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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12화 (112/430)

제112화

무인들의 대결에서, 영력은 오행의 힘을 뛰어넘을 수 없다. 영력을 충분히 다스릴 수 있게 된 자가 다루는 오행의 힘 앞에서 영력은 소꿉장난과도 같다.

그러나 물결이 영력화장을 휩쓰는 순간, 황제는 통제력을 잃었다. 장마의 한때처럼 큰비가 광장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황제가 이유를 파악하기도 전에, 빗물을 가르며 거대한 손이 다가오고 있었다.

코앞에 닥친 위기 앞에서 여유를 부릴 틈은 없다. 황제의 신형이 급격히 뒤로 물러섰다.

그때, 여전히 황제를 내려다보는 운청휘의 준엄한 호령이 들려왔다.

“수백 년 천원왕조의 막을 내릴 시간이로구나.”

자연의 영기마저 요동치고, 운청휘의 영력으로 형성된 수많은 무기가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었다. 거대한 푸른 불꽃 또한 천지를 말살할 기세로 피어올라 황제를 억압하고 있었다.

콰르릉!

영력과 불꽃이 뒤얽히며, 황제를 향해 쇄도했다.

청연지심화가 만들어 낸 불바다는 천우성의 온도를 단번에 수십 도 이상 상승시켰다. 각종 철기며 갑옷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불꽃의 파도를 타고 날뛰는 영력은 쉴 새 없이 황제를 공격해 들어갔다. 어느새 불의 고리에 갇힌 황제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운청휘는 월경의 극경 당시, 성공학관의 원장과도 호각을 이루었다.

지금은 양경 3단계에 이르렀으니, 검집을 사용하지 않아도 선천생령을 단번에 죽일 수 있다. 황제의 목숨을 거두는 일이, 운청휘에게 대수일까.

“파신검!”

검집에 있던 화살이 허공에 짙은 묵빛 선을 그리며 푸른 불바다로 돌진했다.

퓨숙!

황제의 가슴을 관통한 화살은 투명한 구슬을 촉에 꽂은 채 방향을 틀었다.

“저, 저것은 마종?!”

일급 마종을 알아본 진관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화살은 이미 검집에 들어간 후였고, 마종은 운청휘의 손에 고스란히 쥐어졌다.

“아아아, 마종이, 짐의 마종이……!”

황제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운청휘, 짐의 마종을 내놓지 못할까! 짐이 반드시 네놈의 구족을 멸하리라……!”

“잘도 지껄이는구나. 네놈의 구족이야말로 멸해 주마!”

한 손에 마종을 든 운청휘가 반대편 손을 휘두르자, 영력화장이 황제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칵……!”

삼천여 장을 떨어져 있었으나, 황제는 피할 틈도 없이 영력화장에 붙들려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다.

“천우성을 전쟁터로 만들고, 천여 명에 이르는 내 가족을 끌어들이지 않았더냐. 네놈의 구족을 멸해도 이 원한을 없앨 길이 없구나!”

그의 머리 위로 운청휘의 차디찬 음성이 내려앉았다.

“응당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육체와 영혼이 함께 소멸하는 기분을 느껴 보도록!”

빠드득!

영력화장은 단숨에 황제의 육신을 으스러트렸다. 한때는 왕조의 주인이었던 황제의 영혼이 끌려 나오는 순간, 허공에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르륵……!

불꽃은 황제의 영혼을 감싸고 천천히 그를 태워 소멸시켰다. 오직 운청휘의 눈에만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그는 황제의 영혼이 내지른 비명 한 음절까지 똑똑히 새겨 두었다.

그렇게 황제는 죽었다.

***

다음 날, 운청휘는 살아남은 가문의 일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다친 자들을 치료하고, 그들의 무위를 높이는 일도 빠트리지 않았다.

가문의 일뿐만 아니라, 쑥대밭이 된 천우성과 천원왕조의 처리도 시급했다.

