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85화 (85/430)

제85화

“그동안 우리를 압박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군요.”

“이번엔 상황이 다르단 말일세!”

공휘의 얼굴빛이 한없이 어두워졌다.

“이번엔, 그가 전면으로 나설 걸세. 더욱이 황성 운가의 힘도 움직여 운청휘의 가문에도 압력을 가하겠지. 황성 운가가 성공학관 못지않다는 걸, 자네도 알잖나. 무엇보다 운해는 성공학관의 성도라네! 그러니 나와 원장님도…… 개입하지 못하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운청휘의 폐관은 보름에 접어들었다.

별안간 운청휘의 시야에 신비한 부적이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위잉!

동시에 검집이 운청휘의 앞에 나타났다.

누군가 이 방 안에 있었다면, 방금 운청휘의 눈앞에 떠올랐던 부적과 검집에 있는 부적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위이잉……!

어떤 소식을 전하고 싶은 듯, 검집은 끊임없이 진동하며 운청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런. 소통을 했어도, 구체적인 위치는 감지할 수 없군.”

운청휘의 눈빛이 조금 어둡게 가라앉았다.

“참천신검을 누군가 녹이려 든다라?”

그러나 운청휘는 어떠한 근심도 내비치지 않았다.

“참천신검에는 본제가 찍은 낙인이 있다. 같은 선제의 경지에 이른 자라도 녹이고자 한다면 3년은 족히 걸릴 터. ……천 년, 아니 만 년을 줘도 본제의 낙인을 지울 순 없다! 감히 누가 본제의 낙인에 도전할까?”

검집을 거둔 후, 운청휘는 잠들어 있는 청연지심화의 영혼을 깨웠다.

-청연지심화. 네 본체의 행방을 감지할 수 있나?

-주인님, 벌써 성공학관에 도착하셨군요? 느, 느낄 수 있습니다! 본체는 이곳에 있는 게 확실합니다! 다만 봉인된 데다……. 봉인의 진법이 잘못되어 본체가 힘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

참천검집이 지급 신병을 흡수 시킨 후.

운청휘의 무위는 열 배가 넘게 증가했다. 검집을 쥐고 있다면 양경의 무인도 너끈히 상대할 수 있을 듯했다.

‘……음? 마침 저기 있었군.’

신식으로 기재 반을 살핀 운청휘는 다락방 밖에 있는 소도도와 공휘를 알아차렸다.

‘도도의 부상이 나았군. 월경 6단계 진입에 성공했구나.’

소도도의 무위 증진은 운청휘에게도 뜻밖이었지만, 그 이상의 감흥은 주지 못했다.

벌컥!

운청휘는 드디어 폐관을 마치고 다락방의 문을 열고 나갔다.

“운 형제, 마침내 나왔구만!”

소도도가 웃으며 반겼고, 운청휘의 어깨를 자연스레 쳤다.

“지급 신병을 돌려받기 위해 왔네.”

공휘가 진지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이미 파괴했습니다만.”

운청휘가 태연히 답했다. 공휘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운청휘가 지급 신병을 탐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양경의 무인이어도 지급 신병을 파괴할 수는 없으므로.

공휘가 재차 입을 열려는데, 운청휘가 그를 가로막았다.

“첫 번째, 지급 신병은 이미 파괴했습니다. 두 번째, 저는 손에 넣은 물건을 돌려주는 성격이 아닙니다.”

운청휘가 이어서 말했다.

“저를 위하는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운해와는 이미 원한이 쌓였으니, 그가 가만히 있으리란 말은 하지 마십시오. 저도 그를 내버려 둘 생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 목적은 황성 운가의 멸문입니다.”

황성 운가뿐이랴. 상관가와 천원학관도 운청휘의 목표에 들어 있었다.

두 달 전만 해도 천우성 운가는 세 세력의 공격에 사라질 뻔했으니, 운청휘가 벼르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군.’

운청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연단협회의 사면령은 석 달의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미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한 달 후에 사면령이 사라진다면, 황성 운가와 상관가, 천원학관이 천우성 운가를 내버려 두지 않을 터였다.

“공 원장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소도도가 별안간 끼어들었다.

“이론상으로 내원의 대항전은 내원 생도만 참가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내원 생도들은 월경 4단계를 넘지 않습니다. 월경 5단계부터는 정예 학관의 소속이 되니까요! 그런데 왜 저와 운 형제를 월경 5단계, 심지어 6단계의 상대를 만나도록 하셨습니까? 게다가 조여룡, 황기령도 절정의 기재였잖습니까!”

생각에 잠겨 있던 운청휘도 어느새 공휘를 바라보았다. 소도도가 묻지 않아도 그 또한 궁금하던 차였다.

“이미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이론일 뿐이네.”

공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많은 생도들이 고의로 무위를 누르고, 대항전이 개최할 즈음에 돌파하지. 조여룡, 황기령, 진미아도 그런 상황이었네. 무엇보다, 삼성 기재라고 해서 전부 기재 반에 들어가려고 하진 않는다네. 조여룡과 황기룡이 그랬지. 얼마 전 상급 생도가 된 두계희(杜启喜)는 겨우 15살에 월경 4단계의 무위에 올랐지. 단순한 수련으로는 성도라도 그를 따라잡을 수 없다네. 두계희는 본래부터 기재였으니!”

기억을 되짚어 보니, 운청휘가 극광성에 도착했을 때 15살의 월경 기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다만 구체적으로 몇 단계인지는 듣지 못했기에 흘려 들었던 터였다.

