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심판 막풍과 황기령, 진미아의 안색도 달라졌다. 그들은 조여룡의 진정한 무위를 알고 있었으므로.
월경 6단계의 이성 기재!
전투력만으로도 조여룡은 월경 8단계의 무인을 격파하고도 남았다.
“그만!”
결국 심판 막풍이 호통을 쳤다.
“소도도, 네놈에게 이 심판과 성공학관의 규칙은 안중에도 없더냐!”
“소도도, 규칙을 어겼어. 조여룡과 소엽의 공정한 대결에 끼어들다니!”
진미아도 냉랭하게 소리쳤다. 어느새 그녀는 ‘소 오라버니’가 아니라 소도도라 부르고 있었다.
“공정한 대결? 죄다 눈이 멀었구나! 조여룡은 내 아내를 우롱한 것도 모자라 죽이려 들었다! 누구든지 이 몸을 막겠다면, 적으로 간주하겠다!”
소도도가 사납게 외치며 막풍과 진미아를 노려보았다.
늘 건들거리던 그가 생도들 앞에서 처음으로 내보인 포악함이었다.
황기령도 한마디 하려고 했으나, 그의 눈빛을 마주하자 슬쩍 입을 다물고 말았다.
“막 교관님. 이는 성공학관의 엄정한 규칙으로 치러지는 순위전입니다. 누구든 규칙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소도도가 이를 어기고 나섰으니, 소도도를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내버려 두신다면 막 교관님의 위신은 물론, 성공학관의 명성에도 누가 되지 않겠습니까. 막 교관님께서 심판의 권한으로 모든 생도를 이끄시어 소도도를 진압하심이 마땅합니다!”
진미아가 낮은 목소리로 막풍에게 조언을 늘어놓았다.
이때의 진미아는 이전의 나긋나긋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냉랭하고 스산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듯, 막풍이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소도도는 규율을 어겼고, 수차례 시합 규칙을 파괴했다. 모든 참가자들은 노부와 함께 소도도를 진압하라!”
영력을 담아 쩌렁쩌렁하게 외친 막풍이 냉랭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수수방관하는 자는 노부가 심판의 자격으로 실격시키겠다!”
***
무대 부근에는 백여 명의 생도들이 있었고, 대부분은 공격을 주저하고 있었다.
내원의 일인자인 조여룡도 소도도에게 꼼짝도 못 했는데, 자신들이 소도도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마음속으로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막풍이 방관하는 이들을 실격 처리하겠다는 말을 꺼내자, 그들은 마지못해 전투에 임했다.
별안간 검은 그림자가 무대로 뛰어올랐고, 모든 이들이 전력을 다해 소도도를 공격해 들어갔다.
우르릉!
콰릉! 콰르르릉!
귀를 찢고 땅을 뒤흔드는 굉음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짙은 포연이 무대를 뒤덮어 생도들의 눈을 어둡게 했다.
무대 아래에 있던 이들은 연기에 가려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었고, 소도도나 운청휘, 능설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때, 운청휘는 폭발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정확하게 막풍, 진미아, 황기령을 향해 짓쳐 들었다.
돌연, 막풍이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운청휘를 피하며 폭발의 중심지로 뛰어들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청년을 들고 나왔다. 청년의 얼굴은 시퍼렇게 붓고 멍들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조여룡, 괜찮나? 다시 싸울 수 있겠나?”
진미아와 황기령이 황급히 얼굴이 붓고 시퍼렇게 멍든 청년을 살폈다.
“걱정 마!”
시퍼렇게 멍든 청년, 조여룡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첫 공격 외에는 크게 다치지 않았어. 그저 찰과상이야.”
“싸울 수만 있다면 괜찮네! 자네와 나, 미아 사매와 막풍 교관님이 연합하고, 다른 생도들이 합세하면……, 충분히 진압할 수 있을 걸세!”
황기령이 음산하게 말했다.
