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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08화 (108/430)

제108화

운청휘는 끊임없이 영력의 화살을 쏟아내었고, 보상봉은 영력의 방패로 막아내기 급급했다.

한순간 보상봉이 반격을 위해 달려들었으나, 운청휘가 손을 들어 가볍게 막아냈다.

저 멀리 까마득한 하늘에서 쉴 새 없이 빛이 번쩍거리고 있으니, 구경하는 이들의 등에서는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공중에서 싸우니 망정이지, 내려오는 즉시 천우성이 쑥대밭이 될 거야!”

쿵!

바로 그때, 격전을 치르던 두 사람은 동시에 공격을 멈추고 한 방향을 돌아보았다.

천보객잔이 있는 자리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가 폭발하며 솟구치고 있었다.

칠천 리의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정확히 천보객잔에 고정되었다.

“……선천생령의 기운이군.”

“폐하께서 마침내 돌파하셨다!”

보상봉이 눈을 부릅뜨더니 곧 흉악한 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하하하하! 운청휘, 이제 네놈이 살길은 없다. 폐하께서 선천의 경지에 이르셨다!”

“선천생령이 어떻단 말이지? 이미 이틀 전에 동료와 함께 선천경 3단계를 죽였거늘.”

운청휘는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와 이염죽이 협력하여 죽인 육진의 영신이 선천경 3단계가 아니던가.

“뭐라고?”

순간, 보상봉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하하하하……!”

그러나 그 말을 어찌 쉽게 믿을까. 보상봉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허풍이 대단하구나. 노부도 잡지 못하는 주제에 선천경 3단계를 죽였다는 말이 나오더냐?”

“정말로 네놈을 못 잡을 줄 알고 말하나?”

운청휘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리 봐도 허풍이지 않더냐?”

보상봉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공중에 떠 있는 그들을 올려다보는 수많은 이들 중, 백 세쯤 되어 보이는 노인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설마 운청휘가 본좌를 발견했나?”

보상봉도 성공학관의 원장과 비슷한 경지이지만, 전투력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이 뒤처진 듯했다.

참천검의 검집을 쓰지 않고도 원장과 백중지세로 겨루었으니, 보상봉이라면 10합 이내로 목숨을 거둘 수 있었다.

‘단기간에 선천의 경지에 올랐군. 단지 방향을 제시했을 뿐이건만, 제법이로구나.’

운청휘의 시선이 까마득히 아래에 있는 군중들에게 향했다.

개중 평범해 보이는 노인 한 명이 시선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본좌를 발견했군!’

“운청휘, 폐하께서 선천의 경지에 도달하셨으니, 바로 이곳으로 오실 테지. 네놈이 죽을 시기가 다가왔구나!”

보상봉이 통쾌하다는 듯 운청휘를 손가락질했다.

“당장 도망쳐야 하지 않겠느냐? 노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말이지!”

보상봉의 뒤에서 거대한 수막(水幕)이 형성되었다.

영력이 아닌, 오행의 힘으로 불러낸 진짜 액체가 더없이 맑게 출렁였다.

수막이 곧 창의 형상을 이루더니 운청휘에게 쇄도했다.

‘물 속성의 오행의 힘.’

잠시 생각에 잠겼던 운청휘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애석하군. 고작해야 반쪽짜리의 선천이 아니더냐.”

운청휘의 몸에서 푸른 불꽃이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그의 전신을 감싸고 일어난 불꽃은 거대한 화룡의 형상을 이루어 보상봉에게 달려들었다.

치이이익……!

화룡과 수창이 맞부딪치며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들렸다. 얼핏 보기엔 수창이 화룡의 거체를 가르는 듯했으나, 실상은 화룡이 주둥이를 벌려 수창을 죄다 집어삼키고 있었다.

수창이 증발하며 뜨거운 수증기가 훅 퍼졌다.

“어찌 이럴 수가! 천화의 힘이 이토록 강력하단 말인가!”

보상봉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천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고서에서만 봤으니, 그 강함을 짐작할 수 없었다.

보통의 물이라면 모를까, 물 속성의 오행의 힘을 이겨낼 정도라니?!

크르르……!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화룡이 거대한 주둥이를 벌리고 보상봉에게 달려들었다.

취익, 사아아…….

그 순간, 화룡의 거체를 뒤덮을 만큼 막대한 물이 허공에서 쏟아져 내렸다. 화룡은 몸을 비틀며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수백 장 밖에서, 용포를 입고 황제의 위압을 뿜어내는 중년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운청휘, 감히 짐의 계획을 방해했으니, 그 죄를 물어 마땅하다!”

중년인의 목소리에는 기이한 힘이 있었는데, 운청휘의 정신지배 파장과 비슷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의 말을 듣자마자 대역죄인이 된 듯 참회하고 부끄러워하며 무릎을 꿇었으리라.

“네놈이 뭐라고 내게 죄를 묻지?”

운청휘의 서늘한 음성 또한 파장을 내뿜었다.

쿠웅!

서로의 파장이 교차한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었는데, 중년인의 파장은 소멸한 반면 운청휘가 내보낸 지배의 파장은 멈추지 않고 중년인에게 쏘아져 들어왔다.

“겨우 인세의 제왕 따위가 내게 죄를 묻나? 네놈이야말로 무릎을 꿇어라!”

운청휘의 준엄한 음성은 강력한 정신지배의 파장을 담고 있었다. 마치 신선이 내려와 하찮은 인간의 영혼을 복종시키는 듯했다.

뿌드득……!

용포를 입은 중년인의 무릎에서 은은한 불빛이 반짝였다. 그는 파장에 눌려 저절로 무릎이 꺾였지만, 극도로 저항하며 버티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운청휘의 몸에……, 용격이 나타나다니?!”

