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63화 (63/430)

제63화

교관 중 한 명이 지시를 내렸다.

한창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떠들어 대던 소도도가 눈썹을 찌푸렸다. 아직 이야기할 분량이 10년분은 남아 있건만!

그가 화를 내기 전에, 운청휘가 얼른 입을 열었다.

“가지. 조사를 해야 하니.”

“응?”

소도도는 화를 가라앉히는 한편, 의아한 눈으로 운청휘를 힐끗거렸다.

교관의 의도는 분명했다. 둘을 사지로 내몰아 죽이는 것.

소도도의 생각대로라면, 운청휘는 여기서 자신을 말릴 이유가 없었다.

그가 지켜본 바, 운청휘도 성격이 만만찮게 좋지 않으니, 직접 나서지는 않더라도 소도도가 화를 내면 내버려둘 법도 했건만.

“운청휘와 소도도가 교관에게 단단히 밉보였구만. 온갖 위험한 일을 다 떠맡고 있잖아?”

“어젯밤 일을 잊었나? 운청휘도 어쩔 수 없지. 소도도와 어울렸으니.”

“참, 어제 교관님들이 저들에게 낭야산의 지형을 파악하라 하지 않았나?”

“당연히 뒷배가 있는 녀석들이 마음에 들 리가 없잖아!”

“상관하지 마. 우리가 죽는 것도 아니잖나.”

“그 말도 맞네. 위험한 임무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지. 그건 그들에게 맡기고, 좋은 건 우리가 찾으면 그만이야.”

“뭐, 저들이 어젯밤처럼 운이 좋을지 두고 보자고!”

적지 않은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어느새 운청휘와 소도도는 생도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육백 장 높이의 산봉우리를 향해 내달린 운청휘와 소도도는 눈 깜짝할 새에 정상에 도달했다.

위에서 보니 면적이 삼만여 평에 달했고, 밋밋한 건물 한 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운청휘는 신식을 펼쳐 건물 안에 있는 이들의 수를 빠르게 파악해냈다. 4천여 명의 도적이 득실거리는 산채다.

운청휘의 눈빛이 건물의 중심에 고정되었다.

‘월경 6단계의 3급 마종이 하나. 월경 5단계의 4급 마종이 다섯이로군.’

기령도 기대가 되는지 작게 울음소리를 내었다.

“야옹……!”

운청휘와 기령은 몇 번의 눈짓으로 합의를 마쳤다.

월경 6단계의 3급 마종은 운청휘가 가지고, 월경 6단계의 4급 마종 다섯 개는 기령이 가지기로 했다.

“소 형. 몸을 숨길 곳을 찾아봐. 이 각 후에 다시 모이지.”

운청휘가 말했다.

“또 나를 혼자 두다니, 반댈세! 이번엔 무슨 말을 하더라도…….”

소도도는 운청휘가 자신을 노려보자 어깨를 으쓱거렸다.

“운 형제가 그렇다니, 알겠네. 단! 조건이 있어. 나를 도도라고 불러 주게나!”

운청휘는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먼저 가지. 도도.”

잠시 후.

운청휘는 건물 안으로 잠입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겠구나. 반드시 일격필살해야 한다!”

“야옹!”

기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들은 월경 5단계의 4급 마종 보유자 한 명을 추적했다.

역할은 빠르게 나누어졌는데, 운청휘가 신식을 사용하여 4급 마종을 심은 3급 마종 보유자의 감지를 차단한다면, 기령이 4급 마종 보유자를 해치우는 방식이었다.

하위 등급의 마종 보유자가 죽으면, 마종을 심은 이는 이를 바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운청휘는 신식으로 마종 보유자가 죽은 공간을 봉쇄해 두었다.

기령은 몸집이 작고 눈에 띄지 않아, 기습에 유리했다.

불과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4급 마종의 보유자는 숨이 끊어졌다. 마종은 기령이 체내에 보관했다.

