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79화 (79/430)

제79화

“하하하, 역시 이 몸은 대단해. 상대를 싸움 없이 무릎 꿇게 하다니!”

곧 소도도의 웃음소리가 장내를 뒤덮었다.

***

열흘은 쏜살같이 흘러, 본선 진출자 300명 중 150명을 선별해 순위전이 열렸다.

내원 본선의 최종전이라 볼 수 있는 순위전은, 이전의 결과를 근거로 1등부터 150등을 결정했다.

“학관은 자네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임시 순위를 정했다. 가령 조여룡(赵如龙), 자네는 지난번 1위였으니 이번 순위전 1위다. 여기 있는 150명에겐 각자 3번의 도전 기회가 주어진다. 만약 패배하면 도전 기회 1번을 박탈하겠다. 3번의 기회를 모두 소진하면, 이후로는 도전을 받는 것만 가능하다. 순위가 높은 상대에게 도전해 승리하면 상대방의 순위를 가져갈 수 있다. 패배해도 순위는 변하지 않지만, 도전 기회가 줄어드니 신중히 결정하도록. 150명 모두가 기회를 소진하면 순위전이 마감되고, 내원 대항전의 최종 순위도 정해진다.”

심판 막풍은 무대 위에서 규칙을 설명한 후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노부가 이름과 순위를 호명하면 차례대로 무대에 오르도록. 조여룡, 1번 무대! 황기령(黄旗岭), 2번 무대! 소엽(苏叶), 3번 무대! 소도도, 9번 무대! 진미아(陈媚儿), 10번 무대! 운청휘, 19번 무대! 두문택, 20번 무대! 능설, 71번 무대! 장대우(张大牛). 150번 무대!”

일각도 되지 않아 막풍이 모든 생도들의 순위와 무대의 배치 발표를 마쳤다.

소도도는 9번 무대에 올랐는데, 그가 한 방에 월경 5단계의 생도를 날려 버린 광경을 많은 이들이 목격했으므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운청휘가 19번 무대에 오르는 순간, 적지 않은 야유가 터져 나왔다.

외원의 생도가 여기까지 왔으니 부러워할 일이다.

그러나 운청휘가 지금까지 보여 준 것은 빠른 속도로 상대를 집어 던진 게 전부였으니, 많은 이들이 그가 19번 무대에 오를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막풍마저도 그에게 냉랭한 시선을 던졌지만, 곧 무대 아래를 향해 선포했다.

“순위전을 시작하겠다. 150번부터 나오도록!”

막풍의 말이 끝나자마자 150번 무대에서 한 생도가 뛰어내렸다.

“저는 운청휘에게 도전합니다!”

150번 생도가 투지를 불태웠다. 내원 생도의 자존심이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외원 생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운청휘는 묵묵히 그가 19번 무대로 오기를 기다렸다.

“흥, 비록 순위가 가장 낮아도 나는 내원의 생도다. 네놈을 한번 시험해 보마!”

말을 마친 150번 생도가 매서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동시에, 운청휘도 몸을 날렸다.

펑!

150번 생도의 결과도 마찬가지로, 무대 아래에 널브러져 있었다.

“150번은 패배했으니 1번의 도전 기회를 박탈한다. 다음, 149번!”

결과를 내기가 무섭게 149번 생도가 무대로 올라왔다.

“나도 19번 무대 운청휘에게 도전합니다!”

“받아들이지.”

운청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상대방에게 공격할 기회를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운청휘의 신형이 공기 중에 흩어지며, 상대의 앞에 연기처럼 나타나더니 그를 무대 아래로 내던졌다.

“149번이 패배했으니, 도전 기회를 1번 박탈한다. 다음, 148번!”

“운청휘에게 도전합니다!”

“오너라.”

비슷한 과정이 거듭 반복되며, 운청휘는 상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죄다 내던지길 되풀이했다.

“140번이 패배했으니, 도전 기회를 1번 박탈한다. 다음, 139번!”

“운청휘에게 도전합니다!”

“…….”

벌써 11명이나 운청휘에게 도전해왔다. 대답하기도 귀찮아진 운청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문득 운청휘가 뭔가를 떠올린 듯 상대를 던져 버리는 대신 질문을 던졌다.

“여기로 온 이유는, 내가 여기에 있는 걸 인정하지 않아서인가?”

“그렇다!”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고 공격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운청휘에게 내던져졌다.

“139번이 패배했으니, 도전 기회를 1번 박탈한다. 다음, 138번!”

“운청휘에게 도전합니다!”

“……음?”

운청휘가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질문을 던졌다.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이지?”

“도전에 이유가 필요한가? 뭐, 꼭 듣고 싶다면 말해 주마! 네놈이 여기 있는 일 자체가 불쾌하기 짝이 없어!”

138번 생도가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불쾌하다고? 고작?”

운청휘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온 순간.

퍼억!

138번 생도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지금껏 무대 아래로 떨어진 생도들과 다르게, 그는 온몸의 뼈가 부서져 의식을 잃었다.

“허억……!”

겁먹은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운청휘는 상대를 내던지긴 했어도, 대부분은 가벼운 상처만 입거나 아예 멀쩡했다. 수작을 부리던 이의 혈을 뒤틀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38번은 전투력을 상실했으니 최하위가 되었군. 다음, 137번!”

137번은 젊은 여자였는데 운청휘에게 도전하지 않았고, 심지어 눈길도 주지 않았다.

“저는 99번에 도전합니다!”

일 다경 후.

“137번이 패배했으니 도전 기회를 1번 박탈한다. 다음, 136번!”

“운청휘에게 도전합니다!”

