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4화 (14/430)

제14화

“형님. 그 일로 백부님만 제외하고 형님을 못 믿었다고 하셨습니까? 더불어 형님을 조롱하고 비난하기까지 했다고요?”

운현은 운청휘가 왜 이렇게 묻는지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운청휘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지금부터, 그자들이 누군지 알려 주십시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부 제가 책임질 것입니다.”

운현은 운청휘의 복수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을 내린 듯 입술을 꽉 깨물며 입을 열었다.

“그들은……. 네 장로들과 호위대장, 종사책임집사…….”

현장에 있던 열일곱 수뇌부의 이름이 하나둘 운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름이 불린 수뇌부들은 네 장로를 제외하고 모두 얼굴색이 변했다.

그들은 운청휘에게 목숨을 구걸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대장로가 그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었다.

“운청휘. 네 뜻은 잘 알았다. 우리는 이제부터 너를 소가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순간부터 운씨세가의 소가주는 나의 아들인 운양청이다!”

대장로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네가 고집을 부리니 우리는 임씨세가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대 장로의 권한으로 너를 옥에 영원히 가두겠다.”

“나를 평생 가두겠다고? 하하하하…….”

운청휘는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대장로의 말에 화가 극도로 치밀어, 되려 웃음이 터진 것이었다.

“본제(本帝)가 돌아와서 처음으로 행하는 도륙이 이 세가일 줄은 몰랐군!”

그 말과 함께 운청휘의 기세가 대번에 달라졌다.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살기가 그의 몸에서 폭발했다. 그는 이미 수백만의 사람을 시체로 만들었던 그 선제로 돌아와 있었다.

소가주였던 형이 임씨세가에게 당해 병신이 되었는데 세가의 수뇌부라는 인간들이 복수는 고사하고 되려 형을 조롱하기까지 하다니, 게다가 권력에 눈이 멀어 자신을 옥에 평생 가두겠다고 한다.

아무리 같은 세가의 사람이라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운청휘의 몸에서 하늘마저 뚫어 버릴 듯한 기세의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순간, 그는 세가를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운청휘의 머릿속에는 오직 살육. 마음껏 살육하는 것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영력을 일으킨 운청휘가 영혼백변신법을 펼쳤다. 다음 순간, 운청휘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곧 대장로의 앞에 나타났다.

영력을 가득 주입한 일권이 전광석화처럼 대장로를 향해 뻗어나갔다.

“헛!”

대장로가 헛바람을 들이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운청휘의 속도가 자신보다 늦지 않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다시 평정을 되찾으며 입을 열었다.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는구나. 네가 자초한 일이니, 너의 무공을 폐해도 탓하지 말거라!”

대장로는 신분 때문에 먼저 운청휘를 공격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운청휘가 먼저 공격했다면 얘기가 다르다.

대장로도 똑같이 두 주먹으로 운청휘의 공격을 받아쳤다.

쾅! 쾅!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사방을 퍼져 나갔다. 주위 사람들은 자신들을 밀어내는 충격파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이럴 수가……!”

대장로는 경악했다. 성경 9단계인 자신의 공격이었다. 그런데 이토록 쉽게 받아내다니?!

이때, 운청휘의 주먹이 파죽지세로 대장로에게 날아들었다.

그 기세가 실로 대단해, 마치 산 하나가 대장로에게 떨어지는 듯했다.

“붕산권!”

대 장로는 대번에 운청휘의 권법을 알아보았다. 운씨세가 무공각에 소장되어 있는 인급상품의 무공이었다.

“영후백변신법 말고도 붕산권까지 수련했다니!”

대장로는 혀를 차며 다시 운청휘의 공격을 막았다.

쿵! 쿵! 쿵!

둘은 순식간의 수백 번의 공격을 주고받으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아래에서 보면 난잡한 공격이 뒤엉키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공격이 서로 부딪칠 때마다 굉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급박한 순간에도, 운청휘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공격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했다.

만약 그의 경지가 성경 5단계가 아니었다면, 제아무리 대장로라도 이미 패했을 것이다.

한편, 싸움이 길어지며 대장로는 섬뜩함을 느끼고 있었다. 공격을 주고받으며 운청휘의 힘이 자신보다 한없이 아래라는 걸 느꼈지만, 도무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노릇인지, 무위의 차이가 명백한데도 운청휘가 밀리는 느낌이 없었으니까.

“좋지 않아…….”

대장로의 안색이 대번에 변했다. 운청휘가 주먹을 내지르는 그 짧은 순간에 공격을 중권(重掌)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인급 상품의 구중권! 이것도 무공각 3층의 무공인데…….”

대장로는 말끝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왼쪽 어깨에 중권이 꽂힌 것이다. 그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공중에서 추락해 땅에 처박혔다.

“쿨럭……!”

피를 한 움큼 뱉어낸 대장로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경악에 찬 물음이 운청휘를 향했다.

“어떻게 이리도 많은 상급무공을 수련한 것이냐?”

대장로가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무공은 세가가 유지되는 근본. 가주가 아닌 이상, 세가 내의 누구도 이렇게 많은 무공을 동시에 수련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또한 너무 많은 무공을 수련하는 것은 무인에게 독이나 다름없었다. 한 번에 다양한 무공을 익히다 보면, 하나의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기 일쑤였다.

“하! 고작 세 가지를 보고 놀라는 것이냐?”

운청휘가 콧방귀를 뀌며 다시 공격을 펼쳤다.

“세상에! 칠성지, 또 인급 상품의 무공이냐……!”

대장로는 대응도 잊은 채 운청휘의 손가락을 홀린 듯이 보고 있었다.

