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50화 (50/430)

제50화

“예. 잠시 떠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늦어도 3개월 안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운청휘는 말을 하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단약들과 무공서적, 그리고 무더기로 된 은표를 꺼냈다.

“이것들은 백부님이 알아서 분배하십시오. 특히 단약은 아끼지 마십시오. 자질이 괜찮은 세가 사람이라면 적어도 두당 하나씩은 분배하셔야 합니다.”

운청휘는 영정패(靈晶牌)를 제외한 물품들을 모두 운한에게 넘겨주었다.

그날 저녁, 운청휘는 운몽과 고초를 당한 세가 사람들을 찾아가 상처를 돌봐주었다. 그들을 전부 치료하고 나니, 어느덧 새벽에 접어들었다.

“야옹…….”

어느새 기령이 운청휘의 어깨에 기어 올라와 자리하고 있었다.

“가자꾸나. 곧바로 성공학관에 가고…… 석 달 후에는 돌아와야지.”

운청휘가 중얼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천우성의 외곽에서 그림자 하나가 먼지를 휘날리며 성을 벗어나고 있었다.

“다음에는 절대 이런 식으로 떠나지 않겠다. 황성 운씨세가, 상관세가, 천원학관…… 석 달 뒤에는 이 운청휘 앞에 목을 내놓게 해 주마!”

석 달 후의 위기를 대비해 떠나고 있지만, 선제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운청휘는 각오를 다지며 쉬지 않고 남쪽으로 향했다.

7일 후, 전속력으로 달린 끝에 극광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황성 다음으로 규모가 큰 극광성은 성공학관의 독립적인 영토로, 황성의 관할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늘 아래 제일 강자라 불리는 인물, 검신 풍무극광. 그가 3천 년 전 성공학관을 건립하면서 성공학관은 천성대륙에 위세를 떨쳤다. 그 영향으로 극광성도 번영하여 대륙에서 가장 발달한 장소가 되었으나, 성공학관이 몰락하자 극광성이 기우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다만 부자는 망해도 삼 대를 간다고 했던가.

비록 몰락했을지언정 성공학관은 여전히 천원왕조 전체에서 그 이름이 오르내리는 학부였다.

근 100년간 황성의 천원학관과 제일 학부의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으니, 그 수준을 알 만했다.

***

극광성의 규모는 실로 거대해, 성벽의 높이만 해도 백 장이 넘어 보였다. 천우성의 열 배는 될 듯한 높이였다.

이른 시간임에도 성문을 통과하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다.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았는데 천우성을 하루 동안 드나드는 사람의 수를 넘었으니, 극광성의 건재를 똑똑히 알리는 듯했다.

성문을 지키는 백여 명의 호위들도 무위가 성경 9단계에 달했다.

개중 두 명은 월경 1단계의 고수로, 모두 40대로 보였다.

대부분의 세가에서는 이러한 무인들이 주요한 전력이 되겠으나, 극광성에서는 성문을 지키는 호위로 쓰고 있었다.

운청휘도 사람들의 행렬에 섞여 극광성에 들어섰다.

사방으로 트인 거리는 너비만 해도 오 장은 될 듯했다.

참으로 시원시원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거리를 따라 늘어선 건물도 가장 낮은 건물이 10층은 되어 보였고, 대부분이 15층의 높이였다.

이따금 100층 이상의 건물도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어서,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높이 솟은 건물들은 한눈에 보아도 특수한 나무로 제작되어, 강력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고 사람들을 지켜줄 듯 견고해 보였다.

“성공학관의 모집조건이 해마다 까다로워지는군!”

“그러니 해마다 천재들이 나오지 않겠나. 어제는 고작 열다섯인데 월경의 무위를 가진 소년도 나타났다던데?”

“뭐라고 했나? 열다섯에 월경이라고?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리를 걷던 중, 자연스레 들려오는 대화에 운청휘는 적잖이 놀랐다.

이곳은 선계가 아니라 천성대륙이건만, 그런 기재가 있단 말인가?

감탄을 뒤로하고, 운청휘는 반 시진 동안 거리를 돌아다니며 성공학관의 모집 조건을 알아보았다.

성공학관의 제자가 되는 길이 가장 빠르게 잠입할 방법인 듯했다.

운청휘는 성의 중심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만 명은 될 듯한 청년들의 행렬을 살펴보니, 그 앞에서 제자가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모양이었다.

“젠장. 저 반이 부럽구만. 3일 만에 이미 천 명이 넘는 제자를 받지 않았나! 정작 우리는 열흘이 넘도록 한 명도 못 받고, 지원하는 자도 겨우 열일곱 명이네. 어제의 그 천재도 아쉬워. 겨우 열다섯의 나이에 월경의 무위라니……. 우리 반에서도 중상에 속할 것을!”

“그럼 어쩌나. 그 천재 놈은 아예 이쪽 돌연변이 반의 시험에 참석할 생각이 없이 보통 반을 선택했는걸.”

“휴. 이게 다 원장님께서 이상한 조건을 내걸어서 그렇지. 기인이 아니라면 누가 이 시험을 보려고 하겠나? 세간에서는 보통 반의 조건이 까다롭다고 하는데, 우리 기인 반의 조건에 비하면 애들 장난에 불과해!”

“모두 용어 선택을 조심해 주시게! 우리는 기재 반이야, 돌연변이 반이 아니라!”

“아, 하하 습관, 습관이 되어서…… 모두들 우리 기재 반을 돌연변이 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운청휘는 접수처로 오자마자 신식으로 주위를 살폈다.

성공학관이 제자를 모집하는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지만, 뜻밖에도 구석진 곳에 접수처가 하나 더 있었다.

