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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56화 (56/430)

제56화

“그래, 위엄을 세우려 했다면 이미 충분하다네!”

“너, 넌 이미 우리의 인정을 받았어! 제발 감정적으로 미래를 망치지 마!”

지켜보던 이들이 운청휘를 타이르듯 외쳤다.

“네놈들이 뭐라고, 내가 인정을 구해야 하지?”

운청휘는 그들을 힐끗 쳐다보며 대답할 뿐,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곧이어.

빠드득!

손동의 목이 꺾였다.

***

“지, 진짜로 손동을 죽였어!”

“운청휘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가! 서, 설령 독채에 사는 사람들도 이 반에서 살인은 못 해!”

“미쳤어. 운청휘, 저자는 미쳤다고! 주변은 보이지도 않는 거냐!”

“그뿐이야? 건방지기까지 하잖아. 그렇지 않다면 우리들이 뭐라고 같은 말을 했겠나? 저자는 애초부터 우리의 인정이 필요 없었어.”

운청휘는 그들이 뭐라 떠들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먼 호수를 향하고 있었다.

손동을 참살한 후, 호수 아래에서 기묘한 숨결이 느껴졌다.

월경 9단계 영수의 숨결이다. 기령도 알아차린 듯 움찔했다.

“냐?”

기령은 언제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작게 울었다.

수심이 삼백여 장이 넘는 호수는 그저 끝없이 어두웠다.

깊은 어둠 아래에서, 한 쌍의 눈이 빛을 내며 수면 위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르릉……!

거대하고 늘씬한 몸체가 호수 아래에서 뒤척이며 거대한 물살을 일으키자, 호수 안의 흉수들은 모두 불안에 떨었다.

쿠르르릉!

잔잔한 호수가 마치 용암처럼 끓어오르다, 거대한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 기세에 떠밀려 흉수들이 물 위로 튕겨 나왔다. 마치 등용문을 향하는 잉어처럼 허공을 퍼덕이던 흉수들이 다시금 호수로 추락했다.

“서, 설마 영수 빙백사를 깨운 건가!”

“여기서 사람이 죽은 것도 처음인데, 오늘 연달아 죽었으니 무리도 아니지!”

“우, 운청휘는 이제 끝났어! 학관이 나서기 전에 빙백사에게 죽을 거야!”

기재 반의 일원들은 일제히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에서 일어난 파문 때문에 적잖이 놀란 듯했다.

운청휘도 호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그는 호수에 일어난 파란보다도, 호수의 가장 밑바닥의 생명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끝을 알 수 없이 길게 늘어진 몸체, 눈부시게 빛나는 흰 비늘. 거대한 뱀이 호수 아래에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빙백사. 월경 9단계의 영수이자 양경 2단계의 무인을 압박하는 강자다.

뱀이라곤 하나, 선계의 용족을 연상케 하는 생김새였다.

‘선천생령까지 수련한다면, 교룡으로 진화할 수도 있겠군.’

운청휘가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손에는 참천검의 검집이 쥐어졌다.

“본제는 상대가 선제여도 손속을 봐주는 법이 없었다. 성공학관이 본제에게 감히 맞서겠다면, 피를 흘리게 되어도 탓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운청휘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렸다. 그의 손은 언제든 살생을 할 준비를 마쳤다.

그 순간!

성공학관의 가장 깊은 곳, 18층 높이의 탑 꼭대기에서 백발홍안의 노인이 눈을 떴다.

노인이 눈을 뜨자마자, 세상 만물을 들여다보는 듯한 눈으로 기재 반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쉬이잇…….”

노인의 마음속에 독사가 내뱉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감히 기재 반에서 살인을 저질러? 그것도 연달아? 빙백사, 규정대로 하시게나. 본좌에게 알리지 않더라도…… 뭣이? 살인자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자네가 섬뜩함을 느낄 정도의 기운을 가졌다?”

백발홍안의 노인은 잔잔한 얼굴로 답하다, 충격을 받은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

곧 그가 뭔가를 떠올린 듯 급히 외쳤다.

“범인의 이름이 운청휘라고?”

“쉬잇…….”

빙백사의 호응이 들려왔다.

“자네도 지금이 고비이니 이 일은 상관하지 말게. 본좌가 다른 사람에게 처리하라고 하겠네.”

백발홍안의 노인이 급하게 말했다.

“형당을 담당하는 공휘 부원장을 본좌에게 데려오게!”

노인의 말은 빙백사가 아니라 허공을 향했다.

“알겠습니다.”

허공에서 순간 인영이 떠올랐다가, 나타났던 것처럼 삽시간에 흩어졌다.

곧 탑 아래쪽에서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휘, 원장님을 뵙습니다!”

“공휘야, 당장 기재 반으로 가거라. 운청휘를 지키도록! 본좌가 정한 규칙에 어긋나더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해! 지금부터 기재 반에 사생결단을 할 수 있는 법령을 선포한다!”

쉴 새 없이 물결치던 호수가 별안간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운청휘가 호수의 숨결을 느낀 지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았건만, 빙백사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무슨 일이야. 빙백사가 움직이지 않잖아?”

“이상할 것 없어. 빙백사가 어떤 신분인데, 생도를 손대겠어?”

“하지만 빙백사가 내버려 두었다고 해도, 학관이 가만히 있을 리가. 빙백사가 이 상황을 전했을 테니, 원장님께서도 아실 거야.

의견을 주고받던 이들은 곧 하나둘 어두운 눈빛으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운청휘는 앞뒤를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오만방자해! 저런 녀석이 기재 반에 남게 되면, 분명 재앙이 되겠지. 함께 운청휘를 잡는게 어때?”

