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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04화 (104/430)

제104화

오후 무렵 낭야산을 출발했던 운청휘는 해질녘이 될 즈음 천우성의 대략적인 윤곽을 어렴풋하게 볼 수 있었다.

푸른 불꽃이 그의 발밑에서 일렁이며 쉴 새 없이 그를 천우성으로 이끌었다.

“이상하군. 저리 많은 이들이 하나같이 천우성에 갈 이유가 있나?”

문득 운청휘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천우성을 향해 몰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운청휘는 신식을 펼쳐 그들의 말을 전해 들었다.

“천우성 운가의 멸문이라, 백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일이 아니겠어? 놓치면 반드시 후회할 거야!”

“듣자 하니 형이 집행되는 광장은 발 들일 틈도 없다지? 천우성에 사는 이들은 다 보러 간 모양이야!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밖에 있어야겠구만!”

“운가 외에도 성공학관의 부원장 공휘가 성문에 걸려 있다며? 날마다 채찍질을 당한다던데, 황급의 채찍으로 맞는다더군!”

“천우성 운가 뿐만 아니라 성공학관의 부원장까지 사로잡다니, 대체 어떤 세력인 거야?”

“형씨, 어느 산간벽지에서 왔소? 천우성 운가가 황성 운가를 배신한 게 언젠데! 황성 운가가 그들의 처형을 본보기로 다른 분가에 경고하는 거라오. 저기 매달린 부원장이라면, 생각을 해 보시오. 천원왕조의 어떤 세력이 그를 제압하겠소?”

“설마 천원학관?”

호기심으로 신식을 펼쳤건만, 들려오는 말에 운청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연단협회의 사면령이, 이미 효력을 잃은 건가…….”

그의 중얼거림과 함께, 운청휘의 그림자가 성루 위로 훌쩍 날아올랐다.

운청휘의 신식에 성문 위에 걸린 공휘가 감지되었다.

짝! 짝! 짝! 짝!

공휘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이는 어찌나 노련한지,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공휘에게서 비명을 끌어냈지만 치명상은 입히지 않았다.

“차라리 죽여라, 손불평! 그럴 배짱도 없느냐! ……으아악! 같은 학관 부원장으로서 당당하게…… 아악!”

성문 앞뒤로 새까맣게 모인 군중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토록 강한 이가, 채찍에 맞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절로 그 고통이 상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손불평, 어서 노부를 죽여라. 원장님께서 오시기만 한다면 반드시 청하고 말겠다. ……운청휘, 이 어리석은 녀석아. 노부는 자네의 가족을 구하려 이리되었거늘, 대체 어디 있느냐. 운청휘…… 어서 나타나다오……!”

고통은 점점 공휘의 의식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손불평에게 죽여 달라 애원하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운청휘를 부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늦었군요! ……대신, 그 고통을 백 배로 갚아 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맹세하죠!”

점점 아득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들고 있는데, 공휘의 귀에 운청휘의 냉담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하하하, 운청휘, 드디어 왔……!”

공휘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고개를 힘없이 내저었다.

“노부가 드디어 정신이 혼미해진 모양이로군. 환각이라도 보는 건가…….”

운청휘가 기억하는 공휘는 진중하고 엄격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피투성이가 되어 정신이 혼미한 그의 모습은 운청휘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운청휘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외쳤다.

“환각이 아닙니다. 이 운청휘가 천우성에 왔습니다!”

공휘 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허공에서 쩌렁쩌렁하게 들려오는 외침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순간 허공에 고정되었다.

“불꽃을 타고 오다니, 어디서 온 무인인 거야?!”

“어, 방금 스스로를 운청휘라고 하지 않았나?”

“붉은 옷에 등에 빈 검집을 찬…… 지, 진짜 운청휘야!”

천우성의 사람들 중 운청휘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었다. 성루에 있던 가규와 손불평도 운청휘를 알아보고 그를 주시했다.

“운청휘, 나의 노예여, 드디어 왔구나……!”

가규가 쉰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저 녀석이 운청휘?”

손불평의 눈에 순간 깊은 원한의 빛이 떠올랐다. 불꽃을 타고 허공에 떠 있는 운청휘, 그는 자신의 외손자 호효묵을 죽인 인간임을 잊지 않고 있었다.

“운청휘, 노부의 외손자에게 목숨으로 사죄해라!”

손불평이 곧바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무수한 영력의 기운이 솟구치며 운청휘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손불평, 멈춰라, 운청휘는 폐하께 큰 도움이 될……!”

가규가 다급히 소리쳤으나, 이미 쏘아진 화살이나 다름없었다.

분노한 손불평은 이미 운청휘의 몸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다음 순간, 운청휘의 서늘한 한마디가 손불평의 귓가에 내려앉았다.

“귀찮다.”

운청휘의 한마디가 끝나자마자 거대한 영력의 손이 손불평을 내리쳤고, 월경 9단계의 이성 기재인 손불평은…….

그저 단 한 방에 피투성이가 되어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이들은 모두 입을 떡 벌리고 넋을 놓았다.

“어, 어떻게 운청휘에게 한 방에 당한 거야!”

“운청휘의 재능은 대체 어느 수준인 거야? 3년 전에도 천우성 제일 기재였는데…… 지금은 천원왕조 제일의 기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어!”

“운청휘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3개월 전에 그가 임위 등을 죽였을 때, 월경의 전투력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손불평도 단번에 죽일 수 있다니!”

“운청휘가 지금 돌아온 건 역시…… 천우성 운가를 구하기 위함인가!”

