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00화 (100/430)

제100화

“사면령이 좀 더 시간을 끌 수 있기를 바라야겠군.”

곧 운청휘가 천교대전의 무대로 돌아왔다.

소도도와 두계희, 장단봉은 운청휘를 보자마자 다가왔고, 소도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운 형제, 다 해결했는가?”

“도도, 할 말이 있다.”

운청휘는 고개를 끄덕이곤 소도도에게 전음을 보냈다.

마종의 일과 몽기가 토해낸 말까지 전부 그에게 전해 두었다.

“마종? 설마 종마대법(种魔大法)을 말하는 건가? 젠장, 천원왕조에 어찌 종마대법이 있는 건가……!”

소도도의 안색이 갑작스레 돌변했다.

“종마대법을 알고 있었나?”

운청휘는 의외라는 듯 물었다.

“물론이네, 운역에서 종마대법을 수련하는 사람은 공격을 피할 수 없지. 운역 운가와 천검종도 종마대법의 수련을 용납하지 않는다네.”

소도도가 굳은 얼굴로 답했다. 그가 알고 있는 종마대법은 극도로 두려운 무공이다.

그러한 무공을 수련하는 이는, 무위가 설산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급속도로 불어나는 법이다.

“천검종과 운역 운가는 어떤 관계지?”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의 부모와 여동생이 천검종에 있으니, 그의 목적은 언제나 천검종을 향하고 있었다.

“천원왕조와 운역 운가의 관계라고 이해하면 되네!”

소도도가 간단히 설명했다.

“운역 내의 큰 세력은 매년 운역 운가에 공물을 바치고, 운가는 천검종에 공물을 바치지.”

여기까지 말하고 소도도는 운청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운 형제, 천검종은 왜 물어본 거지? 천검종이야말로 진정 거대한 존재일세. 휘하에 운역 운가 같은 세력들이 부지기수지. 천성대륙 전체를 살펴도, 천검종은 분명 어느 한쪽을 제패할 세력이라네.”

“천검종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나?”

어느새 운청휘는 희미한 기대를 눈동자에 내비치고 있었다.

“아쉽게도, 모른다네.”

소도도가 고개를 저었다.

“천검종은 위치가 알려지면 제자가 되려는 사람이 끊이지 않을 걸세. 강력한 수단으로 제자가 되려는 이들을 일일이 쫓아내기 불편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본심을 알 길이 없지.”

“운역 운가가 천검종에 공물을 바치는 시기는 정확히 언제지?”

운청휘가 또 물었다.

“매년 천검종이 휘하의 모든 세력에 사람을 보내 공물을 받지. 시기를 추정하자면……, 4~5개월 후에 운역 운가에 사람을 보낼 걸세.”

소도도가 잠시 헤아린 끝에 답을 내놓았다.

“4~5개월 후라.”

운청휘의 표정이 희미하게 어두워졌다. 그의 본래 계획은 가문의 위기를 해결하면 곧바로 천검종을 찾아가, 부모님과 채아(采儿)를 찾는 게 아니던가.

“일단 당신을 치료하지. 그 후에 학관으로 돌아가 원장님께 이 일들을 알려 주길 부탁하지.”

생각을 마친 운청휘는 공적인 일을 언급했다.

“알겠네!”

반 시진 후, 운청휘는 영력으로 만든 단약을 써서 소도도의 어깨를 치료했다.

그 뒤 소도도 등과 작별을 고한 운청휘는 곧바로 천우성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황궁을 벗어나니 운청휘의 발밑에 두 개의 푸른 불꽃이 일렁였다.

청연지심화의 불꽃은 운청휘가 날아갈 때의 속도를 올려 주었다.

한 시진이 흐르고, 운청휘의 안색이 별안간 어두워졌다.

“기령이 구조 요청을 보내는군.”

낭야산에서 도적 토벌 임무를 맡았을 때, 운청휘는 가규에게 3급 마종이 심어지고 말았다.

그 후 운청휘는 기령을 시켜 이염죽에게 화살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기령이 떠난 두 달 동안, 운청휘와 기령은 영혼을 통해 교류하며 상황을 주고받았다.

약 일주일 전, 마침내 기령이 이염죽을 찾아내 운청휘의 부탁을 전했다.

이염죽의 대답이 뜻밖이었는데, 그녀는 자신을 도와주면 화살을 주겠다며 역으로 제안해 왔다.

기령은 곧바로 승낙하는 대신 운청휘의 의사를 물었고, 운청휘는 기령을 통해 질문을 던졌다.

기령이 그녀를 도와주는 일이 얼마나 안전한지, 생명의 위험이 존재하는지를 물었다.

이염죽은 단호하게 선언했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절대 생명의 위험은 없다는 말에 운청휘는 기령을 그녀에게 맡겼다.

그러나 기령과 이염죽이 ‘그 일’을 하러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령과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마침내 다시 연락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전해온 게 구조 신호였다.

“연락이 끊긴 동안, 이염죽과 그곳에 있었던 건가.”

운청휘는 곧바로 방향을 바꿔 낭야산으로 향했다.

이때 청연지심화는 극한에 이를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맑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푸른 궤적이, 빠르게 낭야산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운청휘가 말한 ‘그곳’은 3년 전, 선계로 통한 그 절벽이었다.

두 달 전 운청휘는 기령과 그곳을 다시 돌아보며 절벽의 특별함을 깨달았다. 그 장소는, 선제의 신식마저 차단하는 힘이 있었다.

