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잠에서 깬 서연은 지난밤 제게 있었던 일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 멍청하게 천장을 보며 눈만 끔뻑였다.
‘이원이랑 내가 잤다고……? 정말?’
아니, 그보다 쓸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신상 수갑을…… 썼어!
서연이 그렇게 생각하며 얼빠진 표정으로 히죽거렸다. 그러자 서연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아침부터 뭐냐, 그 개변태 같은 표정은.”
포근한 원룸에서 단 한 번도 들린 적 없던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
“일어나서 밥 먹어. 변태처럼 실실 쪼개지 말고.”
이원이었다.
아침잠이 다 깨기도 전에 저를 일으켜 세우는 그를 보며 서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생각해보니 이 상황이 어처구니없었다. 어릴 때부터 치고받던 이원이랑 기어코 떡까지 치고 아침을 먹는 사이가 됐다니. 게다가 서연에게는 첫 키스에 첫 경험이었다.
‘진짜 가관이네…….’
우리 엄마 알면 뒷목 잡겠다. 그나저나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좋아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사귀자는 말은 없었으니 마땅히 정의 내릴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해가 환한 아침부터 원을 마주하니, 서연은 지난밤이 떠올라 괜히 민망스러웠다. 그래서 최대한 원의 시선을 피해 애꿎은 밥만 푹푹 퍼먹어댔다. 그는 민망한 감정도 없는 건지 집요할 정도로 서연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이씨, 얼굴 뚫어지겠네.’
밥이나 먹지 왜 이렇게 쳐다보는 거야.
서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체할 것 같은 기분에 물을 들이켰다. 그러자 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맛있냐?”
“……어. 먹을 만해.”
서연은 어색함을 숨기기 위해 최대한 태연한 척 대꾸했다. 그런 그녀와 달리 원은 언제나처럼 장난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치? 나 요리 잘하지?”
“아… 너가 한 거야?”
“그럼 이 시간에 김치찌개를 어디 가서 사오냐?”
“올, 뭐냐. 요리 좀 한다, 너?”
“당연하지, 내가 못하는 게 있겠냐?”
“지랄.”
“지랄이 아니라 팩트겠지.”
다행히 자연스러운 원의 태도로 인해, 서연도 조금씩 어색함을 지워낼 수 있었다.
‘내가 아침부터 이원이 한 밥을 먹고 있다니.’
팀장님이랑 백 대리님이 알면 놀라 뒤집어질 일이겠네. 하긴, 내가 얘랑 섹스한 것부터…… 놀라 뒤집어질 일이긴 하지.
그렇게 잡생각을 이어가던 서연은 슬쩍 원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리 그래도 나름 15년 지기였는데. 그렇고 그런 짓을 모두 해놓고, 원은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
원래 친구끼리는 섹스 후에도 전처럼 지내는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서연은 원의 행동을 분석하며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그녀에게는 첫 키스이자 첫 경험이었으니 의미 부여를 크게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처음이라 이런 건가?’
아니면 인기인은 다르다 이건가? 연락 오는 예쁜 여자들도 엄청 많았을 텐데…… 흔하게 원나잇을 하는 타입인가? 그래서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거야? 아니면 설마 이게 요즘 애들이 말하는 fwb(Friends with Benefits)인가 뭔가 그거야?
‘그럼 나 좋아한다고 한 건 뭐지?’
좋아하는데 할 거 다 해놓고 이렇게 평소처럼 구는 게 가능해?
서연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괜히 애꿎은 밥만 마구 떠먹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속을 모르는 원은 제가 한 밥이 입에 맞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태평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서연은 제가 먼저 ‘우리 이제 무슨 사이야?’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모솔인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 대사가 원나잇 상대에게 가장 듣기 싫은 대사 1순위라는 걸.
‘에휴, 됐다. 됐어.’
어차피 나도 얘랑 딱히 연애 같은 거 할 생각 없었는데, 그냥 없던 일로 치지 뭐. 뭣하러 아쉬워 보이게 저런 소릴 해. 물론 섹스가 끝내주게 좋긴 했지만…….
‘게다가 얘도 주변에 잘나가는 여자들 많을 텐데, 고작 나 같은 애랑 연애하기는 싫겠지.’
서연은 떠오르는 상념들을 정리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회사 가야 해.”
“데려다줄게.”
“미쳤어? 누가 보면 어쩌려고!”
서연이 질색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원은 묘하게 실망한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다 큰 성인 남자와 정말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원룸이 좁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서연은 원과 단둘이 있는 이 상황이 불편해서 허겁지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출근 따위 죽도록 하기 싫었는데, 오늘은 빨리 회사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 * *
-그래서 원이는 만났고?
“지금 그게 중요해?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내 원룸 주소를 알려주면 어떡해.”
