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74화 (74/430)

제74화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지. 단, 최대한 목숨만 뺏지 말고.”

“하하하……!”

소도도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운청휘는 미아의 말투를 흉내 내어 말을 끝마쳤다.

몸을 돌렸던 미아도 눈치 챈 듯 얼굴에 분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가 운청휘를 매섭게 노려보다가 한일도를 향해 화를 냈다.

“한일도, 알아서 해! 만약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다시는 얼굴도 안 볼 거야!”

“걱정 마. 저것들을 비참하게 죽여 줄 거니까!”

자신만만하게 외친 한일도가 소도도를 노려보았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목숨만을 살려 주려 했건만, 이제는 자비를 바라지 마라! 처참하게 죽여주마!”

말을 마친 한일도가 영기를 가득 담은 주먹을 소도도에게 내질렀다.

한일도의 일행은 소도도와 운청휘가 죽음을 재촉한다 생각하며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한일도는 내원에서 서열 100위에 드는 무인이었고, 지금 그가 내지르는 주먹은 소도도를 가루로 만들기 충분해 보였다.

별안간,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도도가 앉은 자리에서 한 손을 들어 그대로 내리쳤다.

우르릉……!

불길한 굉음과 함께, 한일도가 공중을 날아 대청의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바닥에 깔린 석판에 한 줄기 금이 가더니, 잔잔한 파동이 일 듯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한일도의 일행이 처박힌 한일도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는 입에서 피를 울컥 뿜더니 말을 할 기운도 없는지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한일도 사형이…… 한 방에 날아갔어!”

“저, 저 녀석! 어떻게 저런 무위를 가진 거야!”

“서, 설마, 내원 서열 20위에 드는 고수인 건가? 서열 20위 내의 생도들은 저런 괴물만 있는 거야?”

한일도의 일행은 순식간에 기세가 꺾였다.

***

“운 형제, 내 손의 힘이 꽤나 괜찮지 않은가? 목숨은 뺏지 말라고 해서 살려 뒀다네!”

소도도가 히죽히죽 웃으며 운청휘에게 떠들더니, 한일도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뭘 멍청히 서 있나! 한일도에게서 100만 냥을 가져와라.”

“네, 네! 가져오겠습니다!”

개중 한 명이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소도도가 말했던 100만 냥은, 정말로 한일도의 목숨 값이었다.

곧 한일도의 주머니에서 은표 한 묶음이 나왔는데, 정확히 100만 냥이었다.

“네놈들 눈치는 빠르구나. 좋군. 한일도를 데리고 꺼지게나!”

소도도가 그들에게 귀찮다는 듯 손짓했다.

“어이, 남아서 뭘 하려고?”

다들 줄행랑을 치다시피 주루를 빠져나가고도 미아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소도도가 그녀를 힐끗거렸다.

“같이 식사해도 될까요?”

미아는 소도도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리에 앉았다.

“아이고, 미아 소저. 설마 내게 관심이 있는가? 나는 한일도처럼 미련하지 않다네.”

소도도가 아무렇게나 말했다.

“푸……!”

마침 물을 마시던 미아가 그대로 뿜어내고는 크게 웃었다.

“저, 정말 재밌군요. 이름을 알려 주세요. 당신과 친우가 되고 싶어요!”

“친우 말인가?”

소도도는 왠지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왜요, 싫은가요?”

“싫은 것도 아니고, 별로 내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자네와 친구 하고 싶은 충동도 없다네.”

소도도가 미아를 빤히 보더니 별안간 덧붙였다.

“흐음. 그렇게나 나와…… 퉤퉤! 나와 친우를 하고 싶어 하니, 별수 없지! 허락하겠네! 내 이름은 소도도일세. 이쪽은 내 형제 운청휘라네. 그를 운 오라버니나 휘 오라버니라고 부르면 되네. 나는 소 오라버니, 도도 오라버니, 도 오라버니든 상관없네. 원하는 대로 부르게!”

미아가 매혹적인 미소를 짓더니 소도도에게 팔짱을 끼고 간드러지게 말했다.

“소 오라버니…….”

“아이고, 소리 지르지 말게, 뼈가 저려오니까……!”

소도도가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소도도는 한껏 고양된 듯 무심결에 미아의 몸을 슬쩍슬쩍 건들었다.

미아는 개의치 않고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소 오라버니는 정말 대단해요. 내원 생도 서열 100위 안에 드는 한일도를 한 방에 날려 버리시다니! 어째서 오라버니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거죠?”

“하하. 당연한 일이지. 이 소 오라버니는 어릴 때부터 수련에 심취했고, 선천생령 수준의 남자가 될 생각이거든! 당연히 대부분의 시간을 수련으로 보냈다네. 어찌 한일도 같은 미련한 놈처럼 사람들 앞에서 어설픈 실력을 내보일까!”

소도도는 여기까지 얘기했지만, 별안간 왕이라도 된 듯 위용을 뽐냈다.

“단! 이번에 소 오라버니는 대항전에서 신위를 떨칠 생각이야. 모두를 놀라게 하고, 성공학관에 이 소도도의 전설을 남겨야지!”

미아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더니 소도도를 향해 경외의 눈빛을 보냈다.

“굉장해! 미아는 소 오라버니가 꼭 성공할 거라고 믿어요. 소 오라버니의 무위는 어찌 되나요?”

“하하! 내원 생도들은 모두 월경 3단계거나 4단계지. 소 오라버니도 예외는 아니야. 하지만 소 오라버니는 허풍을 떠는 게 아니라네. 한일도 같은 녀석은 10명이 덤벼도 한 방에 날릴 수 있지!”

