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07화 (107/430)

제107화

운해는 목이 쉬도록 외치며 구조를 요청했다.

“운해야, 내 아들아!”

운가의 가주가 다급히 외치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치이익!

그러나 그가 운해를 붙든 순간, 두 손에 화상을 입고 말았다.

운해를 감싼 푸른 불꽃은 꺼지기는커녕 활활 타올랐고, 그조차도 영력으로 차단하지 않았다면 불이 옮아 붙을 것은 자명했다.

“이럴 수가. 대체 무슨 불꽃이란 말이냐!”

운가 가주의 안색이 변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좋지 않아……!”

아래에서 지켜보던 보상봉이 돌연 흠칫 놀라더니 그를 향해 외쳤다.

“물러나시게! 그건 천화일세. 자네의 무위로 끌 수도 없거니와 자칫하면 온몸이 타버릴 걸세!”

“뭐라고, 천화?!”

천화라니. 운가 가주의 표정은 더욱더 험악해졌다. 아무리 애지중지하는 아들이지만, 이때만큼은 운해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힘으로는 꺼트릴 수 없는 불꽃이 아들의 전신을 태우는 광경을, 멀거니 지켜봐야만 했다.

“아아아, 운청휘, 죽여 버리겠다!”

마침내 운해가 한 줌의 재로 화해 흩날리자, 운가 가주가 비명을 내지르며 운청휘를 향해 쇄도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절기를 펼쳐 아들의 원한을 갚을 생각이었다.

“멈추게!”

연단협회의 장로 보상봉이 돌연 외쳤다.

“운청휘, 천화를 내놓는다면 노부는 자네의 목숨을 보장하겠네!”

보상봉이 다급히 외치며 운청휘의 반경 삼십여 장 안까지 날아와 운가 가주를 가로막았다.

“보상봉, 네놈……!”

“닥치게. 자네가 뭘 아는가! 천화를 얻는다면 연단술을 한층 높일 수 있거늘, 운해 따위의 죽음이 중요한가!”

보상봉이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운청휘, 노부는 연단협회의 장로다. 자네가 천화를 건넨다면, 목숨을 보장해 줄 뿐만 아니라 자네를 연단협회에 소속시켜 줄 수도 있네.”

보상봉이 운청휘를 내려다보며 거만하게 말했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본다면, 운청휘는 천원왕조에서 일인자로 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연단협회라는 세력 앞에서 운청휘는 그저 괜찮은 재능의 소유자일 뿐, 그 성장을 굳이 지켜볼 가치는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니 보상봉의 제안은 보통의 무인들에게는 더없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연단협회의 장로라고? 운가의 사면령을 뗀 자가 네놈이더냐?”

운청휘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렇네!”

보상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기세만 보면 연단협회의 사면령쯤은 얼마든지 거둘 수 있는 위치에 놓인 듯했다.

“길게 말하지 않겠네. 노부에게 천화를 넘기고 천화와의 관계를 지우도록. 노부가 천화를 수복하면 자네의 목숨을 보장하지!”

보상봉은 적잖이 안달이 났는지 운청휘를 재촉하다, 운가의 가주를 돌아보고 덧붙였다.

“다만 자네의 가족들은 운묘에게 맡겨야 할 게야. 자네가 그의 아들을 죽였으니,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마종이 들어가면 하나같이 아둔해지나? 가규도 그러더니, 연단협회의 장로라는 자도 형편없군.”

운청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의 말투는 차분했고, 눈에서 번뜩이는 살기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노부에게 감히!”

보상봉의 눈에 분노가 스며들었다.

“내 말이 틀렸나? 판세도 읽지 못하고 위협만 해대니, 아둔한 자가 아니면 무엇이지?”

운청휘의 목소리는 평온했으나, 보상봉을 향한 영력화장의 기세는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었다.

“역시 살려 둘 수 없겠군! 죽어라, 운청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당한 것도 모자라, 선제공격까지 당하자 보상봉이 기어이 살기를 폭발시켰다.

그 또한 반격하기 위해 손을 내뻗자, 위에서 그를 눌러오던 거대한 손의 강대한 기운과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우르릉……!

지면을 떨어 울리는 굉음이 이어지고, 보상봉이 딛고 있던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광장 바닥에 거미줄이 퍼지듯 촘촘한 균열이 퍼져나갔다.

쿵! 쿵! 쿵!

보상봉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세 걸음이나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럴 수가, 영력화장으로 노부를 물러나게 하다니……!”

두려움에 짓눌린 보상봉은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

“사면령을 취소하고, 내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않았나. 네놈은 적어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걸 명심하도록.”

운청휘의 목소리가 스산하게 울리며, 그가 보상봉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곁에 있던 운가와 엽가의 가주들은 공격 한 번으로 보상봉이 밀리자 두려움을 느끼고 주춤주춤 물러났다. 머릿속에는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들이 몸을 돌린 순간, 운청휘의 준엄한 외침이 그들의 발목을 틀어쥐었다.

“어딜 감히 도망치려 들지? 이곳이 네놈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거대한 두 손이 허공을 가르고 쇄도해 운가와 엽가의 가주를 꼼짝도 할 수 없이 사로잡았다.

“운청휘, 엽가와 자네는 원한이 없지 않은가! 자네의 가족들을 건드리지 않겠네!”

엽가의 가주가 황급히 소리쳤다.

“청휘야, 저자의 말을 듣지 말거라! 엽가는 최소 백 명 이상의 가족을 죽였다!”

“지난달 가문의 일원들이 실종되었는데, 그중 몇몇은 엽가에 당한 거야! 황성 엽가의 사람이 직접 말했어, 청휘야!”