-아니, 그래도 원이랑 너랑 제법 친했잖아. 둘이 혹시 싸웠니? 얘, 유명인이랑 소꿉친구인 게 얼마나 복인데.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 혹시 알아? 주변에 괜찮은 남자들 소개시켜줄지……. 온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시합하는 거면 주변에 괜찮은 외국인들도 많을 거 아니야.
“아, 엄마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됐어. 나 연애 생각 없어.”
-어휴, 기집애. 하여튼 애가 약게 굴 줄 몰라. 아무튼 원이랑 싸우지 말고. 응? 둘이 밥도 좀 먹고 해봐. 엄마는 네가 원이랑 예전처럼 가깝게 지내면 참 좋을 거 같은데…….
“이런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그냥 끊어!”
결국 참다못한 서연은 엄마의 말을 잘라내고 통화를 끊었다. 안 그래도 원 때문에 머리 아픈 그녀였는데, 엄마까지 이런 얘기만 하니 더욱 피곤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속물적인 거 아니냐고.’
만약 엄마가 원과 있었던 일을 알게 된다면, 엄마는 이 일을 빌미 삼아 악착같이 그와 저를 이으려 들 것만 같았다. 서연은 괜히 낯뜨거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얼마 남지 않은 점심시간을 확인하며 서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때마침 서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이원 : ㅁㅎ? 바쁘냐?
발신인을 확인한 서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원, 원, 원. 오늘 하루는 온통 이원투성이였다.
서연 : 왜
이원 : 그냥 심심해서. 회사 언제 끝나?
서연 : 6시.
이원 : 데리러 가도 돼?
서연 : 되겠냐?
이원 : 아 왜 ㅡㅡ
서연 : 회사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쌀쌀맞은 서연의 답장에 원이 서운함 가득 묻은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원 : 아니 근데 떡까지 친 사이에 왜 이렇게 까칠해. 내 좆 별로였어?
그러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난밤 있던 일을 들추는 내용에 서연은 놀라 소스라쳤다. 당황한 나머지 혹여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죄지은 사람처럼 예민하게 주변을 살폈다.
서연 : ㅁㅊ 뭐라는 거야
이원 : 뭐라는 거긴, 내 자지 맛없었냐고 묻는 거잖아.
서연 : ㅁㅊ놈아 그런 거 물어보지 마
이원 : 왜?
서연 : 왜겠냐?
이원 : 모르겠는데..
서연 : 나 회사란 말이야;;;;; 누가 보면 어떡해
이원 : 알았어. 그럼 만나서 물어보면 돼?
서연은 질색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마에 이어 원까지 상대하려니 기가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서연 : 그런데 너 어디야? 설마 아직도 내 원룸은 아니지?
이원 : 맞는데
서연 : ㅡㅡ
이원 : 아 왜 ㅠ 나 갈데 없단 말이야
하긴. 사고를 그렇게 치고 다녔으니. 아마 본가에 간다면 그는 아버지에게 다리 몽둥이가 부러질 정도로 두들겨 맞을 것이었다.
‘이래서 우리 집으로 온 건가?’
서연은 어딘지 떨떠름한 기분을 가진 채, 다시금 사무실로 돌아갔다. 지난밤의 여파로 온몸이 뻐근했다.
* * *
서연이 출근하고, 홀로 원룸에 남은 원은 그녀의 침대 위만 뒹굴거리고 있었다. 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여유인 건지. 바쁘게 일하고 있는 서연과 달리 원은 무척이나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차서연은 이런 섹스에 얼마나 익숙한 거야.’
쓸데없이 SNS나 뒤적거리던 원은 불현듯 오늘 아침 아무렇지 않은 낯으로 제가 한 밥을 퍼먹던 서연을 떠올렸다.
‘누구는 씨발, 아다 티 안 내느라 힘들어 뒤지는 줄 알았는데…….’
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15년 지기랑 떡친 건데 어떻게 그렇게 표정 하나 안 바뀔 수 있냐고.
지난밤 완전히 곯아떨어졌던 서연과 달리, 원은 눈을 제대로 붙이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제가 그렇게 좋아하던 서연과 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어떻게 잠이 오겠는가.
‘게다가 나 같은 아다 새끼는 물 몇 번 뺀 거로는 만족도 안 된다고.’
서연만 떠올리면 아직도 벌떡거리는 고추를 죽이며 원이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이른 시간부터 일어나 아침상을 거하게 차린 것도 모두 이 때문이었다.
물론 떡 한 번 쳤다고 서연이 제 마음을 받아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별일 아니라는 듯 눈 하나 꿈쩍 않는 그녀를 보니, 심장이 쿡쿡 아파 왔다.
