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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9화 (19/430)

제19화

그 말을 들은 혼돈 영수가 몸서리를 쳤다. 겪은 게 있으니, 운청휘의 말을 감히 의심할 수가 없었다.

“냐…….”

녀석의 울음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하루가 지나지 않아, 운청휘는 부상을 회복하고 무위도 성경 5단계로 되돌아왔다. 영약원에서 구해온 약초의 도움이 컸다.

그 뒤, 운청휘는 본격적으로 연단을 정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혼돈 영수의 보조가 있었기에 정제 속도가 열 배 이상 빨랐다.

혼자서 취기단을 정제하는 데 이틀 반이 걸렸다면, 이번에는 한 시진을 조금 넘겨 세 배가 넘는 취기단을 완성해냈다.

취기단 외에도 무위 증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단약을 정제했는데, 모두 인급상품이었다.

비록 세 알이지만, 왕급하품의 복령단도 완성했다. 가격으로 보자면 앞서 정제한 인급상품의 단약을 모두 합쳐도 복령단의 가격에 못 미쳤다.

“복령단 세 개라. 형님의 영해를 복원하기에 충분하겠군!”

운청휘가 왕급하품의 복령단을 품속에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야옹!”

그때, 혼돈 영수가 눈을 반짝이며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뭔가를 원하는 눈빛이다.

“걱정하지 말도록.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단약을 정제할 수 있던 건, 절반은 네 공로가 아니더냐.”

운청휘가 인급상품 단약의 절반을 녀석에게 밀어주었다.

“야옹! 야옹!”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좋아하던 혼돈 영수는 운청휘가 내민 단약을 한 번에 삼켜 버렸다.

***

시간이 흘러 어느덧 운청휘와 임비화의 결전의 날이 되었다.

대결 장소는 천우성 중심에 자리 잡은 천우광장이었다.

중심부답게 10층이 넘는 목조 건물들이 광장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도 대결을 보러 온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하나같이 기대에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의 시선은 광장 중앙에 설치된 비무대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자네들의 생각에는 누가 이길 것 같나?”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승패에 대해 저마다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야 물론 임비화가 이기겠지, 잊지 마, 지금의 임비화는 천우성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천재라고! 아무리 운청휘가 천우성의 제일 기재였어도, 낭야산에서 3년이나 허비했잖나? 그리고, 이 결투는 임비화가 신청했어. 자신이 없었으면 오인철 광산을 걸지도 않았겠지.”

“저기 봐! 임비화다.”

누군가가 소리 지르자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백의 장포를 차려입은 임비화가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인파를 가르며 걸어온다.

그의 뒤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수의 기세를 내뿜으며 함께하고 있었다.

“과연 대세가의 자제로군, 기세만으로도 이미 동년배들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

“임비화뿐만이 아니야. 뒤에 따르는 자들의 실력도 모두 출중하군!”

“승부는 이미 났어. 임씨세가의 승리야.”

이윽고 운씨세가의 사람들도 모습을 드러내자 좌중은 잠잠해졌지만, 그것도 잠시. 의아함을 느낀 사람들이 저마다 떠들기 시작했다.

“운씨세가의 네 장로가 안 보여. 어떻게 된 거야? 운청휘도 없네?”

“크크큭. 그놈이 질 것 같으니까 망신당하느니 차라리 오지 않기로 한 것이겠지.”

네 장로의 일은 이미 태상장로가 소문의 근원을 막아 버려서 외부인은 알지 못했다.

“운청휘는 아마 무서워서 숨었을 거야. 아마 세가의 어른들 뒤에 숨어 결투를 취소하려 들겠지.”

“결투를 취소해? 이런 멍청한. 네놈 생각에는 운씨세가에서 동의할 것 같아? 소문이 이미 천우성 전체에 퍼졌는데 운청휘가 여기서 도망가면 앞으로 이 천우성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돌아다녀!”

“운청휘뿐만이 아니지, 운씨세가의 명성도 시궁창에 처박히겠지.”

이때, 임씨세가의 사람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운씨세가 쪽으로 다가왔다.

“운한 가주, 또 보는구려.”

임비화의 부친이자 임씨세가의 대장로인 임성양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임성양! 그대들의 가주는 오지 않은 것이오!”

운한의 아미가 구겨졌다.

“흐흐흐. 가주님은 워낙 바쁜 분이시라 내가 대표로 왔소이다.”

이제 오십 줄에 들어선 임성양이 기괴하게 웃으며 말했다.

운한의 얼굴에 불쾌감이 번졌다. 임씨세가의 가주가 대 장로를 내보낸 것은 운한을 자신의 아래로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운염! 네가 상대하도록.”

운한이 콧방귀를 뀌며 뒤에 있던 수하를 불렀다. 당한 그대로 갚아 주려는 의도였다.

“운한 가주! 지금…….”

임성양의 숨이 가빠지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주, 시간 낭비는 이쯤 합시다. 우리 가주님이 오지 못한 것은 정말 바빠서요. 그대를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란 말이오. 그리고 이 계약서들에도 가주님이 직접 서명하셨소.”