본래 그는 부탁을 받아 소도도를 지목했으나, 소도도가 대결을 거부하고 욕까지 퍼부으니 개인적인 원한이 생긴 터였다.
“서두르지 말자. 우선은 오합지졸들이라도 소도도를 상대하게 해야지.”
조여룡이 나지막이 말했다.
“저들? 시간 끌기는 되겠군. 다만 소도도에게 학살당할 텐데?”
그러자 황기령이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
“하하, 바로 그거야. 만약 생도들이 죄다 소도도에게 죽으면, 우리가 상대하지 않아도 학관이 그를 내버려 둘 리 없을테니!”
조여룡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그땐 막풍 교관님이 벌을 내릴 거야. 물론, 그저 벌이지. 막풍 교관님, 그렇지 않습니까?”
조여룡이 심판 막풍에게 눈을 돌렸다.
“노부는 대항전의 심판으로서, 모든 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네. 단, 소도도는 손속이 악랄하고 무위가 뛰어나, 노부가 그를 상대하지 못했으니 그의 손에 모든 생도가 죽고 말았군!”
막풍이 거들었다.
“하하하, 막 교관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막풍의 대답을 듣고 조여룡과 황기령이 껄껄 웃었다.
“다만, 교관님. 저 두 사람은 아직도 반응이 없습니다.”
조여룡과 황기령이 운청휘와 능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다.
“막 교관님. 말씀하신 대로 운청휘와 능설을 실격 처리해야 하지 않습니까.”
“능설의 배후 인물은 우리가 건드릴 수 없다네.”
막풍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이내 운청휘를 향해 냉랭하게 외쳤다.
“운청휘, 뭘 망설이는 거냐. 어서 공격해! 정말로 노부가 실격시키지 못하리라 생각하느냐?”
운청휘는 대꾸도 없이, 소도도와 전음을 주고받았다.
-소엽 소저가 정말로 당신 아내인가?
-지금은 아니라네. 그녀는 내 약혼녀일세.
소도도의 전음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운청휘에게까지 분노를 전달하고 싶지 않았지만, 소도도는 들끓는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운 형제. 관여하지 않아도 좋네. 나는 전례 없는 학살을 할 테니. 소엽은 나를 위해 성공학관에 와서 고된 수련을 견뎌냈는데…… 수치도 모르는 놈에게 우롱당하고 죽을 뻔하지 않았나! 약혼자로서 그녀의 명예를 위해 싸우지 않으면 나는 남자도 아닐세!
운청휘와 전음을 주고받은 직후, 소도도의 온몸에서 맹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를 둘러싸고 있던 백 명의 생도들이 바람 앞의 가랑잎처럼 나가떨어지며 피를 한 움큼 내뱉었다.
펑펑펑……!
생도들이 죄다 바닥을 나뒹구는 동안, 한 줄기의 그림자가 높이 솟아올랐다.
“너희가 남에게 이용당하고자 한다면, 나를 탓하지 말거라!”
소도도가 냉담하게 말하며 자욱한 연기를 헤치고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늘 건들거리며 여유를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살기만을 풍기고 있었다.
말없이 소도도의 뒤를 따르던 소엽이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이다 마침내 용기를 내었다.
“도도 오라버니, 이제 그만해요. 나 크게 다치지 않았…….”
소도도는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그에게서 빠져나온 수십 개의 영기로 거절의 대답을 보여주었다.
퍽퍽퍽……!
수십 명의 생도가 영기에 관통당해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졌다.
“조여룡, 막풍, 황기령, 진미아, 전부 죽어라!”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영력이 만들어 낸 거대한 손이 조여룡 등 네 명을 덥석 움켜쥐었다.
“영력화장이라니, 이런……!”
네 사람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무리하게 영력화장에 반격을 가했다.
우르릉……!
그들이 날린 살초가 영력화장과 부딪히자, 그 여파로 삼십 평이 넘는 거대한 구멍이 파이며 사방에 흙먼지를 휘날렸다.
