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개자식이, 헛소리 말라고!”
분노한 도홍의 일갈이 울려 퍼졌다.
“네놈이야말로 개자식에 헛소리를 늘어놓는 게 아니냐, 이 천한 놈! 집안 전체가 개자식이로구나! 이 몸이 손을 한 번 휘두르면 네놈을 파묻어 버리고도 남겠다! 천한 놈은 한평생 그 천함을 숨기지 못한다더니, 네놈을 보면 알겠구나! 마땅히 동굴에나 숨어서 고개를 숙이고 살아야지, 어찌 밖에서 망신을 당하느냐! 천한 놈이라 당연한 이치도 모르는게냐!”
“허, 허허허……. 허허허! 이, 이 자식! 네놈을 죽이고 말겠다!”
도홍이 곧바로 세 교관을 뒤로하고 소도도에게 달려들었다.
“으응? 이 소 어르신이 네까짓 천한 놈에게 죽겠느냐! 다음 생에서나 노려보거나!”
소도도는 더욱더 약을 올리며 냉큼 도망치기 시작했다.
“개자식아, 어르신이 네놈을 죽이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도홍이 노발대발하며 그 뒤를 쫓았다.
그 광경에, 운청휘는 잠시 소도도를 부추긴 선택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도홍을 유인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는 서둘러 도홍의 뒤를 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인하고 쫓는 세 사람은 숲속을 내달리고 있었다.
깊이, 더욱더 깊이. 더 멀리.
낭야채와 한참 떨어진 곳에 도달하자 소도도가 멈추었다.
“소도도, 빚을 졌군.”
운청휘가 소도도를 보며 말했다.
“이제 낭야채 쪽의 생도들을 보호해주길 바라지!”
빚!
그 단어에 소도도의 눈은 전에 없는 생기로 번뜩였다.
“하하하, 그럼 운 형제의 보답을 기대하겠네!”
기분이 좋아진 소도도는 도홍을 왜 유인했는지 묻지 않고 웃음을 터트리며 돌아섰다.
“개자식아, 어딜 감히 도망치려는 거냐?”
씩씩거리던 도홍은 때마침 소도도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곧바로 살수를 날렸다.
“꺼져라!”
소도도가 전에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일장을 날렸다.
펑 소리가 나며 자욱한 흙먼지가 일었다. ……어느새 도홍은 저만치 날아가 땅에 고꾸라져 있었다.
‘이 몸이 늘 허풍만 치는 줄 알았더냐?’
소도도는 날아간 도홍을 보며 속으로 흥얼거렸다.
“이 몸에게 이런 실력이 있으니, 이렇게 살아남는 거다!”
“크, 으윽. 저 개자식이……!”
몸을 일으킨 도홍이 잠시 넋을 잃은 듯 멀어져가는 소도도를 올려다보았다.
“모르겠느냐? 그는 월경 사성 기재고, 네놈은…… 그저 월경 7단계일 뿐이다!”
운청휘의 소리가 울리더니 그림자가 도홍의 앞에 날아왔다.
“성공학관의 성도란 말이냐? 아니야. 성공학관의 성도는 상관우, 운해, 엽천 세 명뿐이고 소도도라는 인물은 없는데…….”
도홍은 성공학관의 일에 대해 잘 아는 듯 중얼거렸다.
“네놈이 어르신을 이곳으로 유인한 목적은 무엇이더냐?”
비록 욕을 잔뜩 들었을지언정, 도홍은 바보가 아니었다. 운청휘와 소도도의 대화를 듣고 눈치를 챈 터였다.
“네놈을 죽이겠다.”
“……나를 죽인다고?”
운청휘의 말에 어리둥절하던 도홍이 무언가 생각난 듯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황청풍 등을 네놈이 죽였느냐! 설마 마, 마종 때문에? ……어쩐지, 네놈만 남아 있는 게 이상하다 했다!”
최근 며칠 동안 가규와 함께 있었던 도홍은 황청풍이 죽고 마종이 사라진 사실도 알고 있었다.
“마종을 원한다면, 네놈이 그럴 능력이 있나 봐야겠구나!”
일갈을 내뱉은 도홍이 무수한 영력을 담은 주먹을 내뻗었다.
운청휘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 또한 도홍에게 주먹으로 맞섰으나, 운청휘의 주먹에는 어떠한 영력도 담겨 있지 않았다.
우르릉!
산을 뒤흔드는 폭음이 울리며, 반경 삼십 장 내의 나무와 덤불이 가루로 흩어졌다. 충격파는 잔잔하게 퍼져나갔다.
“제법 실력은 있다만, 어르신의 생각보다 약하구나!”
운청휘가 세 걸음 밀려났다. 그 모습에 도홍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또다시 일권을 날리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의 주먹이 백 수가 넘도록 뒤엉켰다. 모든 주먹이 건물 한 채는 가볍게 부술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주먹이 부딪칠 때마다 짙은 연기가 일었다.
아침의 안개를 연상케 하는 자욱한 연기 아래로, 깊은 구덩이가 파였다. 두 사람이 뒤엉켜 싸우는 동안 반경 삼천 장의 대지에 수도 없는 구덩이가 생겨났다.
“이럴 리가 없다. 분명 전투력은 이 어르신의 아래였건만! 백 수가 넘게 주고받아도 이리 멀쩡하단 말이냐……!”
도홍은 점점 겁에 질렸다. 운청휘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다! 영력이 담기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그저 퍼부을 뿐이었다.
쾅! 콰앙!
도홍의 정신이 혼란해지자, 그 순간을 노린 운청휘의 공격이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그와 동시에, 운청휘의 어깨에 줄곧 앉아 있던 기령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도홍의 명치 부근이 벌어지며 수정처럼 투명한 구슬이 반짝였다.
