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70화 (70/430)

제70화

소도도가 공휘를 보고 말했다.

“말하게나!”

“혹시, 괜찮으시다면 화조주 백 병을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니면 오십 병이라도……. 아, 아닙니다. 화내지 마시고 열 병이면 될 것 같습니……, 아, 다섯 병, 다섯 병이면 괜찮을 거 같습니다!”

소도도가 술기운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세 병!”

공휘가 손을 크게 흔들자 곧바로 화조주 세 병이 날아왔다.

“감사합니다, 공 부원장님!”

흥분한 소도도는 쏜살같이 세 병의 화조주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는 화조주를 손에 넣자마자……. 화조주에 침을 묻히기 시작했다.

운청휘와 공휘는 다시금 침묵하며 그 모습을 외면했다.

***

공휘가 영력을 일으켜 취기를 몰아내고 입을 열었다.

“좋다, 본론으로 들어가지. 노부가 직접 온 이유는 이틀 뒤에 열리는 학관 대항전에 자네들이 참석하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일세.”

소도도가 술에 취해 몽롱한 눈으로 실실 웃으며 말했다.

“공 부원장님, 취하셨습니까? 저희가 참가하라니요? ……하하하! 외원, 내원, 정예 학관이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우승과 준우승은 저와 운 형제의 몫이 아니겠습니까!”

소도도는 공휘가 주정을 부린다고 생각했는지 한술 더 뜨고 있었다. 그때 운청휘가 공휘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미 공휘의 취기는 말끔히 가신 상태였다.

공휘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노부는 취하지 않았네, 자네들에게 학관 대항전에 참가하라고 말하고 있는 걸세!”

“뭐라고요!”

소도도가 비명을 지르더니 얼른 영력을 일으켜 취기를 몰아내고 눈을 부릅떴다.

“공 부원장님, 취하신 게 아니라면 어찌 저희에게 학관 대항전에 참가하라고 하는 겁니까? 학관 대항전의 의미를 아시지 않습니까! 교관님들도 참가하는 데다, 저희의 무위로 어찌 상급 교관들을 상대합니까! 그들이 한 대 때리면 저희는 찌그러질 텐데요!”

“원장님의 뜻일세. 너희가 반드시 우승자, 준우승자가 되어야 성도 시험에 통과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누가 우승을 하고 준우승을 할지는 상의해서 결정하게.”

공휘도 멋쩍게 대답했다. 그 또한 원장이 조건을 내걸었을 때 소도도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으니.

“운 형제, 어서 짐 싸세. 이건 통과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네. 차라리 천원학관으로 가세. 그들은 기꺼이 우리를 받아 줄 테고, 성도로도 취급해 주지 않겠는가.”

소도도가 운청휘를 끌어들이려 했지만, 운청휘는 밀어냈다.

설령 정말로 짐을 싸서 천원학관으로 떠난다고 해도, 도착하기 전까지 무사하리란 보장이 없다.

무엇보다 소도도의 말은 그저 볼멘소리에 불과했다. 그가 정녕 성공학관을 떠나더라도 천원학관으로 가지 않을 게 뻔하다.

“공 부원장님, 학관 대항전의 규칙을 설명해 주십시오.”

운청휘가 공휘를 바라봤다.

“학관 대항전은 매년 한 번 열리고, 모든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네. 상급 생도들을 가르치는 교관들도…….”

공휘가 운청휘에게 말했다.

“상급 생도들을 가르치는 교관 중 무위가 가장 약한 이가 월경 8단계고…… 평균 월경 9단계일세.”

“공 부원장님, 부원장님들도 학관 대항전에 참가한다는 걸 얘기하지 않으셨습니다! 3년 전 손 씨 성을 가진 그 바보도 대항전의 상을 위해 뻔뻔하게 참가했던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소도도가 불만 가득한 의견을 내었다. 그가 말하는 손 씨 바보도 부원장 중 한 명이다. 반면 운청휘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공 부원장님, 참가를 거부하는 건 아니지만, …… 저희에게 어떤 지지를 해 주실 겁니까? 낭야산 때처럼 매사에 제약이 걸린다면, 받아들일 생각 없습니다.”

