 이렇게 좁아. 응? 서연아, 내가 자지 뽑을 때마다 너 구멍이 존나 씹어대는 거 알아?”
천박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꿉친구의 음담패설도 서연은 그저 마냥 좋았다. 벌름대는 구멍 속으로는 빳빳하게 부푼 좆이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진짜 서연아…… 차서연…….”
찔꺽, 찔꺽, 음란한 소리와 함께 원은 허리 숙여 서연의 입술을 잡아먹듯 탐했다.
“으으응…… 읏, 으우……!”
난데없는 키스에 서연은 당황스러웠다. 단순히 몸만 섞을 걸 생각했는데, 그는 마치 로맨스 영화라도 찍듯 고개를 이리저리 비틀어가며 제 입술 사이로 혀를 들이밀기까지 했다. 물론 난잡하게 들쑤셔대는 그의 하체는 로맨스 영화와 거리가 멀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원의 품에 안긴 채, 인형처럼 힘없이 좆을 받아내던 그녀는 일순 아랫배가 찌르르 울리는 감각과 함께 한층 더 높아진 신음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하으…… 읏, 으응! 아! 하윽!”
마치 실례라도 할 것처럼 다리가 멋대로 이리저리 꼬였다. 질구에는 자꾸만 힘이 바짝 들어갔고, 덕분에 더욱 흥분한 원은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좆질을 이어 나갔다.
자궁구까지 쿵쿵, 찧어대는 듯한 움직임에 서연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다급히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아흐…… 워, 원아, 원아…….”
구멍 안에 처박혀 있는 자지가 더욱 묵직하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서연은 불덩이가 제 몸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점멸하는 듯한 쾌락과 함께 결박된 손으로 매트리스 커버를 쥐어뜯었다.
“흣, 하아…… 아앙!”
하지만 그녀가 절정에 울부짖는다 하여 멈출 원이 아니었다. 그의 좆은 아직 한창 발기하여 팽팽했다. 단단한 살덩이는 예민함에 경련하는 내벽을 더욱 사납게 들쑤셔댔다.
“아흐, 흑, 그, 그마…… 그만! 흣, 제발…… 워, 원아……!”
몸이 멋대로 움츠러들며 화장실에 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실수라도 할 것 같아 두려웠다. 그래서 서연은 더욱 몸부림치며 꽤 거칠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런 제 행동이 원의 가학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왜, 박아달라고 할 땐 언제고 볼 장 다 보니까 이제 그만 먹고 싶어? 누구 마음대로? 내가 네 딜도인 줄 알았어? 웃기지 마. 나는 씨발, 아직 싸지도 못했어. 차서연.”
원이 일부러 못되게 말하며 킬킬댔다. 그러고는 봉긋 솟아오른 클리토리스까지 동시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 제, 제발…… 하으응, 읏, 으응!”
단순히 소설이나 드라마 따위를 보고 망상하던 성관계와 현실의 성관계는 무척 달랐다.
힐긋 바라본 원의 얼굴에서 친구의 가면은 완전히 걷어내진 지 오래였다. 지금의 그는 완전히 욕정에 지배된 짐승 같았다.
푹, 푹, 잔인한 포식자처럼 조그마한 보지를 꿰뚫던 좆은 이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뿌리까지 깊숙이 쑤셔박힌 성기가 일순 뱀처럼 꿈틀댔다.
“아, 아흐, 아……!”
그러더니 머지않아 잔뜩 좁아들던 속살에 뜨거운 무언가가 잔뜩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서연 또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사정하고 있다는 걸.
원은 사정하는 중에도 허리를 더욱 밀어붙였다. 덕분에 좆은 정액을 싸지르면서도 구멍을 조금씩 파고들었다.
서연은 넋이 나간 얼굴로 가쁜 숨만 할딱였다.
“흐으, 흡, 하으…….”
로맨틱한 분위기의 호텔 방과 와인 그리고 꽃잎 따위가 함께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첫 경험은, 소꿉친구의 음담패설과 끈적한 소음 그리고 간드러진 신음으로 가득했다. 심지어 털이 복슬복슬한 수갑까지 함께였다.
파정을 마친 원은 널브러진 서연의 몸을 제 품에 가두듯 그러안았다. 근육으로 다져진 몸이 그녀를 빈틈없이 죄었다.
‘미쳤어…… 이원 몸 개좋아.’
서연은 정신을 놓을 것 같은 상태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두툼하고 단단한 가슴. 오밀조밀 잘 짜인 복근. 수많은 여성들이 꿈에 그리던 몸이 아닐 수가 없었다.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품속을 파고들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원의 체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여전히 그녀의 구멍에는 울퉁불퉁한 사내의 좆이 꽂혀 있는 상태였다.
“으…….”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거칠었던 숨이 점점 안정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자 흥분에 판단력이 흐려져 있던 서연의 정신 또한 조금씩 맑아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비록 사랑은 없는 관계였지만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으니까. 이상한 어중이떠중이보다야 오랜 친구인 원이 첫 경험 상대로 훨씬 나은 것 같기도 했다.
발정 난 것처럼 허리를 흔들어 댈 땐 언제고, 지금의 원은 꽤 자상한 손길로 서연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큰 차이에 서연은 묘한 어색함을 느꼈다. 그런 서연의 속을 읽기라도 한 건지, 원이 대뜸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야, 서연아.”
“……왜.”
신음을 어찌나 내지른 건지, 서연의 목소리는 탁하게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와 달리 황홀한 섹스 경험 덕분에 기분은 무척이나 좋았다.
원의 입에서 다음 말이 뱉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 번 더 해도 되냐?”
그 말과 동시에 아직 보지 안에 처박혀 있던 좆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서연은 무언가 잘못된 걸 알아차렸다.
“방금 했는데……?”
“어, 이제 한 번 했잖아.”
“……뭐?”
“난 다섯 번도 더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말한 원은 마치 첫사랑에게 손편지를 전해주는 사춘기 소년처럼 풋풋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번엔 뒤치기 해도 돼?”
아직도 관계의 여운에 심취해 있는 서연에게는 정말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자, 잠시만. 나 아직 힘이 없…….”
산뜻하게 웃는 원의 뺨에는 보기 좋은 보조개가 파여 있었다.
“말대답할 기운 있으면 섹스나 하자.”
서연은 그 달차근한 목소리에 홀려 제대로 쉬는 시간도 갖지 못한 채, 다시 한번 그를 받아내야 했다.
방 안에는 한참이나 더 찔꺽대는 야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은 마치 오랫동안 쌓여온 제 욕정을 풀듯, 쉬지 않고 허리를 흔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