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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80화 (80/430)

제80화

무려 100합을 겨룬 후, 운청휘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이 정도면 고전했다는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운청휘는 한 방에 두문택을 날려 보내며 동시에 영기를 분출해 그의 명치를 완전히 관통했다!

“두문택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하다니!”

“쓰읍!”

경악과 함께 질겁하는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올해 대항전에 이렇게 복병이 많을 줄이야!”

“이전엔 소도도, 지금은 운청휘라니!”

“운청휘는 외원 대항전에서도 두각을 드러냈어. 하지만 내원 대항전에서도 이렇게 활약할 줄은…….”

“누가 알았겠나! 운청휘는 10위 안에 들겠어!”

사람들이 귓속말을 주고받았고, 운청휘의 시선은 10번 무대를 향했다.

“미아 소저에게 도전하겠습니다.”

20번 두문택을 격파했으니, 19번인 운청휘가 도전할 차례가 되었다.

“역시, 운청휘도 10위권을 노리는군!”

“운청휘의 패기가 넘치는걸. 첫 도전부터 10위권의 진미아를 고르다니!”

“진미아는 그와 소도도보다 더한 복병이야. 본선에서 단 세 번의 공격으로 월경 6단계를 쓰러뜨렸잖나!”

“뭐, 진미아가 그렇게 대단해? 그렇다면 운청휘는 진미아의 상대가 못 되겠는데!”

“당연하지. 운청휘는 두문택을 상대로 100합을 겨뤘잖나. 진미아는 3합으로 상대를 격파했으니까, 불 보듯 뻔해.”

“이번에는 운청휘도 힘들겠어!”

진미아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뒤로하고 운청휘를 응시했다.

“운 사형, 두 번째 만남을 이런 방식으로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운청휘가 그녀를 외면하자 진미아가 다시 말했다.

“설마 운 사형, 미아를 잊으셨나요? 뭐, 좋아요. 운 사형이 끝까지 미아를 기억해내지 못하면, 미아는……, 기권하겠어요!”

***

진미아의 선언은 생도들 사이에 폭탄을 던진 듯했다.

생도들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결과가 떠올랐다.

하나, 운청휘가 힘겹게 100합을 버티고, 진미아에게 패한다.

또 하나, 운청휘가 10합도 버티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한다.

최악의 경우, 운청휘는 진미아의 손에 죽는다.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 극히 일부의 생도들은 미약한 가능성이나마 운청휘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진미아의 선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니, 여파가 엄청났다.

“흥. 운청휘보다 실력이 부족해서 기권하다니. 말도 안되지!”

“진미아가 방금 한 말 못 들었냐.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래. 지난번 만났을 때……, 뭔가 재밌는 일이 있었나 봐!”

“다들 진미아의 성격을 알지 않나. 내원에서 그녀와 은밀하게 지내지 않은 생도는 아무도 없어. 그러니 운청휘와 진미아는…… 비공식적이나마 연인인 거겠지.”

“그렇고 그런 사이라 진미아가 기권한 거라고?”

“그럴 거야. 다른 가능성이 없지 않나?”

운청휘도 의외라는 듯 진미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구경하는 이들의 추측은 죄다 터무니없는 말에 불과했다. 운청휘와 진미아 사이에 어떤 일도 없었고, 그녀의 팔에 있는 수궁사는 그녀의 수준이 풋내기임을 의미한다.

운청휘는 묵묵히 10번 무대로 향했다.

진미아는 한 단계 밀려나 11위가 되었고, 그 아래의 생도들도 한 단계씩 밀려났다.

순위전이 재개되고, 다시 11위로 떨어진 진미아의 차례가 돌아왔다.

“저는 6번 백목(白木) 사형에게 도전합니다!”

진미아는 4개의 번호를 뛰어넘어 바로 6번 백목에게 도전했다.

“미아 사매는 내가 운청휘보다 쉬워 보이나?”

노한 목소리와 함께 백목이 무대로 올라왔다.

그는 10위 안에 든 생도 중 나이가 가장 많았는데, 올해로 30살이었다.

쿵!

무대에 오른 백목이 곧바로 월경 6단계의 기세를 분출했다.

“사매도 월경 6단계라는데,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백목의 기합과 함께 굉음이 몰아쳤다.

펑! 펑! 펑!

연달아 세 번의 충격음이 났고, 두 사람은 어느새 3합을 주고받았다.

“진정한 볼거리가 이제야 등장했군!”

“월경 6단계끼리 전투라, 성공학관에서도 드문 일이잖아!”

“저 전투는 최소 몇천 합을 겨뤄야 승부가 날 거야!”

구경하던 이들이 하나둘씩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들은 화려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지는 전투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는 전투는 오지 않았다.

고작 4합 만에……, 펑 소리와 함께 백목이 무대 아래로 나동그라졌다.

“거짓말일 거야!”

“진미아가 4합 만에 같은 단계의 백목을 꺾다니!”

“진미아가 이렇게 강한데, 아까 운청휘에게 왜 기권한 거지?”

“설마, 진미아와 운청휘가 그런 관계인 게 확실한 거야?”

백묵은 왈가왈부하는 군중들의 소리가 거슬려서 견딜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지만 다시 무대로 올라가 진미아를 노려보았다.

“4합 만에 나를 격파하다니, 너의 실력은 조여룡에 필적하는구나. 왜 운청휘에게는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 거지?”

진미아가 은은하게 백목을 바라보다 곧 요염한 눈빛을 보냈다.

“백목 사형이 운 사형을 이길 수 있다면, 답을 알려 줄게요!”