운한이 받아든 계약서에는 오늘 결투의 결과에 거는 내기가 적혀 있었다.

운청휘가 승리하면 임씨세가의 오인철 광산을 운씨세가에게 넘기고, 임비화가 승리한다면 운씨세가의 영약원을 가져간다는 조건이었다.

별다른 내용은 없었지만, 정작 계약서에 서명을 하려고 하니 조금은 망설이는 운한이었다. 어쩐지 오늘의 결투가 쉽게 승패가 갈릴 것 같지 않았다.

‘괜한 걱정이다. 장로들 셋을 죽이고 하나는 폐인이 되었는데, 임비화쯤은…….’

운한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계약서에 이름을 적었다.

“하하하……!”

운한이 서명하는 것을 본 임성양이 큰소리로 웃었다.

“운한 가주! 운씨세가의 영약원은 우리가 감사히 받겠소이다.”

“흥. 누가 누구의 것을 감사히 받을지 모르겠군.”

운한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하하하. 두고 봅시다! 지고 나서 후회하지나 마시오.”

임성양도 냉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계약서를 작성한 지도 이 각을 지나고 있었다.

“젠장! 언제까지 기다리게 하는 거야! 진짜 도망치기라도 한 거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누가 아니래! 하지만 이대로 안 온다면, 계약서대로 임씨세가의 승리가 될 텐데.”

한참 전에 비무대에 올랐던 임비화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운한 가주님. 운청휘는 어디 있습니까? 정말 저들의 말대로 겁을 먹고 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요?”

“쳇, 우리 소가주는 바빠서 늦는 것이니 조금 기다리시오! 금방 올 거요!”

운씨세가 쪽에서 누군가가 반박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한다기보다는 그저 면박을 주는 소리처럼 들렸다.

“조금만 기다려? 말로야 누가 못해! 그럼 그자가 저녁까지 안 오면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거요!”

임씨세가 쪽에서도 불만을 토했다.

“흥. 앞으로 이 각이오. 그 후에도 오지 않는다면 기권으로 간주하겠소!”

임성양이 차갑게 뇌까렸다. 목소리에 영력이 실려 장내의 모두에게 전해졌다.

“가주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더 늦으면…….”

운씨세가의 사람들이 초조한 눈빛으로 운한을 바라보았다.

네 장로의 일을 모르기에, 그들은 운청휘의 승리를 믿지 않았다. 그저 임비화를 상대로 버텨주기라도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시간이 지나도 운청휘가 나타나지 않으니, 더더욱 불안할 수밖에.

“죄송합니다, 백부님! 조금 늦었습니다.”

그때, 마성이 가득 실린 목소리가 광장을 울리더니 붉은 장포를 입은 청년이 인파를 가르고 비무장을 향해 걸어왔다.

이를 바라보던 몇몇 고수들은 아미를 구겼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청년에게서 밤하늘의 성신처럼 오묘한 기운을 느낀 것이다.

“운청휘, 운청휘다!”

“뭐야, 3년 전 그대로인데?”

“하하하. 드디어 왔어! 이제 좀 재미있겠네.”

“하하. 그럼! 그래도 천우성 천하제일 기재였었는데 잠시는 버텨주겠지!”

모두의 시선이 운청휘를 향했다. 그의 뒤에서 함께 걸어오는 외팔이 청년은 안중에도 없었지만, 바로 그가 운청휘가 늦은 이유였다.

영약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운청휘는 급히 두 가지 일을 처리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운현의 영해를 복구하는 일이었다.

“이놈들!”

운한이 급히 둘의 앞에 다가서다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눈치챈 것이다.

“현아, 너…… 영해가 어떻게?”

운한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운현은 아직 감격이 남아 있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님, 청휘 이 녀석이 복구시켜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운청휘가 반년 안에 자신의 잘려 나간 팔도 다시 자라나게 해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형님. 백부님.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감격에 젖은 둘을 뒤로하고, 운청휘는 몸을 돌려 비무대로 올라갔다.

“드디어 왔나?”

임비화가 혀로 아랫입술을 쓸며 살기를 흘렸다.

“천우성 제일의 기재를 이 손으로 죽일 수 있다니! 이거 너무 기대 되는 걸?”

“그런가?”

그와 반대로 운청휘는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긴말은 필요 없다. 형님께 저지른 일을 되돌려주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청휘가 영후백변신법을 펼쳐 자리에서 사라지며 임비화의 앞에 나타났다.

“붕산권!”

운청휘의 중권이 터져 나왔다.

“흥! 잔재주를 부리기는!”

임비화는 콧방귀를 뀌며 똑같이 주먹을 뻗었다.

쿵!

두 주먹이 부딪치며 요란한 충격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럴 수가!”

장내의 사람들은 눈을 부릅떴다. 그들의 눈에는 튕겨 나가는 임비화가 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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