운한과 운현이 거의 동시에 고함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건방지구나, 노부와 운청휘가 대화하는데, 네놈들은 끼어들 자격이 없다……!”

엽가의 가주는 호통을 치는 동시에 맹렬한 기세를 뿜어내어 운한과 운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운한과 운현이 괴로워하자 운청휘의 눈에서 살기가 폭발했다. 엽가의 가주를 붙들고 있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며 그는 꼼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눌리고 말았다.

그 광경에 주위의 사람들이 기겁하며 물러났다.

“화…… 황성 4대 가문 중 하나인 엽가의 가주가, 우, 운청휘에게 붙들리다니!”

“양경 6단계라는 엽가의 가주가,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있잖아!”

“대체 운청휘의 무위는 얼마나 높은 거야……!”

주위의 사람들이 제각기 떠드는 동안, 묵빛의 화살이 참천검의 검집을 떠났다.

푸욱!

엽가 가주의 몸을 직접 파고든 화살은 화살촉에 마종을 꽂은 채 운청휘에게 되돌아왔다.

“수고했다, 파신전.”

운청휘가 화살에 있는 마종을 거둔 순간, 영력화장은 엽가 가주의 몸을 종잇장처럼 구겨 버렸다.

운가 가주는 공포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의 무위는 엽가의 가주와 동일한 양경 6단계였으나, 황제에게 절반의 무위를 바친 후 양경 5단계의 무위로 떨어진 참이었다.

엽가의 가주가 단번에 마종을 뺏기고 죽었는데, 자신이라고 무사할까!

운가의 가주는 죽을힘을 다해 영력화장을 벗어나 하늘로 솟구쳤다.

독 안에 든 쥐가 이러할까. 거대한 손은 운가의 가주를 희롱하기라도 하듯 재빠르게 뒤쫓아 오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나. 이곳이 네놈들의 무덤이 될 거라고!”

운청휘는 절대 그를 살려 줄 생각이 없었다. 가족들의 복수에 어찌 망설임이 있을까! 삼백여 장 상공으로 솟구쳤던 운가의 가주는 또다시 영력화장에 붙들렸다.

파신전이 재차 검집을 빠져나가 마종을 탈취하고 돌아왔다.

화륵……!

운가의 가주는 아들과 같은 최후를 맞이했다. 운청휘가 일으킨 청연지심화의 불꽃이 그의 육신과 영혼을 한 줌도 남기지 않고 말끔히 태워 버렸다.

운청휘는 새로 얻은 마종을 손에 쥔 채 천천히 마종의 힘을 연화하고 흡수했다.

고작 눈 몇 번 깜박일 시간이 흐른 후, 마종은 가루가 되어 덧없이 흩날렸다.

“양경 5단계의 무인 두 명이라도 그리 큰 힘이 되지 않는단 말이더냐.”

운청휘가 짧게 투덜거리더니 이내 보상봉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빛에 탐욕의 기색이 역력했다.

보상봉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자신의 마종에 관심을 보이는 게 분명하다!

“저놈의 무위가 기괴할뿐더러, 영력화장으로 나를 물러나게 할 수준이니…… 폐하께서도 상대가 안 될지도 모르겠구나.”

보상봉이 혼잣말을 내뱉더니 곧바로 허공으로 솟구쳤다.

“간 것인가?”

보상봉이 안심하려는 순간, 운청휘가 그를 바짝 뒤쫓았다. 운청휘의 뒤에서 생성된 셀 수 없는 영력의 화살이 보상봉을 향해 쏘아 들어갔다.

“좋지 않아……!”

사방에서 미치는 한기에 보상봉은 영력의 막을 형성해 방패처럼 전신을 감쌌다.

펑펑펑……!

먹잇감을 향해 날아드는 맹수의 송곳니처럼, 맹렬한 화살 비가 보상봉에게 내리꽂혔다.

그 시각, 천보객잔의 최상층.

용포를 입은 중년인의 안색이 전에 없이 어두운 빛으로 물들었다.

“운묘와 엽라(叶罗) 모두 죽었고, 몸에 있던 마종도 사라졌습니다!”

“뭐라……!”

“폐하, 운 가주와 엽 가주는 보상봉과 함께 있었습니다. 어떻게 죽임을 당하고 마종까지 연화당한 것입니까?”

“폐하, 보상봉마저 운청휘를 막지 못한다면, 아마……!”

자리에 있던 이들이 모두 두려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용포를 입은 중년인 또한, 보상봉과 비슷한 경지가 아니던가.

“조금 더 여유를 두려 했거늘, 상황이 급박해졌구나.”

중년인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낮게 중얼거렸다.

바로 아래에 서 있던 사람이 뭔가를 예감했는지 주춤주춤 물러났다.

“폐하, 설마……!”

“그대들의 무위를 전부 짐에게 바치게!”

서늘한 목소리가 공중을 울림과 동시에, 사방에서 투명한 구슬 형태의 마종이 중년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폐하, 절반만 가져가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폐하, 황제의 말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폐하……!”

이십여 개의 마종이 한꺼번에 용포를 입은 중년인의 몸으로 녹아들었다.

중년인의 서늘한 눈빛이 강렬한 기세를 품고 날카롭게 빛났다. 그의 시선은 아주 먼 우주의 진리까지 꿰뚫어 볼 듯했다. 이어 그의 전신에서 하늘조차 떨게 할 기운이 폭발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중년인의 몸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다리를 곧게 폈다. 방금 분출한 기세로 객잔의 지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는 곧 하늘 높이 우뚝 서서 만물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마침내…… 선천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 시각, 천우성의 허공에서는 운청휘와 보상봉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늘은 마치 거대한 유성군이 내리듯 끊이지 않는 불꽃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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