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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68화 (68/430)

제68화

“우, 운청휘! 우리가 주, 주제도 모르고 나섰네! 이렇게 머리를 숙이니 부디 살려 주게!”

두 사람은 거듭 빌며 아예 무릎을 꿇었다.

퍽퍽퍽!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이어졌다.

“우……, 우리와 자네는 이전에도 지금도 아무런 원한이 없다네. 자네와 맞서려고 했던 건 상관우의 이간질 때문이었어. 우리를 용서해 준다면 학관으로 돌아간 뒤 반드시 보답하겠네!”

“우리 가족은 모두 성공학관의 토박이 세력이니 학관의 많은 부서에 배치되어 있다네. 공 부원장이 관장하는 형당, 단약당(丹药堂), 법당(法堂), 임무당(任务堂)까지도……!”

“자네를 위협하려는 게 아니라 생각해 보라는 얘기일세……. 우리를 죽이면 배후 세력의 눈 밖에 날 걸세! 우리를 풀어 주어 그들에게 빚을 지울 수 있네!”

“맞아, 상관우가 우리에게 자네를 상대하라고 한 건……, 아마도 우리가 자네를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해서 아니겠나. 그의 진짜 목적은 자네가 우리를 죽이고 우리 가족들이 원한을 품길 바라는 걸거네!”

“운청휘, 우리는 이, 이미 이용당했으니……. 자, 자네만큼은 그의 농간에 휩쓸리지 말게!”

두 사람은 거의 통곡하다시피 울며 용서를 빌었지만, 운청휘의 눈에 드리운 살기는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다.

“네놈들이 이용당한 건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순순히 대가를 치르도록. 배후 세력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면, 그들을 지우면 그만 아니겠나.”

운청휘는 말을 끝내며 덤덤하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솟구친 두 갈래의 기운이 쏜살같이 허공을 가르며 두 교관의 몸을 산산이 조각내었다. 그는 우수수 쏟아지는 살점들을 피해 천막 밖으로 나왔다.

천막 밖에는 능설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능설에게 영력을 흘려보냈다.

“우…….”

정신이 돌아오자 능설은 작게 침음했다. 목이 시큰거리는 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우…… 운 사제. 어떻게 일어설 수 있는 거야?”

능설이 눈을 뜨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운청휘를 알아차렸다.

“상처는 다 나았다. 사흘간 간호에 감사를 표하지.”

운청휘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괘…… 괜찮아. 나도 공 부원장님의 분부를 받은 거니까.”

능설의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운청휘가 이렇게 응시하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20년간 느껴 본 적이 없는 감각이었다.

‘운 사제는 이상하게 편안한 느낌이야. 게다가…… 이렇게 매혹적이였다니.’

능설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생각을 이어갔다. 운청휘를 돌보던 3일간, 아무도 없을 때 그를 가만히 보고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응? 어디서 피비린내가 나는 거람?”

공기 중의 역한 냄새를 맡은 능설이 천막 안을 들여다보았다.

“우욱……!”

능설이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했다. 그녀가 들여다본 천막 안은 참으로 끔찍했다. 흩어진 옷조각으로나마 겨우 알아본 것은 분명 세 교관이었다.

“우, 운 사제, 너……!”

능설이 어두워진 얼굴로 운청휘를 응시했다.

“그래 내가 한 게 맞다.”

운청휘는 부인하지 않고 태연하게 해명해나갔다.

“다만, 그들이 먼저 나를 죽이려 들었을 뿐. 사저가 정신을 잃은 것도 그들의 짓이야.”

“뭐, 뭐?! 교관님들이 운 사제를 죽이려고 했어?”

능설이 아연실색했다.

학관의 교관이라면 생도들의 모범이 되는 존재가 아닌가. 어찌 생도에게 죽임을 당했을까.

돌이켜보니 능설이 보기에도 세 교관의 반응은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그녀가 운청휘를 돌보는 3일 내내 그들은 걸핏하면 천막을 찾아왔다. 단순히 운청휘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듯했지만, 운청휘가 토벌대에 합류했을 당시의 반응과 너무나도 달랐다.

세 교관은 운청휘를 매우 꺼렸고, 두 번이나 운청휘와 소도도를 사지로 몰아넣는 것과 다름없는 임무를 주었다.

무엇보다…….

세 교관은 분명 공 부원장과 함께 도적을 소탕하던 중일 텐데, 갑자기 돌아온 이유가 석연치 않았다.

거기다 자신을 기절시키기까지 했다.

세 교관이 내내 운청휘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더라면, 능설은 운청휘의 말을 쉽게 믿지 못했을 터였다.

“그런데 운 사제, 사…… 사제는 어떻게 그들을 죽일 수 있었던 거야?”

“외원 생도가 아니니까.”

운청휘를 바라보는 능설의 눈빛에 의심이 가득했다.

운청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원 생도야? 이상하네. 내원 생도라면 이번 토벌대에 굳이 무리해서 올 필요가 없었는데……. 설마 너, 상급 생도야? 아, 아니. 상급 생도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내원 생도도 아니다. 기재 반에서 왔을 뿐.”

운청휘가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뭐, 기재 반?!”

능설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세 교관의 시체를 봤을 때도 이렇게 놀라지 않았건만!

기재 반이라니.

성공학관에 존재하는 반 중 가장 들어가기 어려울뿐더러 무엇을 배우는지도 알려지지 않은 반이다. 무엇보다 원장이 직접 관할하는 반이 아닌가!

그런 기재 반에서 누구를 내보내도 천원왕조 최고의 사성 기재라 부를 수 있다.

