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43화 (43/430)

제43화

“도련님의 저 공격은 우리라고 해도 받아내기 어렵겠어…….”

상관세가와 천원학관의 무인들도 기겁하며 중얼거렸다.

“흥. 이번에는 확실히 죽겠군.”

“그러게 말이야. 괜히 옛일을 꺼내 죽음을 재촉하다니.”

“잠재력이 폭발할 때는 죽음이 코앞에 닥쳤거나 극도로 분노했을 때라더군. 지금의 임위는 후자인 모양이야.”

“저 공격의 위력은 월경 4단계를 뛰어넘었네. 월경 5단계에도 거의 근접했어.”

“그리고 횡소천군은 황극권 중에서도 위력이 가장 센 초식이잖아!”

천원학관의 교관 한 명이 상관세가의 무인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황극권은 우리 부원장님이 임위에게 전수한 황급권법이오.”

“황급권법, 게다가 그중에서도 제일 강한 초식이라…… 그 말은 저 공격의 위력이 월경 6단계의 고수에 필적한다는 말이오?”

“그렇소…….”

“그렇다면 우리도 저 공격에는 압살당할 수밖에 없겠구려.”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공격의 기세에 몸을 떨고 있었다.

굳이 헤아리지 않아도, 중권 하나하나에 담긴 위력은 사람들에게 절벽 끝에 선 듯한 공포를 안겨주기 충분했다.

두 번째 공격에서 운청휘가 살아남았다지만, 지금의 공격은 끝을 예고하는 듯했다.

“운휘야!”

“소가주님……!”

운씨세가 사람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미 운청휘가 죽기라도 한 듯이, 그들은 절망하며 이를 갈았다.

누구도 더는 기도하지 않았다. 일말의 희망도 없을 때 올리는 기도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임씨세가!”

“더 화가 나는 건 우리 자신이다. 소가주님께 조금도 되지 못하다니……!”

운청휘도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기령이 대화를 마치고 어깨에서 사라지자마자, 운청휘는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지금의 무위는 겨우 성경 8단계. 분노한 임위가 전력에 전력을 다해 퍼붓는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낼 수준이 아니었다.

“하하하. 그럴 줄 알았어! 어리석은 놈!”

임위가 기세등등하게 소리치며 허리춤에 있는 아공간 행낭을 뒤적거렸다.

이내 그의 손이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일어나는 단약을 쥐고 나왔다.

“왕급상품의 독단이로군.”

“하하하, 죽어버려!”

임위는 크게 웃으며 독단을 으깨 그 가루를 운청휘가 있는 곳의 허공에 뿌렸다.

순간. 한낮의 하늘이 밤보다도 더 어둡게 물들었다.

“하하하. 어떠냐? 움직이지 못하겠지? 그 독은 피부에 닿거나 조금만 들이마셔도……, 심지어 머리카락에 묻어도 몸이 마비되는 극독이다!”

임위의 스산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영력도 운용할 수 없을 거다! 네놈은 네 형과 똑같은 몸이 되었다는 거다! 하하하……! 그만 죽어라, 운청휘!”

스산한 웃음소리와 함께, 황극권의 ‘횡소천군’이 운청휘의 몸에 떨어졌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성루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연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쿠웅!

둔중한 충격음과 함께 정적이 깨졌다. 공기가 날카롭게 진동하며 연기가 조각나기 시작했다.

흩어지는 암흑 사이로 임위와 운청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람들은 다급히 숨을 몰아쉬며 그들을 향해 수백만의 눈을 부릅떴다.

임위의 중권이 가슴에 박힌 운청휘의 몸이 조금씩 흩어지고 있었다.

불에 탄 재가 천천히 형태를 잃고 흩날리듯, 운청휘도 조금씩 가루가 되어 형체를 잃어갔다.

마침내, 공중에는 임위만이 남았다.

“와와!!”