중년인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천원왕조의 주인으로 군림하며, 그는 용격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오랜 세월 제왕의 자리에서 군림한 자만이 연마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던가.

그 또한 수십 년간 황제의 자리에 있으면서 용격을 그저 감지했을 뿐……, 그에게는 만져 볼 자격조차 없었다.

끝내 황제가 이를 바득 갈며 꼿꼿이 섰다.

기세는 운청휘보다 약하더라도, 순수한 무위는 운청휘의 몇 배나 높은 듯했다.

‘……이자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

황제의 눈이 살기로 넘실거렸다. 그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삼천 장 바깥에 있는 운청휘를 향해 사나운 파도가 몰아쳤다.

마치 바다를 거꾸로 들어 올린 듯, 넘실대며 굽이치는 파도가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휘몰아쳐라!”

그때, 삼백여 장 떨어진 지면에서 위엄이 넘치는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군중 속에 섞여 있던 평범한 노인이 누구보다 위풍당당한 기운을 뿜어내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휘이이……!

휘몰아치는 파도에 대항하듯, 직경 삼십여 장이 넘는 회오리가 허공을 비틀기 시작했다. 노인은 회오리바람 안에서 꼿꼿하게 버티고 선 채, 파도에 부딪쳐갔다.

운청휘와 보상봉은 파도와 회오리의 격돌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하는 운청휘와 달리, 보상봉은 경악하며 덜덜 떨고 있었다.

“선천지경의 무위라니, 진정한 선천생령의 무위란 말인가?”

보상봉이 외마디 비명처럼 감탄을 내질렀다.

콰르릉!

회오리바람과 거센 파도가 부딪치며 그야말로 재해와 같은 태풍이 불어닥쳤다.

그 여파에 보상봉의 옷이 찢겨나가고 머리가 산발이 되었으나, 미리 영력으로 몸을 감싼 운청휘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마라, 네놈도 선천의 경지에 오르다니!”

황제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코웃음을 쳤다.

“아쉽구나, 고작해야 선천경 1단계로군!”

황제의 발언은 이 상황의 끝을 알리는 종언과도 같았다. 회오리바람과 부딪친 파도의 기세가 더욱더 험악해지더니, 회오리마저도 집어삼킬 듯 바람을 구불구불 타고 스며들었다.

카앙!

회오리바람 안에서 두 사람의 충돌이 시작되었다. 거세게 이는 태풍 속에서 불꽃마저 번쩍거리니 하늘의 분노를 목격하는 듯했다.

“수룡광효!”

황제의 외침에 답하듯, 투명하고 거대한 수룡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내며 원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휘몰아쳐라!”

원장의 목소리 또한 쟁쟁하게 울려 퍼졌다. 거세게 회전하는 회오리바람은 마치 한 마리의 흉수처럼 포효하며 하늘로 끝없이 솟구쳐갔다.

콰아아……!

회오리바람을 에워싼 파도가 삽시간에 흩어지고 말았다.

수룡과 회오리바람의 충돌은 하늘과 땅을 뒤흔들고 소멸시킬 듯한 진동을 만들어 내었다.

마치 두 개의 별이 충돌하기라도 한 듯했다. 물이 쏟아지고 바람이 휘몰아쳤으며, 두 사람의 충돌로 인한 불꽃마저 천지를 뒤덮으니 보통 사람은 감히 하늘을 올려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지상의 건물들은 죄다 쓰러지고, 반경 칠천 리 내의 구름도 휩쓸려 종잇조각처럼 흩날렸다.

마침내 충격을 견디지 못한 보상봉이 크게 피를 토하며 휘청거렸다.

운청휘는 아무런 영향도 없는 듯했지만, 표정이 이전과 달리 굳어 있었다. 그 또한 여파로 인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선천생령급의 두 무인이 전력을 다해 충돌했으니, 이만한 여파는 당연한 일이었다.

“보상봉, 그대의 마종을 바치거라!”

그때, 황제가 외치며 손을 내밀자 보상봉의 몸에서 원형의 마종이 끌려 나왔다. 마종은 항거할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황제를 향해 솟구쳤다.

“놓칠 것 같더냐!”

그 순간, 운청휘가 영후백변신법을 극치로 펼쳐 허공으로 흩어졌다.

보상봉이 절반의 선천이라곤 하나, 운청휘가 그의 마종을 꺼내기는 쉽지 않아 줄곧 기회를 노리던 차였다.

스스로 마종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렸는데, 황제가 이리 기회를 만들어 줄 줄이야!

운청휘의 신형은 아주 잠시 허공에 모습을 드러낼 뿐, 금세 사라지며 마종을 쫓았다.

콰악!

그의 손이 마침내 마종을 단단히 붙들었다.

“감히 네놈이……!”

황제가 눈을 찢어져라 부릅뜨더니 오행의 힘이 휘몰아쳤다.

“휘몰아치라!”

마라 원장이 다급히 외쳤다.

또 다른 회오리바람이 황제가 일으킨 오행의 힘을 막아서며 충돌했다.

콰르릉!

대폭발이 일어나며 사방에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운청휘, 당장 마종을 넘겨라. 그리하지 않으면 짐이 구족을 멸하겠다!”

원장으로 인해 공격이 상쇄되자, 황제가 이를 갈더니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감히 내 앞에서 구족을 멸한다 지껄여? 감히?”

운청휘는 냉랭하게 외치며 손에 쥔 마종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마종을 내게 돌려다오! 그리하면 연단협회의 인정을 얻을 터! ……만약, 감히 마종을 흡수하려 든다면 연단협회는 네놈을 적으로 삼겠다! ……운청휘! 이놈! 노부의 마종을 내놓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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