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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87화 (87/430)

제87화

이 각 후, 운청휘는 지하 삼천 장 깊이에 이르는 장소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가 청연지심화의 영혼을 내보내고 신식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이곳의 온도는 가히 불구덩이나 다름없었다. 평범한 철근철갑(钢筋铁甲)이라면 단숨에 녹아버렸을 터.

-주인님, 저게 제 본체를 봉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별안간 청연지심화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제 예측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제 본체의 힘은 전성기의 1,000분의 1도 못 미칠 만큼 약해졌지만…… 본체에 질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질적 변화라니, 무슨 뜻이지?”

운청휘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네 본체가……, 진화할 수 있었느냐?”

-저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천화는 이미 화염의 절정, 그 이상으로 진화할 수 있다니…… 어떻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아기로 태어난다. 그렇게 성장하여 청년기에 이르고 매년 자라나도 끝이 있는 법이다.

지금 청연지심화의 본체가 마주한 상황을 인간의 성장에 빗대면, 청년기를 넘기고 중년, 노년의 시기에도 계속 성장한다는 뜻이었다.

***

청연지심화의 안내를 따라, 마침내 운청휘는 청연지심화의 본체가 봉인된 장소에 도달했다.

그의 눈앞에서 용암이 넘실거렸는데, 보통 용암과는 달리, 어두운 청색의 용암은 숨조차 쉴 수 없을 듯한 열기를 뿜어냈고 있었다. 운청휘가 신식으로 살피니 적어도 여타 용암과는 괘를 달리하는 높은 온도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정말로 예상외로군….”

운청휘마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용암의 온도를 20배나 넘어섰단 말인가!

단순히 온도만 높았으면 모를까, 신식으로 탐지한 순간 미묘한 통증을 느꼈다. 선제의 신식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용암이라면, 절대 평범하지 않다!

-역시, 근본적으로 변했습니다!

청연지심화의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저 용암이 바로 제 본체입니다…….

청연지심화는 씁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게 복인지 재앙인지 알 수 없지만, 제 본체는 본래 불바다였습니다. 끊임없이 뻗어나가지 않았지만, 만약 전부 뻗어나가면 몇천만 평에 이르렀죠. 그런데 지금은 삼십 평에 이르는 크기로 변했지만, 오히려 전보다 훨씬 강해진 느낌입니다! 정말로 천화를 돌파한 천화일지도요!

운청휘는 묵묵히 듣고 있다가, 돌연 신식을 전부 방출해 청흑색 용암을 그대로 둘러쌌다.

그의 머릿속에는 빠르게 계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청연지심화의 영혼과 본체를 융합한다면, 주인인 자신의 무위는 얼마나 오를 수 있을까. 원래의 예측으로는 최소 선천생령의 단계였으나, 눈앞에 보이는 본체로는 얼핏 보기엔 가망이 없었다.

그러나 청연지심화의 말처럼 본체의 잠재력이 증가했다면, 복인지 재앙인지를 섣불리 판단하긴 일렀다.

“이럴 수가!”

잠시 후, 운청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신식으로도 계산이 되지 않는다!

“파악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군. 우선 융합부터 해야겠어!”

운청휘의 눈빛에 초조함이 스쳤다. 그의 가문이 맞이한 위기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무위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즉시 청연지심화의 영혼에게 명령을 내렸다.

“청연지심화, 지금 본체와 융합하도록!”

-알겠습니다!

청연지심화는 명령이 떨어진 즉시 용암 속으로 뛰어들었다.

운청휘는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기다렸다.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어느덧 사흘이 지나갔다.

운청휘가 융합을 기다리는 동안, 그의 무위는 월경 2단계까지 돌파했다.

별안간 운청휘가 신식을 방출해 청연지심화를 살폈고, 영혼과 본체의 융합이 2할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아내었다.

동시에, 탑의 꼭대기 층에서 수련하던 원장도 눈을 떴다.

“기이하군. 연화동에서 단계를 돌파한 기운을 느꼈거늘.”

그러나 원장은 곧 고개를 내저었다.

