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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72화 (72/430)

제72화

“운청휘, 멈추게! 노부의 말이 들리지 않는가? 아니면 노부의 뜻을 거부하는 게냐! ……이건 자네가 노부를 핍박하는 걸세!”

아무리 호통을 쳐도 운청휘가 멈추지 않자 막운이 분노를 내뿜으며 운청휘의 손을 덥석 움켜쥐었다. 그 순간, 그림자가 스쳐 갔다.

막상 그가 잡은 것은 운청휘의 손이 아니라, 운비를 찌르고 있던 한광검이었다!

운청휘는 요지부동이었지만, 순간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감을 느끼고 헉 소리를 내더니 검을 떨어뜨렸다.

땡강!

기에 눌린 한광검은 관통하는 힘이 수십 배 증폭되어, ‘푸욱’ 소리와 함께 운비의 아랫배를 완전히 뚫고 날아갔다.

몸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린 운비가 그대로 힘없이 쓰러졌다.

“운청휘, 노부가 멈추라고 하였는데, 기어이 죽인 게냐!”

막운이 운비의 앞에 도달했을 때, 이미 그는 쓰러진 후였다.

막운이 몸을 돌려 핏발 선 눈으로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운비의 죽음으로, 그가 장담한 모든 보답이 허사가 되었다!

더욱이 운청휘는 생도들 앞에서 그의 말을 어긴 것도 모자라, 체면까지 구기고 있었다.

“잊으셨습니까, 막운. 저와 운비는 생사결에 동의하였습니다.”

운청휘가 심판 막운을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직접 불렀다.

“맙소사, 운청휘가 미쳤나 봐. 감히 심판에게 대들다니!”

“운비를 죽인다고 해서 심판과 붙을 실력인 줄 아는 거야?”

“심판을 떠나서 막운 교관님은 월경 5단계야! 외원 교관들 중에서도 가장 무위가 높아!”

생도들은 운비의 죽음이 안겨준 충격에서 겨우 헤어 나왔지만, 곧바로 운청휘에게 매료되고 있었다.

“용서할 수 있는 만큼 용서해야지. 운비가 패했는데, 어찌하여 그를 죽게 놔둔 거지? 게다가, 노부가 자네에게 멈추라고 했을 텐데? 심판은 자네에게 멈추라고 할 권리조차 없는 것이더냐?”

막운이 분노한 얼굴로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심판의 신분으로 노부가 말하지. 운청휘! 자네의 참가 자격 박탈을 모두의 앞에서 선포한다!”

운청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두 눈이 살짝 가늘어져 있었다.

막운이 그를 향해 걸어오며 냉랭하게 외쳤다.

“성공학관의 규율을 잘 알겠지. 다른 생도를 죽인 자는…… 가벼운 벌이라도 무위를 폐하고 추방일세. 그 과정이 끔찍하다면, 즉살한다! 자네는 수만 명 앞에서 생도를 끔찍하게 죽였으니, 노부가 규정에 따라 자네를 즉살하겠다!”

운청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막운과 점점 가까워졌다.

별안간 그의 시선이 무대 아래로 향하더니, 누군가에게 눈짓을 보냈다.

“뒷일은 맡기겠습니다.”

운청휘의 목소리는 무척 미약해서, 그와 일 장 떨어진 막운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무대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던 청의 노인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청의 노인은 곧 막운을 노려보았지만 무척이나 은밀한 시선이었다.

“운청휘, 다음 생에는 반드시 기억하게나!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음을!”

운청휘의 일 장 앞에서 머물던 막운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그 기세가 단번에 운청휘를 때려죽일 듯했다.

무대에서 가까운 이들은 주먹이 때려내는 소리를 고스란히 전해 들었다.

한밤중에 일어난 폭풍이 창문을 두드리듯 요란하기 짝이 없었다.