운청휘는 성공학관의 원장 마라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장님, 천원황조를 성공학관으로 대체하려 하십니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네. 한 왕조를 세우려면 그만한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 왕조의 정점에 있는 이를 무너뜨렸으니, 아래에 있는 이들을 대체할 수단이 필요한데……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힘들 걸세.”

마라 원장이 진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선 적당한 이를 한 명 내세우고, 학관의 사람들을 왕조의 각 부서에 천천히 침투시키겠네.”

원장의 의견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던 운청휘가 불쑥 제안했다.

“원장님, 거래를 제안하겠습니다. 학관과 왕조에 개입할 생각은 없으나, 황실을 천우성 운가의 사람으로 바꿔 주십시오.”

운청휘의 제안 이후, 약 반나절 간 이야기가 오갔다.

그들의 이야기는 비밀에 부쳐졌으나, 적어도 양측이 손해를 보지 않은 듯했다. 이야기를 마친 두 사람의 얼굴에 흡족한 기색이 가득했으므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고 이 각도 지나지 않아, 황성의 밀서가 각지의 성으로 전달되었다.

이후, 천원왕조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천우성 운가의 운현이 황제로 추대되었으며, 성공학관에서 보낸 양경과 월경의 무인들이 각 성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았다.

새 황제의 즉위를 반대하는 세력은 재산을 몰수하거나 살해하였기에, 성공학관의 무인들이 가는 곳마다 피바람이 불었다.

성공학관의 힘을 입은 천우성 운가는 천원왕조를 손에 넣었고, 운현은 ‘현황’이라는 봉호와 함께 ‘천운왕조’의 개국 황제로 즉위할 수 있었다.

황궁, 어화원(御花园)에서 운청휘와 마라는 다시 만남을 가졌다.

운청휘의 뒤에는 진관해가 공손한 태도로 서 있었는데, 그의 신분을 아는 마라는 아직도 경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진관해는 백 년 전에 천원왕조에서 명성을 떨쳤다. 그 인물이 아직도 고강한 무위를 자랑하며 살아 있는 것도 놀랍지만, 그가 운청휘를 사부로 모셨다는 사실을 들었을 땐 마라의 턱이 빠질 뻔했다.

진관해는 줄곧 깍듯한 태도를 보였기에, 모르는 이들이 보면 귀공자를 모시는 무시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천원…… 아니, 천운왕조는 이제 안정될 걸세. 다만, 운역 운가에서 어찌 나올지 모르겠군. 운란명이 죽은 걸 알았을 테니, 곧 운역 운가에서 사람을 보낼 걸세.”

마라가 운청휘를 보며 말했다.

“운역 운가의 사람들은…… 이미 도착했습니다!”

운청휘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답했다.

“뭐라?!”

마라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덤덤하게 소식을 전하는 운청휘를 보며 알 수 없는 기대감을 품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설마 대비를 해 둔 겐가?”

“대비라…… 그렇다고 해 두겠습니다.”

운청휘가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운현 형님을 황제로 옹립하고 천우성 운가를 황실로 삼은 이유를 모르시겠습니까. 운역 운가에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마라, 이것을 알아보겠는가?”

별안간 진관해가 나서더니 탁자 위에 영패 하나를 내려놓았다.

“조천령(朝天令)!”

영패에 새겨진 문자를 무의식적으로 읽어내려간 마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 천검종의 조천령! 맙소사, 관해 형님! 어찌 이런 귀중한 물건을 가지고 계십니까?”

천검종은 직속 세력에 영패를 발부하여 자신들의 비호를 받고 있음을 증명한다.

운역 운가, 북역 성가(北域 成家), 남역 당가(南域 唐家) 등 거대 세력들이 천검종의 조천령을 지니고 있었다.

조천령을 받은 세력은 매년 천검종에 공물을 바쳐야 하지만, 천검종의 비호 앞에서 한낱 공물이 아까울 리 없었다.

“조…… 조천령이 있다면, 천운왕조는…… 운역 운가와 대등한 자격을 지니네!”

