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69화 (69/430)

제69화

“이 옷은……. 그 얼간이들이 아닌가?”

소도도는 찢어진 옷의 색깔을 보고 시신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젠장, 어쩐지 안 보이더라니! 먼저 돌아와서 내 형제를 죽이려고 했구만!”

낮게 욕을 내뱉은 소도도의 얼굴에 격한 분노가 일렁였다.

“공 부원장님, 저놈들을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운 형제가 무사해서 다행이지. 만약 무슨 일이라도 있었다면 이 소도도가 성공학관에 판결을 내렸을 겁니다!”

판결!

생도라면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말이건만, 소도도는 거침없었다.

그만큼 그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는 증거였다.

사실 소도도는 3일 전에 인솔 교관들을 죽이려 했지만, 공휘의 제지로 실패했다.

그런데 그들이 먼저 돌아간 것도 모자라 이런 술수를 썼으니, 소도도의 분노도 이해가 되었다.

공휘는 화를 내기는커녕 목소리를 낮췄다.

“노부의 실책이네. 상관우가 자네들에게 손을 쓸 줄은.”

공휘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다만 운청휘가 이렇게 사람을 죽이면 성도가 될 자격이 없네……. 이것도 성도 시험의 일부분이니까.”

“빌어먹을 성도 시험! 공 부원장, 이 자리에서 말하지요. 언젠가 상관우, 운해, 엽천 세 놈을 이 몸이 손수 죽일 겁니다! 나와 운 형제를 적대시하는 이는 성공학관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원장, 그 할아범이랑 납작 엎드려 있으십쇼. 그러지 않으면 내가 제일 먼저 성공학관을 때려치우고 말지!”

소도도는 아예 공휘에게 삿대질까지 해가며 욕을 퍼부었다.

운청휘는 그를 말리기는커녕 아예 옆에 섰다. 그도 소도도 못지않게 화가 났으니, 공휘와 충돌할 각오는 되어 있었다.

그들이 세 교관을 일찍 죽이지 않은 이유는, 성도 시험의 여러 규제 때문이었다. 그 결과, 운청휘는 온갖 굴욕을 감내하지 않았던가.

또 이런 상황이 온다면, 그는 참을 생각이 없었다. 반드시 죽이고, 배후의 세력도 남김없이 치워 버릴 작정이었다.

소도도가 말한 내용과 한 치도 다를 게 없는 생각이었다.

더욱이 소도도처럼 과격한 방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성공학관에 오래 머무를 계획은 없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면, 강탈을 해서라도 진행할 뿐이다!

“노부는 네가 한 말을 그대로 원장님께 전하겠지만, 당분간의 일은 너희를 위해 잠시 덮어 두마.”

묵묵히 듣던 공휘가 천천히 내뱉었다.

“자, 출발하지, 성공학관으로 돌아간다!”

* * *

성공학관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혈종마(血鬃马)를 탈 수 있었다. 하루에 오천 리를 간다는 말의 등에서, 소도도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떠들었다.

“빌어먹을 충동. 운 형제, 사실 아까는 매우 철렁했네. 공휘가 겁쟁이라 다행이지, 그가 마음먹고 한 대 때리면 나는 이승을 하직했을 걸세.”

“나를 위해 나섰으니, 혹여 죽더라도 되살려주지.”

운청휘가 소도도를 보며 담담하면서도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무엇보다, 공휘가 죽이려 든다면 절대 수수방관하지 않겠다.”

소도도는 모르고 있었지만, 방금 자신에게 생사를 걸 수 있는 선제 출신 형제가 생겼다.

다음 날 정오 무렵. 토벌대는 성공학관으로 들어갔다.

길이 나뉘게 되자, 능설이 다가와 한껏 붉어진 얼굴로 수줍게 말했다.

