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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61화 (61/430)

제61화

“이번 임무는 우리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이오!”

“임무가 고된 건 어쩔 수 없지만, 애물단지를 2명이나 보내지 않았소!”

“쯧. 어느 고위층의 친족이거나 할 테지요.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야.”

내원 교관들이 수군거리고 있을 때, 내원 생도 한 명이 다가왔다.

“세 교관님. 저희 소주(少主)께서 전해 달라며 서신을 보냈습니다.”

세 교관은 또 애물단지가 늘어났다고 여긴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서신에 남은 문양을 알아차리자 그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사…… 상관우의 서신!”

세 사람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서신을 가져온 생도에게 살가운 목소리를 냈다.

“상관 소주의 본부라면 임무 중에 잘 돌봐주겠네.”

서신을 가져온 생도가 고개를 저었다.

“교관님들, 우선 서신을 읽어 보시지요.”

세 교관은 서신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 운청휘와 소도도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동자에 살기가 언뜻 스쳐 지나갔다.

교관들은 곧 영력을 일으켜 서신을 불태워 없앴다.

***

낭야산은 극광성에서 서북쪽에 있었다. 일행은 극광성의 성문을 통과하자마자 속도를 내어 낭야산으로 향했다.

꼬박 하루의 시간이 걸려, 낭야산의 산자락 초입에 들어설 수 있었다.

험준하고 거대한 산맥이 굽이굽이 펼쳐진 낭야산에서는 끊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

귀를 때리는 차디찬 바람을 맞고 선 일행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의 중압감에 혹독한 기후가 겹치다니. 전조가 좋지 않았다.

“낭야산에 퍼져 있는 도적들은 산맥에 가까울수록 사납고 강한 자들이다. 단, 산 초입에 있는 자들이라고 해도 방심하지 마라! 오늘은 여기서 휴식하고, 내일부터 토벌에 나선다!”

교관 한 명이 내원의 생도들을 안내하는 동안, 다른 교관이 운청휘와 소도도에게 다가왔다.

“자네들은 먼저 산의 지형을 조사하도록. 전체 지형을 파악하라고는 하지 않겠네. 여기서 반경 칠백 리 내에서 시냇물과 갱도, 동굴 등이 있는지…… 확실히 알아오게!”

교관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다른 생도들을 챙기던 교관들도 냉소를 흘리고 있었다.

시냇물이며 갱도, 동굴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조사하라니, 그것도 단둘이서! 누가 봐도 억지였다. 무엇보다 반경 칠백 리를 전부 돌아다녀야 한다.

보통 사람이 칠백 리를 걸으려면 쉬지 않고 이틀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지형 조사를 병행한다면 최소 두 달을 소요할 터였다. 교관들은 애초부터 그들을 챙길 마음이 없었다는 방증이었다.

“운 형제. 내가 말하지 않았나. 상관우가 반드시 우리를 음해할 거라고.”

소도도가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윽고 소도도가 목소리를 낮췄다.

“어쨌든 운 형제. 이번 임무는 우리에게도 중대한 의미가 있다네.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면, 저 3명의 얼간이를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운청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들을 처리하면, 당신이 저 무리를 책임질 건가?”

“당연한 말일세, 운 형제!”

“나한테 내원의 얼간이들을 떠맡길 생각인건가.”

“어쩔 수 없지 않나. 나는 저런 얼간이들을 견딜 수가 없다네!”

소도도가 말을 끝내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기재 반에서는 운해 놈 때문에 조용히 지냈지만, 이번에는 준비가 되었다네! 솔직하게 말하자면, 장원에 사는 자들이 전부 덤벼도 나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이!”

소도도의 말에 운청휘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일일이 상대하면 소도도는 종일 헛소리를 늘어놓을 작자였다.

운청휘가 준비를 마치고 소도도를 재촉했다.

“출발하지. 낭야산의 지형은 내가 알고 있다. 일단 한 바퀴 다녀와서 알려 줘도 되겠지. 만약 저들이 그때도 무례하게 군다면, 그때 꾸짖어도 늦지 않아.”

운청휘가 앞장서서 낭야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막상 이곳에 오니 운청휘의 심정은 꽤 복잡했다. 천성대륙의 시간으로 3년 전, 운청휘는 이 낭야산에 온 탓에 선계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제발로 이곳을 찾을 줄이야. 운청휘는 아무도 모르게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각여 후.

두 사람은 빠르게 이동했다. 이미 교관이 말한 거리에 도달했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아 정말로 지형을 조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보게, 운 형제! 멈추게나! 더 들어가면 칠백 리를 넘어간다네!”

운청휘가 멈추지 않자 소도도가 소리쳤다.

“여기서 기다리도록. 다녀올 곳이 있다.”

운청휘가 영후백변신법을 극치로 펼쳐 순식간에 소도도의 시야를 벗어났다. 멀리서 소도도가 부르는 듯했지만,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일각쯤 지났을까, 운청휘는 벼랑 위에 서 있었다. 아래로는 수심을 알 수 없는 못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역시 만만찮군.”