“그럼, 같이 공격할까?”

“그럴 필요 없어! 우리 중엔 월경 3단계에 이른 자들도 있잖아. 그들 중 아무나 나서도 간단히 운청휘를 제압할 거야.”

“운청휘는 나에게 맡겨 줘!”

스무살 언저리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 갑자기 무리를 빠져나왔다.

“손동의 말이 옳아. 걸핏하면 살인을 저지르다니, 마도나 다름없어! 학관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나설 의무가 있지! 물론 운청휘를 잡아 학관에서 상을 받는다면, 여러분과 나누겠네!”

좌중을 둘러보며 당당히 말하는 청년의 대범함은 갈채를 불러일으켰다.

“하하하, 방건 사형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들 중 장원의 사는 이들의 무위에 가장 근접한 자가 있다면, 바로 방건이었다. 그 자체로 일성 기재였으며, 월경 3단계의 무위를 지녔다. 그만큼 전투에 자신이 있었던 방건은 운청휘의 앞으로 여유롭게 걸어갔다.

그가 운청휘를 내려다보았다.

“운청휘, 스스로 무릎을 꿇겠느냐…… 아니면 이 방건이 친히 네놈을 제압해야겠나?”

방건은 모두가 들으란 듯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운청휘! 무릎을 꿇고 항복하겠느냐 아니면…… 나 방건이 친히 네놈을 제압해줄까!”

운청휘는 말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방건을 바라봤다.

그럴수록 방건의 자신감은 드높아졌다. 운청휘가 꼼짝없이 겁에 질린 줄 알았던 방건이 냉소를 흘렸다.

“할 말이 없느냐? 네 자질은 기재 반에서 중간은 될 텐데, 마성이 너무 심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방자하구나. 기재 반에 화를 부르기 전에 네놈을 제거해야겠다!”

방건이 행낭에서 갈색 밧줄을 꺼내 들었다. 그가 밧줄을 쥐고 운청휘를 향해 다가갔다.

“일단 네놈을 사로잡아 교관들께 처분을 내려달라고 해야겠군. 어서 무릎을 꿇는 게 이로울 거다!”

“하하하! 역시 방건은 방건이야. 운청휘가 한마디도 못 하잖아?”

“주맹이나 손동을 죽였을 때와는 딴판이군!”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자구만! 주맹과 손동은 제멋대로 죽이더니, 방건 사형 앞에서는 할 말이 없는 거지.”

운청휘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기재 반의 일원들은 운청휘를 보며 귓속말로 수군대고, 어느새 방건은 밧줄을 풀어 운청휘를 묶으려 했다.

그 순간, 운청휘가 방건에게 손을 뻗으며 싸늘히 외쳤다.

“기재 반은 그 일원 하나하나가 용과 같다더니, 내가 보기엔 쓸모없는 작자들 천지로군! 주맹과 손동도 어리석었지만, 방건 네놈은 말할 가치도 없어. 감히 나를 묶는다고?”

위엄이 실린 호통이 끝나기 무섭게, 방건이 쥐고 있던 밧줄은 운청휘의 손으로 넘어갔다.

곧바로 짝 하는 소리가 방건의 귓전을 강타했다.

그의 얼굴에 굵고 붉은 흔적이 새겨졌다.

짝! 짝! 짝!

방건이 정신을 차릴 틈이 없었다. 운청휘는 밧줄을 손에 감아쥐고 마치 채찍을 휘두르듯 방건의 얼굴을 내리쳤다.

어느새 방건의 얼굴에는 수십 마리의 뱀이 기어간 듯 구불구불한 자국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월경 3단계의 일성 기재? 하! 무서워서 치가 떨리는군! 약자에게 강한 비겁한 자야말로 네놈이 아니던가? 내가 네까짓 놈뿐만 아니라 저들도 단번에 죽인다면, 그제야 날 두려워하려나?”

추상같은 호령을 외치면서도 운청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쉴 새 없이 허공을 가르는 채찍이 방건에게 날아들었다. 그는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운청휘는 피할 틈을 주지 않았을 뿐더러, 애초에 그럴 마음도 없었으므로. 어느새 방건의 피부가 찢겨나가 선홍색 핏물이 낭자했다.

“어리석은 용기에 감탄할 지경이군. 감히 나를 자극하고 넘어갈 성싶던가?”

운청휘의 분노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향해 있었다.

선제로서 운청휘가 우월감을 느끼는 일은 당연하나, 어지간한 거물급이 아니면 그런 감정이 들지도 않았다.

그러니 눈앞에 있는 자들은 상대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거듭 자신을 자극하고 있으니, 그도 가만히 넘어갈 수는 없었다. 마땅한 분노로 다스리는 수밖에!

“와라!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도록!”

방건의 목에 밧줄이 휘감겼다. 운청휘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밧줄을 휙 당겼고, 곧 바닥에 둔탁한 것이 떨어져 내렸다.

모두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눈을 부릅떴다.

운청휘가 밧줄을 손에 쥔 이후로, 방건은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월경 3단계의 일성 기재라, 월경 4단계도 상대하는 그 방건이!

고작 성경 9단계의 운청휘에게 죽고 말았다.

짝!

독니를 드러낸 뱀처럼 성난 채찍이 누군가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운청휘의 신형이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사람들 사이를 누볐다.

운청휘가 나타났던 자리에는 모두 채찍에 맞은 자리를 감싸 쥐고 신음하는 이들만 남아 있었다.

“운청휘, 네…… 네놈이 정녕 우리 모두를 상대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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