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09화 (109/430)

제109화

계속해서 고함을 질러 대던 보상봉은 결국 완전히 분노하고 말았다.

마종을 잃었음에도 손쓸 도리 없이 녹는 과정을 지켜보고만 있으니, 온몸의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했다.

결국 보상봉은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안 된다, 노부는 인정할 수 없어! 아아아! ……망할 황제, 모두 당신 때문이다! 죽어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다! 모두 들어라! 노부의 이름은 보상봉, 연단협회의 장로다! 10년 전 개 황제에게 속아 마종이 심어졌고, 줄곧 통제를 받아 왔다! 누구든지 이 소식을 연단협회에 전한다면, 연단협회는 즉시 그자를 인정하겠다!”

보상봉은 온 영력을 실어 진실을 외친 후, 지면을 향해 추락했다.

그의 말을 들은 천우성의 모든 이들이 눈을 부릅뜨고 전율하고 있었다.

“뭐라고, 연단협회의 장로가, 황제 폐하의 통제를 받고 있었어?!”

“맙소사, 이 소식이 연단협회에 전해지면, 단협회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황제 폐하뿐만이 아니라, 천원왕조가 교체될지도 몰라!”

사람들의 동요는 황제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황제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보상봉, 저자가 감히……!”

황제는 마라를 죽이기 위해 긴 세월에 걸쳐 계획을 세웠으나,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3가지나 나타나고 말았다.

하나, 원장이 선천의 경지에 도달하고 말았다.

또 다른 하나, 운청휘가 그를 가로막았다!

마지막 하나, 보상봉이 죽기 직전 황제를 향한 덫을 놓았다!

이로써 황제가 원장과 운청휘를 쓰러트린다고 해도, 연단협회의 복수가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천성대륙 전체에 퍼져 있는 연단협회의 분노 앞에서, 천원왕조의 주인 하나쯤은 속절없이 무너지리라.

그날이 벌써 선연하게 보이는 듯해, 원장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마라, 짐이 진 줄 알았더냐?”

별안간 황제가 원장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하하하, 그게 어떻단 말이오? 그대가 승리하든 지든 결국 연단협회의 손에 죽게 될 텐데!”

원장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태연히 답했다.

“껄껄, 그래도 오늘 일을 전해줄 사람은 있어야지……!”

황제가 기이한 웃음을 흘렸다. 그의 눈에는 이전과는 다른 광기가 선연하게 번득이고 있었다.

그 눈을 마주한 원장이 뭔가를 깨달은 듯, 대경실색하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서…… 설마 천우성의 모든 이를 죽이려는 게요?”

“껄껄, 그들은 원래 짐의 백성들이니, 짐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죽는다면, 더없는 영광이 아니더냐.”

황제의 번들거리는 눈은 맹목적인 광기로 가득해, 어떠한 말도 통하지 않을 듯했다.

“용위, 짐의 말을 전하라, 사상혈제대진을 가동하라!”

황제의 목소리가 천우성 전체를 떨어 울렸다.

“예!”

“예!”

“예!”

사방에서 일사불란한 대답이 들려왔다. 천우성 내의 백여 곳에, 금색 갑옷을 입은 호위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백여 명에 달하는 호위병들은 손에 핏빛 결정을 들고 있었는데, 마치 이날만을 기다린 듯 동시에 결정을 땅에 내리꽂았다.

***

그 시각, 천우성의 비밀스러운 지하 궁전.

핏빛 부적이 가득 달라붙은 외투를 걸친 남자가 궁전의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남자가 다소 화가 난 듯한 표정을 보였다.

“천원의 주인이여, 어찌하겠는가…….”

남자가 두 손으로 복잡한 수인을 만들고 지면을 내려다보자, 108개의 핏빛 진법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기괴한 진법이 펼쳐진 순간, 거대한 장막이 천우성 전체를 감쌌다.

천만 명이 넘는 천우성의 인구 전체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누구도 빠짐없이, 몸속의 피가 빠져나가며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아아아……!”