수만 명의 청년들이 득실거리는 와중에도 그곳은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지원자는커녕, 몇몇 구경꾼들도 잠시 머무르다 갈 뿐이었다.

[성공학관 기재 반 모집!]

커다랗게 쓰인 글자를 보자 운청휘는 의아하게 접수처를 바라보았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다른 접수처에는 서른 명의 책임자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무위가 높은 자가 월경 5단계였다.

정작 기재 반의 접수처 책임자 다섯 명은 모두 월경 6단계의 무인들이었다.

그런데도 사람이 이리 없단 말인가?

운청휘는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이끌려 기재 반의 접수처로 다가갔다.

“소형제, 기재 반의 시험을 보려는 것인가?”

머리를 숙인 채 서로 수군거리던 책임자들이 빛나는 눈빛으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소형제는 여기에 간단한 본인의 소개만 적어 주시게, 바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하겠네…….”

다섯 중 하나가 운청휘에게 신청서를 내밀었고 나머지 넷은 눈 깜짝할 사이에 운청휘를 둘러쌌다.

그들 모두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음흉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청서에는 이름, 나이, 무위 등 가장 기본적인 것만 작성하도록 되어 있었다.

“정말 이것만 적으면 되는 것입니까?”

신청서를 내려다보던 운청휘가 불쑥 물었다.

다른 반의 신청서는 가족 관계부터 형제의 수, 집안 어른들의 행방까지 세세하게 적어야 했다.

그런데 이 신청서는 본인의 간단한 소개 외에는 아무것도 적을 것이 없었다.

어찌 보면 애들 장난 같기도 했다.

“물론이네!”

운청휘에게 표를 건넨 중년인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우리 기재 반은 실력과 자질만으로 판단하네. 저쪽 보통 반의 얼간이들을 보게. 호구 조사도 아니고, 일일이 물어서 뭐 한단 말인가? 쯧쯧…….”

운청휘를 둘러싸고 있던 넷이 갑자기 살갑게 말했다.

“소형제. 빨리 적게. 다 적으면 바로 시험 시작이니까.”

***

운청휘는 순식간에 신청서를 적어냈다.

[이름: 운청휘.

나이 : 18세.

무위: 성경 9단계]

신청서를 다 적으면서, 내심 운청휘는 이 기재 반에 흥미가 생겼다.

신식으로 엿들은 이전의 대화에서, 그들은 열다섯의 월경 무인을 그들의 반에서 중상 자질에 든다고 평했다.

대체 어떤 반이기에, 월경의 무인이라 해도 고작 중상의 반열에 든다는 걸까?

운청휘도 이때만큼은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다.

어떤 고수들이 숨어 있는 곳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운청휘, 좋은 이름이군. 열여덟의 젊은이여. 뭐라고? 무위가 겨우 성경 9단계?”

허허 웃던 중년 담당자는 운청휘가 적어놓은 무위를 본 후, 웃음기를 거두며 표정이 음침해졌다.

“우리와 장난하는 건가? 성경 9단계의 무위로 이 반의 시험을 보겠다고?!”

“뭐? 겨우 성경 9단계?”

“젠장! 다른 이들이 모르게 무위를 감춘 기재가 아니라, 폐물이었나!”

“열여덟에 성경 9단계라……. 그런 소질이면 보통 반에나 적합할 텐데,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신청서를 낸 거냐!”

허허 웃던 다섯 사람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자 운청휘는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누구라도 이 다섯 명보다 빠르게 표정을 바꿀 수는 없을 터였다.

다만 그들의 태도가 달라졌기는 했지만, 살기는 없었다.

만약 한 줌의 살기라도 흘러나왔다면 운청휘가 그들보다 더 빠르게 표정을 바꾸었으리라.

막 대답하려는 순간, 신청서를 건넸던 중년인이 코웃음을 쳤다.

“흥. 성경 9단계라 해도 신청서를 작성했으니 규칙에 따라야지. 첫 번째 시험을 치러라!”

“그래. 꼭 참가해야지!”

“젠장, 화풀이할 데가 없었는데 잘됐네!”

기재 반 접수처가 시끌시끌해지자,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다.

그들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라도 본 듯 놀라 떠들어 댔다.

“무턱대고 기인 반의 시험을 보러 가다니!”

“보아하니, 우리 극광성 사람은 아닐 거야!”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극광성에서 누가 기인 반의 시험을 보러 가?”

“기인 반 모집 책임자 말로는 저 멍청이의 무위가 고작 성경 9단계라는데?”

“젠장. 농이 지나치구만! 고작 그 무위로 기인 반에 지원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틀림없어!”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첫 번째 시험이 시작되었다.

기재 반의 시험인 만큼 운청휘는 시험이 복잡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보다 더 단순할 것도 없이, 그저 책임자에게 도전하는 게 전부였다.

“성경 9단계라고 하니, 나는 월경 1단계로 낮춰 주겠네. 나를 쓰러트려야 두 번째 시험을 치를 수 있을게야.”

신청서를 건넸던 중년인이 운청휘의 앞으로 다가오며 말을 마쳤다.

그의 기세가 순식간에 잦아들며, 몇 번의 호흡이 지나자 월경 1단계의 무인과 다름없게 바뀌었다.

“이게 첫 번째 시험이라는 겁니까?”

운청휘는 실망을 감추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내었다.

“당신을 쓰러트리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건방지기엔 너무 이르다고. 정면에서 나를 쓰러트린 뒤에나 말하게. ……그렇지, 미리 울지나 말게. 나를 매우 실망시켰으니, 내 손이 제법 매서울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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