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19화 (119/430)

제119화

“이럴 수가……!”

객잔에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몸을 피하며 수군거렸다.

“양경 2단계의 다…… 당원이 한 방에 날아가다니!”

“소도도는 겨우 스무 살이 아니던가? 그런데 당원을 한 방에 격파했다면 무위가 그보다 높다는 뜻이잖아! 이게 가능한 일인가?”

바닥을 기며 몸을 일으킨 당원은 주변의 이야기에 얼굴이 음침하게 물들었다.

“소약 이 늙은 여우가 소도도뿐만 아니라 당가도 속였구나……!”

소약은 당옥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전하긴 했지만, 그가 어떤 방식으로 죽었는지는 모호하게 표현했다.

소도도의 실력 자체보다는, 그가 가지고 있는 모종의 수단을 부각시켜 논점을 흐려 두었다.

만약 소도도의 실력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당가는 절대 양경 무인을 한 명만 보내지 않았으리라.

“소 형제, 기다리시오! 오해였소. 우리는 소약, 그 노인네에게 놀아난 거요!”

당원이 입가의 핏자국도 닦지 않은 채, 소도도를 향해 예를 갖추려 했다.

“빨리도 말하는구나! 네놈이라면 믿겠나!”

줄곧 마음이 답답하고 화를 풀 길이 없던 참에 당원이 배출구를 만들어 주었으니, 어찌 놓아줄까. 소도도가 고함을 지르며 허공에 거대한 손을 만들어 냈다.

당원은 아까의 거만함을 잃고 모든 영력을 끌어올려 영력화장을 막아냈다. 그가 뒤를 돌아보며 악을 썼다.

“너희들은 왜 가만히 있는 게냐, 빨리 도와……!”

당원의 일행들은 모두 월경 9단계의 무인으로, 당가에서도 손꼽는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당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영력화장에 맞섰다.

콰르릉……!

그들의 영력과 소도도가 만든 거대한 손이 부딪친 순간, 굉음과 함께 지면이 크게 흔들렸다. 객잔 안팎의 사람들은 모두 우왕좌왕하며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세상에……! 소도도가 저리 굉장하다니!”

소도도의 공격은 이를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소도도를 보니 연라성 제일 기재라는 이영재도 그저 그런 수준으로 보이는구만!”

“이영재도 월경 9단계의 이성 기재니 당원을 이기겠지만, 소도도처럼 단번에 해치우진 못할 걸세!”

“연라성 제일 기재의 자리가 오늘 바뀔지도 모르겠구만!”

“전투력이라면 소도도는 이영재와 대등…… 아니, 압도할 걸세! 이영재보다 어리지만 재능은 까마득히 위에 있는 게 분명해!”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었다. 소도도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영력을 일으켜 짙은 포연을 흐트러트렸다.

거리에 찍힌 거대한 손자국이 드러났고, 깊이 파인 손자국 안에서 당원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를 제외한 일행은 이미 숨이 끊어진 후였다.

소도도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당원은 마지 끌려가듯이 소도도의 수중으로 날아들었다.

“노소가는 연라성의 4대 가문일세. 무슨 배짱으로 노소가를 치려고 했나? 이 몸이야말로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으니 빨리 말하게나!”

당원은 몸부림을 쳤으나, 도무지 소도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었다. 그가 황급히 말을 늘어놓았다.

“오…… 오해라네, 모든 것이 오해라네. 소…… 소 형제여, 우리는 소약 그 늙은 개새끼에게 농락당한 거라네.”

“오해? 오해가 아닐텐데? 당옥택은 내 손으로 죽였는데 말이지.”

소도도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아니야. 자네가 당옥택을 죽였어도 다른 사정이 있었기 때문일 게야. 소…… 소 형제여. 나를 풀어 주면 당가에 돌아가 자네를 위해 잘 설명하겠네.”

당원이 목소리를 낮추며 소도도를 달래려 했다.

“소 형제. 나를 죽인다면 노소가에 더 큰 피바람이 불 걸세. 노소가는 예전의 노소가가 아니라네. 자네가 소가의 소빙빙을 구해줬지만 이런 상황이 되지 않았나? 노소가가 몰락했기 때문일세! 소엽은 이미 자네와 파혼하고 이가의 이영재와 혼인을 약속했지. 소 형제, 자네와 노소가의 적은 당가가 아닌 소가라네!”

“노소가의 몰락은 할아버님이 사도에 빠져서가 아닌가?”

소도도가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도 들었나 보군. 자네의 조부님은 사도에 빠진 게 아닐세! 부상 때문이라네!”

당원이 잠시 숨을 죽이고 말했다.

“노소가가 연라성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선천경에 도달한 자네의 조부님 덕분일세. 그분이 아니면 노소가는 다른 세 가문이 호시탐탐 노리는 고깃덩이나 다름없지. 자네가 지금 나를 놓아준다면, 당가는 절대로 노소가를 건드리지 않겠네!”

“할아버님이…… 부상을 당하셨단 말인가?”

소도도는 혼이 나간 듯 중얼거리더니 이내 두 눈에서 시린 빛을 내뿜었다. 곧바로 당원의 목이 그의 손안에서 부서지고 말았다.

“운 형제, 나와 함께 노소가로 가지 않겠나? 소가의 빚은…… 나중에 갚음세!”

소도도가 말했다.

“그리하지. 앞장서시게.”

운청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섰다.

소도도는 당원의 시체를 내팽개치고 운청휘와 함께 노소가가 있는 방향으로 떠났다.