“마음껏 하게나. 필요한 건 원장님께서 밀어 주시겠지만, 기재 반의 이름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네. 너희들의 능력으로 천원왕조를 멸할 수 있다면, 원장님께서 자네들을 책임질 걸세!”

공휘가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방금 그 말은 원장님께서 하신 말씀일세. 이 정도면 충분하겠나?”

소도도가 흥분한 듯 급히 물었다.

“그렇다는 건 누가 저를 건드리면 그를 죽인다고 해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겁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원장님께서 제 뒤치다꺼리를 해 주는 거죠?”

공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해한다면…… 맞네!”

“하하하, 느낌 좋네요. 수고스럽지만 원장님께 전해주시죠. 학관 대항전, 이 소도도 참가하겠다고요!”

말을 마치자, 소소도의 얼굴이 날카롭게 변했다.

“젠장, 애송이 녀석들, 이 몸이 마음껏 날뛰어 주마! 이번 기회에 성공학관 전체에 이 소도도의 이름을 널리 알려 주겠어!”

운청휘도 고개를 끄덕였다.

“원장님의 말씀대로라면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잠시 말을 고르던 운청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공 부원장님, 학관 대항전 2위 안에 들면 연화동의 출입 허가를 받고 싶습니다. 원장님께 전해주십시오.”

가규가 마종을 심은 후, 운청휘는 유례없는 열망에 들끓고 있었다. 하루빨리 무위를 되찾고 실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청연지심화의 본체만 찾아내기만 하면, 무위를 단번에 선천생령까지 회복할 수 있다.

“알겠네!”

공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학관 대항전은 두 달에 걸쳐 진행되는데, 자네는 외원의 학년 대항전을, 소도도는 내원의 학년 대항전부터 시작할걸세…….”

공휘의 말에 따르면, 학관 대항전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외원 생도들 간의 대전으로, 여기서 10위 안에 들면 내원의 대항전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2단계는 내원의 대항전에서 선별된 이들을 다시 10명으로 좁히는데, 이때 모든 상급 생도들과 참가하는 교관들은 함께 3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소도도는 이미 월경 4단계의 경계에 도달했으니, 내원의 대항전부터 시작한다.

운청휘는 이제 막 기재 반에 들어왔고, 측정된 무위는 성경 9단계였으나 공휘가 그의 재능을 숨기기 위해 월경 2단계의 이성 기재로 자료를 수정해 두었다.

다만 성경 9단계나 월경 2단계나 모두 외원 생도의 기준에 해당하니 운청휘는 외원의 대항전부터 시작하여 10위 안에 들어야 내원의 대항전에 참가할 수 있다.

공휘는 외원 영패와 내원 영패를 각각 운청휘와 소도도에게 넘겨주고, 운청휘를 응시했다.

“운청휘, 노부는 자네가 도대체 어느 경지의 기재인지 묻고 싶은데?”

소도도는 공휘의 설명에 푹 빠져 있었지만, 내심 운청휘의 재능이 궁금한 터였다. 그가 슬쩍 귀를 쫑긋였다.

그러나 운청휘는 고개를 가볍게 내저었다.

“저조차도 모르겠다고 하면 믿으실 겁니까?”

운청휘의 말에는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정말로 자신이 몇 류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구체적으로는 몰라도, 대략적인 흐름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재능은 무위의 증가에 따라 상승하기 때문에, 섣부르게 확답할 수 없으니 모르겠다고 답할 뿐이다.

공휘와 소도도는 그의 대답에 시선을 거두었는데, 그들이 정말 믿었는지 믿지 않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시간이 늦었으니, 노부는 이만 돌아가지. 운청휘! 이틀 동안 준비를 단단히 하게. 외원의 대항전이라도, 자네가 엄정하게 임하길 바라네!”