원은 아직도 입이 근질거렸다. 서연에게 우리 이제 무슨 사이냐고 묻고 싶어서, 저와 그녀의 관계를 조금 더 발전시키고 싶어서.
하지만 그 또한 알고 있었다.
우리 이제 무슨 사이야? 라고 묻는 건 원나잇 파트너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 1순위라는 걸.
‘물어보면 존나 질려하겠지.’
차서연 성격상 전보다 더 연락을 씹을지도 몰라. 원이 그렇게 생각하며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꾹꾹 눌러 삼켰다.
‘아까도 회사 데려다준다니까 개정색 하는 거 봐.’
하, 씨발 그럼 어떡하지. 이대로 그냥 가끔가다 떡이나 치는 사이로 남아? 절대 싫은데……. 그러다가 차서연이 연애라도 하기 시작하면 나는 죽도 밥도 안 되는 거잖아.
서연의 연애라니.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좆같았다. 그래서 원은 괜히 이불 속으로 몸을 파묻었다. 서연의 침대에는 당연하게도 그녀의 체취가 가득 묻어 있었다. 그래서 마치 서연에게 안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 씨발.”
서연이 보고 싶다.
고작 떨어진 지 5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새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제 것을 만지작거렸다.
난생처음 제구실을 해본 좆은 자꾸만 지난밤의 축축하고도 비좁던 속살의 감촉을 떠올려냈다. 덕분에 원은 발정기라도 온 짐승처럼 시도 때도 없이 발기하고 있었다.
‘내일은 주말이니까 아침까지 섹스할 수 있겠지?’
그렇게 음흉한 생각을 하며, 원이 히죽거렸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서연은 제집에서 원이 이러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봉긋하게 솟아올라 있던 젖가슴과 움찔대던 선홍빛 질구. 원이 서연의 몸을 떠올리며 느리게 제 기둥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러다 부풀어 오른 선단에서 불투명한 액들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핏줄이 덕지덕지 돋아 오른 좆은 전보다 더 팽팽해져 있었다.
“하…….”
그렇게 홀로 자위질이나 하려던 무렵. 원의 시야에 무언가가 담겼다. 아침에 급히 옷을 갈아입던 서연이 벗어두고 간 브래지어였다.
그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성기에 서슴없이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 씨발. 서연아…….”
앙증맞은 컵 속에 가지런히 품어져 있던 흰 가슴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바짝 선 선단은 마치 한겨울의 산딸기 같아서, 양껏 깨물며 괴롭혀주고만 싶었다.
눈을 감으니 자연스럽게 지난밤의 서연이 떠올랐다. 원은 조금 까슬한 브래지어를 거침없이 문질러대며 멋대로 서연의 몸을 상상했다.
도톰하게 맞물려 있던 음순을 벌리고 그 안에 숨은 구멍을 난잡하게 들쑤시고 싶었다. 쿨척대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서연의 입에서 울음이 터져 나올 때까지 들짐승처럼 좆질만 해대고 싶었다.
어서 서연이 퇴근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선은 서연 곁에 남아 있고 싶었다.
쿨한 척, 경험 많은 척, 섹스에 큰 의미 두지 않는 척하면 아마도 서연 또한 걱정 없이 저를 파트너 삼아 줄 것이었다. 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서연을 향한 제 욕정을 애먼 브래지어에 한가득 쏟아냈다.
거무튀튀한 자지는 커다란 손이 몇 번 더 빠르게 왕복하니 희뿌연 정액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원이 느리게 숨을 뱉으며 베개에 등을 기댔다.
고작 파트너 따위로 곁에 남아야 한다는 게 속은 조금 쓰렸지만 그래도 원은 이게 어디야 싶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니까.
꿀떡대며 좆물을 쏟아내던 성기는 절정의 여운에 취할 틈도 없이 다시금 빳빳해지기 시작했다.
단정하던 서연의 브래지어는 어느새 탁한 정액으로 엉망이 된 상태였다.
이걸 퇴근하는 서연에게 선물이랍시고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벌써 또 아래가 뻐근해졌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뺨이라도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고민하던 원은 슬그머니 브래지어를 들고 욕실로 향했다.
서연이 오기 전에 흔적을 없앨 생각이었다.
원의 팬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 잘난 이원이 PGA를 휩쓴 손으로 딸이나 치며 여사친 브래지어를 주물거리고 있을 거라는 건.
* * *
퇴근하고 돌아온 서연은 식탁에 한 상 가득 차려진 저녁거리들을 보며 감탄했다. 혼자 살다 보니 배달 음식 위주로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이게 얼마 만에 먹는 집밥인지.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와, 이게 다 뭐야?”
“뭐긴, 밥이지.”
“너가 다 했어?”
“어, 어때? 개쩔지?”
“이건 인정. 진짜 고맙다.”