많은 생도들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들은 차마 볼 수 없었다. 곧 일어날 일이 피비린내 물씬 풍기는 광경일 테니. 막운의 주먹 한 방이 운청휘를…… 한낱 고깃덩어리로 만들 수도 있었다.

일부는 입술을 핥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운청휘의 비참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때, 운청휘가 움직임을 보였다.

단 한 손만을 그대로 내뻗었다. 가지런히 모은 손가락 사이로 어떠한 틈도 보이지 않았다.

우르릉……!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이 울리며 무대가 심하게 흔들렸다.

생도들은 직감할 수 있었다.

운청휘가 막운을 죽였다.

단 한 방으로.

***

운청휘는 이번의 공격에서 적어도 절반 이상의 힘을 썼다.

외원의 연무장은 가장 흔한 석판으로 지어졌으니, 어찌 그 파괴력을 견뎌 낼까!

손바닥을 내려치자마자 바닥이 죄다 부서지고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모두의 시야를 차단했다.

구경하던 생도들은 무대에서 일어난 일을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의 머릿속에서 어렴풋하게나마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운청휘의 이 일격이 막운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었을 것이다!

“저 일격을……, 정말 운청휘가 내었다고?”

“자료에 나오지도 않는데, 우, 운청휘는 고작 월경 2단계잖아? 월경 2단계가 어떻게 이런 파괴력을 낼 수 있는 거지?”

“두 손가락만으로 한광검을 잡을 때부터 의심스럽긴 했지만……, 이렇게나 무위가 심오할 줄이야!”

“심판 막운은 워, 월경 5단계의 고수라고! 이, 이렇게 한 방에 죽다니!”

먼지로 시야가 가려지자 무대 주위에서 생도들이 이구동성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생도들이 운청휘의 무위를 이야기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운청휘가 보여 준 전투력에 놀라고 있었다.

외원의 수준을 몇 배나 넘어섰을 뿐더러, 내원의 가장 강한 생도라도 방금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후우우……!

그 순간, 흙먼지로 자욱했던 무대에 폭풍이 맹렬히 몰아쳤다.

감이 좋은 이는 영력의 방출로 만들어진 폭풍임을 알아차렸다. 한두 번의 호흡을 내쉬니 무대를 가렸던 짙은 먼지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무대 바닥에는 면적이 삼십 평이 넘는 손도장이 일 장 가까운 깊이로 새겨져 있었다.

마치 물이 마른 연못처럼 보이는 손도장 중앙에, 납작해진 시체 한 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납작해진 시체가 입은 옷을 본 생도들은 그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심판, 막운이다!

“바, 방금 한 방은 정말 예사롭지 않았어!”

“보통의 한 방처럼 보였어! 위력이 아무리 강해도 이렇게 큰 손자국을 남기다니!”

“방금 그 한 방과 밖으로 내보낸 영력까지……. 혹시 방출한 영력이 손바닥 모양으로 변하면서 저 면적의 손도장이 된 건가!”

“이렇게까지 영력을 통제하는 건 상급 생도들을 가르치는 교관들도 못 해!”

“우, 운청휘는 도대체 누구인가?!”

“외원 생도? 내원 생도? 아니면 설마, 상급 생도인 거야?”

“아니, 상급 생도였으면 알아보고도 남았지! 모든 상급 생도는 성공학관에서 명성이 자자하잖아!”

“하물며 운청휘는 고작 18살이야! 상급 생도 중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이는 한 명뿐인데…… 이름이 다르다고!”

“만약 상급 생도가 아니면, 대체 누구인 거지?”

“자네들 그 반을 잊은 거야?”

“자, 자네…… 설마, 운청휘가 기재 반……!”

후! 후! 후!

그때, 공포스러운 기세가 무대와 주변을 휘감았다.

그 자리에 있던 수만 명은 순식간에 기세에 눌려 숨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

그제야 무대 위에 서 있는 청의 노인을 발견한 이들이 눈을 부릅떴다.

이 숨 막히는 기세는,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고…… 공 부원장님이야!”

