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55화 (55/430)

제55화

“앞으로? 네놈에게 앞으로가 있을 수 있을까!”

운청휘가 일갈하자마자,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펑’ 하는 소리가 나며 주맹의 몸이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았다.

쾅!

주맹의 몸이 땅에 처박히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들고 있던 요강도 놓치며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이 죄다 쏟아져 그의 입으로 튀어 들어갔다.

“이, 이건 생각 못 했는데…….”

“운청휘가 신참인데, 감히 손찌검을 하다니…….”

“헤에, 그러고 보니 운청휘도 불같은 성미를 가졌네…….”

“그래야 재밌지, 강직한 놈을 찍어 누르는 게 약골을 찍어 누르는 것보다 더 재밌으니까!”

나무 아래에 서 있던 무리는 운청휘가 먼저 손을 올렸기에 웅성거리다 이내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그들의 눈이 반짝였다.

한 달에 한 번, 하루의 외출 외에는 낙이 없는 이들에게 눈앞의 운청휘는 신선한 자극인 모양이었다.

“네, 네놈이 감히 나를 기습해?”

비틀거리며 일어난 주맹은 더러워진 얼굴을 닦지도 않고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기습? 네놈이 말을 할 자격이 있고?”

운청휘의 손은 어느새 다시 주맹을 향했다.

“또 기습하려고? 이번엔, 내가 네놈을 죽이겠다!”

주맹이 낄낄거리며 파죽지세의 주먹을 날렸다.

허공에서 무수한 불꽃이 튀며 운청휘의 손바닥과 주맹의 주먹이 강하게 맞부딪쳤다.

쾅!

주위를 뒤흔드는 강한 충격과 함께, 희미하게 ‘빠드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이, 이놈이 내 팔을! 내 팔을 부수다니?”

별안간 주맹이 팔을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비명이 얼마 이어지기도 전에, 주맹의 온전한 팔이 운청휘에게 붙들렸다. 주맹은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제방이 뚫리듯, 양팔을 잃은 주맹에게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살인도 부상도 용납하지 않는 기재 반이기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우…… 운청휘, 저런 수단을 쓰다니!”

“이번에는 기습이 아니라 정면승부로 주맹을 쓰러트렸어!”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주맹의 무위는 월경 2단계라고. 설마 운청휘가 일성 기재가 아니라 이성인 거야?”

“이성? 장원에 사는 괴물들과 똑같다는 거잖아?”

여기저기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운청휘의 실력에 감탄하고, 그의 자질에 탄식했다.

기재 반의 일원은 전부 사성의 기재들이다.

다만 대부분은 일성에 속하고, 이성은 일 할에 지나지 않았다.

“경쟁에서 죽거나 다치면 안 되는 건 생도에게만 해당하는 것 아니던가?”

운청휘가 내뱉은 말은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귀에 똑똑히 박혀들었다.

“우, 운청휘가 주맹을 죽이지 않겠지?”

“확실히 대결에서 죽거나 다치면 안 되는 건 생도들에게만 해당되긴 하는데. 운청휘가 주맹을 죽여도 처벌은 안 받을 거야.”

“그래도 배경을 생각해 줘야지! 정말로 주맹을 죽이면 일이 복잡해진다고!”

“이미 복잡해졌어! 주맹이 불구가 되었으니, 왕찬이 내버려 둘 리가 있나.”

왕찬.

주맹의 주인이자, 장원에 사는 기재 중의 기재!

비록 무위가 월경 3단계이지만, 이성인 그에게 월경 5단계의 고수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네, 네놈이…… 날 죽이려고? 그럴 순 없다! 내 주인이신 왕찬이 가만두지 않을 거다! 아무리 신참이어도 왕찬이 누구인지는 알아야지! 그, 그는…… 월경 3단계의 이성 기재란 말이다!”

운청휘의 살기를 느낀 후 주맹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운청휘를 위협했다.

“야옹야옹!”

그때 기령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울었다. 마치 애도를 표하는 듯했다.

만약 용서를 구했다면, 주맹은 희박한 확률이나마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죽음의 문턱을 밟은 줄도 모르고 운청휘를 위협하고만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운청휘가 싸늘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협박을 가장 싫어한다. 그럴듯한 상대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런데 고작 월경 3단계의 무위로 나를 위협하려 들어? 나를 모욕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지? 월경 3단계는 이미 내 상대가 안 되거늘!”

운청휘는 말을 마치자마자 한쪽 발을 힘껏 치켜들어 주맹의 머리를 겨냥했다.

퍼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조각 난 수박 같은 것들만이 굴러다녔다.

***

고요하다.

사방이 쥐죽은 듯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운청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운청휘가 주맹의 양팔을 잘랐을 때부터, 이미 죽인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단지 그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은, 운청휘가 주맹을 죽인 방법이었다.

그런 방식은 단순히 위엄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잔혹함의 표출이었을 뿐.

“야옹야옹?”

기령이 속삭였다.

“그래, 고의적으로 그랬지.”

운청휘는 방금 사람을 죽였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차분하게 답했다.

“한번 위엄을 세워 두면, 귀찮은 것 없이 오랫동안 편해지니 말이다.”

운청휘에게는 두 가지 계획이 있었다.

하나는 이들 앞에서 위엄을 세우는 것이고, 하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자 했다.

애초에 성공학관을 찾아온 목적은 청련지심화의 본체를 얻기 위해서다.