운청휘에게는 달갑지 않은 장소였다. 바로 이 장소에서, 운청휘는 선계로 떨어지고 말았으니.

“야오옹…….”

운청휘의 어깨에서 잠들어 있던 기령이 별안간 눈을 떴다. 기령은 호기심 가득한 눈을 빛내며 주위를 둘러보다 뭔가를 알아차린 듯 동공이 커졌다.

“냐아……?”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도 굳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래. 내 신식도 못 아래로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

운청휘와 기령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들의 신식은 선제의 수준에 이르렀고, 천성대륙에서 그들의 신식이 닿지 않는 곳은 존재할 수 없었다.

한데 지금, 그들의 신식은 못 아래로 전혀 뻗어나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면 아래에서 알 수 없는 위압감이 기령과 운청휘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웨에에옹…….”

기령이 털을 빳빳하게 곤두세우고 운청휘를 보며 울기 시작했다.

운청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못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별안간 몸을 돌렸다.

그의 신형이 허공에서 흩어지더니, 몇 호흡 만에 벼랑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야옹야옹!”

위압감이 사라지자 기령이 안심한 듯 낭랑하게 울었다.

“못 아래에 생령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아.”

알 수 없는 찜찜함에 운청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강렬한 직감이 그에게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

저 못 아래에는, 신비한 생령이 존재한다.

운청휘가 떠나고 일다경도 채 지나지 않아, 연못의 수면이 잔잔히 흔들렸다.

별안간 수면 아래에서 한 여인이 솟아올랐다.

묵색 활을 든 여인의 눈은 야생의 짐승처럼 투명했다. 그녀의 흰옷에는 적지 않은 핏자국이 번져 있었다.

여인은 속세에 속하지 않은 듯 신비한 기분을 발산했고, 표정 없는 얼굴은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만약 운청휘가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면, 이 여인 이염죽(李染竹)을 알아보았을 터였다.

“또 실패인가…….”

이염죽의 투명한 눈에 드물게 감정이 떠올랐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쓸쓸함이 담긴 눈으로, 이염죽은 먼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그들의 제사를 지내고자 장신연에 다시 오고 싶었을 뿐인데…….”

***

운청휘는 소도도와 떨어진 장소로 돌아왔다.

소도도는 혼자가 아니었는데, 그의 곁에서 중년인이 모닥불을 피우고 노루를 굽고 있었다.

반대쪽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추운 날씨에도 변색이 되지 않은 걸 보니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운청휘를 발견한 소도도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 마침내 돌아왔군, 운 형제! 내가 신위를 크게 떨치는 모습을 자네가 못 봐서 아쉽다네. 그렇지, 이들은 모두 산적일세. 자칭 청 뭐라고 했는데…….”

반갑게 말을 늘어놓던 소도도가 잠시 생각하더니 옆에서 노루를 굽던 중년인을 걷어찼다.

“어디서 넋을 놓고 있느냐!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면 이 어르신이 네놈을 죽이겠다!”

“대협, 사, 살려 주시오. 살려 주시오……! 소, 소인은 이곳 낭야산 청풍채(清风寨)에 지내고 있소.”

중년인이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청풍채?

1개월 전, 흉수산맥에서 마주쳤던 청풍채의 산적이 운청휘의 머리를 스쳤다.

“황진기(黄振琪)를 알고 있나?”

운청휘가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흉수산맥에서 마주쳤던 청풍채의 산적이 바로 황진기였다. 청연지심화의 영혼이 봉인된 지도를 그가 가지고 있었다.

“아, 압니다! 우리 소두령의 심복인데, 한달 전에 소두령의 분부로 외출했다가……, 돌아오지 않았습죠. 다들 죽었으려니 하고 있습니다요.”

중년인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황진기는 확실히 죽었으니. 바로 운청휘의 손으로!

일각의 시간이 지나자, 노루 고기가 완전히 익어 군침 도는 향기를 풍겼다.

두 사람은 배를 채우고 중년인과 함께 임무 주둔지로 향했다.

“낭야산에 산다고 했으니, 이곳의 지형은 잘 알겠지? 지금부터 자네가 우리의 낭야산 지도일세!”

소도도가 중년인의 멱살을 틀어쥐며 말했다.

“그렇지. 잔꾀를 부리거나 우리를 속이려 한다면…… 자네. 곱게는 못 죽을 걸세.”

소도도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돌연 그의 팔에서 짙은 영기가 흘러나와 주변의 땅에 직격해 구덩이를 만들어내었다.

“네, 네! 소, 소인! 한마디 거짓도 내뱉지 않겠습니다!”

중년인은 땅이 파이는 굉음에 하마터면 바지를 적실 뻔했지만, 황급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주둔지로 돌아오니 95명의 내원 생도과 3명의 내원 교관들은 천막을 쳐 둔 상태였다.

10명의 생도들이 불침번을 서는지 주둔지 부근에 모여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천막 안에서 쉬는 듯했다.

“운청휘, 소도도, 이렇게나 빨리 돌아오다니?”

불침번을 서던 이들이 운청휘 일행을 보고 당황했지만 이내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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