“운 사형, 기회가 된다면…… 기재 반에 찾아가도 될까요?”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능설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용기가 솟아났는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럼 운 사형이 시간이 되면 저를 보러 올 수도 있나요? 저는 내원의 이곳에 살고 있는데…….”

자신의 거처를 말해 준 능설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가자마자 소도도가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운청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운 형제, 오늘 저녁 내가 밥을 사도되겠는가?”

“꺼져.”

운청휘가 발을 내질렀지만 소도도는 얼른 물러섰다.

“이런, 운 형제! 손이 참 맵네 그려! 자네가 이성에도 진지할 줄은 몰랐네. 능설 소저는 자네를 3일이나 돌봤으니…… 정이 든게로구만? 능설 소저의 나무랄 데가 없는 외모에, 특히…….”

한참 떠들던 소도도는 곁에서 피어오르는 차가운 살기에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공휘는 학관으로 돌아오자마자 보고를 올리는 높은 탑으로 향했다. 18층 높이의 탑은 여전히 우뚝 서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가 공손히 몸을 낮추고 입을 열었다.

“원장님. 낭야산의 도적들은 천원학관의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만, 저희가 승리했습니다. 부원장 가규도 왔지만, 저와 대결 중 갑자기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어떤 목표를 달성하여 낭야산의 승패는 신경 쓰지 않게 된 듯합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공휘가 보고한 내용에 대해 생각하는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에서부터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청휘와 소도도의 시험은 어땠느냐?”

“성황리에 끝나긴 했는데, 다만…… 인솔했던 세 교관이 모두 운청휘에게 죽었습니다!”

공휘가 세 교관의 일 또한 보고했다.

“피를 볼 때는 망설이지 말아야 하는 법.”

탑 위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

“진정한 기재라면 스스로 판단해야지. 세 사람은 상관우에게 굽실거렸으니, 죽어도 마땅하다.”

“원장님, 소도도가 그때…… 금기를 말했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공휘는 소도도가 했던 말을 빠짐없이 전했다. 탑 위에서 듣고 있던 자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소도도의 성격으로 그런 말을 했다는 건 별문제가 아니다. 만약 소도도가 계속 숨기고 있었다면, 본좌는 도리어 그가 학관에서 나갈 것을 우려하겠지.”

잠시 고민하던 원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들을 섭섭케 한다면, 정말로 학관을 떠날지도 모르겠어. 운청휘만 해도 연단협회가 있고, 소도도의…… 배경도 대단하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두 사람을 성공학관에 있게 하게. 혹여 떠난다고 해도, 우리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안 되네.”

공휘가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부족했습니다. 둘 다 만만찮은 성격이 아닙니까. 그렇지 않다면, 운청휘도 기재 반에 오자마자 노숙하는 생도들을 전멸 직전까지 몰아가지 않았을 테지요.”

“공휘, 그들이 뭘 하든 내버려 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본좌가 그들을 지원하지. 그들이 기재 반의 이름을 남용해선 안 된다는 전제가 있지만, 만약 그들의 힘으로 천원왕조를 멸할 수 있다면 본좌는 끝까지 그들을 책임지겠네!”

탑 위에서 패기 넘치는 소리가 전해졌다.

공휘가 몸을 떨더니 물었다.

“원장님, 그럼 시험을 계속하시겠습니까?”

“물론일세. 그 시험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본좌가 어찌 성공학관을 맡길 수 있을까. 시험은 시험이니, 지원과는 별개의 문제. 이틀 후면 1년에 한 번 있는 학관 대항전이 열리네. 그들을 보통 생도의 신분으로 참가시키고,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다면 시험에 통과시키게.”

공휘가 눈을 부릅떴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결국 참지 못한 그가 입을 열었다.

“학관 대항전의 우승과 준우승 말입니까? 원장님, 너무 어려운 거 아닙니까?”

“어려우니 성도 시험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상관우, 운해, 엽천 세 사람의 성도 시험도 얼마나 위험했는지 기억하게나.”