지금의 신분으로는 본체에 접근할 수 없지만, 사람들의 이목…… 특히 고위층의 이목을 끈다면 본체에 한층 빠르게 다가갈 수 있을 터였다.

왕극주가 자신을 측정할 때, 운청휘는 전력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적은 잠재력을 방출해 왕극주를 폭발시키고, 냉준과 호 교관 등을 주로 지적했다. 이 또한 이목을 끌기 위한 계획의 발판이었다.

‘선천생령을 뛰어넘는 잠재력만으로도 충분히 고위층의 이목을 끌 수 있다.’

운청휘가 생각에 잠겼다. 그가 염두에 둔 ‘고위층’은 간부 따위가 아니였다. 성공학관의 단 한 명, 원장이었다.

“이봐, 자네 좀 지나치구만!”

돌연 목소리와 함께 운청휘의 뒤에서 스무살 남짓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응?”

운청휘가 돌아서 상대를 마주했다.

“자네가 위엄을 세우려는 걸 알고 있지만, 주맹은 그저 하인이라네. 그렇지만 살인은……도가 지나쳤어!”

청년은 점점 더 다가와 어느새 운청휘와 일 장의 거리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가 마치 교훈이라도 주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운청휘가 그를 바라봤다.

“우리 성공학관은 정기가 왕성한 곳이라 툭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건 마도의 행위일세. 성공학관의 일원으로서 학관을 청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네.”

‘청소’를 말하며 입술을 핥아 올린 청년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무슨 일이지? 설마 손동이 주맹을 위해 나서는 건 아니겠지?”

“헛소리! 주맹은 왕찬의 사람이니 손동이 자연스레 나서는 거지!”

“자네들은 몰랐겠지만, 몇 개월 전부터 손동이 왕찬에게 의탁하고 있었잖아!”

“영리한 새는 나무를 신중히 골라 둥지를 튼다지 않나. 손동은 가난한 집의 자제고, 왕찬은 이성 기재에 배경이 탄탄하니 손동이 의탁할 수밖에 없겠지.”

“손동뿐만이 아냐. 우리도 왕찬 같은 상대를 두고 있었네.”

청년을 본 이들이 수군덕거렸다. 운청휘도 그들의 이야기에서 손동이라는 자가 왜 자신 앞에 나섰는지 짐작이 되었다.

‘본보기만으로는 부족한 것인가.’

운청휘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두 눈을 다시 가늘게 떴다.

‘닭을 잡아서 모자라면, 개를 잡는 수밖에.’

운청휘는 더 이상 본보기만 보일 생각이 없었다. 그는 정말로 화가 났다.

선제인 자신은 누구에게도 모독당하지 않을 존엄한 존재이건만, 기재 반에 도착하자마자 연이어 자신을 도발해왔다.

어찌 참고만 있을까!

그때, 손동이 마치 자비를 베풀겠다는 듯 말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하지. 나와 함께 왕찬 사형의 장원 밖으로 가서 왕찬 사형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을 인정해라. 만약 왕찬 사형이 너를 용서한다면 이 일은 끝날 것이다. 물론, 왕찬 사형이 용서하지 않는다면…… 나는 학관을 위해 네놈을 제압할 수밖에 없다!”

“하하하……!”

운청휘가 웃음을 터트렸다. 손동의 말은 그의 화를 부채질하고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자,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전에 네놈은 죽을 것이다! 무엇도 네놈을 구할 수 없을 테지. 이 반의 규칙도, 왕찬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 성공학관의 원장이 와도 말이야!”

운청휘는 손동이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 어떠한 기술도 없는, 그저 주먹질 한 번이었다. 무인이 아닌, 보통 사람을 대하듯이.

“배짱이 대단하구나. 감히 나를 상대하려 들다니! 하지만, 나는 저런 폐물과 다르다!”

손동은 냉소하더니 이내 살기를 내뿜으며 맞섰다.

“죽어라!”

운청휘의 손이 손동의 주먹을 맞받아치며, 순식간에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듯이 그의 손목을 간단히 부숴 버렸다.

손동은 주맹처럼 비명을 지를 시간도 없었다. 운청휘의 타격은 손에서 그치지 않고 어깨로 번져가며 맹렬한 타격음을 내었다.

탁탁탁탁!

누군가는 숨 한 번 내쉴 찰나였지만, 그 찰나가 지나자 손동의 한쪽 팔은 완전히 부서져 너덜거리고 있었다.

운청휘는 손동의 목줄기를 움켜쥐어 그의 목소리를 막았다.

“나를 제압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 공격도 받아내지 못하는 주제에, 가소롭구나! 하지만 그 용기에는 감복했다. 그 정도 무위로…… 목숨을 걸었구나! 주맹이 죽기 전에 하나 일러 두었다만, 네놈에게도 알려주어야겠군. 월경 3단계와 4단계의 무리도, 5단계와 6단계도 모두 내 손에 절명했다. 내가 성경 8단계일 때 일이로군. 이제 나는 성경 9단계이니, 네놈이 어찌하겠느냐?”

운청휘의 말을 듣고 손동은 철저히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목이 졸린 그는 제대로 된 말을 내뱉지 못한 채 알 수 없는 괴성만 내지르고 있었다.

“우, 운청휘! 진정하게나. 손동을 죽이는 건 주맹과는 격이 다른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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