“세상에나, 공 부원장님이 우리 외원에 오시다니!”

누군가 공휘를 알아본 순간부터 놀라움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마치 전염병이라도 도는 듯했다.

“조용!”

공휘의 중후한 목소리가 울리자, 무대 부근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공휘가 몸을 돌려 운청휘를 바라봤다.

“운청휘, 노부의 처리가 마음에 드는가?”

운청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휘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심판 막운은 공공연히 운비와 결탁하고 경기를 조작했다! 이에 노부가 친히 주살하여 일벌백계하였다!”

공휘의 선언에 주변은 다시 술렁이며 시끄러워졌다.

“막운을 운청휘가 죽인 게 아니야?”

“공 부원장님이 친히 주살하셨다고 했잖아!”

“그래, 공 부원장님이라면 방금의 큰 기세가 말이 돼!”

“젠장, 난 줄곧 운청휘인 줄 알았어! 아까도 운청휘를 경외하다시피 했는데, 틀렸던 거구만!”

공휘는 주변의 소란스러움은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생도 중 한 명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가 손을 들어 영력이 실린 손바닥으로 그 생도를 겨냥했다.

별안간 그 생도가 무대 위로 끌려 들어왔다.

“이화, 네 죄를 알겠느냐?”

털썩!

이화는 덜덜 떨며 굳은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외쳤다.

“보, 본 생도는 잘못을 알고 있습니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느냐?”

“우, 운비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받았고, 모두를 속여 운비에게 패한 척했습니다!”

이화는 황급히 용서를 빌었다.

“부, 부원장님! 생도로서 어리석은 일을 했습니다! 부디 참회의 기회를 주십시오!”

공휘가 이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는 3년 동안 내원 생도로 진급할 수 없다. 받아들이겠는가?”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화가 연신 절을 하더니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흘렸다.

“뭐? 이화가 운비에게 패배한 게 고의였다고?”

“이상한데, 정말 상대가 안 된다고 해도, 어떻게 30합 만에 패했지?”

“게다가 이화는 운비는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잖아.”

“흥, 뻔뻔하구만! 상대를 매수해서 한 승리라니!”

“뻔뻔한 건 심판 막운이지. 교관이 모범을 보이긴커녕 운비와 공모해서 운청휘를 모함했잖아!”

“공 부원장님께서 제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운청휘는 당하고 말았겠지.”

이 각 후, 시합이 재개되었다.

공휘는 직접 지목한 교관으로 심판을 교체한 후, 연무장을 벗어났다.

그는 곧바로 18층 높이의 탑이 있는 곳을 향했다.

“워, 원장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공손하게 말을 꺼낸 공휘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자신의 충격을 털어놓았다.

“우, 운청휘는 잠재력만이 아니라 천부적 재능도 예측을 뛰어넘었습니다. 무위 또한…… 제 예상을 훌쩍 넘었습니다! 방금 운청휘가 막운을 한 수에 처리했는데, 영력을 방출하여 지면에 삼십 평이나 되는 손도장을 남겼습니다!”

말을 마친 공휘가 서둘러 덧붙였다.

“다만, 제가 늦지 않게 나서서 손도장은 제가 만든 것으로 알려 두었습니다.”

월경에 도달한 무인은 영력을 방출하여 공격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월경 1단계와 월경 9단계가 영력을 통제하는 데 있어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월경 1단계에서 영력의 방출은 몇 개의 기운을 만드는 데 그쳤다.

반면 공휘는 영력의 방출에 조예가 깊어, 영력을 칼이나 둔기로 변환시켜 상대를 공격할 수 있었다.

심지어, 영력을 거대한 손으로 바꿔 작은 산맥쯤은 평지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었다.

다만 영력을 손바닥 모양으로 변환하는 일은 공휘도 몇 년 전에야 겨우 체득했다.

그 때문에 공휘는 영력화장(灵力化掌)의 발휘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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