서연이 진심으로 감탄하며, 화장도 지우지 않고 곧장 식탁으로 향했다.
“오늘 계속 우리 집에 있었던 거야?”
“응.”
“뭐 했어? 안 심심했어?”
매콤한 제육볶음과 된장찌개의 맛에 서연이 누그러진 목소리로 나긋하게 물었다.
“존나 심심했지.”
야무지게 밥을 먹는 서연을 보며 원이 질 나쁜 미소를 그려 보였다. 표정이 꼭 장난치기 전의 어린아이 같았다.
“그래서 혼자 딸쳤어.”
“…….”
서연은 밥맛이 뚝 떨어지는 말에 원을 쏘아보았다. 그러자 원이 짓궂게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장난치지 말고.”
“장난 아닌데?”
“…….”
“네 침대에 누워 있으니까 존나 꼴리더라. 자꾸 좆이 서길래 그냥 혼자 했지.”
“네가 짐승이냐? 시도 때도 없이 발정하게?”
조그마한 입으로 오물대며 대꾸하는 게 꼭 다람쥐 같았다. 원은 서연을 보며 아래로 피가 쏠리는 걸 느꼈다. 아마 지금도 발기하고 있다는 걸 알면 서연은 기겁할 것이었다.
그녀가 질색하는 표정은 볼 때마다 심장이 뛰었다. 거부하는 서연을 붙잡고 그 아래에 제 것을 멋대로 찔러대고만 싶었다. 상상만으로도 원은 흥분감에 입꼬리가 자꾸만 씰룩거렸다.
‘나도 진짜 개변태인가 보네.’
단정하기만 한 서연의 낯을 엉망으로 망가트리고 싶었다. 눈물과 제 좆물로 서연이 정신조차 차리지 못하게 괴롭히고 싶었다.
천진하게 밥을 먹는 그녀는 알지 못했다. 저를 보며 원이 무슨 망측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야, 차서연.”
“응?”
“나 뭐 물어봐도 되냐?”
“뭔데?”
“너 섹스 몇 명이랑 해봤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서연이 바삐 움직이던 숟가락을 멈칫했다.
‘이건 갑자기 왜 물어보는 거지?’
설마 어제 경험 없는 티가 났나? 서연은 그가 왜 이걸 묻는지 살피기 위해 괜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처음이라고 말하기는 싫었다. 자존심도 상했고, 묘하게 창피했다. 그래서 서연은 눈을 피한 채 헛기침하며 최대한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글쎄? 잘 모르겠네…… 그런 건 안 세어 봐서…….”
그 말에 원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동안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남자들과 섹스를 했다는 것 아닌가.
물론 다 큰 성인이었으니 문제 될 건 없었지만 그렇게 많은 잡놈들이랑 떡치는 동안 제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게 원은 너무나도 분했다.
“셀 수도 없다고……?”
“어, 어…… 음, 아니, 내가 그냥 그런 걸 신경을 안 썼더니…….”
“그래도 섹스까지 한 사이인데…… 신경도 안 쓴다고?”
서연의 대답으로 인해 원은 확신했다. 역시 서연은 이런 관계에 쿨한 걸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고.
‘옛날부터 구질구질한 애들을 싫어하긴 했지.’
위기감이 느껴졌다. 절대 그녀에게 구질구질해 보여선 안 된다는 위기감.
‘만약 내가 처음인 걸 차서연이 알게 되기라도 하는 날엔…….’
끔찍했다. 어쩌면 실망할 게 틀림없었다. 28살이나 처먹도록 아직도 아다였냐고 비웃을 것만 같았다. 거기서 끝나면 다행이지. 첫 경험에 의미 부여하지 말라며 제게서 멀찍이 거리를 둘 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원과 상황이 비슷한 건 서연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아 보이기 위해, 첫 경험이었던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온 힘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그러는 너는 그런 거 신경 써?”
“나도 뭐 그냥…… 딱히.”
“그, 그렇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섹스 좀 한 게 뭐 별거라고 예민하게 신경 쓰고 하는 거 정말 피곤하다고.”
서연은 태연한 척하기 위해 전보다 더 과장하여 입을 놀렸다. 덕분에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던 원은 기분이 떨떠름해지는 걸 느꼈다.
“그냥 하면 하는 거지. 안 그래? 하하…….”
그 말에 참다못한 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치 지금 서연의 말이 자신에게 선을 긋기라도 하는 것만 같아서 도저히 얌전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지. 네 말대로 그냥 하면 하는 거지.”
원이 어딘지 싸늘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서연에게 성큼 다가갔다. 난데없이 제게 가까이 오는 원을 보며 서연이 조금 당황스럽다는 듯 그를 올려다봤다.
“그러니까 지금도 그냥 하면 되겠네?”
