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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6화 (26/430)

제26화

아쉬운 듯 중얼거리는 운청휘에게 기령이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울어 보였다. 기령의 눈빛이 운청휘에게서 떨어지지 않아, 마치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

“……선천생령?”

운청휘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청연지심화의 본체가 있었다면 선천생령까지 회복도 가능했겠어. 하지만 어쩌겠느냐? 영혼으로는 무위를 한 단계 올리는 데 그쳤으니.”

-……주, 주인이시여!

청연지심화의 억울함이 가득한 목소리가 운청휘의 체내에서 울렸다.

“호오. 벌써 일어났느냐?”

운청휘는 조금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

“이제 네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 고하도록.”

청연지심화가 잠시 뜸을 들이다 천천히 털어놓았다.

-삼천 년 전, 그자가 저의 영혼과 육체를 분리했습니다. 제 영혼은 이곳 쇄용진에, 본체는 성공학원에 봉인되었습니다.

“그자?”

-예, 한때는 하늘 아래 제일의 강자라고 불렸던 그자 말입니다.

과거의 일을 떠올리자, 청연지심화는 심경이 복잡해지는 듯했다.

꺼지지 않는 원한과 함께, 영혼 깊이 새겨진 공포가 되살아났다.

“검신 풍무극광?”

운청휘가 조금 놀랐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태어난 이후, 운청휘는 풍무극광의 셀 수 없이 많은 전설을 들었다.

수천 년 전, 시대를 풍미했다는 하늘 아래 제일의 강자.

검신 풍무극광.

이 세계는 망망대해든, 광활한 대지든 모두 하늘 아래에 존재한다.

이 세상에 하늘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다. 그 때문에 하늘 아래 제일의 강자라는 칭호는 ‘천하제일인’이나 ‘세계최강’ 같은 수식과 비교할 수 없는 무게를 지녔다.

그 칭호를 유일하게 가진 이가, 바로 풍무극광이었다.

-맞습니다. 제 영혼과 본체를 분리한 자가 바로 검신 풍무극광입니다.

청연지심화가 신음하듯 내뱉었다.

“그자는 지금 천성대륙에 있느냐?”

운청휘가 물었다.

-그자는 저를 봉인한 뒤 천성대륙을 떠날 거라 했습니다. 지금은 그가 어디에 있는지, 살아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마치 숨을 고르는 것처럼 청연지심화가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다만 그자는 선계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자가 말하길, 아홉 선제는 출생 신분이 높았기 때문에 선제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호오.”

운청휘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다른 아홉 선제에 대해서 풍무극광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선제가 되기 위해선 천지의 법칙을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계에서 태어난 생령이 아니라면, 천지의 법칙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았다.

운청휘는 인간이기에, 그 어떤 특혜도 받을 수 없는 만큼 다른 선제들의 열 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선제의 자리에 올라섰다.

“선계에선 그자의 소문을 듣지 못했다. 풍무극광이라면 선계에서도 충분히 유명할 터인데…….”

의아한 듯 중얼거리던 운청휘가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할 일은 이 녀석의 본체를 찾는 일이니, 그자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해야겠군.’

생각을 정리한 운청휘가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채하와의 재회는 몇 달 뒤로 미뤄야겠구나…….”

계획대로라면 천우성의 일을 해결하고 천검종에 있을 가족을 찾아갈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청연지심화의 본체를 찾는 일이 급했다.

“삼천 년을 봉인되어 있더니, 힘이 전성기의 일 푼도 남지 않았군. 본체를 찾는다고 해도 움직일 수나 있겠느냐? 영혼의 힘을 키울 무공을 내릴 테니, 그동안 본제의 안에서 수련하도록.”

말을 내뱉는 동시에, 운청휘가 무공 하나를 청연지심화에게 새겨 넣었다.

-원진정신술, 혀…… 현천급의 무공!

청연지심화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비명을 질렀다.

“알아보겠느냐.”

운청휘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현천급 무공은 선계에서도 진귀한 무공이다. 본제가 아니라면 이렇게 내릴 수 있는 자는 다른 아홉 선제뿐이었다.

반나절 뒤, 운청휘는 기령과 함께 산골짜기를 떠났다.

“야옹!”

기령은 연신 원망하듯 울어댔다.

기령이 불만을 품은 것은, 운청휘는 청연지심화의 영혼을 얻어 무위가 상승했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청휘의 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직 하나의 기연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무위를 선천생령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연이.

“……냥?”

연신 불만을 토하던 기령의 시선이 갑자기 서남쪽으로 향했다. 뭔가를 발견한 듯 눈에 담긴 원망이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기령의 시선은 삼백여 장 떨어진 숲에 멈춰 있었다. 그곳에서 누군가가 싸우는 소리와 호통이 연달아 들려왔다.

잠시 후, 한 쌍의 젊은 남녀가 다급히 도망치는 모습이 운청휘의 눈에 들어왔다.

