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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57화 (57/430)

57화

채찍에 맞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으로 운청휘를 바라봤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덤빌 생각이 아니었던가? 이리 되었으니 손에 사정을 두지 않겠다.”

운청휘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의 눈은 줄곧 가늘어진 채 감출 수 없는 분노를 흘리고 있었다.

어느새 밧줄을 손에서 놓은 운청휘가 맨몸으로 사람들 사이를 누볐다.

펑펑펑!

주먹과 손바닥만이 사람들의 몸에 닿았지만, 모두 중후한 영력이 실려 있는 공격이었다.

이따금 빗나간 공격이 지면에 떨어져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 내었다.

월경 1단계나 2단계인 자들은 금세 나가떨어지며 피를 토했다. 가까스로 공격을 버텨낸 이들은 30여 명 정도로, 월경 2~3단계의 무인들이었다.

이젠 수적으로라도 우세하단 말이 나오지 못했다.

남아 있는 이들은 경악과 두려움에 물든 눈빛을 보내며 주춤거렸다.

기재 반에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던 이들이었지만,

눈앞의 운청휘는 지금 그들을 간단히 굴복시켜 버렸다.

“우, 운청휘! 자네가 지금이라도 멈춘다면 우, 우리가 학관에 잘 이야기해 보겠어!”

“자네가 이토록 우둔하게 나오면, 아무도 자네를 구할 수 없을 걸세!”

“기재 반은 학관에서도 가장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 독채에 사는 이들이라도 규칙을 어기면 중징계를 받건만……!”

“곧 교관들이 올 텐데, 그때는 너무 늦지 않겠어?”

“순순히 항복해!”

이미 그에게 대적할 용기를 가진 이들은 없었다. 그러나 아직도 희망을 품은 몇몇 이들은 말로 운청휘를 구슬려 보려 했다.

애석하게도, 그들의 말은 역효과를 낳았다.

“네놈이로군. 네놈이 모두에게 제의하지 않았더냐.”

운청휘의 시선이 향하자마자 그의 신형이 흔들렸다.

용감하게도 운청휘를 잡자고 주장했던 청년은, 외마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머리통을 붙잡혔다.

와드득!

***

필부가 화를 내면 피가 삼척에 튀고!

제왕이 화를 내면 많은 사람이 죽는다!

운청휘는 그 말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머리가 없는 시체를 흘끔 본 운청휘는 곧바로 몸을 날렸다.

또 한 명이 운청휘의 손아귀에 붙들렸다. 이번에는 목이었다.

우득!

참으로 손쉽게, 운청휘의 손 안에서 목숨이 스러졌다.

“거기 세 명. 방건뿐만 아니라 네놈들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월경 3단계의 3명이 운청휘의 새 목표가 되었다.

그들은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나, 무는 개는 짖지 않는 법.

그들은 말 대신 살기를 흘려내 운청휘를 압박하려 들었다.

그 살기를 운청휘가 놓칠 리 없었다.

“악랄한 놈! 목을 내놓아라!”

기합을 끌어올린 그들이 운청휘에게 살기등등한 시선을 보냈다.

곧 그들은 서로 눈짓을 교환하더니 일제히 운청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과연 그들이 운청휘의 옷깃이라도 스칠 수 있을까?

운청휘는 영후백변신법을 펼쳐 한 명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쿵!

사방에 살점이 튀었다. 운청휘는 간단하게 한 명을 해치웠고, 멈추지 않았다.

월경 2단계의 무인도, 3단계의 무인도 마찬가지였다.

가축을 잡듯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목숨을 끊어낸 운청휘 앞에서, 남은 사람들은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며 흙먼지를 일으키는 그들의 얼굴은 공포로 희게 질려 있었다.

그들은 지금, 독채에 사는 이들에게 느꼈던 위압감만큼이나 뚜렷한 공포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감히 나를 우롱하고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나? 내가 그리 우스워 보이던가.”

영후백변신법의 극치를 보이며, 운청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펑! 펑! 펑!

맹렬한 타격음이 쉬지 않고 울렸다. 이윽고 짙은 피비린내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기재 반에서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목숨을 빼앗은 자는 없었다.

간담이 서늘해진 생도들이 우왕좌왕하며 달려갔다.

그러나 누구도 운청휘에게서 반경 삼십여 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멀리 도망친 자가 이십 오장까지 벗어났으나, 살아남았다 생각한 순간 운청휘가 목을 베었다.

일각여의 시간이 흐르자, 야외의 51명 중 살아 있는 자는 7명뿐이었다.

그들은 어찌어찌 목숨은 부지했으나, 몸도 정신도 온전치 않았다.

개중 한 명은 완전히 혼이 나간 듯 덜덜 떨며 쉴 새 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주, 죽이지 마. 살려 줘. 죽이지 마……!”

그들을 향한 운청휘에 눈빛에는 어떤 연민도,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눈앞의 목표를 두고 자비를 베풀면, 반드시 자신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터.

다만 이들까지 죽인 후의 일을 생각해야 했다. 그는 학관 고위층의 이목을 끌어야 했지만, 구태여 징계를 받을 생각은 없다.

어차피 남은 7명은 운청휘가 손을 대지 않아도 평생 온전하게 살기는 어려워 보였다. 운청휘는 자비보다도, 잔인한 외면을 베풀었다.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을 테지?”

운청휘가 몸을 돌려 장원 쪽을 바라봤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저 쓰레기들, 결국 이렇게 되는군!”