“뭐?”
밥은 다 먹지도 못했는데, 그는 서연의 대답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듯 거칠게 팔을 붙잡아 일으켰다.
“아, 아파!”
서연이 상황 파악을 할 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원은 그녀를 붙잡아 부엌 카운터에 내동댕이쳤다. 덕분에 서연은 상체가 카운터에 짓눌린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고 말았다.
“갑자기 무슨 짓이야!”
서연이 버둥거렸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순식간에 손까지 뒤로 결박된 탓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엉덩이나 씰룩거리는 게 전부였다.
“왜, 섹스 같은 거 그냥 할 수 있잖아. 나 지금 좀 꼴리거든.”
“미친…….”
아무리 그래도 밥은 먹게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서연이 차오르는 말을 뱉지 못하고 끙끙 앓는 소리만 흘렸다.
원이 서연의 뒷목을 붙잡아 누른 탓에, 차가운 부엌 카운터가 서연의 뺨과 가슴을 짓눌렀다.
원은 단정한 서연의 치마를 훌쩍 들춰냈다. 그러자 살진 엉덩이와 도톰한 보지를 숨기고 있는 귀여운 속옷이 그를 환영했다.
서연의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다 댄 그는 축축하게 젖은 걸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렸다.
“이 와중에도 젖은 거야? 하여튼 차서연 존나 변태야.”
“뭐라는, 흣…….”
예고 없이 음부 중앙을 쓰다듬는 손길에 서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 끈적해진 속옷은 제구실을 하지 못한 채, 맨질맨질한 음부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덕분에 원은 수월하게 클리토리스를 찾아 지분거릴 수 있었다.
“아흐…….”
거칠게 음핵을 비비기 시작하는 손길에 서연이 허리를 이리저리 배배 꼬았다. 하지만 그녀가 꿈틀댈수록 엉덩이에 맞닿아 있는 원의 성기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단단해진 것이 서연의 뒤를 쿡쿡 찔러댔다.
잔뜩 발기한 게 틀림없는 좆의 촉감을 느끼며 서연은 곧 일어날 일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왜 이렇게 암캐처럼 엉덩이를 흔들어 대. 응? 아플까 봐 천천히 하려는데…… 서연이 네가 자꾸 이렇게 살랑대면, 씨발. 그냥 갖다 박고 싶잖아.”
그렇게 말하며 원이 서연의 엉덩이에 부푼 자신의 앞섶을 문질거렸다. 그럴 때마다 서연의 질구가 움찔거리며 투명한 꿀을 흘려댔다.
덕분에 속옷은 더욱 흥건히 젖어들어 갔다.
“설마 너 암캐 소리 들으면서 젖는 거야? 진짜 음란하네.”
킬킬대며 장난스럽게 말한 그가 서연의 엉덩이를 힘껏 후려쳤다. 찰싹이는 마찰음과 함께 뽀얗던 살갗에는 옅은 흔적이 남았다. 외설적인 모습에 원은 그녀의 엉덩이를 세게 주물거리며 당장 쑤시고 싶다는 듯 제 좆을 비비적거렸다.
“하으, 읏…….”
원이 좆을 지분거릴 때마다 서연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마치 삽입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사실을 기민하게 눈치챈 원은 느릿하게 질구와 클리토리스 사이를 오가며 문질거렸다. 뽀얀 음순 사이로 사내의 손끝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젖어서 벌름대는 거 봐. 이런 꼴을 하고 밥이 넘어갔어? 지금 네가 먹어야 할 건 밥이 아니라 내 좆인 거 같은데…… 안 그러냐?”
그렇게 말하며 원이 볼록 솟은 음핵을 살짝 꼬집어 비틀었다. 그러자 서연이 허리를 퉁기며 더욱 가늘어진 신음을 뱉었다.
“응? 이 꼴로 회사는 어떻게 다녔어. 설마 회사에서 자위한 건 아니지?”
“흐으…….”
원은 제 드로어즈를 살짝 내려 좆만 꺼냈다. 그러고는 서연의 속옷을 옆으로 젖힌 채, 축축하게 젖은 보지 위로 자신의 성기를 비비기 시작했다.
우둘투둘한 기둥 표면이 예민한 살갗을 쓸고 지나갔다. 서연은 찌릿하게 올라오는 쾌감에 자꾸만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럴 때마다 원은 예상했다는 듯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주었다.
뭉툭한 좆머리가 갈라진 살 틈을 왕복할 때마다 구멍이 움찔거렸다. 선홍빛으로 물든 질구는 자지를 삼키고 싶은 건지 자꾸만 벌름댔다.
원이 장난스럽게 허리를 밀어붙이자 능숙하게 귀두를 삼켰다.
“으응, 아!”