잠시 정적이 흘렀던 성루 주변은 이내 수백만의 함성으로 진동했다.

“역시 임위가 이겼군!”

“일권으로 운청휘를 완전히 먼지로 만들어 버리다니!”

“운청휘도 임위의 손에서 그만큼 오래 살아남았으니 대단한 거지!”

“처음엔 3할의 영력만 사용했다지만, 그것만으로도 운청휘는 천재야!”

“임위가 전력을 다한 뒤에도 세 번이나 공격했지 않은가? 특히 마지막의 공격은, 같은 단계의 고수여도 받아낼 수 없었을 걸세.”

“쯧쯧. 자업자득이지. 건드려도 하필 임씨세가의 소가주를…….”

“운청휘가 죽었으니 이제 운씨세가도 끝이겠군.”

“정신없는 날이로군. 운청휘가 단독으로 철랑방을 없애더니, 반나절도 되지 않아 운씨세가가 똑같은 길을 걷게 되었으니…….”

“아무렴. 이제 천우성 삼대 세력은 옛말이야. 오직 임씨세가만 있을 뿐이지!”

수백만의 사람들의 제각기 떠들어대며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탄식. 조롱. 감탄.

어지러운 말들 속에서도 그들의 감정은 흥분에 뒤섞여 선명하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격렬하고 치열한 전투를 구경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같은 감정일 터였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떠들어대는 사람들 속에서, 운씨세가의 사람들만은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다.

운한은 아예 다리가 풀린 듯 땅에 주저앉은 채, 넋이 나간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다.

“청휘야, 청휘야, 청휘야……!”

멍하니 중얼거리던 운한에게서 곧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백부가…… 못난 백부라 미안하구나……!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도, 네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태상장로의 얼굴도 희게 질려 있었다.

그는 운청휘가 죽어가는 광경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세가가 멸문의 위기에 놓였을 때, 세가를 위해 적을 진압하는 이가 바로 태상장로임에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세가에 도움이 되지 못한 그가 감당하고 있을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터였다.

그때, 승부의 결과로 떠들썩하던 인파 사이에서 작은 의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임위가 여전히 허공에 뜬 채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움직이지 않는 거지?”

상관세가와 천원학관의 무인들도 의아하게 여긴 듯, 곧바로 몸을 날려 임위에게 향했다.

운씨세가 사람들 쪽에 서 있던 여인의 얼굴에 희미하게 부러운 감정이 묻어났다.

“3급 마종이라니……, 정말 부럽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위의 몸이 하강했다.

아니, 임위는 추락하고 있었다!

“임위!”

“도련님!”

상관세가의 세 무사와 천원학관 내원교관 셋의 얼굴이 대번에 변했다.

불길한 예감은 확신이 되었다. 그들은 서둘러 임위의 몸을 받아내 살피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도련님에게서 조금의 영력도 느껴지지 않아!”

“영해는 그대로인데 어떻게 영력만 사라진 거지?”

상관세가 소속 무인, 그리고 천원학관의 교관.

보통의 무인과는 다른 경지의 견식을 지닌 그들이지만, 그들이 아무리 살펴도 임위의 몸에 일어난 일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설마 본인이 뿌린 독에 당한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이 독단은 조금만 묻어도 영력이 굳어서, 단번에 보통 사람이 되는 극독이니까.”

“그건 불가능하오! 독단을 쓰기 전에 해독약을 먼저 복용했을 터, 게다가 영력이 굳는다고 해도 이처럼 완전히 없어질 수 없단 말이오.”

“……잠깐, 도련님의 아공간 행낭이 없어졌소.”

***

성루의 사각지대.

운청휘와 기령이 물건을 나누기에 분주했다.

“야옹야옹……!”

잔뜩 흥분한 기령이 울기 시작했다. 기령의 한쪽 앞발에는 주머니가, 다른 쪽 앞발에는 검은 구슬이 들려 있었다.