“어떻게 된 일이지, 왜, 왜 내가 피를 흘리는 거야!”

“아, 저기, 저 시체 좀 봐요! 피를 온통 뽑힌 것 같아요!”

사방에서 터져 나온 비명이 하늘을 찌를 듯이 이어졌다.

연로한 이들, 어린아이들은 일 다경도 채 버티지 못하고 바짝 마른 시체로 화하고 말았다.

하늘 위에서 마종을 흡수하던 운청휘가 그 광경에 분노를 터트렸다.

“저것은 사상혈제대진이 아니더냐. 미친 황제가 천우성 사람들로 혈제를 할 생각이로군!”

원장 또한 격노하며 황제에게 삿대질을 했다.

“망할 황제, 무슨 생각이오! 무고한 백성들에게 이리도 악독한 진법을 쓰다니!”

“껄껄. 짐의 백성이 짐을 위해 죽는다니, 이보다 더한 영광이 어디 있느냐!”

황제는 기이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토록 많은 사람을 혈제한 일이 알려진다면, 천성대륙 어디에도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오!”

“그건 알려질 때의 문제가 아닌가. 전부 죽을 텐데, 짐의 소행이라는 걸 누가 알릴까? 더욱이, 짐이 누구와 함께하는지…… 알지 않더냐?”

입술을 핥으며 혀를 날름거린 황제가 원장이 입을 떼기도 전에 말했다.

“혈문노조 진관해다.”

“지…… 진관해!”

원장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그가 두 눈을 홉뜨며 말을 더듬었다.

혈문노조 진관해는 이삼백 년 전의 인물로, 무위가 탁월할 뿐만 아니라 최고의 진법대사로 불렸다.

그러나 백 년 전, 진관해는 금지된 진법을 발동시켜 수백만의 생명을 앗아갔고, 수많은 무인들이 연합하여 그를 쫓기 시작했다.

당시 진관해를 추격하던 이들은 백만 명에 달했는데, 가장 약한 이도 월경의 무위를 지녔으며 대다수가 양경의 무인이었다.

심지어 십여 명의 선천생령급 무인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 무인들의 9할이 진관해의 진법에 당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정도로 일이 커지니 천검종이 직접 나서게 되었고, 천검종은 단 한 명의 장로를 파견하여 진관해를 소멸시켰다.

“껄껄, 짐도 진관해를 만났을 때 네놈처럼 놀랐지. 당시 그를 추격하던 천검종의 장로는 그를 죽이는 대신 몸에 마종을 심어 두었다!”

“뭐라고?”

이미 경악했던 원장은 눈을 부릅뜨며 험악한 얼굴로 변했다.

“껄껄! 마종이 아니라면 진관해가 어찌 짐과 연합할까!”

황제가 나지막하게 웃으며 답했다.

한 나라의 주인인 황제라면 본디 가장 높은 존재이지만, 진관해와 같은 최강의 무인에게 있어 황제는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마라, 이제 싸움을 계속 이어나갈 시간이다!”

말을 함과 동시에 황제는 다시 공격을 퍼부었고, 셀 수 없는 폭포가 하늘을 뒤덮으며 원장에게 쏟아져 내렸다.

분노가 극에 달한 원장 또한 아낌없이 절기를 펼쳐냈다.

한편, 손에 넣은 마종을 연화한 운청휘는 폭발적인 무위의 폭등을 겪고 있었다.

마른 짚에 불이 옮아 붙듯, 기세를 탄 무위는 월경 극경에서 양경 1단계로, 양경 1단계에서 2단계로 상승하며 멈추지 않았다.

일 다경이 지났을까, 양경 3단계에 도달해서야 무위의 폭등이 멈췄다.

운청휘가 예상한 결과와 비슷했다. 보상봉의 영력 자체는 충만했으나, 전투력은 여전히 떨어졌다.

그러나 월경 극경 단계에서 연거푸 3개의 경계를 뛰어넘었으니,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었다.