말을 마친 공휘는 바람처럼 자리를 떠났다.

***

이틀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학관 대항전의 개막식은, 외원 대항전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외원 연무장 주위에 수많은 생도가 모여들었고, 적지 않은 내원 생도들도 대항전을 구경하러 와 있었다.

외원의 5만여 생도 중 대항전에 참가 신청을 한 이가 3만 명이 넘었다.

3일에 걸쳐 3만여 명 중 3백 명이 선별되었고, 그들이 본선에 진출했다. 운청휘가 그 안에 들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넷째 날.

본선 진출자 3백 명이 아침 일찍 외원 연무장으로 모였다.

연무장 중앙에 나무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손을 넣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무상자 안에 3백 개의 번호가 있으니, 한 명씩 앞으로 나와 번호를 뽑아라. 등장 순서는 심판이 번호를 무작위로 불러 결정한다.”

나무상자 앞에 회색 옷을 입은 60대 노인이 있었는데, 그는 외원에서 무위가 가장 높은 교관이자 본선의 심판이었다.

이름은 막운(莫云)이며 무위는 월경 5단계였다.

본선 진출자들이 한 줄로 서서 차례차례 번호를 뽑았다.

곧 운청휘의 차례가 되었고, 그는 75번 번호패를 손에 쥐었다.

모든 진출자가 번호를 뽑자, 막운이 경기 시작을 외쳤다.

“첫 번째 시합은 35번과 209번이다.”

심판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두 20대 청년이 무대로 올라왔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곧바로 대결에 들어갔고,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승부가 결정되었다.

“35번 승리, 다음 시합은 28번과 108번.”

두 시진 반이 지나자, 총 60여 차례의 시합이 끝났다. 경기마다 한 명씩 탈락하고 있으니, 남은 이들은 240명이었다.

이런 시합은 대전운에 따라 불공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가령 실력이 10위 안에 드는 이가 비슷한 실력의 상대를 만나면, 둘 중 하나는 탈락하고 만다. 아까운 일이지만, 경기의 규칙을 만든 이들은 운조차도 실력의 일부로 여기고 있었다.

“다음, 8번과 57번!”

백의의 청년이 8번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어서 보라고, 8번은 운비(云飞)야!”

백의의 청년을 본 이들이 깜짝 놀라 외쳤다.

“57번은 누구야? 재수 없게도 운비를 만나다니!”

“헤헤, 운비는 우리 외원이 공인한 10위 안에 드는 고수라구. 18살에 이미 무위가 월경 2단계에 도달했지!”

“이변이 없다면, 운비는 20살 전에 월경 3단계에 도달하여 내원 생도가 되겠지.”

“정말 질투가 안 날 수가 없군. 천부적인 재능에, 배경도 대단하지. 무려 황성 운가의 방계 자제잖아!”

운비는 모습을 보인 즉시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운비, 이렇게나 빨리 만나게 되다니!”

당당한 외침과 함께 19세의 청년이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57번은 이화(李华)라니. 운비처럼 외원이 공인한 10대 고수 중 하나지.”

“이화의 천부적인 재능은 운비와 비슷하지만, 신분은 천양지차야. 이화는 그저 천한 집안의 자제일세.”

“이화가 재수 없는 건지 운비가 재수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 모두 10위 안에 들 수 있는 실력인데 이렇게 빨리 만나다니!”

“승자는 운비가 아닐까. 운비의 배경과 수련한 무공을 보면…… 최소한 왕급 상품의 무기가 있겠지!”

“나도 운비라고 생각하네. 수련 무공 외에도 운비에게는 왕급 상품의 보검이 있지만, 이화가 사용하는 건 왕급 중품의 병기니까.”

운청휘는 군중 속에서 무대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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