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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53화 (53/430)

제53화

“자, 자네 그것도 보이는 건가?”

이번엔 호 교관이 놀랄 차례였다.

운청휘가 단순히 증상만 보았다면, 그의 의술이 뛰어나다 생각하는 데 그쳤을 터였다.

그러나 운청휘는 그가 오백 년 된 영약을 삼킨 일도, 정확한 복용 시간까지도 짚어냈다.

어쩌면 운청휘의 능력은 의술의 범위를 뛰어넘은 게 아닐까?

호 교관의 머릿속에 언뜻 그 생각이 스쳐 갔다.

“허허, 보아하니 어려운 겐가?”

운청휘는 태연히 미소 지으며 호 교관에게 다가갔다.

“해결할 수 있지만, 조건은 냉 교관과 같습니다. 내가 필요로 할 때, 한 가지 일을 해 주십시오.”

“자네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한 가지, 아니 열 가지라도 해주겠네!”

호 교관은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일곱 번이나 비가 내렸다.

그 일곱 번의 밤마다 회해혈에서 타는 듯한 고통이 올라왔고, 그는 차라리 벽에 머리를 박고 죽고만 싶었다.

“하나면 충분합니다. 냉준과 마찬가지로, 신념에 어긋나는 일을 시키진 않겠습니다.”

영력이 가득한 손바닥이 호 교관의 몸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팡팡팡!

열일곱 번의 타격 끝에, 운청휘는 뒤로 십여 장을 훌쩍 뛰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푸’ 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교관들이 일제히 코를 감싸 쥐었다.

호 교관의 엉덩이에서 지독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지독하군……!”

“호 교관, 이렇게까지 냄새가 지독할 수가 있나!”

“변도 본 것 아닌가? 질식해서 죽겠네!”

터져 나오는 불평에 호 교관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자신도 순간 질식해서 죽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곧 기쁨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가 느껴졌다.

“내…… 내 회해혈이 뚫리다니!”

“그렇습니다.”

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약은 백 년이 넘으면 영기가 있습니다. 오백 년 된 영약이면 그 속에 담긴 영기가 농후해 육신에 흡수되기 어려울겁니다. 그게 당신의 회해혈에 쌓여, 점점 맹독으로 변했을 터. 운이 좋아도 전신이 마비되고, 운이 나쁘면 바로 죽었을 겁니다. 회해혈에 쌓인 탁기를 빼내기 위해, 당신을 타격했습니다.”

운청휘의 말이 이어질수록, 호 교관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동시에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 점점 놀라움이 담겼다.

그는 의술만 뛰어난 이가 아니었다!

“잠재력은 무한하고, 의술도 뛰어나고, 방법도 뛰어나니……. 정말로 자네를 가르치고 싶어지네!”

운청휘에게 무시당했던 중년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필요 없습니다.”

운청휘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남은 두 중년인에게 향했다.

“당신들의 몸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도와줄 수 있다만, 어찌하겠습니까? 조건도 같습니다. 내가 필요로 할 때, 한 번 도우면 됩니다.”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운청휘는 남은 이들의 문제를 찾아냈다.

다만 이제 일일이 손을 대기도 지루해져, 그는 해결 방법만 알려 주고 말았다.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험을 통과했으니, 성공학관의 생도가 되는 겁니까?”

“옳지, 당연하네!”

“우리가 자네를 기재 반으로 데려가겠네!”

“물론, 그전에 말해줘야지. 기재 반이 어떤 반인지, 이 학관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들이 앞 다투어 기재 반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기재 반에는 69명의 생도가 있고, 그중 구 할이 일성의 기재, 나머지 일 할이 이성의 기재다.

운청휘를 제외하면 가장 어린 몇몇도 20세가 넘으며, 무위도 가장 약한 이가 월경의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학관은 기재 반의 생도를 중점적으로 양성하며, 그들에게 다른 생도의 열 배 이상의 자원을 아낌없이 들이고 있다.

기재 반은 두 달에 한 번씩 서로의 무예를 겨루는데, 3위 안에 든다면 연화동에서 수련할 기회를 얻는다.

중년인들은 기재 반에 대해 일각이 넘도록 떠들어 댔다. 그나마도 대략적인 소개였다.

기재 반에 있는 세부적인 규칙을 다 말하려면 일각이 아니라 몇 시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옳지, 우리가 특별히 연화동을 소개해줌세.”

“연화동은 수련의 성지라네. 일 년 내내 고온에 휩싸여 있긴 해도, 거기서 수련하면 보통의 수련보다 10배 빠르게 수련이 가능하지. 게다가 연화동에서 수련한다면, 장벽을 마주하지 않을 걸세!”

“학관에서는 많은 생도들과 교관들이 장벽을 마주하면 큰 대가를 치르고 연화동에 들어갈 기회를 잡으려 한다네.”

연화동에 대한 설명을 듣자 운청휘의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청연지심화의 본체를 떠올렸다.

“연화동은 어디에 있습니까?”

운청휘가 물었다.

“학관의 가장 깊은 곳에. 동굴 입구는 월경 9단계의 부원장이 지키고 있다네.”

답이 바로 나왔다.

‘곧장 쳐들어가는 건 무리겠군.’

운청휘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월경 9단계는 지금의 그에게 만만치 않은 상대다.

“운청휘, 내 가르침은 정말로 필요하지 않은가?”

운청휘에게 무시당한 중년인이 또 입을 열었다.

“음?”

운청휘의 미간이 좁혀들었다.