“이염죽은 그 절벽을 장신연(葬神渊)이라 부르는군. 이염죽이 장신연 바닥에 내려가고자 도움을 청했고…… 삼분지 일 지점까지 내려가니 난기류가 형성되었단 말인가. 수백 번을 시도해도 난기류를 피할 방법이 없었군. 결국 포기했으니, 네가 도와주지 못한 셈인데 이염죽이 화살을 빌려주었구나. …… 장신연을 떠나고, 육진진인(陆尘真人)이라 칭하는 노인을 만났단 말이냐?”

운청휘의 중얼거림은 전부 영혼의 연결을 통해 기령에게 전달되었다.

“진인이라. 천성대륙은 선천생령만이 진인의 봉호를 받지 않나.”

운청휘의 두 눈이 가늘어지며 살기가 넘실거렸다.

스스로를 육진진인이라 부르는 노인이, 기령을 탈것으로 삼으려 한다! 기령의 구조 요청은 그 때문이었다.

* * *

천우성의 맹주가 된 운가의 저택 앞에, 월경 무인으로 구성된 1천 명의 대열이 서 있었다.

대열에 있는 이들 한 명 한 명이 천우성에선 절정의 기재로 대우받을 테지만, 그들은 모두 일개 호위병처럼 질서정연하게 서 있을 뿐이다.

대열의 가장 앞에는 청년과 노인이 서 있었다.

청년은 기품이 흘렀고, 용모가 매우 수려하여 여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노인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가 원장, 이제 곧 오시(午时)입니다. 연단협회의 장로라는 보상봉(步常峰)은 대체 언제 오는 거요?”

미청년이 다소 짜증이 난 듯 불만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운해 조카, 안심하시오. 보상봉도 노부처럼 2급 마종이 심어졌으니, 곧 올 테지요.”

‘가 원장’이라 불린 노인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그가 극도로 쉰 목소리를 내었다.

“운청휘가 진미아를 죽였을 뿐더러, 진미아에게 빌려준 지급 신병도 빼앗았소. 폐하의 명령 때문에 그를 죽일 수 없지만……, 천우성 운가가 대신 이 화를 받아줄 테지!”

청년은 성공학관의 3대 성도 중 한 명인 운해였다.

동시에 그는 황성 운가의 직계 자제로, 온몸에 흐르는 기품이 그의 존귀함을 말해 주고 있었다.

“껄껄껄, 운해 조카는 어찌 조급한 건가, 노부가 그의 몸에 있는 마종을 거둬들이면 그때 운청휘를 자네의 손에 넘기겠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가 원장’이 느긋하게 답했다.

그는 두 달 전, 낭야산에서 운청휘에게 3급 마종을 심은 천원학관의 부원장, 가규였다.

“이 운해는 살면서 단 두 번 손해를 봤는데, 그중 한 번이 운청휘에게 당한 겁니다. 가 원장님은 제가 괜히 조급하다고 보십니까?”

운해는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가규는 오히려 흥미로운 듯 되물었다.

“또 다른 손해는 언제였는가?”

운해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가 원장님, 아시면서 일부러 물어보는 겁니까?”

“껄껄껄, 운해 조카가 말한 것이…….”

가규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돌렸다.

“운해, 사실 노부가 보아하니 자네는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느끼는 게 맞다네…….”

“다행이요?”

운해의 눈에는 굴욕과 살기가 스쳤지만, 이내 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살기를 가라앉혔다.

“가 원장, 오랜만이군!”

그때, 늙수그레한 음성과 함께 허공에서 100세는 되어 보이는 노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껄껄껄, 보 형, 마침내 왔구려. 운해 조카가 오래도록 기다렸다네!”

가규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지팡이에 의지해 노인에게 다가갔다.

“보상봉?!”

운해가 신중한 눈빛으로 노인을 살폈다.

“운해?”

노인 또한 운해의 전신을 가볍게 훑어보았다.

“천부적인 재능은 괜찮군, 역시 폐하의 마음에 든 인재야.”

“……보 선배님을 뵙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고고한 운해였지만, 이때만큼은 보상봉에게 자발적으로 예를 갖추었다.

“응, 예의도 괜찮구만!”

보상봉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운가의 대문을 바라보았다.

“이 사면령…….”

보상봉이 의아하다는 듯 영패를 보며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운해와 가규도 의아해하더니, 가규가 입을 열었다.

“보 형, 무슨 문제라도?”

“여기에 걸린 사면령은……, 천원왕조의 지부가 나누어준 게 아닐세.”

연단협회는 천성대륙 전체에 퍼져 있는 거대 세력인 만큼, 무수한 지부를 두고 있었다. 운역성에도 100여 곳의 지부가 있을 정도였다.

보상봉이 속한 지부는 연단협회의 주(驻) 천원왕조 지부다.

“보 선배님, 그렇다면……, 사면령을 떼실 수 있겠습니까?”

운해가 기대에 찬 음성으로 물었다.

“물론일세, 천원왕조 지부가 발급했다면 노부라도 어렵지. 외부 지부의 사면령이라면 노부가 뗄 수 있다네!”

보상봉은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영력으로 만들어 낸 손바닥으로 영패를 떼어냈다.

“황성 운가, 간도 크구나. 연단협회의 사면령까지도 멋대로 떼다니!”

영패가 떨어진 순간, 대문 너머에서 일갈과 함께 중년인이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왼쪽 이마부터 턱까지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긴 흉터가 있어, 그의 인상을 더없이 험악하게 만들었다.

“운몽, 노부의 뒤로 물러서라!”

다급한 목소리가 중년인을 제지했다. 어느새 한 노인이 운몽의 뒤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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