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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06화 (106/430)

제106화

“공자님, 참으로 멋진 궁술입니다!”

“공자님, 정말로 명궁수이십니다. 눈을 가리고 영력을 감지하지도 않으셨는데, 운몽의 한쪽 귀를 뚫었습니다.”

“운몽의 생명줄이 끈질깁니다. 세 발 연속으로 화살을 맞아도 죽지 않다니요!”

“헤헤, 500여 명이 죽은 것보다 운몽의 운이 확실히 좋군요. 적어도 한 시진은 더 살 수 있겠군요!”

운해의 뒤에 서 있던 호위들이 모두 아첨을 늘어놓기 바빴다.

그중 다소 야비해 보이는 인상의 한 호위가 입을 열었다.

“공자님, 제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규칙을 바꿔 보시겠습니까?”

“규칙을 바꾸자? 흐음, 말해 보게!”

슬슬 지루해졌던 운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땔감에 불을 피우고, 운가의 일원을 한 명씩 불 속으로 밀어 넣는 게 어떻습니까. 절대 단번에 죽지 않고 서서히 타도록……!”

야비한 인상의 호위가 입술을 축이며 말을 늘어놓았다.

그의 눈이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호오?”

운해의 눈이 번쩍 떠지더니 단번에 흥미로 반짝였다. 그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호위를 바라보았다.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아주 영리하군! 그런 방법은 생각도 못 했네! 본 공자의 측근 호위가 될 자격이 있어!”

“아,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공자님!”

야비한 인상의 호위는 흥분하여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소…… 소인은 적축(笛祝)이라고 하는데 다른 호위들은 저에게 비슷한 음을 가진 지주(地主)라는 별명을 붙여 줬습니다…….”

“지주라, 괜찮군. 자네의 영리한 성격과도 어울리는군.”

운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주, 본 공자가 자네에게 일 다경을 줄 테니, 불을 피워 두게!”

“알겠습니다요!”

지주가 공손하게 대답을 올리자, 곧 다른 이들이 땔감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자네들, 영력으로 불꽃을 피우게. 서둘러 불길을 크게 키워야 한다!”

“지주 녀석, 저런 부분에서는 걸출하구나.”

운해가 흡족한 얼굴로 지주를 바라봤다.

“아아아아……!”

“우…… 운해, 이 원한을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

천우성 운가의 일원들이 불길 속으로 내몰렸다.

이십여 명의 몸에 불길이 옮아 붙었고, 끔찍한 냄새와 함께 넘실거리는 불길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꿈에서도 나올 듯한 처절한 비명은 일 다경도 걸리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하하하, 하하하……!”

불길 속에서 어지러이 움직이는 그림자들을 보며, 운해는 잔뜩 흥분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공자님, 어떠십니까? 소인이 공자님을 위해 더 많은 방법을 강구하겠습니다!”

지주가 운해에게 허리를 굽신거리며 웃었다.

“지주, 자네가 앞으로도 날 즐겁게 해준다면, 본 공자는 절대 자네를 소홀히 대하지 않겠네!”

운해는 지주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지, 흡족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공자님, 소인은 공자님께서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 서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밥을 먹지 말라고 하면 절대 음식도 입에 대지 않겠습니다!”

지주가 연신 굽실대며 아첨을 떨더니, 급기야 개 짖는 소리까지 내며 빙빙 돌았다.

“왕왕왕왕왕왕……!”

“하하하하, 좋아, 좋아, 좋아!”

운해는 웃으며 연신 좋다는 말을 외쳤다. 자연히 지주는 그의 최측근으로 자리 잡은 듯했다.

주변에 있던 호위들의 안색이 굳으며, 지주를 향한 눈빛에 경멸이 어렸다.

운해의 신분이 신분인 만큼 아첨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지주처럼 당당하게 개 흉내까지 내는 이는 처음이었다.

또다시 지주의 계획대로, 천우성 운가의 일원들이 불더미로 던져졌다.

손불평과 가규를 처치하고 공휘를 구해낸 후, 운청휘는 곧바로 천우광장으로 향했다.

그는 신식을 최대로 발휘하여 광장의 상태를 살폈는데, 그의 신식이 보여 준 광경은 운청휘의 이성을 무너뜨리고 증오와 슬픔을 불러일으켰다.

시체의 산과 불꽃에 타 죽은 이십여 구의 시체가, 운청휘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그의 신식이 또다시 불길로 내몰리는 이들을 비추었다.

조부 운상, 백부 운한, 사촌 형 운현이 불길을 향해 끌려가고 있었다.

우르릉……!

운청휘의 전신에서 푸른 불꽃이 휘몰아쳤다.

청연지심화는 이 순간 극도로 힘을 끌어내야 했는데, 이미 무리하게 힘을 쓴 와중에 거의 쥐어짜이듯이 운청휘의 속도를 높였다.

“이 가주가 무능하여, 자네들을 보호하지 못했구나. 죽어서 반드시 자네들에게 사죄하겠네……!”

“다음 생이 있다면, 나 운상이 반드시 황성 운가를 멸문시키고 말겠다!”

“청휘야, 청휘야! 이 형이 무능하여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 우리를……, 잊지 말아 다오. 반드시, 복수해 다오!”

운상과 운한, 운현은 피눈물을 흘리며 복수심을 불태웠다.

그들뿐만 아니라 아직 살아 있는 운가의 일원들도 묶여 있지만 않았다면, 진작에 달려들어 목숨이 꺼지는 순간까지 싸웠을 터였다.

그러나 이렇게 무력하게, 가문의 일원들이 비참히 죽어가는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가슴에 사무치는 원한이 맺혔다.

“저길 보십시오! 하늘에 사람이 있는 듯합니다!”