서연이 교성을 내지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고작 머리밖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뒤이어질 행위에 흥분감이 치솟았다.
비좁은 내벽을 꿰뚫고 어서 빨리 뿌리까지 박아주길 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대로 두툼한 자지가 속살을 쑤셔주는 일은 없었다.
“흣, 어, 얼른…….”
서연이 엉덩이를 흔들며 그를 보채 보았지만 원은 요지부동이었다.
“얼른 뭐.”
“아흐…….”
“응? 제대로 말을 해야 알지.”
끄트머리만 찔러 넣은 채 원이 일부러 놀리듯 기둥을 쥐고 좌우로 움직였다. 그러자 내벽이 크게 요동치며 귀두를 세게 조여왔다.
“하, 씹…… 조이지 말고 말을 해, 서연아.”
하지만 아무리 애가 탄다 한들, 서연은 차마 며칠 전까지만 해도 소꿉친구였던 그에게 자지나 박아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애달프게 귀두만 넣고 살살 긁어대는 감각이 괴로웠다. 차라리 깊은 곳까지 푹, 푹, 찔러준다면 좋을 텐데.
결국 참다못한 서연이 슬금슬금 몸을 뒤로 내빼며 홀로 깊은 곳까지 삽입하려 들었다.
그러나 눈치가 귀신 같은 원은 그녀가 뜻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결국 돌아온 건 희롱하는 듯한 손길이었다. 원이 발딱 선 클리토리스를 꾹 짓누르며 속삭였다.
“박히고 싶으면 말을 하라니까? 응? 보짓물 질질 싸면서 앓지 말고 말을 해.”
서연은 수치심에 입술만 잘근잘근 씹을 뿐 무어라 대꾸하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쾌감을 참다못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발…… 흣, 해줘…….”
“뭘?”
“그, 그거…….”
서연이 제대로 말을 못 하자 원은 더욱 놀리듯이 부풀어 오른 음핵을 이리저리 비벼댔다.
“하윽, 아! 제, 제발…….”
눈앞에서 천둥 번개라도 치는 듯한 기분에 서연이 할딱이며 애원했다.
“해, 해줘…… 아흑…… 원아, 제발…… 그냥 박아줘.”
개미만 한 목소리로 흘러나온 그 말에 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자신이 원해서 시킨 것이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더러웠다.
지난 파트너들에게도 이런 식으로 애원했을까? 하는 추저분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씨발…….”
그래서 그는 신경질적으로 자지를 단번에 찔러 넣었다. 콱 다물려 있던 속살이 가차 없이 꿰뚫리며 서연의 몸이 크게 한 번 휘청였다.
“다른 새끼들한테도 그렇게 말했어? 보지 벌름대면서 씨발, 그렇게 음란하게 박아달라고 애원했냐고.”
과거 일로 이러는 자신이 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면서도 저보다 먼저 이런 서연의 모습을 봤을 다른 놈들이 떠올라서 도저히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씨발, 개 좆같은 거, 그렇게 온갖 새끼들이랑 떡치고 다닐 거였으면 진즉 나한테도 기회 좀 주지 그랬어. 응? 내가 그 새끼들보다 훨씬 나았을 텐데.”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원은 입을 멈추지 못했다. 풀리지 못한 화는 허릿짓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퍽, 퍽, 야만스러울 정도로 원이 거칠게 제 좆으로 서연의 구멍을 쑤석였다. 뽀얀 살점 사이로 검붉은 짐승이 바쁘게 오갔다. 그럴 때마다 구멍에서는 야한 애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모습이 제법 외설적이었다.
“흣, 하으…….”
서연이 신음하며 무슨 개소리냐는 듯 그를 돌아봤다. 하지만 쾌락에 풀어진 눈을 하고 원을 바라본다 한들, 그의 음심만 더욱 부추길 뿐이었다.
“왜, 그 새끼들한테도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서 애원했어? 씹질해 달라고?”
원은 스스로를 향해 그만하라며 외쳤지만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한 번 터진 속마음은 봇물처럼 마구잡이로 입 밖에 토해졌다.
“씨발, 나도 알아! 나도 존나 구질구질한 거 아는데 기분이 좆같잖아.”
원이 그렇게 말하며 서연의 살진 엉덩이를 콱 움켜쥐었다. 손 틈 사이로 말랑한 살점이 비죽 튀어나왔다. 그는 엉덩이를 주무르며 그간 제 욕정을 풀듯 난폭하게 좆질을 이어갔다.
“하으으, 읏, 으응…… 아, 워, 원아…….”
어제보다 거칠어진 행동에 서연은 카운터를 부여잡은 채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다리는 힘이 풀려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고, 짐승처럼 붙잡힌 채 이리저리 쑤셔지는 음부는 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앙증맞던 보지 사이로는 여전히 흉흉한 것이 꽂힌 채 들락이고 있었다.