운청휘가 선보인 칠성지, 구중장, 붕산권, 영후백변신법. 이것들은 모두 운씨세가 무공각 3층에 소장된 무공이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구경도 못 해 볼 귀한 무공이었으나…….

푹!

대장로의 한쪽 팔이 바로 그 칠성지에 뚫리며, 피를 뿜어냈다.

대장로에게 잊지 못할 고통을 선사한 칠성지는 지법의 일종으로, 일정 경지에 도달하면 육체는 물론이고 화강암도 구멍을 낼 수 있었다.

“살아도 함께 살겠고, 죽어도 함께 죽겠지. 우리들은 이미 대장로님과 한배를 탔으니, 대장로님이 패한다면 우리도 무사할 수 없네!”

“실종된 3년 동안, 운청휘는 수련을 계속한 게 분명하네. 자질도 3년 전과 비교할 수가 없군. 그렇지 않다면 대장로님이 저렇게 밀리겠는가?”

“운청휘의 무위와 자질을 진즉 알았다면 그의 편에 섰을 것을…….”

세 장로가 서로 바라보며 유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는 운청휘와 대립하여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운청휘를 향해 살수를 펼쳤다.

“이런 부끄러움도 모르는 늙은이들 같으니!”

운몽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운청휘와 대 장로 간의 일 대 일 대결에 다른 장로들이 끼어들자 화가 난 것이다.

“흥,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펑펑펑!

운몽이 몸을 날리자, 세 장로의 등으로 장법이 작렬했다.

“빌어먹을! 감히 기습을 해?”

“저놈부터 처리합시다!”

쾅쾅쾅쾅…….

무위가 성경 8단계에 이르렀다. 그런 세 사람이 협공을 펼치니, 운몽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쿨럭…….”

세 장로의 협공에 운몽은 얼마 지나지 않아 등에 장법을 맞고 피를 토해냈다.

쾅!

이 장로가 그런 운몽의 배에 발을 꽂아 넣으며 그를 날려 버렸다.

“천수혈도가 성경 8단계라니! 협공이었으니 다행이지 일 대 일 상황이라면 우리 셋 모두 저놈의 상대가 되지 않겠소!”

“저놈은 내버려 두고, 대장로를 도우러 갑시다!”

그때, 대장로는 제법 깊은 부상을 입었지만 성경 9단계의 무인답게 죽을힘을 다해 운청휘와 맞서고 있었다. 비록 끝이 정해진 싸움이었지만. 그의 패배는 시간문제였다.

“어떻게 저 녀석의 힘을 다루는 재주가 이토록 완벽하단 말이냐…… 월경의 고수도 이렇게 까지는 완벽하지 못할 것인데…….”

줄곧 평정심을 유지한 운청휘와 달리, 대장로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힘의 운용에, 무공의 기교도 극에 달했구나……! 빌어먹을! 대체 3년 동안 어떤 기연을 얻은 것이냐!”

대장로의 감상처럼, 운청휘는 힘의 운용이나 전투 감각에서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자신이 평생 수련에만 매진해도 운청휘처럼 될 자신이 없었다.

그나마 지금의 운청휘가 성경 5단계이기에 목숨이 붙어 있을 뿐, 같은 단계였다면 자신은 운청휘에게 일초도 당해내지 못했을 터였다.

“또, 또냐! 한 번에 두 개의 인급상품 무공을 펼치다니……!”

그 순간, 대장로는 자신이 전투 중이라는 것도 잊고 소리쳤다.

운청휘가 새로 펼친 무공도 무공각 3층에 소장된 무공이었다. 대장로의 머릿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만약 운청휘가 무공각 3층의 무공을 전부 훔쳤다면? 극히 낮은 확률이라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러나 대장로는 곧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무공서를 훔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전부 이 경지까지 수련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사람의 정력에는 한계가 있다.

운청휘가 아무리 천하의 기재라고 해도, 무공을 수련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가지 무공을 수련하는 데 1년이 걸린다고 하면 전부 익히는 데 30년이 걸린다.

하지만 운청휘는 고작 열여덟 살이 아닌가?

대장로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모르는 사실은, 운청휘는 선계에서 3천 년의 시간을 살아남아 선제로 등극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운청휘에게, 인급무공쯤은 머릿속으로 한 번 구현하는 것이면 완전히 익힐 수 있다. 구

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숨 한 번, 혹은 눈을 깜박이는 시간, 심지어 찰나로 족했다.

“대장로, 도우러 왔소!”

다급한 외침과 함께, 세 장로가 대장로의 곁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합류하자 대장로는 그제야 숨이 조금 트이는 것 같았다. 성경 8단계가 세 명, 성경 9단계가 한 명. 이렇게 되면 아무리 운청휘라도 우세하지 못할 터였다.

펑!

잠시 후, 일장을 허용한 운청휘의 입가에 피가 흘렀다.

선계에서 돌아온 뒤 처음으로 입은 상처였다. 비록 작은 상처였지만…….

운청휘는 더 이상 싸움에 연연하지 않고 영후백변신법을 펼쳐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삼십여 장 떨어진 인공 산에 내려섰다.

“오랜만에 피를 흘리는군.”

입가의 피를 닦으며, 운청휘가 낮게 중얼거렸다.

천성대륙으로 넘어오며 혼돈 영수와 싸울 때에도 피를 흘리지 않았건만, 실로 몇 백 년 만에 상처를 입은 터였다.

웅웅웅…….

그때, 운청휘의 등에 매달린 빈 검집이 그에게만 느껴지는 작은 진동을 하였다.

“참천신검…….”

운청휘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중얼거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