두 번이나 무시했는데 저렇게나 끈질기다니. 그는 냉정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가르친다라? 그럴 자격이 있습니까?”

“하하하, 만약 미래라면 그럴 자격이 없겠지만, 지금이라면…… 자네는 결국 성장하지 못할 걸세!”

중년인이 별안간 웃음을 터트렸다. 운청휘가 가만히 그를 바라보자, 중년인이 호기롭게 말했다.

“정말 참견을 듣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내 몸에 있는 문제를 하나 찾아보지 않겠나? 중독이든, 수련 중의 사고든 상관없네. 하나만 찾아보게나!”

중년인은 자신이 넘쳤다. 그는 운청휘가 어떤 문제도 찾아내지 못하리라 확신했다.

그는 근 2년간 단약을 제외하면 어떤 보배도 입에 댄 적이 없으며 10년은 다친 적도 없었다.

수련 중의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눈앞의 운청휘의 표정을 마주하자, 그의 표정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운청휘는 중년인의 문제를 찾기는커녕 사납게 일갈했다.

“문제를 찾아내라? 아무리 많이 잡아도 쉰 살은 되어 보이는데 고작 월경 6단계의 무위로? 무슨 염치로 참견하려 드는 거요? 남을 지적할 자격이나 있고?”

운청휘의 말에 중년인은 얼떨떨하게 서 있었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대답하기도 전에, 운청휘의 말이 이어졌다.

“나였다면 그 나이에 겨우 월경 6단계의 무위로 남의 수련을 지적하지 못할 텐데, 참으로 뻔뻔하군! 파렴치할 뿐만 아니라 남의 자제를 망치는 길이 아닌가!”

만약 중년인이 욕을 했더라면 손수 죽였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며, 운청휘는 그의 허영심을 지적했다.

운청휘가 성경 8단계였을 때, 검집으로 월경 6단계의 운려를 참살했다.

성경 9단계에 이른 지금은 눈앞의 중년인이 그저 하찮을 따름이었다.

중년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의 마음에 온갖 감정이 스쳐 갔다.

그는 운청휘를 때려눕히고도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운청휘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기에 수치스러웠다.

만약 다른 이가 이리도 욕을 퍼부었다면 참지 않을뿐더러 죽였을지도 모른다.

다만, 운청휘는 잠재력만으로도 성공학관을 수호할 수 있는 기재. 만약 손을 댄다면 냉준이나 호 교관 같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터.

운청휘의 말들이 중년인의 머릿속에 소용돌이쳤다.

그래, 선천생령을 초월하는 잠재력을 가진 이 앞에서 월경 6단계의 무위는 얼마나 사소한가.

중년인이 고개를 떨구었다.

“미안하네, 내가 경솔했네!”

침묵했던 중년인이 운청휘에게 사과했다.

싸늘하게 중년인을 바라보던 운청휘가 천천히 그를 살폈다.

“중독도, 사고도 없지만, 월경 6단계에 머무른 지 7년은 되었군요.”

“자…… 자네 그런 것도 보이는 건가?”

중년인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금까지 그들은 운청휘가 보여준 실력이 의술인지, 그 이상이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무위의 성과까지 지적한다면, 그의 실력이 고작 의술뿐일까?

“원장이 말한 적 있어. 무위가 탁월한 자는 다른 이의 무공 문제를 알 수 있고, 그를 일깨워 줄 수 있다고!”

“상대를 일깨운다고? 그럼 장벽도 넘어서게 해주는 게 아닌가! 그, 그게 가능한 건가?”

“나도 불가능한 줄만 알았는데, 지금은…… 곧 알 수 있을 걸세.”

“자네 설마, 운청휘가 원장이 말한 무위가 탁월한 자라는 건가?”

“그게 맞는지도…… 곧 알게 되겠지!”

운청휘는 냉준, 호 교관 포함하여 놀라는 중년인들을 뒤로하고 차분히 말을 이었다.

“당신의 경지를 돌파하게 만들 순 있겠지만 그만큼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습니다. 나를 위해 세 가지 일을 하십시오.”

“이 상태로 7년이 지났다네. 돈을 주고 연화동에 들어갈 생각도 했으나…… 그런 거금을 마련할 수가 없었네.”

중년인은 한숨을 쉬며 확고한 눈빛으로 말문을 열었다.

“돌파시켜 주기만 한다면, 자네를 위해 세 가지 일을 해주겠네!”

운청휘가 상대방의 승낙을 받고 말했다.

“한 달 전쯤, 당신과 비슷한 사람을 본 적 있습니다. 심신을 가다듬느라 오히려 무도의 수련에 진척이 없었죠. 왕극주가 잠재력을 얼마나 측정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당신은 평생 월경 6단계에 머무를 겁니다. 수련은 일과 휴식의 결합이 아닙니까. 과하면 독이 되는 것만 알지, 안일하면 도태되는 것은 모르고 있군요.”

운청휘의 말은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의 눈에서 광채가 흐르게 만들었다.

중년인은 크게 깨달은 듯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어린아이도 아는 간단한 말이지만, 진실은 본래 간결한 법이다.

큰 도리일수록 심오한 것이 아니라, 가장 단순하여 놓치기 쉬울 뿐이다.

“가르침을 받았네!”

“가르침을 받았네!”

다섯 명 전부가 운청휘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예를 갖췄다.

학문에는 선후가 없으니, 그들은 운청휘를 가장 존경하는 스승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후, 냉준과 호 교관은 운청휘를 데리고 기재 반으로 향했다.

남은 세 사람은 누군가에게 가려는 듯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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