기령이 흥분할 법했다. 주머니는 임위의 아공간 행낭이고, 구슬은 임위의 몸에 숨어 있던 3급 마종이었으니까.

겉으로 보기엔 흔한 구슬이었으나, 이 마종에는 임위의 모든 영력이 담겨 있었다.

“야옹!”

기령이 잘난 척하며 운청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앞발에 걸린 전리품을 흔들어 보였다.

“그래, 이번에는 네 공이 컸다.”

운청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임위의 마지막 공격과 단약은 운청휘에게도 위협적이었다.

만약 기령이 때맞춰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탐식으로 운청휘에게 침투한 독소를 빨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운청휘는 중상을 입고 임위의 앞에 쓰러졌을 터였다.

혼돈 영수답게, 전성기의 기령은 세상 만물을 탐식할 수 있다.

비록 지금은 무위가 성경 8단계로 떨어져 만물을 탐식하기엔 무리였지만, 독소 따위를 삼키지 못할 리가 없었다.

임위가 단약을 썼을 때, 기령은 운청휘에게 침투한 독소를 탐식하고 재빨리 임위의 공격을 피해냈다.

운청휘 또한 독이 해독되자마자 영후백변신법을 극치로 펼쳐 성루의 사각지대까지 몸을 피했다.

그 자리에 남은 운청휘의 잔상에 공격이 명중했고, 지켜보던 이들은 운청휘가 임위에게 당했다는 착각에 빠졌다.

몸이 재처럼 흩어진 것도 잔상이 천천히 사라지면서 만들어 낸 광경이었으나, 사람들의 눈에는 운청휘가 죽는 순간처럼 보였을 터였다.

잔상이 사라질 때, 기령이 몸 밖으로 나온 마종을 뽑아내 성루의 사각지대로 돌아왔다.

마종을 빼앗긴 임위는 동시에 영력도 빼앗겼다.

보통 사람이나 다름없게 변한 임위가 잠시나마 떠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사방으로 쏟아진 충격파의 반동이 그를 허공에 잡아두었기 때문이다.

여파가 사라지자 그도 자연스럽게 지면으로 추락했다.

까득!

흑색의 마종을 반으로 나눈 기령이 하나는 삼키고, 하나를 운청휘에게 건넸다. 운청휘는 마종을 굳이 삼키기보단 아공간 행낭에 넣어 두었다.

“물건이 상당히 많군. 게다가 전부 고급품이다.”

임위의 아공간 행낭에는 천우성의 운씨세가 몇 채를 사고도 남을 값진 물건들이 가득했다.

왕급단약 십여 개, 도 세 자루, 검 여섯 자루, 왕급상품의 갑옷까지 있었다.

마침 검을 발견한 운청휘는 검집에게 주려다 마음을 바꿨다. 운한과 운현이 손에 익은 무기가 없는 게 떠오른 참이었다.

그 외에, 무공서도 세 권이나 들어 있었다. 예상외의 소득에 운청휘의 손이 분주해졌다.

“황극권. 이건 임위가 수련하던 무공이군. 천엽장(千葉掌). 황급상품 장법. 극도의 경지에 이르면 하늘을 장영으로 뒤덮을 수 있다라……. 호오, 이건 진짜 음혈검법이군. 이것도 황급상품, 흑무가 사용했던 것보다 더 심오하겠어.”

운청휘는 곧바로 심상 속에서 확극권, 천엽장, 음혈검법을 습득했다.

보통 사람이 1년, 10년 혹은 평생을 수련에 매진해도 배울 수 없는 것을 운청휘는 1분도 되지 않아 완전히 장악했다.

“아쉽게도, 성경 9단계에는 아직도 못 미치는군…….”

황급무공이 몇 가지만 더 있었다면, 당장 성경 9단계에 올라설 수 있다. 운청휘는 아쉬움을 삼키며 물건들을 정리하다 고개를 갸웃했다.

“영정패(靈晶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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