“폐관이 길어지니 본좌도 흐려진 게야. 본좌가 아니라면 누가 연화동의 결계를 열 수 있겠는가.”

별안간, 탑 아래에서 원장에게 고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원장님, 천우성의 소식입니다. 황성 운가가 사사로이 천우성의 세력을 움직여 천우성 운가의 사업을 잠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주루 3곳, 전당포 5곳, 경매장 1곳이 다른 세력에 넘어갔습니다. 그 외에도, 천우성 운가의 소유인 낙운산맥(落云山脉)의 영약원 (灵药园)이 밤중에 습격을 받아 호위병 33명이 참혹하게 죽었다고 합니다.”

원장이 반응하기도 전에 또 다른 이가 탑 아래에서 고했다.

“원장님, 며칠째 운청휘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학관을 지키는 문지기들은 운청휘가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운청휘가 아직 학관 내부에 있거나, 몰래 빠져나간 듯합니다.”

또다시 사흘이 지났다.

운청휘의 무위는 월경 3단계에 도달했고, 청연지심화의 본체와 영혼의 융합은 사 할까지 이루어졌다. 오래 걸려도 9일 뒤엔 전부 융합될 수 있다.

운청휘는 무위를 회복한 동시에 신식 또한 어느 정도 되찾았다. 지금이라면 신식을 전부 방출하는 즉시 온 성공학관을 뒤엎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엿새의 시간 동안 운청휘는 무위를 회복하는 한편, 탑 꼭대기에 있는 원장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그동안 원장에게 보고하는 내용도 운청휘에게 함께 전해져 왔다.

‘이전에 실종된 27명에 영약원을 지키던 33명의 호위까지…… 벌써 60명이나 되는 가족을 잃고 말았구나!’

그동안 잃은 이들을 떠올리자, 운청휘의 눈은 가는 선을 이루며 터질 듯한 분노를 간신히 억눌러 참았다.

“9일 남았구나. 9일 후에…… 본제의 분노를 똑똑히 보여 주마!”

운청휘가 이를 가는 순간, 온몸에서 영력이 맹렬하게 휘몰아치며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굉음과 함께 운청휘의 주변에 수십 평의 구덩이가 파였다.

한편, 원장은 매일 찾아오는 이들에게 보고를 듣고 있었다.

가지각색의 소식들이었지만 모든 내용이 중대해 원장의 결정을 기다리는 듯했다.

“원장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입니다……!”

보고가 이어지는 와중에 100세쯤 되어 보이는 노인이 허겁지겁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아예 공중으로 날아올라 원장이 있는 꼭대기까지 도달했다.

“장단봉(张丹峰), 부원장인 자가 이리 허둥대서야, 이게 무슨 꼴인가?”

원장이 눈썹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호통을 쳤다

“원장님,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로 큰일입니다! 운역에서 사자가 왔는데, 이미 황가와 접촉했다고 합니다!”

“뭐라?!”

보고를 듣는 순간 원장의 안색이 변했다.

“운역의 사자가 천원왕조를 찾아오다니, 이유가 무엇이라 하던가!”

“당장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암암리에 도는 낭설로는……, 천교대전(天骄之战)과 관련되어 있는 듯합니다.”

장단봉이라고 불리는 부원장이 말했다.

“천교대전은 50년에 한 번 열리지 않던가? 지난 천교대전이 열린 뒤로 30년밖에 흐르지 않았거늘!”

원장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더, 더불어 낭설을 하나 더 들었습니다. 운역 운가는 이미 가주가 바뀌었고, 새 가주가 위용을 드러내기 위해 천교대전을 앞당겼다고 합니다. 다만, 낭설일 뿐이니 아직 진상을 확인하진 못했습니다.”

***

천원왕조를 작은 마을로 본다면, 운역은 거대한 도시나 다름없었다.

모든 성은 휘하에 작은 마을 10개를 두고 있는데, 천원왕조는 바로 운역이 관할하는 세력이다.