마라는 큰 충격을 받은 듯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네. 자격은 그러합니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운역 운가의 사람들이 도착하고도 이리 조용한 이유는, 조천령 때문이지. 마찬가지로 운현의 즉위에도 무관심하지 않았던가.”

진관해가 돌연 말했는데, 눈에는 매서운 살기를 나타냈다.

“그러나 운역 운가가 이대로 포기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이미 나와 사부님은 운역 운가의 모든 일원을 죽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네! 그 후에 나는 천검종으로 돌아가, 천검종의 힘으로 운역 운가에 압력을 가할 걸세. 반년 내에, 운역 운가는 천운왕조를 건드릴 수 없게 될 거라네!”

원장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운청휘는 운현과 운한, 운상을 찾아가 밤새 대화를 나누었다.

운청휘는 그들에게 수많은 보물과 무공, 단약, 은자, 천원황제의 아공간 반지에서 찾아낸 물건 등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가족을 위한 일에 운청휘는 망설임도, 아까워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날이 밝자마자 운청휘는 소도도를 찾아가 대뜸 질문을 던졌다.

“운역의 안양행성으로 가려 한다. 함께 가겠나?”

“운 형제, 정말인가?”

소도도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그의 얼굴 한가득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운 형제, 나는 안양행성 출신이라네! 설마 자네, 모르고 있었나? 이것 참 서운하이!”

소도도는 안양행성의 연라성(烟罗城) 소가(苏家) 출신이었다.

이십여 년 전, 소도도의 부모님이 인연을 맺게 되었으나 하필 어머니의 가문이 운역 운가의 적대 세력이었다.

그 탓에 목숨을 위협받은 소도도의 부모님은 소도도를 연라성의 조부에게 보낸 후 운역 운가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열 살까지 연라성에서 자랐던 소도도는 결국 운역 운가의 추적을 피하지 못했고, 그의 조부는 궁여지책으로 그를 성공학관으로 보냈다.

적어도 성공학관 내에 있으면 운가의 추적을 피하고 실력도 쌓을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그 후 십 년 동안, 소도도는 성공학관에서 수련에 몰두했다. 겉으로는 한량처럼 굴고 운해에게 허리를 숙이고 있을지언정, 양친의 피맺힌 원한을 절대 잊지 않았다. 꿈에서조차 나오는 원수를 어찌 잊을까! 다만 그 홀로 상대하기에, 운역 운가는 너무나 거대한 세력이다.

“운 형제, 나를 운역에 데려가는 게 설마……?”

불현듯 소도도는 뭔가를 떠올린 듯 숨을 집어삼켰다.

며칠 전, 천교대전 당시 운청휘는 소도도에게 한 가지 약속을 남겼다.

“자네는 나를 위해 온 천하를 등질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이를 위해, 내가 운역 운가를 멸망시키지 못할까?”

잠시 생각하던 운청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운역에서 처리할 일이 많아. 물론, 자네 복수도 포함 되었지.”

운청휘는 한 번 한 약속을 절대 잊지 않는다. 더욱이 소도도와의 약속이라면 반드시 지킬 생각이었다.

몹시 감격한 소도도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운역에 갈 준비를 하러 떠났다.

그 후로 운청휘는 반나절 동안 두문불출하며 천원황제의 마종을 연화해 흡수하기 시작했다.

과연, 황제가 가진 마종은 기대 이상의 효능을 보여 주었다. 반나절 만에 양경 3단계에서 양경 5단계를 돌파한 운청휘는 보통의 선천생령은 단번에 쓰러트릴 수 있는 무위를 갖췄다.

연화를 마친 운청휘가 집에서 나오자, 마침 진관해가 그를 찾아왔다.

“사부님, 죄송합니다. 이 제자는 운역에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운청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왜지?”

“천검종주의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북역에 적염 천룡이 나타났으니, 곤수대진(困兽大阵)으로 천룡을 잡아 돌아오라는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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