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73화 (73/430)

제73화

사성에 선 월경 무인들 사이에서 전해져 오는 말이 있다.

영력화장을 체득해야, 비로소 양경의 자격을 얻는다!

대부분의 월경 무인은 월경 9단계를 넘어서야 영력화장을 체득하는 게 보통이다.

성공학관에서는 최근 100년 동안 단 한 사람만이 월경 8단계에서 영력화장을 체득했으니, 공휘가 운청휘의 영력화장을 보고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운청휘의 무위는 절대로 월경 9단계, 심지어 월경 8단계도 아닙니다…….”

탑 위에서 중후하고 신비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력화장은 천부적 재능으로 체득한 것에 불과하겠지. 다만……, 그 재능이 우리의 선조와 비교가 될지 모르겠군. 공휘! 이 일로 고민하지 말게. 자네는 운청휘의 뒤치다꺼리에 전념하게. 운청휘가 대항전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그의 무위를 감춰 두게나! 만약 그 세 명이 알게 되면…… 운청휘가 우승하더라도 그들이 압박을 가하겠지.”

탑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신중함으로 가득했다.

공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필요시에는 원장님께서 나서주십시오.”

* * *

꼬박 열흘간 열린 대항전 끝에, 열 명의 순위가 결정되었다. 그중 10위가 운청휘였다.

공휘의 강력한 요청을 배경으로, 운청휘는 순위전에 참가하는 대신 19위의 성적으로 내원의 대항전에 참가 신청을 해 두었다.

그가 기재 반으로 돌아오자, 마침 소도도가 나와 반겨 주었다.

“운 형제, 돌아왔지만 운이 없으이. 한 시진만 일찍 왔어도, 자네의 정인을 만났을 텐데!”

소도도가 히죽거리며 덧붙였다.

“내원의 능설 사매말일세!”

“능설? 그녀가 왔었나?”

그제야 운청휘는 이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날, 능설은 기재 반으로 그를 찾아와도 되냐고 묻지 않았던가.

“운 형제, 우리 나가세. 마침 내원에 가야 하네. 자네의 정, 아니! 능설 사매도 볼 겸!”

소도도는 ‘정인’이라 말하려다 운청휘의 눈길을 보고 황급히 말을 바꿨다.

“가세!”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천녀옥황심경을 얼마나 수련했는지 이번 기회에 봐 둬야겠군.’

이 각 후, 운청휘와 소도도는 외출 허가를 받았다.

천막과 장원의 생도들은 그들을 부러워할 따름이었다. 그들은 외출하려면 최소 하루 전에 신청해야 허가가 나왔다.

한데 운청휘와 소도도는 신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자가 허가 문서를 가져오지 않았던가.

기재 반은 독채의 세 명을 제외하면 모두가 매달 외출 횟수에 제한을 받았다.

노숙하는 생도는 한 달에 하루, 소도도처럼 천막에 거주하는 생도는 한 달에 사흘, 운청휘처럼 독채에 지내는 생도는 닷새간 외출이 가능했다.

단, 시간제한이 엄격한 만큼 외출 전에 미리 신청을 하고, 하루가 지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운 형제, 역시 자네의 위신이 굉장하이! 내가 외출할 땐 하루라도 허락을 받았는데. 그마저도 못마땅해하면서 여러 날을 질질 끌다가 허가해주지 뭔가.”

소도도가 입을 삐죽이며 독채를 힐끗거렸다.

그동안 소도도가 외출 신청을 할 때마다 홀대를 받은 것은, 독채의 있는 이의 영향이었다.

성공학관의 부지는 크게 외원 구역, 내원 구역, 정예 학관 구역으로 나뉜다.

지역마다 하나의 성처럼 설계되어, 수련 장소뿐 아니라 생활, 오락 시설도 훌륭하게 갖추고 있었다.

상등품이 많은 가게는 말할 것도 없고, 주루와 객잔만 해도 백여 곳이 넘었다.

이 각 정도 걸으니, 내원 구역이 나왔다.

운청휘는 능설에게 가려 했지만, 소도도가 그를 주루로 이끌었다.

“운 형제, 모처럼 나왔는데, 우리 배불리 먹어 봄세!”

소도도는 기세 좋게 운청휘를 이끌고 주루로 들어가, 곧바로 대청의 창가 쪽 자리를 차지했다.

일 다경 후, 상을 한가득 메운 요리에 소도도가 입맛을 다시더니 맛있게 먹어 치웠다.

“한일도(韩一刀), 내가 말했지. 너한테 관심도 없으니까, 귀찮게 굴지 마!”

그때, 주루 안으로 한 무리가 들어왔다. 한 여인이 무리의 중심에 서서 거의 둘러싸여 있다시피 했다.

“미아(媚儿) 소저, 일도 사형은 그저 소저와 식사하고 싶은 겁니다. 부디 체면 좀 세워 주세요!”

“미아 소저. 이리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형을 난처하게 만드는 건 너무합니다. 일도 사형이 가장 좋은 별실을 예약해 두었습니다. 거기서 이야기하시죠!”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할머니를 달래듯 여인을 달래고 있었다.

“별실? 필요 없어. 대청에서 먹으면 되잖아! 괜한 오해를 사기 싫어!”

‘미아 소저’라 불린 여인이 입을 삐죽이더니 대청을 죽 훑어보았다. 만족스러운 위치를 찾은 듯, 그녀의 시선이 운청휘와 소도도 쪽에 머물렀다.

기품 있는 청년이 운청휘와 소도도가 있는 자리로 다가왔다.

“여기 백 냥의 은자인데 자리를 바꿔 주겠나?”