다시금 운청휘에게 도전하는 이가 나오자, 구경하던 생도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운청휘가 138번 생도를 분골쇄신해 버렸으니, 137번 생도가 겁을 먹고 다른 이에게 도전할 만했다. 한데 다음 도전자가 또 운청휘를 지목하다니?

“내게 도전한 이유는 뭐지?”

136번 생도가 무대로 올라온 후, 운청휘가 물었다.

“나……, 나는 반드시 너에게 도전해야 해!”

136번 생도가 덜덜 떨면서도 공격 태세를 취했다.

운청휘는 곧바로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136번 또한 공격을 날리기도 전에 무대 아래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다음 순간, 그가 피를 내뿜으며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일에 비하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생도 한 명은 전신의 뼈가 부서지고, 한 명은 중상을 입고 피를 토했다.

이후로 30여 명의 도전자는 그들을 교훈 삼아 누구도 운청휘를 호명하지 않았다.

순위전은 빠르게 진행되어, 어느새 95번의 순서가 되었다.

“운청휘!”

95번이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무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네놈은 어떤 이유를 대겠느냐?”

운청휘가 95번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하하, 네놈의 순위를 인정할 수 없어서라고 하면, 그저 무대 아래로 내던지겠지. 다른 대답을 하면, 뼈가 부서지거나 내상만 입지 않겠냐!”

95번이 히죽거리며 운청휘를 바라봤다.

심판 막풍도 지금의 상황은 다소 의외였다.

애초에 운청휘를 19번 무대에 배치하며, 다른 생도들의 불만을 끌어낼 작정이었다.

그만큼 도전자가 속출할 테니, 운청휘라도 버겁지 않겠는가. 다만 막풍이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운청휘에게 불만을 가진 생도들의 패배였다.

막풍은 쓴웃음을 흘리며 운청휘를 넘어설 상대를 기다렸다.

“하하, 내게 구걸하며 빌면, 그 이유를 알려 줄 수도 있지만!”

95번이 거들먹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얼간이가 한 명 더 있었네 그려. 그것도 죽고 싶어 환장한 얼간이가…….”

9번 무대에서 대기하던 소도도는 혀를 차며 95번 생도를 바라보았다.

“구걸하라?”

운청휘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곧 움직였다.

“기껏해야 뼈가 부서지고 내상만 있을 거라 생각했더냐!”

운청휘의 일갈과 함께, 95번은 뺨을 얻어맞고 날아갔다. 동시에 분출된 영력이 그를 뒤쫓았다.

푸슉!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그의 미간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렸다.

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피가 무대에 떨어진 순간, 95번의 몸이 허물어져 내렸다.

“내게 도전하는 건 상관없다. 어떤 이유를 대도 개의치 않겠다. 그러나,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하고 도전하도록!”

운청휘가 선포하듯 외치고 몸을 휙 돌렸다.

사방은 숨 막힐 듯한 침묵에 휩싸였다.

뼈를 분쇄하는 것도 중증에 이르는 내상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지금부터는 감히 누구도 도전할 엄두를 못 낼 터였다.

“그리고 막풍, 더는 날 시험하지 마십시오. ……막운과 같은 최후를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운청휘가 막풍을 흘겨보며 나직이 말했다.

외원 대항전 때, 심판 막운은 운비와 협력해 운청휘를 위협한 끝에 맞아 죽지 않았던가.

막풍과 막운은 외모도 꽤 비슷한 데다 같은 성씨이니, 두 사람의 관계는 듣지 않아도 뻔했다.

이후로도 순위전이 재개되었지만 운청휘에게 도전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71번 능설의 차례가 오자, 그녀는 69번 생도에게 도전해 승리를 거머쥐고 69번 무대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사망과 중상으로 나오지 못한 이들을 제외한 이들이 각자의 무대에 올랐다.

오늘의 도전은 29번부터 시작되었다. 반 시진 후 20번까지 도전이 끝났고, 운청휘의 차례도 가까워졌다.

“20번 두문택, 도전하라!”

심판 막풍이 호명했다.

“운청휘, 어제 네놈은 생도 한 명을 온 몸의 뼈를 부셨고, 한 명은 내상으로 인한 중환자로 만들었다. 또 한 명은 머리에 구멍을 내어 죽였지. 네놈의 살기가 지나치니 성공학관의 기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 두문택이…… 네놈을 죽이겠다!”

20번 두문택이 무대로 올라오며, 운청휘를 한껏 도발했다.

“죽여라, 죽여라!”

구경하던 이들이 모두 흥분해 한껏 소리를 내질렀다.

두문택은 작년 대항전에서 20위의 성적을 기록했으나, 올해 대항전에 신청하자마자 월경 5단계를 돌파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그는 월경 6단계도 돌파했으니, 그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올해 대항전의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다!

“운청휘가 이번에도 승리할 수 있을까?”

“두문택은 운청휘가 상대했던 이들보다 강하잖아!”

“맞아, 그들 전부가 합심해도 두문택을 당해낼 순 없어!”

“쯧쯧. 운청휘도 이번에는 별수 없겠어.”

구경하는 이들이 숙덕거리는 동안, 운청휘는 준비를 마쳤다.

“크큭, 네놈의 기습보다 내가 먼저 공격해 주마!”

호언장담과 함께 두문택은 천지를 찍어 누를 기세로 운청휘를 공격해 들어갔다.

운청휘는 묵묵히 손을 내밀었다,

펑펑펑!

눈 깜짝할 새에 두 사람은 수십 합을 겨뤘다.

운청휘가 그를 곧바로 죽이지 않은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두문택의 무위가 월경 6단계이니, 그를 한 방에 죽이면 기재 반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공휘는 운청휘의 모든 뒤처리를 해 주는 대신, 그가 기재 반 생도라는 신분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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