운청휘는 영력을 내보내 천우광장에 있는 천우성 운가의 일원들에게 보호막을 형성해 두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수백 개의 보호막을 형성해, 수십만 명을 보호하자 그에게도 한계가 찾아왔다.

더 이상은 보호막을 칠 힘이 없다. 그렇다면 진원지를 찾아갈 뿐이다.

천우성의 서남쪽을 바라본 운청휘의 신형이 한순간 흩어졌다.

그의 신식은 천우성 서남쪽의 지하 궁전을 감지했는데, 사상혈제대진은 지하 궁전 한가운데서 발동되고 있었다.

“저자가 진관해인가? 선천경 1단계라는……. 아니, 이건 그저 영신이로군!”

운청휘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선천생령의 위에는 영단경이 존재하고, 그 위에 현경, 현경에서 한 단계 더 발돋움한 경지가 바로 영변경이다.

진관해의 무위는 영변경에 머물러 있었다.

“제법 험난하겠어.”

운청휘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의 눈에서는 한 점의 동요도 찾을 수 없었다.

“……음? 날 발견한 건가?”

지하 궁전, 사상혈제대진을 설치한 진관해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호오, 저자는……, 채아(采儿)의 오라비가 아닌가.”

뜻밖에도 진관해는 운청휘를 알아보았을 뿐더러, 그의 여동생인 채아까지 언급했다.

우르릉!

그러나 곧 운청휘의 영력화장이 지하 궁전을 내리치자 대지가 신음하며 수천 조각으로 나뉘었고, 면적이 수백 평에 달하는 궁전은 한순간에 폐허가 되었다.

다만 108개의 핏빛 진법이 그려진 석실만큼은 기이한 힘에 보호받고 있는 듯,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하게 존재했다.

“당장 떠나라. 그리하지 않으면 죽음 뿐이니!”

운청휘는 푸른 불꽃을 밟은 채 지하 궁전의 상공에 떠 있었다. 그의 건조한 음성이 마치 눈앞에서 외친 듯 진관해의 귓가로 파고들었다.

“후배,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그런 언행을 보이나?”

흥미롭다는 듯 살피던 진관해가 곧 미간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죽고 싶은 게로군!”

그와 일일이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터라, 운청휘는 곧바로 영력화장을 휘둘렀다.

동시에, 궁전 바닥에서 솟아난 두 개의 거대한 흙기둥이 영력화장의 손바닥을 관통했다.

운청휘는 곧바로 새로운 영력화장 두 개를 펼쳐내었다.

콰르릉! 쾅!

거대한 두 손이 두 개의 흙 기둥과 부딪히자, 이번에는 흙기둥이 부서져 내렸다.

“후배, 죽고 싶은가!”

진관해의 눈이 살기로 번득였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왼손 검지에 낀 반지에서 18개의 깃발이 솟구쳐 나왔다. 기이하게도 황색과 홍색의 깃발은 서로 교차한 형태를 지녔다.

“십팔나생문!”

18개의 깃발을 사용하여, 진관해의 살기가 충만하게 채워진 대진이 형성되었다.

운청휘는 영력화장으로 대진에 접근했으나, 돌연 영력화장이 흩어지며 그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펄럭……!

황홍으로 교차한 18개의 깃발이 빠르게 회전하며 운청휘를 에워쌌다.

“나생문?”

운청휘가 잠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곧 그의 얼굴에 경멸이 깃들었다.

“아류 나생문이로군!”

말을 마친 운청휘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18개의 깃발에 에워싸였다.

운청휘가 말하는 나생문은 선계에서도 유명한 살인 진법이다. 그러나 진관해가 설치한 진법은 더없이 간결하고 간단한 데다, 이름도 십팔나생문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인지, 진정한 나생문의 이름과 같았다.

진정한 나생문은 진법대사에게 극도로 높은 무위를 요구하며, 백 가지의 진귀한 재료가 들어간다.

진관해의 진법이 진정한 나생문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18개의 깃발이 교차한 형태로 나타난 것만큼은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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