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59화 (59/430)

제59화

왕찬이 격노한 얼굴로 되뇌었다.

“하하…….”

운청휘가 웃음을 흘리며 왕찬을 향해 다가갔다.

“생사결이라 하였나? 원하는 대로 해 주지!”

운청휘가 왕찬의 반경 삼 장 밖에서 몸을 멈췄다.

“하하하, 부원장님, 이번에는 눈을 크게 뜨고 잘 보십시오. 이젠 운청휘가 제게 도전하는 겁니다!”

왕찬은 큰 소리로 웃더니 성급하게 손을 내밀어 공격을 시작했다.

“소도도를 죽이지 못한다면, 네놈을 먼저 죽여 이자를 받아내겠다……!”

펑! 펑! 펑! 펑! 펑! 펑!

여섯 번의 폭발음과 함께, 왕찬과 운청휘는 격돌을 이어갔다. 그들이 부딪치며 일으킨 불꽃과 기파가 사방에 먼지 구름을 불러왔다.

“하하하! 운청휘, 제법이구나. 내 힘의 절반을 담은 공격도 받아 내다니! 네놈을 당장 죽일 순 없지. 천천히 말려 죽여주지!”

왕찬이 섬뜩한 미소를 흘렸다. 마치 도마 위의 물고기를 앞에 둔 것처럼 그는 자신이 넘쳤다.

왕찬이 내지르는 주먹은 최소 몇 만 근의 힘이 담겨 있는데, 그가 전력을 다했더라면 매번 수십만 근의 주먹을 휘둘렀을 터였다.

일각도 지나지 않아 왕찬은 수백 차례의 권을 휘둘렀다. 그의 주변에서 바람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귀가 얼얼한 폭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왕찬의 얼굴에 돌연 낭패감이 서렸다. 분명 그는 승산을 쥐고 있었다. 무려 팔 할의 힘을 쓰지 않았던가?

그러나 언뜻 보기엔 운청휘가 공격을 막는 데 급급해 보였지만, 왕찬은 그가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이 그의 공격을 전부 받아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슴이 서늘했다

왕찬 외에도, 둘을 지켜보던 이들도 이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운청휘는 월경 2단계의 이성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월경 4단계를 격파할 능력 정도일 텐데…….”

“왕찬은 방금 팔 할 이상의 힘을 쏟았어! 운청휘가 절대 받아낼 수 없는 힘이라고!”

“그래, 왕찬은 월경 3단계의 이성 기재야. 자질은 같아도 무위가 한 단계 더 높지 않나!”

소도도 또한 둘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드물게 입을 꾹 다물고 운청휘를 지켜보는 그의 시선에 점점 깊은 빛이 서렸다.

한편, 공휘의 눈에도 기이한 빛이 스쳤다.

냉준, 호덕승 등의 보고는 틀리지 않았다. 운청휘의 무위는 성경 9단계이며, 경지의 기재란에는 최소 일성라는 기록을 남겨 두었다.

물론 그들의 표현은 다소 포괄적이었는데, 일성, 이성에서 오성을 판단한다고 하면서도 그보다 높을 수도 있다는 기록을 남긴 것이었다.

공휘가 사람들 앞에서 운청휘의 무위를 월경 2단계의 이성 기재로 발표한 것은, 원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공휘는 그가 떠나기 전 당부하던 원장의 말을 떠올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운청휘를 지켜라. 그는 성공학관을 3천 년 전 번영의 시절로 되돌릴 유일한 희망이다!”

확실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3천 년 전 성공학관은 천성대륙에서 최고의 학부였다.

‘진정으로 원장님을 믿지 못했구나…….’

공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존재했단 말인가. 모두의 질시를 부를 절세의 기재가…….’

운청휘의 무력이라면, 세 초식 안에 왕찬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왕찬을 죽이지 않았다.

자비심이 운청휘의 마음에 싹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운청휘는 왕찬을 상대하며 공휘의 반응을 시험하고 있었다.

호수의 빙백사가 나서지 않았을 때부터 생긴 작은 추측은 공휘의 반응을 보고 그 추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성공학관의 고위층 혹은…… 유일한 결정권자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

공휘는 바로 그자가 보낸 사자일 터. 그 때문에 기재 반의 규칙을 어겨도 책임을 묻지 않고 상황을 정리하고자 보였다.

-왕찬으로 인해 후환이 있을 수 있으니, 목숨은 살려두게나!

그때, 공휘가 전음으로 운청휘에게 목소리를 전달했다.

운청휘는 잠시 공휘에게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냈다.

3천 년간을 선계에서 보내며 선계로 군림한 그가, 공휘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운청휘는 잠시 몇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성공학관이나 왕찬의 배경을 말하길 꺼리는 건가?

천원왕조에서 성공학관과 대등한 세력은 황실과 황성의 4대 세가뿐이다. 그렇다면 공휘는 왕찬의 배후를 염두하여, 그들의 체면이 상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이미 운청휘가 왕찬을 죽일 수 있다고 여겼으니, 적당히 제지하려는 듯했다.

성공학관은 운청휘의 가능성을 주목하는 만큼, 운청휘가 얼마나 더 성장하고 성공학관을 위하느냐도 가늠하고 있었다.