다소 거만해 보이는 청년은 말을 뱉기가 무섭게 은자 백 냥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뭐? 머리에 든 게 없는 건가?”

소도도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이 몸이 이 자리에 오천 냥을 줬는데, 겨우 백 냥으로 바꾸자고?”

청년의 얼굴빛이 변했다.

저런 욕을 들었으니, 누구라도 참기 어려울 터였다.

다만 청년은 미아가 있는 자리인 만큼 화를 참으려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내가 경솔했군!”

청년이 은표 두 장을 내려놓았다. 각각 오천 냥이었고, 이번에는 거만하게 눈을 내리뜨지도 않았다.

“이제 바꿔 주겠는가?”

소도도가 은표를 잽싸게 소매 속에 넣고 청년을 바라봤다.

“돈은 받았으니, 자네는 꺼지시게나!”

“뭐라고?”

청년의 눈초리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만약 미아가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소도도를 죽이고도 남았다.

“하! 머리도 텅 빈 데다 귀도 먹었는가? 꺼지라고 했네! 두 번이나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소도도가 청년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누군지나 알고 그런 말을 지껄이느냐!”

청년의 얼굴이 갈수록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다.

“죽고 싶은 게냐! 감히 한일도 사형께 그딴 말을 하다니! 한일도 사형이 내원 서열 100위에 드는 고수라는 걸 모르는 거냐!”

“이 자식아, 미아 소저만 안 계셨어도, 네놈은 죽은 목숨이다!”

“젠장, 저놈들은 대체 어디서 왔길래, 감히 한일도 사형께 건방지게 구는 거냐!”

‘미아 소저’ 일행이 모두 다가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분개하여 운청휘와 소도도를 노려보았다.

“조용히 좀 해. 온종일 싸우고 죽이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일행을 다그친 미아가 소도도를 향해 매력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봐요. 돈이 적어서 그래요? 그런 거면 한일도에게 만 냥을 더 달라고 하겠어요. 2만 냥이든, 3만 냥이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한일도는 가진 게 돈뿐이거든요.”

“아이고, 정말인가? 2만도, 3만도 상관없다고? 그렇다면…… 5만 냥은 어떤가?”

소도도가 흥미로워하며 재물에 눈먼 웃음을 지었다.

“5만? 너무 과하지 않나요?”

미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미아 소저. 그리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이 자리는 미아 소저에게 줄 겁니다. 만약 한일도인지 뭔지가 정말로 당신이 마음에 들면, 5만 냥 따위가 대수겠습니까? 10만, 아니 20만 냥도 내놓겠지요!”

소도도가 미아를 보며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눈을 찡긋였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미아가 아무 말 없이 한일도를 응시했다.

“알겠다, 이 자식아, 5만 냥 줄 테니 목이 붙어 있는 걸 감사히 여겨라!”

한일도가 또 5천 냥짜리 은표 10장을 꺼내 탁자에 올려두었는데, 두 눈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왜 멍청하게 앉아 있는 거지? 빨리 돈이나 챙겨서 꺼지게!”

소도도가 돈을 받지 않자 한일도가 호통을 쳤다.

“원래는 충분했는데, 네놈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심지어 나에게 살기를 품으니, 이 몸은 가격을 100만 냥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네!”

소도도가 능글맞게 말했다.

“100만? 미친 게냐? 자리 하나를 100만 냥에 팔겠다고?”

한일도의 뒤에 있던 한 명이 분노했다.

“100만 냥은 없다. 네놈이 정 갈 생각이 없다면, 5만 냥도 없는 일이다!”

한일도가 격한 노여움을 애써 다스렸다.

“너무하군요. 100만 냥이라고요? 누구도 당신처럼 과장되게 부르지 않아요!”

미아도 얼굴을 찌푸렸다.

“이 몸은 정말로 자릿값부터 시작했다네. 다만 한일도는 반드시 100만 냥을 내놓아야 할 걸세. 왜냐하면……, 목숨값이니까!”

소도도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비록 기재 반에서 줄곧 꼬리를 내리고, 건들거리는 모습만 보였다지만 그도 제법 성격이 있었다.

원장도 소도도는 제대로 건드리면 폭발한다고 말한 바 있었다.

한일도가 마치 군림하는 왕처럼 은자 백 냥으로 ‘자리 바꾸기’를 하려고 할 때, 소도도는 그를 손바닥으로 내리쳐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운청휘가 옆에 있기에, 가까스로 화를 누를 수 있었다.

그러나 한일도가 계속해서 소도도를 자극하다 못해 살기까지 보였으니…… 더 참을 소도도가 아니다!

운해의 괴롭힘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운해가 정말로 강했기 때문이다.

한데 한일도 같은 애송이가 자꾸 자극하니,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

“한일도, 저 사람 정말 안 되겠어. 하고 싶은 대로 해. 최대한…… 목숨만 뺏지 말고!”

미아가 도도하게 말하며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소도도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당연히 그리 말할 법했다.

“하하하, 미아가 그렇게 말해 주니 안심되는걸. 미아야, 피비린내가 좀 날 텐데, 적응이 안 되면 몸을 돌리고 있어.”

한일도가 살기를 숨기지 않고 침울한 표정으로 소도도를 바라봤다.

“목숨은 살려 주지. 다만 네놈의 무위를 폐하고 네놈들의 두 손과 발을 잘라 주마.”

한일도는 ‘네놈’이 아니라 ‘네놈들’이라고 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운청휘를 끌어들인 셈이다.

소도도가 머리를 긁적거리다 운청휘를 돌아보았다.

“운 형제, 내가 사고를 좀 쳐도 괜찮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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