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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90화 (90/430)

제90화

연단협회의 사면령이 끝나기까지 12일이 남았다.

극광성에서 천우성까지 걸리는 시간 이틀을 빼면 10일이 남으니, 시간은 충분했다. 그런데도 운청휘는 서두르고 있었다.

마침 청연지심화가 오늘 완전한 융합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하니, 그의 눈에 설레는 빛이 가득했다.

이때, 월경 8단계에 오른 그는 영해에 모인 영력이 기묘하게 변화하는 느낌을 받았다. 순식간에, 월경 9단계로 탈바꿈한 운청휘가 깊은 숨을 내쉬었다.

한 시진 반이 흐르고, 청연지심화가 기쁜 듯이 소리쳤다.

-주인님, 드디어 융합했습니다. 다만, 본체에 적응하려면 반 시진이 필요합니다.

운청휘는 청연지심화에게 시간을 더 주고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돌파의 조짐이 느껴졌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월경 9단계를 돌파한 후 양경 1단계에 오르겠지만, 운청휘는 극경에 도달할 수 있었기에 월경 10단계를 노리고 있었다. 그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다고 생각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거의 동시에, 탑 꼭대기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던 원장이 눈을 번쩍 뜨고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상하군, 연화동의 천화폭란의 기가 어찌하여 사라진 건가……!”

곧 원장의 얼굴에 공포가 스며들었다.

“아니, 천화가 사라졌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동시에 원장의 모습은 탑 꼭대기가 아니라 1층에 나타났다.

“결계는 풀린 흔적이 없는데, 기이하구나…….”

원장이 연화동으로 통하는 결계를 꼼꼼히 살폈다.

결계가 부서지거나 해제된 흔적은 없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의구심으로 찌푸려져 있었다.

여전히 천화의 존재가 감지되지 않는다. 원장은 곧바로 결계를 열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은 그 모양이 기상천외할뿐더러 굽이굽이 돌아가야 했지만, 원장이 삼천 장 아래에 도착하기까지는 눈 깜짝할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만물을 녹일 듯한 열기 앞에서, 원장은 영력의 막을 펼쳐 몸을 감싸고 상황을 살폈다.

“온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지 않은가! 어찌 이런 일이!”

원장에게서 나지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태산이 무너져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듯한 원장이, 얼굴에 온갖 감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근심과 방황, 격노를 비롯한 감정들이 그의 얼굴에서 파도치는 모습은, 평소의 원장을 아는 이였다면 깜짝 놀라기 충분했다.

“풍무극광이 봉인한 천화는 성공학관의 후계자에게 계승되어야 하거늘, 천화를 잃으면 수천 년의 역사가 무너지는 것과 다름없다.”

원장이 중얼거리며 전속력으로 내달려 연화동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누구냐!”

별안간 기척을 감지한 원장이 노성을 내뱉었다. 붉은 장포를 입고 긴 머리를 허리춤까지 늘어뜨린 채, 빈 검집을 짊어진 운청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예상보다 늦으셨습니다.”

운청휘도 원장의 도착을 알아차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젊은 외모에, 원장은 다소 놀란 기색을 보였다.

“자네는 누구이며, 왜 연화동에 들어왔는가? 천화가 사라졌는데, 자네와 관련 있는 겐가?”

원장은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기세를 펼쳐 운청휘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파아아…….

공중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며 바닥을 검게 칠하고 있었다. 수만 근은 족히 될 법한 바위가 공중에 떠올라 가루로 흩어지기까지 했으니, 원장의 기세가 가히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원장의 기세만으로도 월경 무인들은 피를 토하고 쓰러지기 충분했다.

“사라진 천화는……, 그저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갔을 뿐입니다. 풍무극광이 이곳에 봉인한 천화는 그저 육체에 불과할 뿐, 영혼은 제 손에 있었습니다.”

운청휘는 태연하게 대답하며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반경 삼 장 이내는 약간의 변화도 일으키지 않았으니, 원장의 기세에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물건의 주인이라고? 흥, 천화는 성공학관의 소유였네. 아랫사람이여, 본좌가 자비를 베풀 때 천화를 내놓게. 그렇지 않으면…….”

말끝을 흐리는 원장의 목소리와 달리, 그가 방출한 기세가 더욱더 흉악하게 공기를 짓눌러 왔다.

“……풍무극광이 살아 있었다면 나를 그리 부를 자격이 있겠지만, 고작 당신이 나를 아랫사람이라 부르는가?”

운청휘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원장을 뛰어넘는 기세를 방출했다.

파아아……!

두 개의 기세가 허공을 가르며 교차했다. 곧 수많은 불꽃이 넘실거리더니……!

우르릉!

거대한 폭발이 연화동을 가득 메웠다. 열기와 불꽃, 먼지가 뒤섞여 눈을 뜨기도 버거울 지경이었다.

쿵! 쿵! 쿵!

운청휘의 기세 눌린 원장이 연달아 세 걸음을 물러났다. 그가 운청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럴 수가, 보…… 본좌를 기세로 밀어 버리다니!”

“절반에 불과한 선천의 기세일 뿐. 밀어내고 싶다면, 생각만으로도 가능한 일이 아닙니까.”

운청휘는 태연하게 말하며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꽤 의외군요. 저를 알아보지 못하십니까?”

연화동에서 지내는 동안 운청휘는 신식을 펼쳐 원장이 듣는 소식을 함께 듣고 있었다.

그동안 원장이 운청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그에 상응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는데……, 정작 마주하고 나니 운청휘를 몰라보고 있다.

그러나 원장의 머릿속은 운청휘의 한마디가 연신 메아리 치고 있었다.

절반의 불과한 선천의 기세……!