마종이었다!
거의 같은 시간, 공휘와 공중에서 싸우던 가규의 안색이 돌변하며 멀리 있는 숲을 바라봤다.
“도홍이 마종을 빼앗겼구나……!”
***
운청휘가 무기를 쓰지 않은 것은, 자신의 전투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극경의 전투력이란 어느 정도인가? 도홍과의 전투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결국 운청휘는 순수한 전투력만으로, 도홍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타고난 재능만을 따지자면, 나는 이미 육성 기재와 다를 바 없군.”
운청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보통의 육성 기재와는 다르겠지. 내 무위가 오를수록, 나의 타고난 자질도 증가할 터. ……음? 이런!”
별안간 운청휘의 안색이 변했다.
“공휘가 가규를 막지 못했어!”
사실을 깨달은 즉시 운청휘와 기령의 몸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들은 더 깊이, 산맥 속으로 몸을 숨기며 달려갔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빠르다 한들, 경공의 수준 내에서였다.
월경 9단계의 가규는 일반적인 경공의 범위를 벗어난 수준에 올라 있었다. 한번 몸을 던지면 두 호흡 만에 삼천 장을 뛸 수 있었다.
“기이한 속도로구나. 월경 9단계의 이성 기재라 해도, 양경 2단계의 무인과 속도는 비슷할 터인데……. 공휘와 비슷한 무위임에도, 두 배의 속도를 내는군.”
운청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가규의 그림자가 근접할수록 피비린내가 짙어졌다.
“저자가 어떤 방법을 쓴 건지 알 수 없구나.”
가규의 기이한 속도를 알아차리자 운청휘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가규를 죽일 수밖에 없다!
우르릉!
그 순간, 운청휘를 맹렬히 쫓던 기운이 수백 개의 갈래로 나뉘어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폭발했다.
운청휘는 몸을 피할 틈도 없이 충격파에 휩쓸렸다. 그의 입에서 핏물이 왈칵 쏟아졌다.
삼십 장 밖에서, 가규가 느긋하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가규와 같은 무인에겐 이 정도 거리는 한 걸음을 내딛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도홍의 마종만이 아니로구나. 다른 3개도 사라졌어. 노부의 눈을 피할 수 있을 성싶더냐?”
지팡이를 짚은 채 누각에 몸을 기댄 가규가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기이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가규의 시선은 평온했지만,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3마리의 마종도 네놈 짓인게냐? ……어떻게 마종을 알아차렸지? 설마 ‘종마대법(种魔大法)’을 수련하였느냐? 호오. 아니로군. 어떤 마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구나.”
“종마대법?”
운청휘의 눈빛에 의혹이 서렸지만, 이내 그는 가규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가 말하는 ‘종마대법’은 도심종마대법(道心种魔大法)의 또다른 이름이었다.
“설명이 긴 걸 보니, 살인 멸구할 작정인가?”
운청휘는 깊은 눈으로 가규를 응시했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은 바쁘게 굴러가고 있었다. 검집을 사용할 것인가.
아니, 부족하다. 지금의 무위로는 검집의 위력을 만분의 일도 내지 못한다.
기령과 합심한다면 어떨까. 아니, 그것도 부족하다. 기령의 전투력은 운청휘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가규가 전력을 낸다면 기령도 운청휘도 쓰러트릴 터였다.
“네놈을 죽인다고? 노부가 왜 네놈을 죽여야 하는 거지?”
가규가 사냥감을 훑어보듯 운청휘를 바라봤다.
“열여덟 살에 월경 9단계의 도홍을 죽였구나. 적어도 폐물이나 다름없는 임위보단 강할 터. 네놈을 죽이는 것과 마종을 심는 것. 노부가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으냐?”
운청휘의 안색이 변했다.
“2급 마종의 보유자는 최대 5마리의 마종을 키울 수 있지……, 네놈은 겨우 한 마리만 남지 않았던가?”
태산이 무너져도 안색이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운청휘가 이때는 목소리도 떨려나왔다.
“껄껄, 있든 없든, 곧 알게 될 것이다!”
가규가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을 들어올리자, 별안간 그의 손가락 끝에서 수정처럼 반짝이는 작은 구슬이 떠올랐다.
가규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뿐이었다.
별안간 운청휘의 눈앞에 구슬이 나타나, 그의 미간 사이로 파고들어 사라졌다.
“껄껄껄……!”
가규는 통쾌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지었다.
“지금부터 네놈은 이 가규의 종이다! 네놈의 생사와 무위부터, 모든 것이 노부의 손에 달렸음이야!”
운청휘는 온 몸을 결박당한 사람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움직이지 못했다. 전신에서 우득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선제로서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그 모습에 가규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껄껄껄! 운청휘, 노부가 도홍의 마종을 남겨 주마! 네놈의 재능이라면 반드시 선천경을 돌파할 테지! 그 때 노부가 마종을 회수하러 오겠노라. 하하하……!”
가규는 웃었고, 그림자는 멀리 사라졌다.
“두 학관 간의 첫 번째 싸움은 천원학관이 패배했지만, 노부는 승리했군. 껄껄껄……!”
“야옹?”
가규가 완전히 떠나자 기령은 긴장하며 운청휘를 바라봤다.
“푸……!”
운청휘는 대답 대신 선혈을 울컥 뿜어냈다. 그의 안색이 희게 질려 있었다.
쿵! 쿵! 쿵!
빠르게 손을 움직인 운청휘는 수십 개의 혈을 눌러 차단했다.
“예상보다 심각하진 않아. ……이 정도면 되었다. 가규의 앞에서 두려운 척하니, 굴욕감이 가시지 않는군.”
‘굴욕’을 말할 때, 운청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살기가 그의 전신에서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