그러나 공휘는 쉽게 수긍하지 못했다.

“그들 세 명의 시험 임무는 위험했지만, 난이도는 소도도와 운청휘의 시험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 학관 대항전은 학생뿐 아니라 교관도 참가하지 않습니까! 정예 학관의 교관들은 대부분 월경 9단계의 무인들입니다. 소도도가 월경 4단계의 사류 기재라고 해도, 승산이 없습니다. 더욱이 운청휘는 소도도보다 전투력이 낮을 텐데, 준우승은 불가능할 겁니다.”

탑 위의 목소리는 굳건하게 뜻을 전했다.

“공휘. 진정한 기재를 모르는군. 그들은 기적을 일으키는 이들이라네. 소도도만 해도, 운해에게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월경 4단계까지 남몰래 수련해왔네. 재능만을 논하자면, 소도도는 이미 성도들을 뛰어넘었을 걸세. 이번 대항전은 소도도에게 있어 기회라네. 거리낌 없이 실력을 드러낼 수 있지 않겠는가? 이변이 없다면… 준우승 아래는 없을 걸세.”

탑 위의 목소리가 잠시 멈추었다.

“운청휘에 대해서는 본좌도 장담할 수 없다. 본좌도 그를 헤아리지 못했으나, 그가 기적을 만들어 낼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네!”

공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전설의 경계에 있는 원장이 코앞에 있는 절세의 기재를 장담할 수 없다니. 대륙 전체를 뒤져 봐도 그런 이는 몇 명 되지 않을 터.

공휘는 무거운 표정으로 탑을 떠나, 기재 반이 있는 황무지로 향했다.

때마침 소도도가 그를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맞이했다.

“공 부원장님, 어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아직 저녁 안 드셨으면, 함께 식사라도 드시지 않겠습니까?”

운청휘가 옆에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제는 성공학관을 나가겠다며 욕설을 퍼붓더니, 지금은 공휘에게 식사를 권하는 소도도의 넉살에는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그럼세!”

공휘가 선선히 승낙했다.

이번에는 소도도가 어리둥절한 기색을 내비쳤다. 예의상 건넨 말인데 이렇게 선선히 승낙할 줄이야.

그러나 소도도는 곧 활짝 웃었다. 한 끼 식사에 인색하게 굴면 사내라고 할 수 있을까!

“운 형제가 장원에 살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시죠.”

식사 시간이 되면 담당자가 식사를 보내왔기에, 장원에 들어선 그들은 상을 차려놓고 둘러앉았다. 소도도는 왠지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공휘를 바라보았다.

“공 부원장님, 술 있습니까?”

“있네!”

명쾌하게 대답한 공휘가 아공간 행낭에서 화조주(花雕酒) 3병을 꺼냈다. 소도도가 화조주를 알아보고 눈을 부릅떴다.

“배……, 백 년 묵은 화조주! 1근에 은자 10만 냥이나 되잖습니까? 그나마도 물건이 없어 구하기도 힘들다는 이걸……!”

소도도가 황급히 한 병을 낚아채 몇 모금 마시고는 운청휘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운 형제, 멍하니 왜 그러나? 어서 침을 묻히게. 이러면 공 부원장님께서 절대 술을 회수하실 수 없다네.”

운청휘와 공휘는 눈만 끔벅거리며 소도도를 바라보았다. 정말 종잡을 수가 없는 사내다.

식사가 이어지며 어느새 반 시진이 흘렀다.

그동안 소도도는 술을 다 비웠고, 일부러 취기를 해소하지 않아 눈이 풀려 있었다.

그의 말로는 이렇게 좋은 술로 취했으니 영력으로 해소하는 건 쓸데없는 짓이라나.

운청휘와 공휘는 과하게 마시지 않았지만,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밥도 먹고 술도 마셨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세.”

공휘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

“공 부원장님,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한 가지 청하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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