“젠장, 15세에 월경 4단계라니 재능이 나보다 뛰어나네!”

소도도가 참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문제일세. 게다가 자네의 상황은 특수하지 않았나? 기재 반에 들어간 후 운해에게 눌려 수련 속도가 더뎌졌을 뿐이니. 그렇지 않았다면 자네는 이미 월경 4단계일 테지!”

공휘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답했다.

“공 부원장님의 말씀에 오류가 있군요. 저는 이제, 월경 4단계가 아니라 6단계거든요!”

말하는 동시에 소도도가 월경 6단계의 기운을 뿜어내었다. 그는 뛰어난 기재이므로 방출하는 기운은 양경 1단계의 무인과도 견줄 수 있는 경지였다.

‘맙소사. 역시 원장님의 말씀이 틀리지 않았구나!’

공휘가 놀라움을 애써 억누르며 속으로 감탄했다.

예전에 원장은 공휘에게 소도도의 무위에 관한 예측을 들려주었다. 소도도는 운해에게 너무 오래 억눌려 지낸 터라, 무위를 다소 잃었다.

다만 소도도가 대항전에서 실력을 드러낼 수만 있다면, 그의 무위는 최소 2단계를 돌파해낼 수 있다는 게 원장의 의견이었다.

그 후, 소도도는 내원의 대항전에 참가하고 진정한 대항전은 운청휘의 폐관 수련을 핑계로 참가를 거부했다.

그런데도 벌써 2단계나 돌파해냈다니, 감탄을 멈출 길이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구나. 대항전에서 뻔뻔한 놈들만 만나지 않는다면, 저 무위로 우승을 차지하고도 남았을 터.’

공휘의 한숨이 이어졌다. 그는 소도도가 내원 대항전 이후 참가를 거부한 게 못내 아쉬웠다. 동시에, 공휘는 원장이 했던 또다른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운청휘는 본좌도 헤아릴 수 없으니, 그가 먼저 기적을 일으키지 않는 한 본좌는 절대 믿을 수 없지!”

생각을 마친 공휘가 운청휘를 돌아보았다.

“운청휘, 외원과 내원 대항전에 참가한 후 무위를 몇 단계나 돌파한 건가?”

운청휘는 다소 모호한 표정을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한 단계도 돌파하지 못했습니다.”

“한 단계도?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자신이 돌파한 것을 잊은 거 아닌가? 자네의 기를 방출하게, 자네의 지금 무위를 내가 느낄 수 있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운청휘와 소도도는 입을 꾹 다물고 공휘의 시선을 피했다.

공휘의 의심을 더 살 이유가 있을까. 결국 머리를 굴린 소도도가 잽싸게 운청휘를 감싸고 들었다.

“공 부원장님, 돌파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운 형제가 대항전에 참가하긴 했어도, 그 기간은 한 달도 안 되었지 않습니까! 설마 그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만으로 운 형제에게 엄청난 변화를 기대하신 겁니까? 제가 두 단계를 뛰어넘었으니 쉽게 생각하신 겁니까? 저는 운 형제와 달리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운해에게 얼마나 숙이고 지냈는지 떠올려 보십쇼!”

“정말로 돌파하지 못한 건가?”

공휘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사실입니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기세를 나에게 전부 보여 주게!”

그러나 공휘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말씀하시는 겁니까?”

청휘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잠시 후 덧붙였다.

“……안전을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운청휘, 언제 소도도의 헛소리를 배운 겐가? 방출하라고 하면 하게나!”

안달이 난 공휘가 짜증 섞인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러죠.”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그의 전신에서 강렬하고도 두려운 기세가 터져 나왔다.

쿵!

경계를 풀고 있었던 공휘는 순식간에 그 기세에 쓸려 연달아 세 걸음을 밀려났다.

“이럴 수가……!”

소도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 부원장님은 월경 9단계의 이성 기재인데, 운 형제의 기세에 밀려나다니?!”

공휘 또한 중심을 잡은 후 흔들리는 눈으로 운청휘를 응시했다.

“자…… 자네 어떻게 된 건가?”

운청휘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공 부원장님이 밀려난 건 경계하지 않으셨기 때문이겠죠. 평소라면 제 기세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을 겁니다.”

공휘가 가타부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세를 방출하라고 했지만, 이런 경지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동시에 그의 초조함도 말끔히 사그라들었다.

“됐네. 무위를 감추려고 하니 노부도 강요하지 않겠네.”

공휘가 말머리를 돌렸다.

“노부가 관례를 깨더라도 자네들을 학관 대항전의 최종 관문으로 올려줄 수 있네. 그럼 참가할 마음이 있는가?”

소도도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상이 있습니까? 아, 성도 이야기는 됐습니다. 저는 이제 성도에 관심도 없으니, 실질적인 상을 주셔야지요!”

운청휘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가 침묵을 지키자, 공휘는 시선을 소도도에게 향했다.

“올해 학관 대항전의 상은 최근 10년 중에 가장 호화롭다네. 지급 신병을 내릴 뿐만 아니라, 연화동에서 수련할 자격을 3번이나 주도록 되어 있지!”

소도도는 흥미가 일었지만 애써 눌러 참았다.

“이변이 없다면, 그 뻔뻔한 손불평도 참가하겠지요?”

소도도가 불만스레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손불평은 부원장의 신분이지만, 3년 전 대항전의 우승을 노리고 뻔뻔하게 참가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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