그 후로는 일각도 걸리지 않았다. 운청휘가 신식으로 공간을 봉쇄하고, 기령이 습격한다.

이를 몇 번 되풀이하자 4급 마종의 보유자 5명이 기령에게 목숨을 잃었다.

월경 5단계의 마종 다섯 개를 손에 넣으니, 기령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대로 흡수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기령은 얌전히 운청휘와 함께 이동했다.

“월경 6단계로군. 함께 공격하면 3수 안에 제압할 수 있을 터. 다만 반드시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소도도가 밖에 있다. 작은 변화에도 눈치를 챌 터. 그러면 마종을 확보하기 번거로워지니….”

운청휘가 나지막이 말했다.

“야옹?”

“네가 습격하겠다고? 안 된다. 월경 5단계와 6단계는 달라. 네 무력도 고강하긴 하나, 한 번에 끝내기엔 무리가 있구나.”

운청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기령의 말을 일축했다.

그가 전투태세를 가다듬고, 검집을 쥐었다.

***

운청휘가 습격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청풍채의 산적들은 들어라! 우리는 성공학관의 토벌대다. 일각의 시간을 줄 테니,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이미 우리의 생도 두 명이 청풍채에 잠입했다! 그들을 다치게 한다면, 이곳을 피로 물들이겠다!”

청풍채 전체에 영력으로 증폭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성공학관의 도적 토벌대?”

“그리고, 이미 두 명이 산채에 잠입했다고?”

건물의 침실 안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들리며, 곧 중년인이 다급히 튀어나왔다.

청풍채의 두령, 황청풍이었다.

“아들아, 무기를 들어라! 성공학관의 조무래기 따위에 겁먹지 말아라! 산채에 잠입했다는 두 놈은, 땅을 파서라도 찾아내! 갈기갈기 찢어 버리겠다!”

황청풍의 목소리가 청풍채 전체에 퍼져나갔다.

기습을 위해 숨어 있던 운청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죽음을 자초하는군.”

운청휘가 말하는 죽음을 자초한 이는 도적들이 아니라, 토벌대의 세 교관들이었다.

소도도 또한 안색이 어두워지며, 평소의 가벼운 모습이 사라지고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교관들은 산채에 잠입한 생도를 해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바꾸어 말하면 운청휘와 소도도가 산채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어 사지로 몰아넣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 임무에 연화동의 입성이 달려 있다. 심지어 다른 생도를 살린 채 사상자가 5명이 넘지 않게 해야 하니, 황청풍의 몸에 있는 마종은 다음에 취해야겠군. ……전투가 끝나면, 세 교관을 죽여야겠구나.”

살기를 억누른 운청휘는 기령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소도도 또한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돌아왔고, 두 사람은 마주치자마자 의견을 교환했다.

“운 형제. 일단 하산하지. 그 세 얼간이들을 선봉으로 세워야겠어! 우리는 생도들만 보호하면 될테니!”

분노에 찬 두 사람이 빠르게 산기슭으로 돌아왔다.

“응? 자네들 청풍채의 도적들에게 잡힌 게 아닌가?”

세 명의 교관은 무사히 귀환한 두 사람을 보며 대놓고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허허, 실망하셨나 봅니다!”

소도도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위의 상황은 정탐을 끝냈습니다. 포로의 말과 똑같이, 산적들이 산채에 모여 있었죠.”

“좋다. 기왕 조사를 했으니, 나를 따라 토벌하러 가세!”

한 교관이 차갑게 말했다.

“음, 청풍채에는 월경 6단계가 1명, 5단계가 5명, 4단계가 2명, 3단계가 1명이 있습니다. 이런 규모라면 저와 운 형제는 관여할 자격이 없는데 말이죠. 세 교관님께서 일부러 저와 운 형제를 사지로 몰아놓는 게 아니라면야……?”

“건방지구나!”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우리는 교관으로서 모든 생도를 동등하게 대한다! 소도도, 또 헛소리를 하면 제압해 줄 테니, 언짢아하지 말거라!”