가규마저도 잠시 넋을 잃었다.

두세 달 전까지만 해도 그가 엄청난 우위에 있던 하룻강아지가, 3개월 만에 손불평을 즉살할 만큼 성장하다니!

손불평은 가규와 같은 월경 9단계의 이성 기재다. 그 말은 운청휘가 한 손으로 자신도 죽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껄껄, 껄껄껄껄……!”

곧 정신을 차린 가규가 돌연 음침한 웃음을 터뜨렸다.

‘낭야산에서 운청휘에게 마종을 심은 일은, 노부의 생에서도 가장 옳은 일이었구나!’

유례없는 감격에 사로잡힌 가규는 절로 몸을 떨었다.

운청휘가 이토록 강해졌으니, 마종을 회수한 후 얻을 힘도 상상을 초월하지 않겠는가!

‘폐하께서는 일찍이 운청휘의 실력을 아신 게야. 그러니 운청휘를 찾아오란 명을 내리셨겠지.’

가규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운청휘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음침한 얼굴에서 농담이 흘러나왔다.

“운청휘, 주인님께 인사도 하지 않는 게냐?”

가규는 일부러 목소리에 영력을 실어 모든 이들의 들을 수 있게 했다.

가장 먼저 그 의미를 파악한 공휘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가…… 가규, 운청휘의 몸에 마종을 심었느냐?!”

모든 이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운청휘의 신형이 성루로 내려왔다.

그는 가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공휘에게 다가가 손을 휘둘렀다.

영력으로 만들어진 비도가 공휘를 묶은 밧줄을 단번에 잘라내었다.

운청휘가 다시 손을 휘두르니, 거대한 영력의 손이 공휘를 감싸고 그를 안전하게 내려놓았다.

“공 부원장의 이렇게 만든 건 네놈의 짓인가?”

운청휘의 무미건조한 음성이 황급 채찍을 든 남자에게 향했다.

그는 운청휘를 대면한 순간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지만, 가규가 운청휘의 주인이라고 칭했기에 알 수 없는 배짱을 부리고 말았다.

“맞다, 며칠간 가 원장님께서 내게 공휘를 때리라고 하셨다.”

채찍을 든 남자가 배짱을 부리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운청휘, 어서 공휘를 내려놓거라! 가규님의 분노를 사서 좋을 일이 없을 텐데!”

이미 운청휘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다만 그의 뒤에서 수천 개의 예리한 화살들이 떠올랐고, 영력이 가득 담긴 화살들이 일제히 채찍을 든 남자에게 쇄도했다.

콰콰쾅!

남자를 포함한 성루 전체가 수천 개의 화살에 직격 당했다. 귀청을 찢을 듯한 폭음과 함께, 눈 앞을 가리는 자욱한 먼지가 일었다.

강한 바람이 한차례 불어 짙은 먼지를 걷어내었다. 천우성의 성벽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렸고, 채찍을 든 남자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운청휘는 자신의 공격으로 파괴한 것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공휘의 어깨에 한 손을 올린 채, 강물과도 같은 짙고 거대한 영력을 공휘의 몸에 불어넣고 있었다.

채찍으로 입은 찰과상은 서서히 아물며 본래의 살이 돋아났고, 공휘의 내상마저도 천천히 치료되었다.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공휘는 스스로 설 수 있을 만큼 기력을 회복했다. 다소 수척해 보였으나, 운청휘가 오기 전처럼 넝마로 보일 지경은 아니었다.

“운청휘, 정말로 가규가 자네에게 마종을 심은 겐가?”

어느 정도 회복한 공휘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도적 토벌 임무 당시 가규가 제게 마종을 심었습니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이었다니……!”

방금 정신을 회복한 공휘의 안색이 다시 새하얗게 변했다.

“안심하십시오. 마종 따위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공휘의 눈동자에 담긴 근심을 보자, 운청휘는 마음속으로 희미하게 안도하며 말을 이었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몸을 돌려 가규를 바라본 운청휘는 어느새 짙은 살기를 흘리며 두 눈이 가는 선을 이루고 있었다.

“운청휘, 간이 크구나. 주인에게 인사는커녕 감히 나의 사람을 죽여?”

가규는 쉰 목소리로 운청휘에게 호통을 쳤다.

“주인?”

운청휘의 얼굴에 극도로 차가운 웃음이 서렸다. 그는 천천히 한 발씩 내디뎌 가규에게 향했다.

그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흉흉해지며 가규를 억압했고, 세 걸음 째에서는 가규가 뒷걸음질을 칠 정도로 변했다.

“운청휘, 건방지구나!”

가규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호통을 치며 발을 굴렀다.

“감히 하극상을 하려 드느냐? 기세로 주인인 나를 위협하려는 게냐! 명령이다! 무릎을 꿇거라! 당장! 당장 꿇지 못할까!”

“전부터 이상하더군. 네놈 같은 얼간이가 어찌 천원학관의 부원장이 되었을까?”

살기가 어린 운청휘의 목소리는 서늘했지만, 그의 정신은 한없이 맑고 또렷했다.

“아직도 주제를 모르고 이 몸의 분노를 사는구나!”

“네놈이야말로 주제를 모르는 게지! 노부의 분노를 부채질하지 않았더냐!”

가규는 음산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마종을 회수하는 법결을 움켜쥐었다.

“껄껄껄, 3급 마종이여, 노부에게로 돌아와라!”

법결을 움켜쥔 가규는 음험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운청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지만, 입가에 옅은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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