“본좌의 무위를 알아내다니! 대체 자네는 누구이기에, 본좌가 자네를 알아봐야 한다고 하느냐?”

원장이 의구심이 깃든 눈으로 운청휘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자신이 파악하지 못한 이는 없건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쾅!

별안간 운청휘의 뒤에서 끓어오르던 용암을 뚫고, 청색의 불기둥이 폭발하듯 솟아올랐다.

만물을 융합해 버릴 듯이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운청휘와 원장도 살이 타들어 가는 느낌에 미간을 찌푸렸다.

“응? 천화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구나!”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원장이 돌연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운청휘를 붙들었다. 원장은 그를 사로잡으면, 천화를 성공학관의 수중에 둘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원장이 움켜쥐었다고 생각한 것은 운청휘가 아니라, 허공이었다.

운청휘의 신형은 바람처럼 사라져, 푸른 화염이 들끓는 용암 위에 떠올랐다. 기이하게도, 푸른 불꽃은 운청휘를 보호하기라도 하는 듯 구 형태를 이뤄 그의 몸을 감쌌다.

“원장님, 저는 적이 아닙니다.”

운청휘가 원장을 내려다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원장? 본좌를 원장이라고 부르다니, 학관의 생도인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원장은 저절로 기재 반의 생도들을 떠올렸다. 원장의 기억이 하나둘씩 맞춰지더니, 마침내 답을 내놓았다. 그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설마, 운청휘인가!”

“잘 보셨습니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부도 자네를 찾지 못한 이유를 알겠군. 이미 연화동에 들었으니, 알 수 없었던 게야.”

운청휘가 선선히 인정하자, 원장은 자신도 모르게 그간 운청휘를 찾지 못했던 이유를 수긍하고 말았다. 그러나 곧, 그의 얼굴에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한데 운청휘, 본좌의 배려에 이렇게 보답하는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운청휘가 물었다.

“자네가 학관에 들어온 순간부터, 본좌는 자네를 보호하고 뒷수습을 하는 데 공을 아끼지 않았네. 심지어 자네가 사라진 후에도 공휘를 보내 천우성 운가를 보호했건만…… 그 보답이 천화를 훔치는 일인가!”

원장이 준엄하게 호통을 치며 운청휘를 꾸짖었다.

“천화의 봉인에 문제가 생겼으니, 제가 취하지 않았어도 천화는 3년 안에 힘을 잃고 소멸하게 되어 있습니다. 원장님의 무위로 모르실 리 없지 않습니까.”

운청휘는 개의치 않으며 묻기만 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봉인을 회복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네!”

“하하하. 원장님, 외부인이라면 몰라도, 저는 속일 수 없습니다. 이 봉인은 풍무극광이 만들었으니, 원장님도 수리할 수 없지 않습니까. 천성대륙 전체를 찾아도 방도를 찾을 수 없으니, 천화의 소멸은 시간문제였습니다.”

운청휘는 당치도 않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천화가 소멸될 예정이었어도, 자네가 본좌의 은혜를 원수로 보답하는 이유는 되지 못하네!”

원장의 눈에는 분노와 슬픔이 일렁이고 있었다.

운해와 엽천, 상관우의 배신은 이미 그의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지금 그가 보호하는 운청휘마저 학관의 물건에 손을 대고 있지 않은가. 마음이 절로 쓰려왔다.

운해, 엽천, 상관우가 배신한 데에는 자신이 운청휘를 편애한 탓도 있었건만, 그 운청휘가 더 큰 슬픔을 안겨주다니.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해입니다. 이 운청휘, 몇 천 년을 살면서 은혜는 은혜로, 원수는 원수로 갚아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미래에도 변함없을 터입니다.”

미간을 찌푸린 운청휘가 진중한 표정으로 원장의 오해를 바로잡으려 했다.

“하하하……! 운청휘, 본좌를 우롱하는 게냐? 자네의 출생부터 언제 걸음마를 하고 하루에 무엇을 먹는지도 본좌는 다 파악하고 있음이다. 성공학관이 그런 간단한 자료도 찾지 못할까. 그런 본좌의 앞에서 몇 천 년을 살았다는 말을 지껄이느냐?”

운청휘의 대답이 역효과였는지, 원장은 거의 포효하듯 성을 내고 있었다.

“정말 모든 자료를 알아내셨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실종된 3년간은 어찌 지냈는지 아십니까?”

운청휘는 화도 내지 않고 차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원장은 대답할 수 없었다. 운청휘가 실종된 3년간 그의 종적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는 성공학관에서도 찾아내지 못했으므로.

“원장님. 원장님의 무위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존재합니다. 제가 아무리 설명한들, 지금으로서는 이해하실 수 없으실 겁니다.”

차분히 말하는 운청휘의 발이 허공을 디뎠다. 그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그를 감싼 푸른 화염이 계단의 형상이 되어 몸을 받쳐주었다. 열 보를 내디딘 운청휘가 땅에 내려섰다.

“그러니 한 가지만 이해하시면 됩니다. 저 운청휘는 성공학관에 어떤 악의도 없을뿐더러, 이 학관에 3천 년 전의 전성기를 되돌려주고자 합니다!”

“3천 년 전의 전성기……!”

말을 듣는 순간 원장은 숨을 집어삼키며 선조 풍무극광을 떠올렸다. 얼마 전, 그가 운청휘에게 내렸던 평가도 마침 이러하지 않았던가.

운청휘의 행동 방식, 성장 속도는 모두 선조와 닮았구나!

“그렇습니다. 이 성공학관을 창립한 시기처럼, 대륙 제일의 학부로 되돌려 드리지요.”

운청휘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곧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말만으로는 못 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더욱이 원장님께 많은 말을 했으니, 얼마나 믿으실지는 원장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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