운역은 천원왕조를 포함한 국가 규모의 20여 개 세력을 관할하는 동시에, 수십 개의 가문도 휘하에 두고 있었다.

운역의 관할하에 있는 왕조와 가문은 매년 운역 운가에 공물을 바쳐 왔다. 누구도 공물을 바치는 행위를 치욕으로 여기지 않았다. 운역의 세력가들에게 있어, 운가에 공물을 바칠 수 있는 자격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 영광이었다.

천원왕조만 해도 단 6개의 세력만이 운역 운가에 공물을 바칠 자격이 주어졌다.

성공학관, 천원황조의 황실, 황성의 4대 가문이 이에 속했다.

천교대전은 운역 운가가 거행하는 일종의 축제와도 같았다. 본래 50년에 한 번씩 치러지며, 이 대전에서 3위 안에 드는 이는 천역 운가에 들 자격을 얻었다. 까마득히 높은 운가의 사람이 되다니, 운역의 세력가들은 모두 손꼽아 천교대전을 기다리곤 했다.

이렇듯 위세가 높은 운역 운가였으니, 누구를 내보낸들 대적할 자가 없었다. 이번에 운역 운가가 보내온 사자는 천원왕조의 황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위에 해당한다.

다시금 사흘이 흘러, 운청휘는 월경 4단계로 회복되었다. 청연지심화의 영혼과 본체의 융합은 6할에 접어들었다.

사흘 동안 운청휘는 천우성의 소식을 듣지 못했고, 원장도 온통 운역의 사자에게 신경을 쓰는 듯했다.

매일 소식을 전하는 이가 최소 열 명은 있었다. 장단봉이라는 부원장이 사흘 전에 왔을 때, 여전히 허둥거리며 소식을 전했다.

“원장님, 이것은 운역의 사자가 보내온 서신인데, 한번 보시는 게…….”

장단봉이 당황하면서도 서실을 원장에게 공손히 건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장이 서신을 내려놓았다.

“역시 천교대전이 앞당겨졌군. 정원이 2명밖에 남지 않았는데, 한 명은 황실이 선점하고 말았다!”

장단봉의 얼굴에 의심이 가득했다.

“천교대전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황실에서 정원 한 명을 가져갈 수 있습니까?”

원장은 대답 대신 장단봉의 손에 서신을 건네주었다.

황급히 서신을 읽어 내려간 장단봉이 얼마 지나지 않아 분노를 터트렸다.

“망할! 운가의 가주가 바뀌었다고 천교대전의 규칙마저 바뀌다니! 예전에는 경쟁을 거쳐 3명을 운역 운가로 보내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정원도 두 명인 데다, 남은 한 명은 세력이 돈을 주고 사지 않겠습니까! 황실이 운역의 사자와 접촉한 건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군요.”

원장이 손을 들어 장단봉의 말을 끊었다.

“이제 무슨 말을 해도 늦었다네. 남은 정원을 어떻게 쟁취할지 준비해야 할 걸세.”

장단봉이 물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이가 새로운 소식을 들고 왔다.

“원장님, 큰일입니다! 원장님의 명을 따라 운해와 상관우, 엽천에게 소환령을 내렸던 사자가 죽었습니다!”

원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그가 보낸 사자를 죽이다니, 명백히 성공학관을 도발하는 행위가 아닌가.

“천원학관이 이렇게 나오다니, 성공학관에 도전한단 말이냐!”

원장이 이리 단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성공학관과 다른 세력 간의 관계 때문이었다. 이토록 공공연한 도발은 천원왕조에서도 천원학관이나 황실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그러나 소식을 들고 온 사람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원장님, 그것이…… 천원학관의 소행이 아닙니다. 운해, 상관우, 엽천이 사자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시체에 이런 글도 남겨두었습니다. ‘먼저 불의했으니 우리가 너그럽지 못하다 해도 원망하지 말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원장은 침묵을 지켰다. 그는 진상을 알게 된 순간 대번에 늙어 버린 듯했다.

이전의 그가 중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면, 지금은 저물어가는 황혼의 늙은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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