소도도는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영력화장을 만들어 냈다.
이번에는 잡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들을 내리치고자 했다!
“숨지 마! 소도도는 우리 생각보다 더 강하니, 같이 맞서야 해!”
하늘을 뒤덮는 공포스러운 기세에 네 사람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나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영력화장과 맞섰다.
콰르릉……!
지진이 연달아 일어나기라도 한 듯, 모든 무대가 격렬하게 뒤흔들렸다.
“조여룡, 기회야!”
진미아가 눈을 번뜩이며 말함과 함께, 그녀에게서 금색 장검이 쏘아져 나왔다.
스릉!
조여룡 또한 장검을 꺼내 들었는데, 은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죽어라, 소도도!”
“이 황급 상품의 신검, 금은쌍검이 함께라면 지급 신병의 위력에 버금가지!”
“응?”
처음으로 소도도의 안색이 변했지만, 그는 곧 침착하게 진미아가 들고 있는 금색 장검을 빼앗으려 했다.
그러나, 금색 장검을 빼앗으려는 순간 별안간 장검이 신기루처럼 흩어져 버렸다.
소도도가 눈앞의 광경에 잠시 한눈을 판 그때, 조여룡의 은색 장검이 그의 등을 찔러 들어왔다.
***
천성대륙의 법보나 무공, 단약이 지급 이상에 도달하면 또 다른 수준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면 보통의 무인과 선천생령급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보통의 무인은 다소 강한 범인에 불과하다. 반면, 선천생령은 그 범위를 넘어 수명이 500년에 이르는 수준에 도달한다.
마찬가지로 진미아와 조여룡이 사용한 금은쌍검은 분리되어 있을 땐 각각 황급 상품의 법보지만, 융합하면 지급 신병의 위력을 발휘했다.
조여룡은 월경 6단계의 이성 기재이니, 전투력만으로 월경 8단계의 무인을 격파할 수 있다.
소도도는 월경 5단계의 사류 기재이나, 월경 9단계의 무인도 그를 상대할 수 없다.
이런 차이가 있으니 보통의 상황에선 소도도가 마음만 먹으면 조여룡은 한 방에 목숨을 잃고도 남았다.
앞서 소도도는 조여룡을 꼼짝도 못 하게 제압하고 뺨을 후려갈기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 소도도는 조여룡의 칼에 찔리고 말았다.
“어헉!”
조여룡은 망설임 없이 장검을 등에서 뽑아내었다. 선혈이 안개처럼 공중에 흩어졌다.
곧바로 조여룡의 손으로 은색 장검이 돌아오고, 분리된 금색 장검은 진미아의 손에 들렸다.
“소도도, 네놈의 눈으로 지급 신병의 강함을 상상할 수 없겠지.”
진미아의 싸늘한 음성과 함께, 금색 장검이 소도도를 찔러 들어갔다.
동시에, 조여룡이 쥐고 있던 은색 장검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큭!”
눈 깜짝할 사이에 소도도의 하복부가 검에 관통당하며,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피가 그의 발밑을 붉게 물들였다.
“도도 오라버니……!”
소엽이 울부짖으며 옥장을 날려 진미아를 공격해 들어왔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소도도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펑!
진미아는 금색 장검을 가로로 겨누어 칼날을 소엽에게 되돌렸다.
그 순간, 소도도의 비통함과 분노가 뒤섞인 격노가 진미아를 향했다.
“아아아, 진미아, 죽이고 말겠어!”
불과 일 장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소도도는 영력화장으로 진미아를 내리쳤다.
그러나 진미아가 금색 장검을 휘두른 순간, 영력화장은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역시, 지급 신병의 강대함은 누구도 당해낼 수 없지.”
진미아가 코웃음을 치며 소도도를 응시했다.
동시에, 그녀가 들고 있던 검에서 은색 장검이 분리되어 조여룡의 손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