“그동안 규칙 때문에 성가셨는데, 잘됐어!”

“쓰레기들이 줄어든 만큼 우리가 편해지지 않겠나.”

다섯 개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더니, 다섯 채의 장원의 대문이 동시에 열렸다.

풍채가 당당한 5명의 청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찬가지로, 근처에서 줄곧 장막을 내리고 있던 천막 중 하나가 돌연 벌어지며 다소 가벼워 보이는 청년이 걸어 나왔다.

천막에 있던 이들도 운청휘가 저지른 일들을 지켜보고 있었으나,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차였다.

“소형제, 운청휘라고 했나? 자네 혼자서도 야외에서 지내는 녀석 전부를 죽일 수도 있겠는데?”

분명 운청휘가 벌인 참극을 목격했을 텐데, 가벼워 보이는 청년의 얼굴에 두려움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그가 손을 내밀어 운청휘의 어깨를 두드리다 그대로 손목을 틀어잡혔다.

“커, 컥! 잠깐! 공격하려는 게 아닐세!”

청년은 얼른 해명하려는 듯 빠르게 말을 이었다.

“자네의 활약은 잘 봤네. 그놈들은 정말 한심해서 못 봐주겠더군! 특히 어느 멍청이의 개는, 나라도 못 참겠더라고!”

그 말을 들은 운청휘가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봤다.

청년이 말하는 개는 주맹을 의미할 터. 그렇다면 주맹의 주인인 얼간이란…….

장원에서 나왔던 한 청년의 안색이 돌변했다.

“소도도(苏图图), 그게 무슨 뜻이지?”

건들거리던 청년은 뒤를 돌아보더니 질문한 이에게 마뜩찮은 시선을 보냈다.

“역시 멍청이라니까. 욕을 해도 못 알아듣는 건가?”

소도도가 잠시 쉰 뒤 덧붙였다.

“그 주인에 그 개인 법. 주맹 그 늙은 개를 도련님이 직접 처리하려고 해도, 감히 기재 반에서 살인을 저지를 운 형제 같은 담력이 어디 있을까!”

그가 말을 끝내고 운청휘를 바라봤다.

“그리 보지 말게나, 운 형제. 이 반의 규칙상 바깥에서 지내는 이들은 천막에 사는 이들에게 도전할 수 있고, 천막에 사는 이들은 주택에 사는 이들에게 도전할 수 있지. 장원에 사는 이들은? 당연히 독채에 사는 이들에게만 가능하다네. 자, 우리가 어떤 얼간이를 비웃든 욕하든,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

운청휘가 말을 하지 않자, 소도도는 그가 못 믿는 줄 알고 허둥지둥 말했다.

“내 말을 믿기 어려운가? 정 믿기 어렵다면 내 욕이라도 해 주지! 어이, 왕찬! 이 얼빠진 놈! 네놈의 집안 전체가 얼간이다. 20년 전에 네놈을 처리했어야 했어!”

침묵.

운청휘와 기령을 포함하여,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욕을 들은 왕찬마저도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풉!”

“하하하……!”

“하하하, 왕찬. 무슨 죄를 지었기에 소도도에게 저리 당하는 건가!”

“소도도는 비록 천막에 살긴 해도, 독채의 사는 이들도 그를 건드리지 않건만.”

“기재 반에서도 기인이 아니던가? 저놈과 얽히면 재수가 없어!”

어색한 침묵이 지나가자 모두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심지어 운청휘마저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소도도는 주변은 개의치 않고 운청휘의 어깨를 두드리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제 내 말이 믿어지는가? 왕찬뿐만이 아니지. 독채의 운해(云海)도 내게 화를 내지 않는다네!”

왕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러나 그는 그저 이를 갈며 노려볼 뿐, 소도도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했다.

운청휘처럼 기재 반을 휘저을 수 있는 이는 드물 수밖에 없으니.

“소도도. 기재 반에 오래 붙어 있는 게 좋을 거다. 악착같이 남아 있어야 할거야! 네놈이 기재 반을 나가는 순간부터…… 그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왕찬이 찢어질 듯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내 입이 정직해서 거짓말을 못 하는 걸 어찌하나? 그나저나 밖에서 만나면, 네놈이 뭘 하기도 전에 일권으로 끝낼 텐데! ……아니. 일권도 아깝다! 적어도 몇 번은 걷어차야 네놈과 어울리겠구만!”

소도도는 왕찬의 위협에도 두려워하기는커녕 말을 늘어놓으며 점점 신이 나는 듯했다.

왕찬의 얼굴이 무참히 일그러지다, 뭔가를 떠올린 듯 악독한 눈빛을 번득였다. 그가 운청휘를 내려다보았다.

“운청휘.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내 하인 주맹과 내가 돌보는 손동을 죽였으면…… 내게 할 말이 있지 않나? 너를 소도도와 똑같이 대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너는 기재 반의 규칙을 무시하고 야외의 생도들을 전부 죽였어! 그러니 내가 널 제압하면 포상을 받겠지만…… 한 가지 제안을 하지. 네놈이 이 몸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나서지 않겠다!”

운청휘가 대답하기도 전에 왕찬이 격분하며 말했다.

“소도도를 죽여라! 그게 내 제안이다!”

그 말에 소도도마저 놀란 듯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어렸다.

자연스럽게 운청휘를 본 그가 무의식 중에 뒷걸음질 쳤다.

운청휘는 피식 웃을 뿐, 곧 왕찬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 정녕 얼간이로군. 그간 용케도 살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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