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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77화 (77/430)

제77화

이른 아침부터 천무장 주위를 생도들이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내원의 생도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외원 생도들도 모여들어 열기를 더했다.

“저기 봐, 이번 심판은 상급 교관 막풍(莫风)이야!”

“젠장, 상급 교관 중 무위가 제일 약한 게 월경 8단계인데, 막풍이 바로 월경 8단계의 강자라구!”

“막풍 심판이 있으니 올해 대항전에는 누구도 속임수를 쓰지 못할 거야!”

막풍은 천무장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월경 8단계의 상급 교관인 만큼, 늘 주목받았는지 막풍의 표정은 침착했다.

“이번 내원 대항전은 예선과 본선으로 치른다. 예선은 50여 명씩 한 조가 되어, 조마다 3명의 우승자가 결승에 진출한다.”

막풍이 경기 규칙을 선포하자, 곧 5천 3백 명의 내원 생도들이 100개의 조를 이루었다.

운청휘가 속한 조는 53명의 생도로 구성되었고, 소도도가 속한 조는 51명이었다.

운도 실력으로 여겼던 외원 대항전과는 달리, 내원 대항전은 꼼꼼하게 조를 편성했다.

아예 부서를 따로 만들어 참가자의 정보를 조사하고, 기준을 정해 참가자들을 나누어 조를 만들었다.

절대적으로 공평할 수는 없어도, 그들은 최대한 모든 참가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편성에 임했다.

가령 작년의 대항전에서는 50위 이내의 참가자들을 모두 다른 조로 편성해 강자들의 예선 탈락을 방지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내원 대항전을 위해, 학관은 인력과 물자의 투입을 아끼지 않았다.

예선이 시작되고 이 각이 지나자, 운청휘의 순서가 돌아왔다.

“다음, 51번과 9번!”

51번은 운청휘가 예선전에서 가진 번호였다.

“보라고, 우리 외원 서열 10위에 있는 운청휘야!”

운청휘가 등장하자 많은 외원 생도들이 그를 알아봤다.

“외원의 자존심을 위해 운청휘가 결승에 진출하게 바라게 되네.”

“그래, 어렵겠지만, 외원 생도로서 운청휘를 응원하게 된다니까…….”

“열 명의 외원 서열 10위 중 이미 6명이 탈락했지, 부디 그가 7번째 탈락자가 되지 않길 바랄뿐……!”

외원 생도들이 운청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운청휘, 외원 10위라고?”

운청휘의 상대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운청휘를 바라봤다.

“항복해라. 나의 강함은 네놈이 상상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운청휘는 그를 상대하기 귀찮은 듯 말이 없었다.

9번의 무위가 월경 3단계라고 해도, 운청휘는 기를 내뿜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그를 죽일 수 있었다.

“이놈, 미쳐서 내 말도 못 알아듣는 게냐!”

운청휘가 귀찮은 기색을 숨기지 않으니, 9번은 화가 난 듯 재빠르게 손을 내밀어 운청휘를 붙들었다.

“네놈을 직접 무대 아래로 떨어뜨려 주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을 제대로 깨닫아라!”

“……꽤 그럴듯한 조언이군.”

운청휘가 마침내 입을 열었지만, 그가 말하기 무섭게 그의 신형이 흩어졌다.

그 직후……, 9번은 운청휘의 손에 밀쳐져 무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이겼어, 운청휘가 이겼다구. 하하하……!”

“자네들 봤는가, 운청휘가 상대를 보기 좋게 떨어뜨렸네!”

“역시 운청휘야. 역시 외원 서열 10위권이라니까. 이렇게 패기 있게 승리하다니!”

이 장면을 본 외원의 생도들은 기뻐하며 크게 웃었다.

심판 막풍마저 운청휘를 잠시 바라보았는데, 그는 눈에 서린 찬 기운을 재빨리 지워내고 있었다.

“외원에 이런 고수가 또 나오다니!”

“내원에서는 보기 아깝겠구만!”

“맞아, 그에게 격파당한 9번은 겨우 월경 3단계인걸, 만약 월경 4단계의 적수를 만나면, 손도 못 써보고 패배하겠지!”

운청휘를 눈여겨본 내원 생도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투였다.

또다시 이 각이 지났을 무렵, 운청휘의 순서가 돌아왔다.

이번 상대 또한 월경 3단계였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운청휘에게 붙들려 무대 아래로 떨어졌다.

외원의 생도들은 잔뜩 들떠 환호성을 내질렀다. 운청휘는 내원의 본선에 진출할지도 모른다!

한 시진 후. 운청휘의 조는 12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이 중 단 3명만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51번과 11번!”

심판의 호명과 함께 운청휘와 11번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대단하구나!”

11번은 26살의 청년이었는데, 운청휘를 기꺼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외원 10위가 내원 대항전에서 여기까지 오다니. 감탄이 절로 나오는군. 동시에 아쉽군! 자네는 여기서 패할 테니!”

11번 청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쉬움을 아끼지 않았다.

“운청휘가 월경 4단계의 고수를 만나다니!”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 거야. 패배해도 영광이지!”

“대단하군, 외원 10위에 든 생도 중 운청휘만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성적만 보면 외원의 수준이 아냐!”

한 무리의 외원 생도들이 감탄사를 내뱉고 있을 때, 11번 청년이 호기롭게 말했다.

“먼저 공격해 봐라. 내가 나서면 활약할 기회도 없을 테니.”

“좋다!”

운청휘도 사양하지 않았고, 곧 그의 신형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이런, 운청휘가 이번에도 똑같이 하려는 건가!”

“운청휘는 사람을 던지는 데 중독되기라도 한 건가! 비록 패한 상대들이 장외 패를 당했지만……, 월경 4단계인 무인이 당할 리가 없잖아!”