소도도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와와, 소 오라버니 정말 대단해요. 소 오라버니가 반드시 이번 대항전에서 우승할 거라고 믿어요. 소 오라버니, 대항전 때 미아를 대신해 한 명만 혼내줄 수 있나요?”

미아 소저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소도도를 바라봤다.

소도도는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원래 허풍을 좋아하던 그는 점점 흥이 오르고 있었다. 그가 미아의 장단에 맞춰 주었다.

“누구를 혼내주고 싶지? 이유가 있다면 안 될 것도 없는데.”

“호호, 이름은 호효묵(胡晓墨)이고 소 오라버니처럼 무위가 월경 4단계예요.”

정보를 밝힌 미아가 소도도의 귓가에 아련하게 말했다.

“저를 대신해서 그 녀석을 혼내주면, 미아가…… 조건 한 가지 들어줄게요!”

“정말 어떤 조건이어도 상관없는가?”

소도도는 반색하며 흥미를 보였다.

“응…… 어떤 조건도 좋아요!”

미아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가?”

소도도가 재차 확인했다.

“확실해요!”

“하하하, 그때 가서 미아 소저에게 조건을 말하겠네!”

크게 웃던 소도도가 이번엔 대놓고 미아의 손을 꽉 잡았다. 미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소도도가 몸을 일으켰다.

“미아 소저, 소 오라버니는 할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네!”

주루를 벗어난 후에도 소도도는 계속 웃음을 터뜨렸다.

“운 형제가 봤는지 모르겠지만, 살짝 실력을 보여 줬지! 반드시 넘어오도록 만들 거라네! 하하하하!”

“미아는 만만치 않을 텐데.”

“하하하, 당연히 알고 있지. 하지만, 나쁜 마음을 품었어도 뭐 어떤가. 괜히 나한테 잡힌 건 아닐 테니까! 쯧쯧, 감촉이 좋았다네!”

소도도는 크게 웃었지만, 얼굴이 희미하게 굳어 버렸다.

“기재 반을 나오자마자 이렇게 눈에 띌 줄은 몰랐는데, 어느 쪽이 미아를 보냈는지 아직은 모르겠단 말이야.”

운청휘는 묵묵부답이었다.

미아는 평범해 보였지만, 운청휘의 신식은 그녀의 팔에서 수궁사(守宫砂)를 발견해내었다.

그녀의 무위는 소도도보다 위인 월경 6단계였으나, 사성의 기재도 아니었다.

“간단한 수법이군. 배경이 든든한 이들을 보내서, 우리가 그들을 죽이기라도 하면……, 그들의 배경 세력과 적이 되지 않겠나.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을 끈질기게 하니 할 말이 없군.”

“두 명의 높으신 분들이 우리의 뒷배를 자처 해주니 무슨 일이 있든 우리는 개의치 않으면 되지 않겠나.”

운청휘와 소도도는 이야기를 나누며 능설의 숙소로 향했다.

중간 즈음 왔을 때, 두 사람은 능설 일행과 맞닥뜨렸다.

“운 사형, 어찌 이곳에……?”

능설이 깜짝 놀라다 이내 무엇인가를 떠올렸는지 홍조를 띠며 말을 이었다.

“운 사형, 저를 보러 오신 건가요?”

“…….”

능설 일행 중 한 청년이 미약하게 한 걸음 다가왔다.

“호효묵이라고 합니다. 두 분을 어찌 부르면 되겠습니까?”

“오? 자네가 호효묵인가?”

묵묵부답인 운청휘와 달리 소도도가 곧바로 되물었다.

“응? 제 이름을 들어봤습니까?”

소도도의 반응에 호효묵은 놀라기는커녕 자신의 이름을 아는 게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들어만 봤겠나, 어느 미인이 1,000만 냥을 주고 자네를 죽여 달라 했다네.”

소도도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었지만, 사실도 뒤섞여 있곤 했다.

미아는 확실히 소도도에게 호효묵을 손봐 달라고 했지만, 보수는 1,000만 냥이 아니였지만…….

“하하, 농담도 뛰어나십니다!”

호효묵이 헛웃음을 지었다.

“농담? 그래, 농담으로 들렸다면 그리 생각하게나.”

소도도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말했다.

“호 형은 최근에 어느 소저를 버리지 않았나? 아아, 소저 이름이 미아였던 것 같은데. 옳지, 그녀에게 얼마나 원한을 샀으면 1,000만 냥이나 주고 호 형을 죽여 달라고 할까? 정말 당신 같은 호색가는 부럽기 그지없네! 나라면 평생 그녀를 아껴 주고 정을 나눌 텐데, 호 형은 매정하기도 하지!”

“말조심하도록!”

“호 사형을 모욕하지 마라!”

호효묵의 뒤에 서 있던 두 생도가 성난 표정으로 으르렁거렸다.

“무슨 그런 서운한 말을! 호 형을 존경해도 모자랄 판에 모욕이라니! 너희가 봐도 호 형은 우리의 참된 선배가 아니던가? 그렇게 아리따운 소저마저도 호 형에게 순정을 바치니, 아아! 이 몸은 너무 낮은 경지라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겠으이!”

소도도가 고개를 돌려 호효묵을 봤다.

“호 형. 평소의 마음가짐을 글귀로 적어 주시지 않겠는가? 당신의 문장을 잠자리 머리맡에 걸어 두고, 매일 나를 채찍질하여 언젠가 호 형 같은 대장부가 되고 싶네!”

“설아야, 저자가 함부로 지껄이는 말을 듣지 마. 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이건 다 나를 모욕하는 거야!”

호효묵은 화를 참으며 황급히 능설에게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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