“흣, 하으…… 조, 좀만 살……”
“왜, 씨발. 너 이렇게 더럽게 씹질하는 거 좋아하잖아. 살살하면 다른 새끼 찾아갈 거면서. 안 그래? 어차피 나 좋아하지도 않으니까. 그러니까 씨발, 갈아타는 것도 쉽겠지.”
와, 진짜 추하다. 원이 자신의 한심함에 탄식했다. 쉴 새 없이 쳐올리는 허릿짓은 누가 봐도 화풀이나 다름없었다.
서연은 갑자기 혼자 씩씩대는 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라는 대로 했더니 왜 난데없이 혼자 급발진을 한단 말인가.
“아흐…….”
물론 이런 행위가 싫은 건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미남과의 난폭한 섹스는 언제나 환영이었다. 하지만 장소가 부엌 카운터라면 조금 달랐다.
허리도 아프고, 상체가 맞닿은 카운터는 너무 차가웠다.
“아, 워, 원아…… 읏, 제발…….”
“제발 뭐, 이거로도 부족해? 씨발… 더 추접하게 좆질해줘?”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버튼이 눌린 건지, 억울할 지경이었다. 얌전히 하란 대로 했는데!
바들바들 떨며 서연이 힘겹게 몸을 돌렸다. 가까스로 그를 마주한 서연은 팔을 뻗어 원의 목을 그러안았다.
“다른 새끼들한테도 이렇게 안겼어? 하, 씹…… 너무 좆같아. 미안해, 서연아. 찌질하고 구질구질하고 병신 같아서 미안해. 그런데 너무 좆같아. 나도 정말 이러기 싫은데 씨발, 자꾸 생각나. 너가 다른 새끼랑 떡쳤을 거라는 게…….”
“아흣, 흐…… 아, 좀…….”
그렇게 입을 놀리는 와중에도 원의 허릿짓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두툼한 자지가 쭈욱 뽑혀 나오더니 다시 한번 푹, 내벽을 쑤시며 처박혔다. 놀란 구멍은 벌름대며 양껏 성기를 조여댔다.
“그냥, 씨발…… 너 이렇게 예쁘고 야한 얼굴 다른 새끼들도 다 봤을 거 생각하니까 너무…… 좆같아. 미안해.”
“아흐 진짜…… 흣, 뭐라는 거야…….”
결국 버티다 못한 서연이 그의 어깨에 손톱을 박아넣으며 말했다.
“다른 읏, 남자랑 한…… 적 없어.”
난잡하게 아래가 들쑤셔지는 와중에도 서연은 힘겹게 말을 마쳤다. 하지만 원은 눈 하나 꿈쩍 않고 대꾸했다.
“거짓말.”
“거짓말, 흣, 아니……야. 정말이야…….”
할딱이며 말을 뱉은 서연은 정말 억울하다는 눈으로 원을 마주했다.
“나…… 모솔이란 말이야.”
그러다 결국 신경질적인 원의 행동을 버티지 못하고 사실을 털어놓았다.
“연애도, 읏, 해본 적 없는데 무슨…… 흣, 다른 남자야.”
서연이 이실직고하기 무섭게, 야만적으로 처박히던 좆이 일순 움직임을 멈췄다. 원은 찔러 넣은 좆을 빼내는 것도 잊은 채 얼빠진 눈을 하고는 서연에게 되물었다.
“……뭐?”
“아, 모솔…… 흣, 이라고.”
서연은 수치심에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너가 처음이야. 키스도 섹스도 둘 다.”
“구라 치지 마.”
“구라 아니야. 읏, 생각해 봐. 내 메신저 프로필에 커플 사진 같은 거 올라온 적 있어? 없잖아.”
서연의 말에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대답 없는 원을 보며, 서연은 괜히 말했나 싶은 감정에 빠졌다. 기껏 용기 내어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원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민망해진 서연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괜히 손만 꼼지락거렸다.
‘아, 얘 설마 지금 내가 첫 경험이니까 책임지라고 할까 봐 걱정하는 건가?’
그래. 그럴 만도 하지. 나 같아도 한창 잘나갈 때 별 볼 일 없는 여자한테 발목 잡히긴 싫을 거야. 서연이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척, 말을 이었다.
“그, 그래도 걱정 마! 의미 부여는 안 할게. 구차하게 너한테 책임지라고 할 생각은 없…….”
“무슨 개소리야.”
여태 조용하던 원이 대뜸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의미 부여해야지. 존나 해야지. 아니 하지 말래도 할 거야. 의미 부여 씨발, 할 거라고!!”
원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버럭 소리쳤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서연에게 다시 한번 질문했다.