“그럼 그렇지. 상대의 무위라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운청휘가 들지도 못할걸!”

구경하던 이들이 숙덕거렸다. 청년은 운청휘의 기술에 한숨이 나온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운청휘, 다른 기술을 써 봐라. 너를 깔보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여기서 움직일 생각이 없으니 네놈은 절대 나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운청휘가 그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었고, 가뿐히 청년을 들어 올렸다.

퍼억!

말도 제대로 못 마친 청년은 무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어떻게 된 거야!”

“내원 생도가…… 떨어지다니!”

“내가 잘못 본 거지? 월경 4단계의 11번이 운청휘에게 던져졌다고?”

무대 주변에 있던 이들은 눈앞의 상황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몸을 일으킨 11번 청년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는데……, 그도 자신이 어떻게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운청휘가 접근한 순간 청년은 갑자기 멍해졌고, 운청휘가 자신을 들어 올렸을 때……. 어떤 영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이 들어보니 이미 무대 아래였다.

다시 이 각여의 시간이 흘렀다.

운청휘의 조에 남은 6명 중, 3명만 더 탈락하면 나머지 3명은 본선 진출이 확정된다.

“다음 51번과 33번!”

곧바로 운청휘의 차례가 되었다.

모든 외원 생도들이 동경과 기대의 눈빛을 보냈다.

“이 경기만 승리하면, 운청휘는 외원을 대표하여 내원의 본선에 진출하는 거야!”

수많은 외원 생도들이 긴장하면서도 기대를 멈추지 못하는 가운데, 운청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 자식. 드디어 만났구나. 방금 대단했는걸. 어디 한번 나에게도 해 봐라!”

33번이 입술을 핥으며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그러지.”

운청휘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응했다.

“응?”

운청휘의 대답을 들은 33번은 도리어 얼굴이 진지해졌다.

“오만하구나! 외원의 떨거지가 운이 좋아 여기까지 오더니 천하무적인 줄 아는 거냐! 나마저도 떨어뜨리겠다고? 망상이 지나쳐!”

33번은 그저 운청휘를 희롱했을 뿐이다. 운청휘의 상대들이 모두 무대 아래로 떨어졌으니 그걸로 놀려줄 셈이었다. 그러나 운청휘의 대답은 33번의 뺨을 세차게 때린 듯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 거냐, 이 운청휘라는 외원 생도는 너무 건방지구나!”

“33번은 그저 놀리기만 했는데, 진짜로 받아들이다니!”

“아까 11번을 던져서 자신감이 넘치는 모양이구만!”

“11번과 33번을 비교한다고? 11번은 월경 4단계지만 도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33번은……, 이미 2년 전에 월경 4단계에 진입했는걸!”

“게다가 11번이 던져진 건 정말 뜻밖이야. 안 그래도 11번은 어제 수련할 때 뜻밖의 사고가 있어서, 오늘은 제 실력의 삼할 밖에 못 보여 줬다고 했어!”

한 무리의 내원 생도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외원 생도들도 어색한 표정으로 운청휘를 힐끔거렸다. 그들도 운청휘가 거만하다 느끼고 있었다.

“사실 운청휘가 패배해도 영광이지. 10명의 외원 생도 중 혼자만 여기까지 왔잖아.”

“에휴, 누가 알겠어. 운청휘가 정말로 몇 경기 이겨서 자신을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할지.”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지. 쭉 그렇게 생각했는데, 상황을 보니 예상이 맞았네!”

“맞어, 수련 중에 제일 금기하는 건 겸손함을 잃는 건데, 태도를 보니 길게는 못 가겠어!”

운청휘와 33번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이 자식이, 한 방에 격파해 주마!”

33번이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그의 주먹이 은은하게 밝은 빛을 내뿜었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무대 아래를 바라보았다.

33번이 무대 아래에 널브러져 있었다. 운청휘를 때리기는커녕, 눈 깜짝할 새에 공중에서 내던져진 것이었다.

운청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손을 탁탁 털어냈다.

“33번이 졌어!”

“믿을 수 없군. 33번은 월경 4단계의 걸출한 인재가 단번에 던져졌다고?!”

생도들이 연신 경악과 감탄을 내뱉었다. 조금 전만 해도 그들은 33번에 염화권에 격파당한 운청휘를 상상했다.

운청휘의 높은 콧대가 꺾이고 후회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건만…….

아무도 운청휘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한 듯 술렁거림이 길게 이어졌다.

“11번, 너 정말로 어제 수련 중에 사고가 생겨서 운청휘에게 진거야?”

“사실 창피해서 핑계 댄 건 아니고? 그리 창피할 거 없어. 33번도 졌잖아!”

내원 생도들은 11번을 보며 희미한 조소와 격려를 보냈다.

앞서 11번은 탈락의 이유를 수련 중의 사고로 설명했다. 삼 할의 무위도 쓸 수 없는 상태니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지만, 이제 그의 말은 핑계로 곡해되고 말았다.

“만세, 운청휘 만세!”

“운청휘가 외원 대표로 내원 대항전의 본선에 진출했어!”

반면 외원 생도들은 잔뜩 흥분해 환호성을 질렀다. 조금 전까지 그들 또한 운청휘를 질책했지만, 승리 앞에서는 까맣게 잊히고 말았다.

운청휘의 조 경기가 마무리된 후, 소도도 쪽도 결과가 나왔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도 본선에 올랐다.

“하하하, 운 형제, 상쾌해, 아주 상쾌해. 실력 없는 녀석들을 모두 내 손바닥으로 내리찍어 주었다네!”

소도도가 운청휘를 보더니 크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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