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91화 (91/430)

제91화

원장을 지그시 바라보던 운청휘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또한, 원장님의 길은 틀렸습니다. 이미 절반에 불과한 선천의 경지이지만, 이대로라면 영원히 진정한 선천의 경지에 오를 수 없을 겁니다.”

“나의 길이 틀렸다?”

원장은 자신도 모르게 침울해져 중얼거렸다.

그 자신도 몰랐을 테지만, 원장에겐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그는 운청휘 앞에서 스스로를 본좌가 아니라 ‘나’라고 칭했으며, 운청휘의 말에 그는 어떠한 의심도 품지 않고 수긍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게 대수겠습니까. 원장님이 길을 잘못 들었다 한들, 제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돼지 한 마리도 선천생령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범인과 선천생령을 가르는 기준을 영단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또한 틀렸습니다. 영단은 선천 이후의 경계에 있을 뿐이며, 오히려 기준은 영륜에 있는 법입니다. 원장님은 갈 곳을 모른채 하늘을 날려고 했으니, 선천의 경계와는 인연이 없는 듯합니다.”

“영륜은 무엇인가?”

원장이 어느새 몸을 낮춰서 가르침을 받겠다는 투로 말했다.

“육체와 영혼을 연결하는 다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간단히 대답한 운청휘가 곧 설명을 늘어놓았다.

“수련이 하나의 고해라면, 육체와 정신은 각각 고해의 양쪽에 놓여 있습니다. 선천에 도달하고자 하는 이는 육체가 고해를 뛰어넘어 정신과 융화하는 법입니다. 이때, 둘을 이어주는 다리를 영륜이라 칭합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원장은 어리둥절하며 운청휘의 말을 곱씹었다. 갈피를 잡은 듯했지만 금방 머릿속에서 흩어지고 만다.

그는 돛을 잃은 배처럼 표류하고 있었고, 그 상태로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별안간 불쑥 내뱉었다.

“자네의 말대로라면 육체와 정신의 결합이 선천의 경계에 이르는 방법이로군. 만약 내 영혼이 고해를 뛰어넘어 육체와 융화한다면 어떤가? 선천의 경계에 이르겠는가? 또한, 내가 다리를 건너지 않는다면? 물을 헤엄치듯이 고해를 건너 다른 쪽으로 가도 선천의 경계에 도달하는 방법이 되는가?”

***

선천의 경계에 도달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존재했다. 이따금 괴상한 방법도, 훌륭한 방법도 나오곤 했다.

결국 가장 검증된 방법은, 다리를 통해 육신을 반대편의 영혼과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반대로 영혼을 보낼 수도 있다지만, 육신을 보내는 일보다 영혼을 보내는 일이 훨씬 어려웠다.

무인에게 영혼은 어찌 보면 허무맹랑한 존재다. 영혼이 존재하는 건 다들 알고 있지만, 눈으로 볼 수 없을뿐더러 느낄 수도 없기에 영혼을 반대편으로 보내는 방식은 이론으로만 남게 되었다.

1억 명의 무인이 있다고 해도 성공할 수 없으리라.

원장의 말처럼 고해의 반대편으로 헤엄쳐서 영혼을 결합하는 방식 또한 이미 나온 이론이며, 고해는 말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와 같다. 보통 인간이 바다의 한쪽에서 반대편까지 쉬지 않고 헤엄쳐 갈 수 있을까?

운청휘는 다소 놀란 눈으로 원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육체와 영혼을 결합시킬 수만 있다면, 어떠한 방법을 써도 좋지만…… 자칫하면 마도에 들게 됩니다.”

운청휘가 보기엔 원장 또한 일개 범인(凡人)에 불과했다. 그가 내놓은 두 가지 가설도 그리 뜻밖은 아니었다.

물론 생각과 행동은 별개의 이야기다. 원장의 천부적 재능이 천성대륙에서는 기재라 불린다 해도, 선계에서는……, 흔하디흔한 재능이었다.