“너 장난치는 거 아니지? 진짜 아니지?”
“어? 어…… 이런 거로 장난을 왜 쳐.”
“장난이면 뒤져. 다른 새끼랑 섹스 절대 못 하게 네 보지에 내 좆물 존나 싸놓을 거야.”
“아, 뭐래. 장난 아니거든?”
서연의 말에 원이 잠시 얼빠진 눈을 했다.
“미친, 존나 좋아. 어떡해.”
원이 마른세수하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는 기쁜 나머지 욕을 읊조리며 서연에게 하체를 더욱 가까이 붙였다.
“의미 부여 존나 할 거야. 그리고 씨발, 책임도 질 거야.”
말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원이 깊숙이 밀어 넣었던 자지를 느리게 빼내었다. 서연은 신음하며 그의 머리칼을 살짝 움켜쥐었다.
“아흐…….”
“내가 너 진짜 씨발,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 찌질해 보이면 네가 싫어할까 봐 얼마나 신경 쓰고 있었는데…….”
“하으, 읏, 으응…….”
다시금 시작된 허릿짓에 서연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교성을 흘렸다. 울퉁불퉁한 좆기둥이 내벽을 긁어줄 때마다 절로 아랫배가 조여드는 기분이었다.
“어제도 아다 새끼인 거 티 안 내려고…… 하, 씨발…… 몰라, 진짜 존나 좋아. 서연아.”
그러다 아다라는 원의 말에 서연이 멈칫했다.
“뭐, 뭐라고……?”
서연은 자꾸만 하체를 밀어 붙여오는 그를 진정시키며 다시 한번 되물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뭐? 나 아다인 거?”
“……너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서연은 원이 지금 절 가지고 장난이라도 치나 싶었다.
“거짓말.”
“진짜야. 거짓말 아니야.”
그렇게 속삭이며 원은 카운터에 늘어져 있던 서연을 번쩍 들어 올렸다. 덕분에 서연은 다리 사이에 흉측한 것을 꽂은 채, 대롱대롱 안긴 꼴이 되어버렸다.
“아흐…… 읏!”
“그럼 우리 둘 다 책임져야겠네. 서로 아다 따먹었으니까. 맞지? 응?”
“말 좀, 흣, 예쁘게…… 해봐.”
거칠게 말하는 걸 좋아하는 서연이라지만, 이런 대화를 하면서까지 노골적인 단어를 듣자니 민망했다. 하지만 원은 그녀의 바람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예쁘게? 어떻게 예쁘게 할까. 서연아, 나 따먹고 버리지 마. 나 책임져줘. 네 보지 아니면 안 선단 말이야.”
부드러운 중저음으로 나긋나긋하게 속삭이는 그였지만, 안에 담긴 단어의 상스러움은 그대로였다.
“너도 그럴걸? 이제 내 좆 아니면 안 젖을 거야. 그렇지? 응? 어차피 다른 새끼들 다 나보다 좆도 작고 몸도 별로야. 맞잖아. 그치?”
대답을 종용하며 원이 거칠게 좆을 찔러 넣었다. 덕분에 뭉그러진 신음이 대답처럼 뱉어지고 말았다.
“으응, 읏…….”
“그래, 약속한 거야. 나 책임지기로. 먹버 안 하기로. 내 좆 아니면 보지 안 젖기로. 맞지, 서연아?”
약속은 무슨 얼어 죽을 약속! 서연은 속으로 그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쉴 새 없이 연타하는 쾌락에 입 밖으로 뱉어지는 건 높은 교성뿐이었다.
“하으으, 읏, 으응……!”
“그래, 응이라고 두 번이나 한 거야. 약속 어기지 마. 씨발, 그럼 진짜…… 가만 안 둬.”
이 상황이 어이없기만 한 서연이었다.
당연하지만 서연도 어려서부터 첫 연애라든가 첫 키스 그리고 첫 섹스에 대한 어느 정도의 로망은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빌어먹을 이원이랑 배꼽을 맞춘 채 이루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억울, 읏, 해…….”
“뭐가?”
첫 연애가 소꿉친구에게 좆이니 먹버니 하는 소리를 들으며 시작될 줄이야.
“로맨틱…… 하나도 없잖아.”
그 말에 원이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 음흉한 미소를 짓고는 두툼한 귀두로 속살 곳곳을 휘저어대며 말했다.
“그럼 로맨틱하게 씹질할까?”
“진짜 지랄.”
“아니면 로맨틱하게 뒤치기?”
“야이씨…….”
“이것도 아니면 로맨틱하게 보지 빨아줄까?”
즐거움이 가득한 그 목소리에 서연은 체념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말을 말자며 한숨만 푹 내쉬었다.
그래, 어처구니없게도 이게 서연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애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