공휘는 그 뜻을 에둘러 전하고 있었다.

운청휘는 마무리를 짓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신형이 허공에 잠시 흩어졌다가 곧바로 왕찬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왕찬이 뒤를 막기도 전에, 영력이 실린 주먹이 그의 등을 강타했다.

퍼억! 콰득!

타격음과 동시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허공을 울렸다.

“악……!”

단 한 번으로, 왕찬의 척추뼈가 으스러졌다. 왕찬은 숨이 끊어질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천천히 말려 죽인다고 하지 않았나? 고작 이런 재주로?”

운청휘가 시시하다는 듯 조소를 날렸다.

그는 분수를 모르는 허풍을 줄곧 멸시해 왔다. 천성대륙뿐만 아니라 선계 전체에서도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는 없건만…….

후환이 생길 수 있다고 했으니,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 줄 작정이었다.

펑!

운청휘의 손바닥이 왕찬의 영해를 내리쳤다.

둑이 터져버린 강물처럼, 영기가 왕찬의 몸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졌어?”

“왕찬이, 이렇게 진다고?!”

흩어지는 영기를 감지한 이들이 혀를 내둘렀다.

운청휘가 보였던 전투력은 그들을 감탄하게 했지만, 그뿐이었다. 왕찬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리라 예상했으므로.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비참한 방식으로 빗나갔다.

왕찬이 패배했다.

척추뼈가 으스러지고 영해도 부서졌으니, 철저히 폐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장원의 생도들은 긴장으로 온 몸이 팽팽해져 있었다. 운청휘가 왕찬을 이겼다면, 자신들도 운청휘에게 꺾일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그의 재능은 절대 이성 기재에 머무를 수준이 아니었다!

“기재 반의 구조가 바뀌겠군!”

“100년 만의 유일한 삼성 기재야!”

“틀려. 독채에 거주하는 그 3명 모두가 삼성 혹은 그 이상일걸세. 그들의 무위와 재능은…… 학관이 숨기고 있잖는가. 이 반은 그 3명 때문에 존재할 정도이니.”

남은 4명의 장원에 기거하는 생도 중 한 명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들은 궁금하지 않은가? 왜 기재 반이 원장님의 관리를 받는지.”

“이곳의 모두가 용담호혈 속 용과 호랑이 같아서가 아닌가?”

“쯧쯧. 아닐세. 우리는 학관 밖에서는 최고의 기재이지만, 원장님의 눈에는 보통 사람보다 아주 조금 나은 정도라네. 원장님이 진정으로 눈여겨보는 건 독채의 3명 뿐이야! 그들이 진정한 사성의 기재니까. 다음 원장도 저들 중에서 나올 거라더군. 그들을 위해서 임무도 늘 원장님이 엄선해서 준다네.”

“그렇다면…… 곧 독채가 하나 더 생기겠군!”

목소리를 낮춰 말하던 이가 마침내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말을 들은 세 명은 숨을 집어삼키며 입술을 달싹였다.

“자네의 뜻…… 은 운청휘가 원장 후계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인가?”

***

그 시각, 기재 반의 독채.

방석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었던 청년이 눈을 떴다. 캄캄한 방 안에서도 그의 눈빛이 심오하게 번뜩였다. 온몸에서 풍기는 기품이 고귀한 제왕을 연상케 했다.

눈을 뜬 청년의 시선은 정확하게 운청휘가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과연 그의 경지를 알아 볼 수 없더니, 이번에 온 사자가 공휘였던 것인가.”

청년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눈에는 차가운 살기가 스쳤다.

“운해와 엽천(叶天)이 없으니, 내가 나서야겠군. 기재 반에 4번째의 독채는 용납할 수 없어!”

***

공휘가 한 손으로 의식을 잃은 왕찬을 들어 올렸다. 사방에 공휘의 준엄한 음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앞으로 3년 동안 기재 반은 단 한 명도 모집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일을 함구령에 처할 것이며, 위반한다면 원장께서 친히 주살할 것이다!”

“명령을 받겠습니다!”

“명령을 받겠습니다!”

“명령을 받겠습니다!”

나머지 네 사람의 장원 생도들은 급히 몸을 굽혀 명령을 받아들였다.

수도도도 드물게 건성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명령을 받들지요!”

운청휘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가 왜 허리를 숙이겠는가?

공휘의 시선을 느낀 운청휘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공휘 또한 미소를 보인 후 그의 귓가에 한마디를 남겼다.

-원장님을 실망시키지 말게나.

공휘가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운청휘의 목소리가 그를 붙들었다.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연화동에 들어가려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합니까.

“음?”

연화동. 그 단어를 듣자 공휘의 눈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그는 포식자 앞에 선 초식 동물처럼 운청휘를 긴장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운청휘는 별다른 반응 없이 곧은 시선만을 보내왔다.

-성공학관에 들어온 목적이 연화동을 들어가기 위함인가?

여전히 전음을 보내는 공휘의 말투가 다소 차가워졌다.

“그렇습니다. 고의로 무위를 억눌러 두었습니다. 연화동에 들어가 극경의 계기를 찾기 위함입니다.”

운청휘가 눈도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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