이렇게 많은 생도들 앞에서 소도도가 빈정거리자, 세 교관은 일제히 발끈했다.

“그렇습니까? 기왕 동등하게 보신다면, 세 교관님이 친히 토벌에 나서는 건 어떠신지요! 생도들을 죽게 만들지 마시고요!”

소도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일부러 큰 소리로 모두에게 퍼뜨렸다.

“흥! 저 녀석들은 자네와 운청휘 두 외원의 폐물이 해결할 게 아니다! 기대도 안 했느니!”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콧방귀를 뀌더니 일제히 움직였고 그림자가 거대한 봉우리 위로 빠르게 날아올랐다.

“썩 꺼져라! 우리는 교관님을 지원하겠다!”

“그래. 우리 중 가장 무위가 낮은 자도 월경 2단계! 함께 공격하면 청풍채의 도적은 상대가 되지 않을 터!”

“흥, 무서우면 이곳에 남도록! 우리는 교관님들과 함께 돌격한다!”

누군가가 소리치자, 그의 말에 흥분한 생도들이 개미 떼처럼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운 형제, 우리 한 명만 죽임세.”

소도도가 돌연 운청휘를 바라봤다.

운청휘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 그럼 사양하지 않겠네!”

소도도가 냉큼 손가락을 튕기자, 별안간 강한 기운이 생도 한 명을 향해 쇄도했다.

퍼억!

가장 먼저 소리쳤던 생도이 숨을 집어삼켰다. 그가 휘청거리다 이내 고꾸라져 싸늘하게 식어갔다.

“저 세 얼간이에게 서신을 건네면 이 몸의 혜안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소도도가 쓰러진 시체를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상관우는 멍청이라, 그를 찾는 사람마다 바보가 분명한 모양이야. 쯧, 이 몸이 화가 난 건 알아보지 못하다니. 감히 이럴 때 건드려?”

동시에, 달려가던 무리도 땅에 쓰러진 시체를 알아차렸다.

그들이 서로를 두리번거렸지만, 누구도 그가 죽은 이유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주춤거렸다.

“이런. 무위가 가장 높은 도적이 우리 중에 잠입했나 봐!”

“모두들 주변을 조심하라고, 우…… 우리는 먼저 세 교관님과 합류할게!”

“맞아, 교관님 곁에만 간다면 우리는 안전할 거야!”

공포가 그들을 잠식해나갔다.

죽은 생도는 월경 3단계의 무인. 그런 이를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죽일 수 있는 자라면 얼마나 강한 것인가? 적어도 월경 6단계의 무인일 터였다.

그리고 월경 6단계의 무인은…… 그들 모두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생도들은 일제히 벌떼처럼 산봉우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뒤를 보거나 주저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소도도가 그 광경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런. 바보 하나를 죽인 것치고 너무한데.”

“멍하니 있지 말고, 올라가지! 실력을 드러내는 한이 있어도, 생도들을 보호해야 해!”

운청휘가 다급히 말하며 무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정신을 차린 소도도가 얼른 뒤를 쫓았다.

거대한 산봉우리의 정상. 세 명의 교관은 이미 황청풍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월경 6단계의 무인 3명이 월경 6단계의 무인 1명을 상대로 패할 리는 없었다.

그들은 황청풍을 거의 제압하기 직전이었다.

때마침 소도도와 생도들이 올라오는 모습을 알아차린 교관 한 명이 사납게 꾸짖었다.

“건방지구나, 소도도! 감히 거짓 보고를 하다니! 네가 말한 월경 5단계의 무인 다섯 명은 이곳에 없었다!”

소도도의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쳤다. 그가 서둘러 기운을 감지했지만, 정말로 월경 5단계의 도적은 한 명도 없었다.

“이상하네? 전에는 분명히 있었는데.”

소도도가 얼굴을 찌푸리며 무언가 떠올린 듯 운청휘를 쳐다봤다.

“운 형제…… 자네가 그들을 죽인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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