남녀를 추격하는 자들은 모두 일곱이었는데, 여유가 넘치는 듯했다.

“하하. 이런 첩첩산중에서 여인을 볼 줄이야!”

“그동안 많이도 참았어, 내가 먼저다!”

“흥, 먼저 발견한 자가 임자인 법! 내 차지다!”

추격을 펼치면서도 제각기 낄낄거리는 이들.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만으로 운청휘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있어!”

도망치던 남녀도 운청휘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그들의 눈에 희망이 담겼다.

홀로 흉수산맥에 나타났으니, 평범한 사람은 아닐 터였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운청휘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느긋하게 기억을 더듬을 때가 아니기에, 쫓기던 남자가 다급히 말을 내뱉었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운청휘가 입을 열려는 순간, 남녀를 쫓고 있던 자들이 운청휘의 앞에 도착했다.

“우리는 천원학원 사람이다. 알아들었으면 이만 꺼져라!”

누군가가 귀찮다는 듯 말하며 손을 내저었다.

“장 사제, 언제부터 말이 늘었어? 그냥 죽이면 간단한 것을!”

“이렇게 합시다. 저놈을 죽이는 자가 여자를 먼저 맛보는 것으로!”

“좋아! 그렇게 해. 셋을 센다. 하나, 둘…….”

펑!

그들이 미처 셋을 세기도 전에, 공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운청휘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 공기와 부딪치며 생겨난 소음이었다.

퍼엉!

운 나쁘게도, 가장 가까이 있던 이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왼쪽 가슴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허공에 피 분수가 흩뿌려지며, 심장이 터져 절명한 몸뚱이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성경 9단계의 애송이들이, 감히 나를 죽이려 들어?”

다시 나타난 운청휘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이 자식! 감히 천원학원의 제자를 죽이다니!”

남아있는 자들이 놀란 눈으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끝났어…….”

도움을 청했던 젊은 남녀는 그 광경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천원학원의 배후에는 황실이 있어. 천원학원의 사람을 죽였으니 더 이상 천원왕조에는 저자가 몸을 의탁할 곳이 없다고!”

“저자가 살수를 펼친 이유는 우리 때문이야. 만약 천원학원에서 조사를 시작하면 우리도 피해갈 수 없어…….”

젊은 남녀가 창백한 얼굴로 말을 주고받았다.

“방금 진원이 손 한번 못 써보고 심장이 터져 죽은 거야?”

남아있던 여섯 중 누군가가 갑자기 어두운 얼굴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임 사형, 그 말은 저자가 월경의 고수일지도 모른다는 뜻이오?”

“일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확실해!”

임 사형이라 불린 사내가 낮게 속삭였다.

“기습이었다고 해도진원의 무위는 성경 9단계였다. 일장에 목숨을 취할 수 있는 건 월경의 고수뿐이야!”

말을 마친 사내가 가라앉은 눈으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진원의 일은 절대 잊지 않겠다. ……가자!”

그들이 막 떠나려고 할 때, 담담한 목소리가 발목을 붙들었다.

“혀가 참 가벼운 자들이로군. 내 목숨을 두고 지껄이더니, 이제는 멋대로 가겠다고 하는구나.”

가소롭다는 듯 가늘게 눈을 뜬 운청휘였다.

“왜? 기어이 피를 보고 싶으냐?”

“이놈,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려 했더니……!”

분노한 일곱 명의 추적자가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네가 월경의 고수라고 하지만 우리도 모두 성경 9단계의 무위다. 협공하면 네놈도 좋은 꼴은 못 봐!”

임 사형이라 불린 사내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천원학원의 제자들이다. 감히 네놈이 건드릴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게 좋을 거다!”

“우습구나. 누구든, 이 몸을 죽이려 한 대가는 목숨으로 치러야 하거늘!”

자신을 죽이려 했던 자들의 최후는 오직 하나, 죽음뿐이다.

운청휘가 그들을 향해 중장을 퍼부었다.

훙훙훙…….

허공을 가득 채운 중장이 촘촘한 그물이 되어 그들을 덮쳤다.

구중장(九重掌)!

왕급하품의 무공이지만, 운청휘가 펼쳐내자 본래보다 열 배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천원학원의 제자들은 출수 한번 해 보지 못하고 모두 혈맥이 터져 즉사했다.

이 모든 일을 목격한 두 남녀는 경악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실력을!”

젊은 남녀는 혼백이 나간 것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야옹!”

운청휘의 어깨에 있던 기령이 눈을 빛내며 튀어 나갔다.

잠시 뒤 다시 돌아온 녀석은 자신의 몸뚱이와 비슷한 크기의 자루를 물고 있었다.

“야옹!”

기령이 입에 물고 돌아온 자루는 하급 법보인 아공간 자루였다.

그들이 다가오기 전부터 아공간 자루를 발견한 기령이었으니, 운청휘에게 걸리지 않았더라도 녀석이 먼저 나섰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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