별안간 들려온 외침에 모든 이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잠깐, 너무 빨라! 몇 천 장 밖인데도 저렇게 빠르게 다가오지 않나! ……우, 운청휘다!”

누군가의 외침처럼, 몇 천 장 밖에서 점처럼 보였던 그림자는 이미 순식간에 사람의 형상을 갖출 정도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가 그림자를 알아보며 제각기 다른 격동에 휩싸였다.

“처, 청휘야!”

“청휘야……!”

운상, 운한, 운현 세 사람의 눈에 격렬한 감정이 일렁였다.

“왔다, 그…… 그가 마침내 왔다!”

세 사람은 가슴이 뜨거워지며 울컥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그 감정은 곧 깊은 증오로 변해, 동시에 고함을 내지르게 만들었다.

“청휘야, 가문의 복수를 해 다오!”

세 사람은 온 힘을 쥐어짜 고함을 내질렀다,

쾅!

운청휘의 몸이 삼백 장 허공에서부터 돌진했다. 마치 거대한 바위가 떨어진 듯, 그가 내려앉은 자리의 석판이 겹겹이 부서지고 깨져나갔다.

운청휘가 곧바로 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가 늦었습니다. 제가……!”

선제인 그가, 한마디도 제대로 끝맺을 수 없었다. 그의 눈에서 선연한 피눈물이 흘러내려 얼굴을 적셨다.

운청휘는 죽어간 이들에게 무릎을 꿇고, 살아 있는 일원들에게 무릎을 꿇으며 가슴 속에 휘몰아치는 슬픔과 분노를 눈물로 쏟아냈다.

마침내 눈에서 흘러나온 피눈물을 영력으로 증발시킨 운청휘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또렷하게 외쳤다.

“맹세하겠다. 죽어간 가문의 일원들, 살아있는 일원들 앞에서 나 운청휘가 맹세하마! 그대들을 해친 이들의 육신과 영혼을 소멸시켜, 다시는 환생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말을 마친 운청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사방을 둘러보는 그의 전신에서 만년한설과도 같은 한기가 흘러나왔다. 그 기에 닿은 이들은 뼈에 스며드는 듯한 한기에 부들부들 떨며 뒷걸음질 치는 수밖에 없었다.

어떠한 분노는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이 아니라, 차디차게 가라앉고 얼어붙은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리라.

순백의 장검 한 자루가 운청휘의 손에 생성되며 그의 시선이 운해에게 고정되었다.

그가 한마디 말도 없이 천천히 운해에게 걸음을 내디뎠다.

“운청휘라고?”

운해의 옆에서 굽실거리던 지주가 즉시 허리를 펴더니 거만한 표정으로 운청휘를 내려다보았다.

“건방진 놈! 공자님 앞에서 무릎을 꿇기는커녕 어딜 검을 들고 오느냐!”

지주는 아예 삿대질을 하며 운청휘에게 호통을 쳤다.

“운청……!”

지주는 운청휘의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영력의 손이 지주를 후려치자, 그는 산산이 흩뿌려지는 살점이 되고 말았으므로.

운해의 동공이 수축하며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이틀 전, 황성에서 전해온 소식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황성 4대 가문 중 하나인 상관가가 멸문 당했다. ……운청휘, 단 한 명의 힘으로!

“죽여 주마!”

운청휘가 장검을 휘두르자, 마치 산이 날아온 듯 위압적인 기세가 운해 쪽을 향해 휘몰아쳤다.

휘오오……!

운해의 곁을 지키던 호위 백 명은 그 기운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온몸이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운해 또한 검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다 광장 변두리의 돌담에 직격했다.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운해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운청휘가 반대쪽 손을 들어 올리자, 운해는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그만, 이 짐승 같은 놈! 어서 풀지 못할까!”

멀지 않은 하늘에 운청휘를 뒤쫓듯 세 개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황성 운가의 가주, 엽가의 가주, 그리고 연단협회의 장로 보상봉이었다.

***

운청휘가 한 손으로 운해의 목을 조르려던 순간, 별안간 느껴진 기운에 몸을 돌렸다.

황성 운가의 가주 등이 자신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반절의 선천이군!’

운청휘의 시선은 보상봉에게 고정되었다. 그에게서는 놀라움도, 당혹스러움도 없었다. 살기와 기대가 운청휘의 두 눈을 가득 채웠다.

“이 짐승 같은 놈! 당장 내 아들을 놓아라! 놓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운청휘는 단호히 운가 가주의 말을 잘랐다. 곧 검집에 담겨 있던 묵빛 화살이 운청휘의 손에 쥐어졌다.

“폐하께서 아무리 네놈을 보호하셔도, 이 자리에서 네놈을 죽이고 말겠다!”

운가 가주는 살기를 숨기지 않으며 고함을 질렀다.

으헉!

그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운청휘가 묵빛 화살을 운해의 몸에 세차게 꽂았다가 빼내었다.

운해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투명한 마종이 화살촉에 꽂혀 나왔다.

“후…….”

이 광경을 본 운가 가주를 비롯한 세 사람은 호흡이 돌연 무거워졌다.

“마종, 운청휘가 운해 몸에 있는 마종을 뽑아냈어!”

“가규는 정말 운청휘가 죽인 거로군. 마종도 약탈당하고!”

운해의 마종을 꺼낸 후, 운청휘는 청연지심화를 일으켜 운해의 몸에 불을 지르고 삼백 장 상공으로 내던져 버렸다.

온몸에 불이 붙은 운해는 공중으로 날아가며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가 학살한 천우성 운가의 일원들도, 그보다 더 괴로운 비명을 내지르진 못했을 터였다.

지금 그를 불태우는 청연지심화의 불꽃은, 육신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불태우고 있으므로.

“아아악! 아버지,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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