단계를 뛰어넘어 적을 상대할 능력을 가진 기재 중의 기재가, 눈앞의 운청휘라니!

“운 사제…… 아니지, 운 사형! 무슨 경지의 기재인지 물어도 될까요?”

놀란 것도 잠시, 어느새 능설은 운청휘를 숭배하듯 바라보며 눈을 번뜩였다. 호칭마저 바꾸어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다.

“음? 지금 어느 경지인지…… 확실치 않군.”

운청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말대로, 확실치 않았다. 성경 10단계일 때 이미 월경 7단계의 도홍을 격파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운청휘는 월경 1단계에 들어서며 무위가 대폭 상승하고 전투력도 급격히 늘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삼성은 영원한 삼성으로, 이성은 영원한 이성으로 남았겠지만……. 운청휘가 가진 천부적인 재능은 무위의 상승에 따라 증가할 가능성이 컸다.

지금이라면 월경 9단계의 무인을 격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월경 9단계의 이성 기재 가규를 상대하더라도, 저번처럼 맥없이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능설, 부모님이 어떤 분이시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운청휘가 물었다.

“부모님?”

능설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의 얼굴이 실의에 차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을 뵌 적이 없어요. 정 부원장님께서 저를 키워 주셨고, 어릴 때부터 학관에서 지냈죠.”

정 부원장?

운청휘는 그 이름을 기억해 두고 말을 이었다.

“정 부원장이 사매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 주지 않았나? 아니면…… 사매와 다른 사람의 차이점을 느낀 적은 없었나?”

“아니요, 정 부원장님께서 그저 열심히 수련하다 보면 훗날 친부모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고개를 가로젓던 능설이 별안간 이상함을 느낀 듯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운 사형, 이런 걸 왜 묻는 거죠?”

“……그저 궁금했을 뿐.”

운청휘는 적당히 넘어가며 본론을 꺼냈다.

“마침 사매가 수련하기 적당한 무공이 있다. ‘천녀옥황심경(天女玉皇心经)’으로, 꾸준히 수련하면 눈부신 성취가 있겠군.”

“천녀옥황심경?”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에 능설의 눈동자에 의혹이 깃들었다.

“운 사형, 이건 어떤 등급의 무공이죠? 황급 상품보다 아래라면 정 원장님이 반대하실 거예요. 제가 지금 수련하는 무공이 황급 상품이니까요.”

“꼭 이곳의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면……. 천급과 동등한 가치다.”

운청휘가 단언했다.

다만 능설에게 말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능설에게 주려는 천녀옥황심경은 그가 간략화한 판본이고, 진정한 천녀옥황심경은 인계의 등급 기준을 벗어났다.

소요여제(池瑶女帝)가 수련한 무공이니, 어찌 인계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처…… 천급?!”

능설의 숨이 절로 가빠졌다. 성공학관의 생도라면 천급 무공의 의미를 모를 리 없다.

정말로 천급 무공이 존재한다면, 천성대륙의 모든 세력은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불사하고 무공을 손에 넣으려 할 터!

“우…… 운 사형, 노, 농담이 아니라 진짜 제게 천급무공을 주는 건가요?”

가까스로 마음을 다스린 능설이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평정을 찾으려 해도 그녀의 얼굴에는 고스란히 혼란이 떠올라 있었다.

“그건 수련을 하면 깨닫겠지.”

운청휘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하지만 우…… 운 사형. 왜 저에게 이렇게 잘해 주는 거죠?”

차마 운청휘를 똑바로 볼 수 없었던 능설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과일처럼 붉게 물들어 곧 터질 듯했다.

“3가지 이유가 있다. 첫 째, 사저가 마음에 드니까. 둘 째, 내가 의식이 없는 기간 동안 잘 간호해준 보답이고. 마지막 이유는, 가장 큰 원인이지만 아직은 말할 수 없군.”

이유를 댄 운청휘는 능설을 똑바로 응시하며 마주 섰다.

그는 간략하게 정리한 ‘천녀옥황심경’의 구결을 능설에게 전부 읊어 주었다.

영민한 능설은 천 자에 달하는 구결을 한 번 듣고 전부 외워 버렸다.

“그리고, 부탁을 하나 하지. ‘천녀옥황심경’에 관해서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도록. 설령 정 부원장이라 해도!”

“운 사형 안심하세요. 죽어도 이 비밀은 지킬게요!”

능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비장하게 말했다.

“운 사형, 3일간 드신 게 없으니 시장하시겠어요. 얼른 죽을 끓여 올게요!”

말을 마친 능설이 얼른 걸음을 옮겼다.

남겨진 운청휘는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하다 낮게 읊조렸다.

“천성대륙은 알면 알수록 대단해지는군. 진선의 후예까지 있었던가…….”

***

황혼이 질 무렵, 공휘가 인솔하는 토벌대가 위풍당당한 위용을 뽐내며 돌아왔다.

소도도는 평소와 다르게 단정한 모습으로 공휘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주둔지 밖에 서 있는 운청휘와 능설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달려들었다.

“운 형제, 마침내 깨어났는가! 그간 걱정돼서 혼났지 뭔가.”

그가 대번에 운청휘를 끌어안았다. 기쁨이 역력한 모습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어? 피비린내?”

소도도가 뭔가를 알아차린 순간, 공휘는 운청휘가 지내던 천막으로 날아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제자리에 남아 있고, 운청휘, 소도도, 나를 따라와라.”

안에서 공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가 죽인 건가?”

공휘가 천막 안의 육편들을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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