과연 그가 가설대로 행동할 수나 있을까.

“마도? 어떻게 마도로 들어간다는 거지?”

원장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인 듯, 그가 연신 질문을 던졌다.

“영혼과 육체를 함께 다리로 보내서 다리 중심에서 결합시키는 행위가 마도입니다.”

수련은 일정한 순서를 따라 진행해야 한다. 운청휘도 한 걸음씩, 포기하지 않고 수련의 순서를 이행했기에 선제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영혼과 육체와 함께 다리를 건넌다는 방법은, 한마디로 잔꾀나 다름없었다.

성공하면 선천의 경계에 들 수는 있겠으나, 순서를 중시하는 수련의 법칙을 위배하는 일이다.

“단, 방금의 마도는 세간에 알려진 마도와는 다릅니다. 무고한 이들을 죽여 죄를 짊어진 이들과 어찌 비교하겠습니까. 진정한 마도의 무인은 하찮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운청휘가 마도의 개념을 정정해 주었다.

“마도가 그런 의미라면, 어찌하여 마도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겐가?”

그러나 원장이 보기엔 그의 말은 아리송할 따름이었다.

“모든 마도의 무인은 천명을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역행하는 이상과 포부가 있다면, 자연히 마도에 들게 되죠.”

천천히 설명하던 운청휘가 다시 원장을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장님이 마도에 들어가길 원해도, 자격이 안 됩니다. 마도의 무인은 모두 진정한 절세 기재여야 합니다. 방금 말한 절세 기재는 원장님이 알고 계시는 기재보다 몇천 배는 뛰어난 이들입니다.”

운청휘도 마도에 든 적이 있었지만, 후에 일어난 일로 마도를 포기했다. 그런 것까지 원장에게 알려 줄 이유는 없었기에 운청휘는 입을 다물었다.

-주인님, 본체에 적응 완료하였습니다.

그때, 청연지심화의 소리가 들려 오며 운청휘의 앞에 푸른 화염이 넘실거렸다.

화염은 곧 인간의 형상을 띠었는데, 세세한 윤곽 없이 그저 형태만이 잡혀 있었다. 청연지심화가 환화한 형태이리라. 인간의 형상을 한 그림자가 운청휘에게 한쪽 무릎을 꿇어 보였다.

“그……, 그것이 선조가 봉인한 천화인가?”

청연지심화의 형태를 본 원장이 깜짝 놀라더니 눈을 떼지 못했다.

“비록 극도로 기를 숨기고 있지만, 이리도 섬뜩한 기운이라니……. 음? 아니야, 기세는 무섭지만, 생각만큼 강하진 않군?”

원장은 청연지심화를 꼼꼼하게 살피며,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성장했구나.”

운청휘는 신식으로 청연지심화의 상태를 살피고 담담히 내뱉었다.

-주인님을 선천생령까지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용서를 구합니다!

청연지심화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상관없다. 월경의 극경이니……,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운청휘는 되었다는 듯 가볍게 손을 내젓고는 이내 청연지심화를 몸으로 집어넣었다.

후우우……!

청연지심화가 운청휘의 몸으로 사라지자, 주위의 기운이 태풍의 중심에 휘말리듯 운청휘에게 빨려들었다.

이곳 지하의 영력뿐만이 아니었다.

성공학관을 중심으로 반경 이만오천 리 내에 있는 천지의 영력이, 전부 운청휘에게 모여들고 있었다!

“이게 뭐야? 내가 왜 갑자기 영력을 감지하지 못하는 거지?”

“이상해, 천지의 영력이 왜 사라진 거야?”

천지의 영력이 기이하게 사라진 상황을 알아차린 성공학관의 생도들이 동요를 일으켰다.

“설마 원장님께서 전설의 경계까지 돌파한 건가?”