“좋아!”

백목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차례가 오면 운청휘에게 도전하겠어!”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하지!”

운청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미아가 백목의 6위를 가져간 후, 백목이 7위로 밀려나며 운청휘 또한 한 순위 내려가게 되었다.

내원 대항전에 참가할 때부터, 10위 안에 들겠다고 마음먹은 운청휘다.

10위 안에 들어야 상급 생도들, 교관, 심지어 부원장 등과 함께 최종 단계의 대항전에 참가할 수 있으므로.

“나에게 도전하겠다고?”

백목의 눈앞이 캄캄해지며 동시에 짙은 모욕감이 밀려들었다.

“왜 그러나? 내게 도전하는 건 되고, 내가 도전하는 건 허락할 수 없던가?”

운청휘는 이미 7번 무대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물론이야, 하지만……, 네놈이 먼저 나에게 도전을 했으니, 네놈의 사정을 봐주지 않아도 원망하지 말도록!”

백목은 이미 운청휘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느리군. 이런 속도라면 100년이 지나도 내게 닿을 수 없겠어.”

운청휘는 영후백변신법을 펼쳐 느긋하게 백목의 공격을 피해 나갔다.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백목의 눈빛이 음험하게 물들었다. 그의 공격은 운청휘에게 한 번도 닿지 못했다!

“운청휘, 네놈이 만약 남자라면 나와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격장지계로 운청휘를 자극하니, 정말로 그가 우뚝 멈춰 섰다.

그러나 운청휘의 시선은 소도도를 향하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백목의 말이 소도도를 떠올리게 했다.

소도도라면 백목의 말에 이렇게 받아쳤을 테지.

‘이 몸이 남자인지 아닌지는 네놈의 부모에게 물어보려무나! 네놈 같은 불효자는 20년 전에 씨앗 수준에서 끝나야 했어!’

운청휘는 속으로 피식 웃으며 시답잖은 생각을 마치고, 곧 백목을 노려보았다.

“정정당당이라? 원하는 대로 해 주지!”

말을 마친 운청휘는 피하지 않고 바로 백목에게 공격을 가했다.

“하하하, 바보 같은 녀석. 격장지계에 당하다니!”

백목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다음 공격을 준비한 순간.

돌연 그가 눈을 부릅떴다.

운청휘는 아까보다도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공격을 피해낼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가 손을 쓸 기회는 애초에 없었다.

곧이어 백목은 몸이 붕 떠오르는 걸 느꼈다.

동시에 영력이 체내로 맹렬하게 밀려들어오며, 더는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백목은 몸의 통제력을 잃은 게 진짜인지 착각인지 아리송할 따름이었다.

펑!

백목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니, 그는 이미 무대 밖에 떨어져 있었다.

운청휘가 이겼다!

모두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운청휘는 7번 무대를 점령했다.

구경하던 이들은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미아가 백목을 4합으로 격파했을 때도, 이보다 충격이 심하지 않았다.

운청휘와 백목은 일 다경 정도 싸웠을 뿐이지만, 운청휘가 공격한 건 단 한 번뿐이다.

그 한 번이, 백목을 패배로 이끌었다.

***

백목이 아직도 넋을 잃고 있을 때, 소도도가 8번 무대로 뛰어올랐다.

원래 소도도는 9위였으나, 진미아와 운청휘가 백목을 연달아 격파한 후 11위로 내려왔다. 순위전의 규칙에 따라 이제는 소도도가 도전할 차례다.

“8번 백목에게 도전하겠네!”

무대에 올라오자마자 소도도가 기세 좋게 외쳤다.

“내가 또 졌다니…….”

넋이 나가 중얼거리는 백목은 연패를 받아들이기 힘든 듯했다.

별안간 소도도의 외침이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백목은 무대를 올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또 나에게 도전해? 어찌 이럴 수 있는 거지. 나 백목을 얼마나 쉽게 보는 거냐!”

분노한 백목이 무대 위로 날아들더니, 막풍이 시합 시작을 선언하기도 전에 살초를 휘둘렀다.

난데없는 공격에 소도도는 황당해하면서도 입은 쉬지 않았다.

“어허, 꼴이 꼭 다음 생을 살길 원하는 것 같구만! 이 몸을 놀라게 하면 네놈이 변상할 수나 있느냐!”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소도도는 손을 놀려 백목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도 급하다면, 이 몸이 직접 배웅해줌세!”

돌연 소도도가 백목을 뿌리쳐 허공에 띄우고……, 수십 장 높이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음 순간, 백목은 무대에 파인 일 장 깊이의 구덩이에 처박혀 있었다.

이 정도 타박상은 월경 6단계의 무인이라면 얼마든지 일어설 수 있겠으나, 화가 치민 백목은 울컥 피를 토하고 말았다.

세 번!

세 번이나 연속으로 도전을 받은 것도 모자라, 전부 패배했다.

그 패배의 방식도 무인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으니, 줄곧 스스로의 실력을 자신하던 백목의 심정이 어떠할까.

그는 피를 토한 뒤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백목은 혼미하여 전투력도 잃었으니, 순위는 일단 최하위다. 다음 도전을 시작하라.”

막풍이 건조하게 선언한 후 다음 대결이 이어졌다.

대략 이 각 후, 3번 생도의 차례가 돌아왔다.

3번 생도의 이름은 소엽으로, 얼굴에 면사를 드리워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여인이었다.

소엽은 자신의 순서가 되자마자 소도도 쪽을 바라보며 낭랑하게 외쳤다.

“8번 소도도에게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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