두 사람이 떠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객잔의 사람들은 서서히 정신을 차린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소도도가 당가 일행을 전부 죽였어!”

“간도 크군. 노소가는 쇠락했는데 소도도가 당원을 죽였으니, 이제 당가가 노소가를 압박하기 시작할 거야!”

“어찌 당가뿐이겠어. 이가와 소가도 발을 들이겠지. 지금의 노소가는 향긋한 찐빵이나 다름없어. 누구나 한 입 먹고 싶지 않겠나.”

이미 적지 않은 파란을 불러온 소도도는 이 각 후에 운청휘와 함께 으리으리한 저택 앞에 도달했다.

“누구냐, 노소가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다!”

대문을 지키고 있던 호위들이 단번에 막아서며 단호히 외쳤다.

마침 저택에 있던 노인이 바깥의 외침을 듣고 대문 사이로 내다보았다. 70~80대쯤 되어 흐릿해진 그의 눈에 별안간 반짝임이 서렸다.

“저 청년, 낯이 익은데……?”

“소도도일세. 소가주가 돌아왔다네!”

소도도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호위들을 바라보았다.

“도도 소가주님이 돌아오셨다고?!”

소도도의 외침에 노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가 허겁지겁 대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소순(苏洵) 총관!”

때마침 소도도도 노인을 보더니 반갑게 외쳤다.

“도도 소가주님! 정말로, 정말로 돌아오셨군요!”

잔뜩 흥분한 소순이 소도도의 앞으로 다가와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가주님, 10년이 정말로 길군요. 이리도 장성하시다니! 천원왕조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원래 가주님께서 반년 전에 소가주님을 데리러 갈 준비를 하셨지만…….”

반가움에 들떠 말을 늘어놓던 소순의 얼굴에 별안간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가 한숨을 내쉬다 곧 정신을 차리고 소도도를 이끌었다.

“제가 정신이 없었습니다. 소가주님, 어서 들어오십시오!”

“총관이 반겨 주는 건 오랜만일세. 어서 들어가지!”

소도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운청휘를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총관, 할아버님의 부상은 어떠한가?”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소도도가 먼저 물었다.

“소가주님, 어찌 아셨습니까?”

소순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곧 천천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반년 전, 가주님께서는 천원왕조에서 소가주님을 데려오실 계획이었습니다. 다만 기이하게 들통이 나는 바람에 다른 세 가문의 가주들에게 포위당하셨지요. 가주님의 용맹한 무위로 포위는 벗어나셨지만, 적지 않은 내상을 입으셨습니다. 그 후로 쭉 요양하시다, 석 달 전부터 별안간 상태가 악화되시어 거동이 불편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 때문에 두문불출하고 계십니다.”

소도도가 듣자마자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으드득 소리까지 냈다.

‘석 달 후에 악화하여 거동까지 불편해진다니, 어떤 부상이란 말인가?’

운청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뭔가를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

“중독일 가능성이 크군. 그렇다면 시차가 있는 독일 터. 도도, 할아버님께 가보지.”

답을 내린 운청휘가 소도도를 바라보았다.

“응? 알겠네, 운 형제!”

분노에 차 있던 소도도가 황급히 대답했다. 이미 그의 눈에 비친 운청휘는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을 듯한 신비로운 존재였다. 그가 나선다면 조부의 부상도 깨끗이 나을지도 모른다!

“소가주님, 저분은 누구십니까?”

소순이 목소리를 낮춰 조심히 물었다.

“이름은 운청휘로, 이 몸의 가장 친한 형제일세. 나와 같이 대해주게나!”

소도도가 자랑스럽게 말하곤 곧 소순을 재촉했다.

“그보다 총관, 할아버님이 계신 곳으로 안내하게나.”

“……네!”

총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두 사람을 안개가 자욱한 석실 앞으로 안내했다

“환각진이로군.”

운청휘는 한눈에 석실 주변에 설치된 진법을 알아차렸다.

“눈썰미가 좋으십니다. 가주님께서는 강제 침입을 막기 위해 진법대사를 불러 환각진을 만들어 두셨죠.”

소약은 의외인 눈치였지만 곧 감탄하며 설명했다.

“소가주님. 가주님께서는 가문의 안위가 달린 일이 아니라면 절대 문을 열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래도 들어가시겠습니까?”

소약이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으며 소도도의 안색을 살폈다.

“도도. 네 할아버님은 두문불출하는 게 아니다. 그는 지금 의식이 없는 상태로군.”

운청휘의 신식은 일찍이 환각진을 뚫고 석실 내부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신식으로 살핀 소도도의 조부는 몹시 쇠약해진 상태였다. 만약 하루나 이틀만 늦었다면…… 운청휘라도 손을 쓸 방법이 없었을 터였다.

반년 전에 입은 부상은 거의 회복된 듯했으나, 전신에 퍼진 독이 그의 의식을 앗아갔다.

“할아버님이 의식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운 형제!”

소도도의 안색이 대번에 변하더니 황급히 소순을 다그쳤다.

“환각진을 밖에서 해제할 방법이 있겠나?”

소순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환각진은 석실 안에서만 해제할 수 있습니다.”

“꾸물거릴 시간이 없어. 따라와라!”

운청휘가 곧바로 환각진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 모습에 소도도는 망설임 없이 뒤를 따랐고, 소순은 한동안 망설이다 조심스레 환각진 안으로 들어왔다.

0