몇 명의 부원장은 저절로 탑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오직 원장만이 전설의 경계를 돌파하여 반경 이만오천 리의 영기를 죄다 흡수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이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원장 또한 이 상황에선 구경꾼이나 다름없음을.

“우, 운청휘! 너도 나와 같은 상태였나? 그리고 지금, 선천의 경계를 돌파한 것이고?”

원장은 경악한 듯 질문을 연거푸 던지며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원장님과 같은 경지로 생각하셨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운청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다시 말했다.

“만약 선천의 경계를 돌파했다면……, 이 정도의 영력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그렇다면 자네 지금 무슨 경계까지 돌파한 거지?”

원장이 말까지 더듬으며 그의 경지를 물었다.

“……월경의 극경입니다.”

말을 마친 운청휘는 다시금 천지에서 밀려드는 영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원장은 눈앞에서 연거푸 일어난 기적과도 같은 일들에, 더 놀라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극경이라니. 월경의 극경이라니. 이럴 수가…… 풍무극광 이후 3천 년간 누구도 돌파하지 못했던 그 경지를…… 내 눈으로 보게 되었구나!”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던 원장의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일찍이 공휘는 운청휘가 학관에 들어온 목적이 연화동에 들어가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연화동에 들어간 운청휘는, 천화의 봉인을 풀고 극경에 오르고자 했다.

운청휘의 목적을 알게 된 후, 원장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원장의 충격은 꽤 빨리 사그라들었다. 그는 운청휘를 보호하는 한편, 그가 극경까지 오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3천 년이 넘도록,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극경의 경지다. 운청휘의 천부적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간의 기재들보다 강할 수 있을까?

더욱이 공휘가 보고했을 당시, 운청휘는 성경 단계의 무위를 지니고 있었다.

“운청휘, 성경 때 이미 극경에 도달하지 않았더냐? 언제 도달한 거지?”

잠시 생각에 잠겼던 원장이 대뜸 물었다.

“시기라, 낭야산의 도적을 토벌하러 갔을 때입니다.”

“무어라?!”

비명과도 같은 원장의 음성이 터지며 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낭야산의 도적 토벌은 고작 2개월 전의 일이다. 무인에게 있어 보통 사람의 이틀과 다르지 않거늘, 그 기간 만에 이러한 성장이 가능하단 말인가?

원장의 경우에도 한번 수련에 들어가면 몇 년간 두문불출하지 않곤 했는데, 운청휘는 2개월 만에 성경 10단계에서 월경 10단계에 이르는 기염을 토했다.

말로만 들었다면, 원장도 절대 믿을 수 없을 터였다.

이리도 빠르게 수련을 할 수 있는 이가 대륙에 존재하기는 할까?

원장이 아직 넋을 놓고 있을 때, 사방에서 몰아치던 영력이 단번에 사라졌다. 문득 운청휘를 바라보니, 그는 공중에 뜬 채 푸른 화염을 딛고 서 있었다.

“순조롭게 월경 10단계에 들어갔었나?”

원장이 운청휘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떼었다. 눈앞의 이 젊은이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자꾸만 생겨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운청휘는 별안간 투지를 발산하며 원장에게 미소를 보였다.

“원장님, 저와 겨뤄보시겠습니까?”

생도가 원장에게 도전하고 있었다. 원장도 잠시 멍해졌지만, 곧 그는 눈앞의 청년이 운청휘 임을 상기하고 흔쾌히 승낙했다.

“물론이네! 그러나 이곳은 적절하지 않으니 밖으로 나가세!”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빠르게 밖으로 향했다.

탑을 빠져나가는 데는 고작해야 한두 번 숨 쉴 시간이 들었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 어느덧 극광성을 벗어나 깊은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백 리를 날아간 후에야 그들이 동시에 멈췄고, 상대방을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대단하군, 내 비록 절반의 힘만 냈다지만, 자네가 내 속도를 따라잡다니. 역사에 기록될 일일세.”

원장이 빠르게 운청휘를 훑어보고 작게 감탄을 내뱉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